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6 14장 - 유혜미(1)
공격은 하겠지만 책임의 소재를 여인위가 아닌 것처럼 위장한다.
어차피 한국에서야 그딴 개소리를 믿을 리 없으니, 여인위가 했다는 걸 무조건 알아차릴 거고.
다른 나라들 여론만 잘 안정화하면 되는 거니까 저런 식으로 한 거지.
어차피 저게 우리 헌터들에 막힐 거라는 건 알겠지만, 그냥 한국은 이상한 애들한테 그런 공격을 받게 되는 나라라고 이미지화를 시키는 거다.
한국 외에선 한국 이미지를 떨어트리고, 한국 내에서는 여인위를 거스르면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려는 것.
근데 이건 진짜 도발하는 느낌이라서 참기가 어려운데.
"일단 날아오는 건 전부 처리했어."
"...벌써? 요즘엔 헌터가 쏴서 좀 강하지 않나?"
"그래봐야 S급이지."
F급 헌터의 위엄을 보여주는 설아의 한마디에 나는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까 원래 등급이 하나 올라갈 때마다 헌터는 규격 외의 존재가 되는 법이고.
그런 만큼 F급 헌터가 넷이나 있는 우리는 무적이다.
"벌써 한국 쪽에 뉴스가 떴는데, 아예 대응에 관한 이야기가 없으니까 가짜 뉴스인 줄 아네."
"외국발 제대로 된 뉴스라면서."
"그래서 재생산 자체는 많이 되고 있는데, 슬슬 떨어질 때가 되어도 떨어지질 않으니까 또 속냐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
하긴 원래 이런 거는 오피셜이 제대로 뜨지 않으면 자기들이 생각하기 편한 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
물론 이 와중에도 여인위 소속으로 보이는 것들은 한국이 위험하다면서, 이건 지금 한국을 붙잡고 있는 박은혁과 그 측근들을 밀어내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미사일은 한국 근처에 오기도 전에 소멸했으니까 문제가 없....
"응?"
"뭐야. 발사했다던 무력 단체들에 미사일 떨어져서 난리가 났는데."
"경로 꼬아서 쏜 애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게 했는데?"
"설아야...."
그건 조금 악랄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물론 쏜 새끼들이 잘못이긴 한데, 결국 걔들 다 여인위한테 조종당해서 한 짓이잖아.
아, 근대 쟤들은 조종당하기 전에도 사람들 납치하고 그러던 쓰레기들이구나?
그 정도는 좀 괜찮긴 한데....
"가끔은 청소도 할 수 있어야 해. 물론 은혁 오빠가 사람이 착해서, 아예 죽는다는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피한다는 건 아는데. 우리가 하는 것까지 막는 건 오지랖이다?"
"알고 있어. 잘했다고 생각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거까지 너희들한테 가치관을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
뭐, 실제 시민을 다치게 하는 일이라면 막아설 수도 있는 거지만.
굳이 나쁜 놈들 조지겠다는 걸 방식 가지고 막는 건 확실히 오지랖이었다.
"근데 효과는 되게 좋은 모양이야. 저 소식이 들어오면서, 한국에서는 그냥 쟤들이 착각해서 한국에 쏜다고 생각한 걸로 사실상 확정되었던데."
아예 이런 사건은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것이 되는 것이 좋은 방향성이다.
아무리 우리가 압도적 무력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전쟁의 한복판인 나라라고 느끼면 약간은 불안해하는 법이니까.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여인위의 간첩들이 날뛰게 될 거다.
아, 그나저나 일단 도발을 당하긴 했으니까 우리도 갚아줘야 하는데 뭔가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
당하고만 사는 건 진짜로 성미에 맞지 않는데.
심지어 그 상대가 나쁜 새끼들이라면 더더욱 참을 수가 없다.
"우리가 여인위 있을 만한 곳들 가서 인간 병기로 다 조질까?"
"그랬다가 괜히 전 세계가 한국에 전면전 선포하면 귀찮아지잖아."
이기지 못할 가능성은 생각하지조차 않고 있었다.
다만 저 새끼들도 가만히 져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문제지.
자칫 여인위는 대부분 토벌하는 대신, 세계의 헌터 인력이 다 작살날 수도 있다.
전 세계의 모든 헌터로 우리를 막아서면, 결국 우리는 그 헌터들을 박살 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해서 전 세계의 헌터 보유 수가 급락하는 순간 정말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지게 된다.
