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07화 (208/289)

EP.207 14장 - 유혜미(2)

[대상에게 남아 있는 비틀림을 바로잡아, 당신의 맹세를 증명하십시오.]

[기억의 비틀림: 대상의 기억이 본래와는 다른 상태로 변화하고, 당신과 이어지기 이전의 시간대로 돌아갑니다. 다시 이어져서 서로의 마음을 증명하십시오. 특성 사용이 금지됩니다.]

"우웩, 시발.... 와, 진짜 뒤질 것 같네."

이제까지 시도한 맹세 증명 중에서 도착 직후 몸 상태가 가장 나빴다.

엄청난 거부감이 몸에서 느껴질 정도고, 도착한 직후에는 속이 조금 울렁거릴 정도였다.

일단 혜미가 말했던 것처럼 '기억의 비틀림'이긴 한데, 마지막에 혜은이를 통해 경험했던 것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특성 사용 금지? 좀 빡센데.'

어차피 이전처럼 자궁의 맹약 당사자에게 사용은 안 되겠지만, 그게 아닌 평소에는 활용도가 굉장히 높은데.

아예 금지되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지 크기는 혜은이 때처럼 꽤 큰 정도로 머물러 있다는 정도?

이것까지 각성 전으로 돌아갔으면 좀 슬펐을 것 같다.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야?

일단 평범한 집 안 같은데, 내가 알기로는 이런 장소에 와본 기억이 없다.

혜은이나 설아 때는 다 내가 아는 곳에서 시작했었잖아?

은하나 채린이 때는 던전이었고....

"던전도 아닌데 모르는 장소라. 감도 안 잡히네."

생각해보면 혜은이 때도 굉장히 원래와는 다른 세상이었으니까.

여기도 원래랑은 달라진 부분이 있는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괜히 똑같은 '기억의 비틀림'이라는 이름을 쓰는 게 아니겠지.

일단 내가 아는 거랑 뭐가 다른지 정보부터 수집해봐야겠네.

"휴대폰이, 뭐야 이건?"

처음 보는 회사의 로고가 붙어 있었다.

대체 어떤 휴대폰 회사가 휴대폰에 과일 무늬 같은 걸 넣는 걸까.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는 낯선 감각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사용 자체는 내가 아는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이트들 이름이 죄다 다른데, 돌겠네. 이건 또 언제 적응하냐."

설아 때는 과거로 돌아갔을 뿐인데도 이런 부분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는데.

여긴 무슨 하나하나가 다 내가 아는 거랑은 충돌해서 더 심했다.

아무거나 좀 켜서 구경해볼까?

[ㅋㅋ설거지론에 지랄하는 거 존나 웃김ㅄㅋㅋ]

[싱글벙글 천조국ㅋㅋㅋㅋㅋ]

[퐁퐁의 일과.manhwa]

[오늘자 빵댕이 조공ㄱㄱㄱ]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만 봐도 이번 사태를...]

"시발 이게 뭐야. 뭔 소린데."

너무 내가 아는 정보랑 충돌하는 내용이 즐비해서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최대한 좀 친숙한 분위기로 보이는 사이트를 찾아서 들어간 거였는데, 저렇게 되어 있으니까 내용 자체를 이해를 못 하겠네.

위키류 사이트가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이해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구나?'

그리고 한참을 인터넷에서 정보를 정독한 이후에야, 지금 내가 있는 이 세상이 내 상식과 왜 그렇게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 세상은 오랜 기간 전에 헌터가 각성하는 사건이나, 던전이 등장하는 사건 따위는 없었던 아주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아니 물론 그것대로 평화롭냐고 보기엔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당장 미친 엘프들한테 지구를 빼앗기기 직전의 세상보다는 평화로울 테니까.

혜은이 때는 '혜미'의 생존 여부 같은 비교적 작은 차이점을 가진 세상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의 두려워질 정도의 차이를 가진 세상이다.

이번엔 진짜 난이도 높네.

"유은혁이라...."

그리고 다음은 지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깨달아야 했는데.

그 정보를 익히기 아주 좋은 물건인 일기장 비스름한 메모장이 있었다.