이게 아무리 몇몇 헌터가 강해도 인원수로 밀어붙이는 던전 해결도 있는 법인데.
헌터가 씨가 마르면 전 세계에 대규모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서 단체로 패닉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녀석들은 그런 상황을 노려서, 우리가 던전에 정신이 없는 사이에 다시 지구를 빼앗으려고 하겠지.
그렇기에 무작정 무력만 믿고 상대를 다 처리한다는 선택지도 고를 수가 없는 상태였다.
괜히 우리가 훨씬 유리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도 저도 고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쟤들이 쓴 꼼수가, 자기들이 했다는 걸 모르게 하는 거잖아? 그럼 우리도 마찬가지로 모르게 하면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괜찮은 아이디어는 있어?"
누군가에게 떠넘기기를 해야 하는데, 쟤들은 서로 다 이어져 있어서 거짓말인 것이 빠르게 들통난다.
그렇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지 자연스럽게 쟤들을 엿먹일 수 있지?
그리고 그러면서 일반인들의 피해도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내 능력이 신체 개조가 가능한 치료인 건 알지?"
"엉."
"이걸 잘 이용하면, 내 세포를 이용해서 생체 병기를 만들 수 있거든? 병균 비슷한 것처럼."
"어...."
그걸 설마 살포해서 공격하겠다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 보이는 방식에 태클을 걸려고 했지만, 은하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헌터가 마력을 공급받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 같은 걸 넣는 거야. 많은 양은 만들 수 없겠지만, 아까 미사일 날아온 개수 정도는 준비할 수 있을걸?"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는 지역을 통해서 뿌린다면, 우리가 아니라 던전에서 나온 것이라고 착각하게 될 거라는 거다.
그럴듯한 방식이긴 한데, 결국 이렇게 보복하는 순간 답이 없어지네.
왜냐면 뭔가 데미지를 입히면 그 데미지가 무조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주잖아?
마력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는 비살상 공격도, 저런 던전 브레이크 중에 뿌리면 사망하는 헌터가 엄청나게 생길 거고.
뭐 잠이 드는 공격이어도 잠들어서 위험한 일을 겪을 수 있고.
내가 너무 신경 쓰는 건가?
"아니야. 이건 은혁이 네 말이 맞아. 내가 비살상만 생각하다가, 그 후속에 일어날 일까지 고민을 못 했어. 나도 하기 싫어 그런 건."
"결국 원점이네."
"화를 풀기 위해서 공격은 해야겠는데, 공격으로 피해는 입히기 싫다니. 그게 뭔 좆같이 아이러니한 소리야."
"끄응...."
사실 채린이의 말도 맞다.
지금 우리가 하는 건 세상의 존속을 건 싸움인데, 일부 피해까지 신경 쓰면서 싸우면 우리가 너무 불리해지긴 해.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란 말이지?
"엘프한테까지 먹히진 않겠지? 그럼 엘프만 공격하게 하면 되는데."
"직접 신체를 수정하는 거면 모를까, 그걸 통해 만든 병기로 잘못되게 하는 건 인간 S급 헌터가 한계라고 생각해."
그것보다 반 단계 정도는 위인 엘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 뒤로도 여러 방안이 나왔지만, 결국은 전부 효과는 미미한데 일반인들에 피해가 가는 것들이라 기각되었다.
이쯤 되니까 무조건 한 방 먹여줘야겠다던 결심이 사라질 정도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주인님."
"어?"
그떄 나를 부른 혜미가 굉장히 고민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고.
그 순간 혹시 그녀의 특성을 통해서 미래의 방법 같은 걸 찾았나 싶어 귀를 기울였다.
다만 혜미가 꺼낸 말은 미래를 확실하게 알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저랑 자궁의 맹약을 맺으면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일단 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겠다는 뜻으로는 이해가 간다.
근데 그게 자궁의 맹약을 맺어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건가?
왜 저렇게 확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전부터 혜미가 저런 식으로 말하면 대부분 정답인 경우가 많아서 믿어주고 싶긴 했다.
"음, 이게 제가 기억이 전부 다 있는 게 아니라서요. 하지만, 자궁의 맹약을 맺을 때 주인님이 많은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건 확실해요."
"그럼 대통령 마음 결정을 추출해 줄 테니까, 그거로...."
"아뇨. 기억이 많이 모여서 그거로 계약하면 10레벨은 도달할 거예요. 괜히 억지로 개화했다가, 자궁의 맹약이 나오는 방식이 바뀐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변수 줄이려는 건 여전하네."
혜미가 보는 미래 정보를 토대로 하는 말이겠지.
거기서 그녀가 기억을 대가로 10레벨에 도달하고, 자궁의 맹약을 맺었는데.
혹시 이게 바뀔 수 있으니까 자신이 아는 그대로 하겠다는 소리다.
"무슨 비틀림인지 안다는 거로 받아들여도 괜찮아?"
"기억의 비틀림이에요. 그리고 이건 절대로 바뀌면 안 되고요."
자궁의 맹약을 맺을 때, 상대에 따라 다른 비틀림이 발생하고.
그 비틀림을 해결하는 것으로 맹세를 증명해 자궁의 맹약을 완료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내가 모르고 있던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꽤나 있었지.
그런 것처럼 이번에도 내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거기서 해결책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좋아 해보자.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진행할게. 다들 우리 지켜줘. 미안해."
"그건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처럼 무드 없게 그러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제대로 해."
"응."
혜미를 따라서 방에 들어가자, 알몸의 혜미가 얌전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고.
나는 진중하게 그녀의 클리에 있는 피어싱에 키스해준 뒤, 항상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여러모로 혜미가 많이 도와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인님. 저야말로 고마워요. 이건 진심이에요."
혜미는 얼마 전에 곧 10레벨에 도달하면 입으려고 미리 제작해놨던 그녀의 전용 장비를 꺼내서 입었다.
아마 지금 10레벨에 도달하는 거니까, 기념 삼아 입고 싶었겠지.
비닐로 된 비키니지만, 내부는 전혀 보이지 않는 특별한 디자인의 장비다.
이것도 겁나 야한 느낌인 거 보니까 혜은이가 관여를 했겠네.
"읏...! 이거 9레벨 상태에서 오래 입으면 안 되겠네. 가슴이 강제로 부풀어서 터질 것 같아요."
"야, 벗고 나중에...."
"입고해야 해요. 그렇게 나와 있었어요. 나의 이름은 유혜미, 특성 시스템에 계약을 청한다."
파아앗!
혜미의 뿔에서 부드러운 빛무리가 흘러나오며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을 감은 혜미의 목소리가 주위를 압도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삼라만상의 이치가 무너진 이형의 기억, 그 기억을 대가로 나는 특성 레벨의 상승을 원한다."
멀쩡한 하나의 뿔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고, 그 빛을 천천히 혜미가 받아들일수록 마력이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난리를 치던 전용 장비의 가슴 부분이 안정화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혜미는 방금 10레벨에 도달한 이 정신 없는 와중에, 지금이라며 맹세를 시작해달라고 했다.
"기억이 지워지고 있어요. 이 기억이 다 사라져버리면, 주인님에게 지금보다 진심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럼 자궁의 맹약을 맺을 수 없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 알았어."
나는 꽤 긴장해있는 혜미의 몸을 붙잡으며, 괜찮을 거라고 위로했고.
그러면서 그녀의 부드러운 배꼽에 입을 맞췄다.
두근거리는 울림이 입술을 따라서 올라오고, 나는 그런 혜미의 고동을 사랑스럽게 느끼며 천천히 떨어졌다.
그녀 덕분에 이 상황의 해결책을 알아낼 수 있다면 좋지만.
사실 그것 이외에도 이번에는 목적이 있었다.
만약 그 '기억의 비틀림'이라는 게, 조금 더 이 아이에 대해서 아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많은 것을 나에게 숨겨왔던 이 아이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소중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가 이 사람의 삶을 책임질 것을 맹세합니다."
"주인님. 자지 주세요."
"아, 응."
신경 쓰지 않았는데도 커다랗게 발기한 자지가 혜미의 눈앞에 정차했고.
엄청난 사이즈에 압도될만한 모습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것이 익숙한 그녀는 오히려 그저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것에 입을 맞췄다.
포근한 감각이 귀두로부터 밀려오는 것과 동시에, 혜미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오직 이 사람에게만 임신할 것을 맹세합니다. 윽, 아아악!"
"혜미야!?"
"끄윽.... 주인님, 기억하세요. 'FFF급 페미헌터'. 거기 모든 답이 있을 거예요."
"너, 괜찮...!"
혜미는 괴로워하면서까지도 끝까지 나에게 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알려주려고 노력했고.
내가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새하얀 빛무리가 우리를 뒤덮으며 정신을 잃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