단편적인 생각 같은 것을 싸질러 놓은 낙서장 같은 느낌이지만, 그곳에 있는 정보를 통해서 충분히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솔직히 던전 공략한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는 부분이었다.

"내가 유은혁이고, 혜미의 오빠라는 거지?"

어째서인지, 혜은이는 사라지고 혜미와 내가 남매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나마 특이한 점이라면 최근 일기장 내용에서 알고 싶지 않은 진실 하나를 깨달았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사실은 혜미가 우리 집 딸이 아니라 입양아였다는 엄청난 정보였다.

그러니까 남매긴 한데 피는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는 소리지?

'원래의 나는 그것 때문에 되게 고민하고 있었나 보네.'

세상을 건 싸움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이런 내용으로 들어오니까 조금 보잘것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솔직히 계속 함께하던 가족이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면 당황할만한 부분이긴 해.

그리고 그것 이외에도 최근에 혜미가 가족들에게 대하는 태도도 이상하다는 것 같고.

'정확히는 그 태도 때문에 아버지가 화나서 이야기 꺼낸 걸 내가 들었다는 정도인가?'

대충 상황 파악은 끝나간다.

결국 참지 못한 아버지의 열을 식히기 위해, 어머니와 둘이서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것이 지금 상황 직전에 있었던 일이니.

지금 이 집에는 나와 혜미가 둘이서 남아있다는 거네.

"대충 상황은 알았으니까 나가서 상황을 볼까."

솔직히 일기장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대체 혜미가 얼마나 삐뚤어졌길래, 그 좋은 아이가 일기장에서 그렇게 고민 덩어리처럼 설명되었던 걸까.

사실 일기장에서도 아주 어릴 때는 천사 같았다는 말이 많던데.

"혜미야? 뭐야, 집에 없나? 혜미야! 안에 있으면 잠시만 나와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아, 좆팔. 한남충 새끼 애비뒤지게 시끄럽노. 부랄발광 좀 그만하고 재■했으면 좋겠노."

저게 시발 뭐라는 거지?

전혀 해석할 수 없는 암호문으로 짜증을 내는 혜미의 모습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이거 다른 나라 말인 것 같은데 어디 번역기 같은 거 없냐?

일단 욕이라는 건 알겠는데.

"아니, 말을 하게 나와봐.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 그러고 있지 말고."

"자기 뜻이면 꼭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남충식 자기중심적 마인드가 너무 역겹노.... 오, 역시 저딴 한남충을 오빠랍시고 따르면서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보다는 내 진정한 가치를 찾아주는 페미니즘만이 인생의 진정한 구원이다 이기야."

돌아버리겠네.

일단 내가 알던 평소의 혜미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벽이 느껴져서 벌써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쟤는 대체 어쩌다가 저런 이상한 거에 물들어서 저러고 있는 거지?

잘은 모르겠지만 구원 어쩌고 하는 거 보니까 무슨 사이비 종교 비슷한 건가?

'일단 이대로 계속 말을 걸어도 비슷한 답이 돌아올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혹시 뭔가 더 힌트가 될만한 정보가 없나?

그러다가 문득 혜미가 해어지기 직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FFF급 페미헌터라는 거에 답이 있다고 했었지."

일단 집 안에서 그런 글자를 보진 못했으니 다른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텐데.

설마 싶어서 구글에 검색해보니까 소설 사이트가 나왔다.

잠시만 소설이라고?

'혜미가 이전부터 자기가 미래를 볼 때마다 소설 속 세계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잖아?'

그렇다면 설마 여기 보이는 이 FFF급 페미헌터라는 것이, 혜미가 미래를 볼 때 읽었던 그 책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지금 이 세상은 그 혜미가 코스트로 사용하던 '이형의 기억'에 해당하는 세상이고?

실제 우리가 살아가던 세상은 이 세상의 소설인 FFF급 페미헌터의 세상인 거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일단 저 소설에 뭔가 힌트가 있을 거라는 건 확실하네.'

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혜미인가?

별생각 없이 프롤로그를 클릭했더니, 내가 채린이를 특성을 사용해서 조교 하던 부분이 그대로 텍스트로 설명되어 있었다.

내가 주인공인 소설을 보는 것 같아서 왠지 묘한 느낌이 들었다.

"회차가 206회차까지 있는데, 그럼 설마 여기를 보면 미래가...."

그곳에는 혜미와 자궁의 맹약을 맺고 있는 내가 서술되어 있었다.

근데 이러면 미래가 아니라 과거까지만 서술된 책이잖아?

이러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 아닌가?

일단 혜미는 이걸 미래의 내용까지도 기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것들을 예지해서 우리를 도와줬었다.

그래서 아마 이걸 내가 바로 읽을 수 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

그리고 그녀가 본 미래에서는 내가 여기에 직접 오는 것까지 담겨 있었던 거고.

이제야 왜 혜미가 그렇게까지 나와 자궁의 맹약을 맺겠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반쯤은 그 예측이 빗나간 셈이네.'

여기 도착은 했는데, 정작 책의 내용이 거기까지 나와 있지 않잖아?

물론 내가 행동을 하는 것보다 다음 회차가 올라오는 것이 빠를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볼 필요는 있지만.

당장은 이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댓글은 또 왜 이래?"

보력지원은 또 뭐고, 여성 인권을 위해 이런 작품은 사라져야 한다느니....

왠지 아까 혜미가 했던 말투랑 굉장히 비슷한 애들이 몰려와서 난장판을 만드는 중이었다.

혜미가 그럼 쟤들이랑 비슷한 느낌이라는 건데.

아, 그러면 여기도 혜미랑 비슷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난리를 치고 있는 건가?

'오, 그럼 얘들을 추적하다 보면, 어떤 애들인지 알게 되겠네.'

상황을 깨달아야 혜미를 그 사이비 종교에서 구출할 텐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도 알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일단 혜미한테 말을 성급하게 말을 다시 걸기보다는, 이 집단이 뭐 하는 것들인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게 뭐냐...?'

거의 내가 아는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이 세상 모든 나쁜 것은 헌터라서 헌터가 멸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미친 새끼들 집단이랑 비슷한데?

그래도 걔들은 소수인 느낌이었지, 여기는 양지용 이름을 따로 굴리면서 활동해서 엄청난 메이져하게 활동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솔직히 좀 무서운데...?

"이걸 어떻게 격파할지 감도 안 잡히네."

일반적인 사이비처럼 직접적인 소통을 막은 것은 아니지만, 본인들이 귀를 닫고 있어서 소통을 막아버렸고.

따라서 평범하게 설득하려고 해도 상대는 들을 생각 자체가 없으니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를 거부감을 느끼고 가스라이팅이니 코르셋이니 하면서 나쁜 행위로 확신해버리는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대일 때는 해결법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존나 패서 그딴 개소리보다 생존 본능이 먼저 튀어나오게 만든 다음에 설득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저런 걸 생각하게 만든 것 자체가 자기 자신이 불행해서 그랬던 거니까,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걸로 해결해 주는 것.

"그럼 둘 다 하면 되겠네."

굳이 효과적인 방법이 두 개나 있는데 그중 하나만 선택할 이유는 없지.

혜미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정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서, 내가 혜미 방에 쳐들어가서 입을 틀어막고 존나 때린 다음에.

내가 평소에 하던 것처럼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식으로 그녀가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주고 나면 사이비 종교 따위는 머릿속에서 지워지겠지.

"흠, 하나 걱정인 게 있는데. 이건 지금 빨리 진행하면 해결되는 문제고."

문제는 혜미는 원래 'FFF급 페미헌터'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거다.

그럼 만약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이 생각을 미리 알아차려서 대응하게 되면 골치가 아파지잖아?

그렇다면 아직 다음 회차가 올라오지 않은 지금 상황을 끝내야 한다.

지금부터 절대로 그녀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을 만질 수 없도록 결박해놓고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뭐 하는 짓이야 이 한남충아! 빨리 안 나.... 꺄악!?"

"자, 치료 시작하자."

내가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자, 전체적으로 살이 통통하게 붙은 혜미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나는 그런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입을 틀어막고 결박하기 시작했다.

자, 혜미야 우리 정신 교육의 시간을 좀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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