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90화 (191/289)

EP.190 12장 - 무릇 대통령이라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1)

"마력은 괜찮아?"

"뭐 대단한 적이라도 만났어야 힘들다고 하지."

혜은이는 이리저리 몸을 풀면서 내가 건네준 새로운 암기를 챙겼다.

암기를 던지는 순간 신체를 가속하는 것으로, 암기에 담기는 가속도를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적용한다.

혜은이가 가장 가성비 있게 신규 특성을 사용하기 위해서 터득한 방식이었다.

그 특징상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긴 했지만, 암기가 1회 만에 작살나는 문제가 있었고.

결국 그걸 내가 마술도구로 제작해 보급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일회용 무기 제작에는 그만한 방식이 없긴 하지.

워낙 화력이 강해서 손속을 두기 어렵다는 것만 빼면, S급인데도 전투는 조금 낮게 평가되던 혜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화력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확실히 이번 새로운 특성이 완전히 혜은이를 괴물로 만들어 놨네.

"손속 두기가 어렵네. 그래도 아직 죽은 사람은 없지?"

"어지간하면 내 치료로 응급 처치 정도는 가능해서 괜찮아."

'미러링'을 통해서 혜은이가 하기 어려운 서포팅은 전부 내가 담당하는 중이었는데.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은하의 치유 계열 특성이었다.

지금 우리를 덮치는 헌터들 중 대다수는 상황도 제대로 모르고 덤비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 혜은이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야, 이렇게 난리는 치는데 뉴스 하나도 안 뜨네."

"던전 브레이크라고 거짓말해서 사람들도 물린 녀석들한테 뭘 바래."

세뇌나 조교 같은 정신 조작 계열 특성이라면 녀석들도 조금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나 정도가 거의 제약이 없는 거지, 일반적으로는 제약이 심해서 일반인들까지 다 커버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나도 특성 적용 단위가 개인이라, 집단에 걸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너무 비효율적이긴 하다.

그냥 정보 제한해서 속이는 편이 훨씬 가성비가 좋지.

"그래도 외국은 자기들 일 아니라는 취급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이 많네."

오히려 한국이 이번 일로 좀 헌터 경쟁력이 약해지길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국경 따윈 신경 안 쓰는 심하게 영웅 같은 사람들이나, 여인위 산하에 있는 헌터들은 죄다 몰려온 상태지만.

그 정도야 충분히 혜은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애초에 그것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이지, 진짜로 목숨 걸고 싸우기 시작하면 훨씬 더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어지간한 수라면 엘프들이 몰려와도 문제없이 막아내겠지.'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자기를 드러내고 싸우러 와봐야, 패배한다는 결과 말고는 보이지 않을 텐데 자살하러 오는 게 바보잖아.

자기들 산하의 헌터야 소모품처럼 여기니까 보내고 있는 거고.

"근데 왜 굳이 이렇게 무력 행사로 나가는 거야? 너라면 일단 F급 헌터 정보부터 풀어서 여론전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뭐, 그걸로도 싸울 수는 있겠지만.... 솔직히 계속 정보 틀어막는 게 거슬리잖아."

국가에서 정보 통제를 하고 있으니까 정보 퍼트리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물론 무력이 생긴 이상, 진짜 대놓고 나가서 지랄해도 되니까 충분히 여론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쉬운 길이 있다면 그걸 쓰는 게 맞는 거지.

"쉬운 길?"

"그 여론을 누가 잡고 있다고 생각해?"

"기자나 언론사, 기업들에 압박을 넣을 수 있는.... 근데 그게 아니잖아."

"뭐 그런데 다 여인위 소속은 들어가 있어서 걔들이 막는 거지. 하지만 한국에는 여인위의 컨트롤 타워가 하나 있잖아? 그 컨트롤 타워만 먹으면 한동안은 여론 조작을 막을 수 있을 거야."

"컨트롤 타워라면 설마...."

"대통령 말하는 거 맞아."

임윤지 대통령.

국민들, 정확히는 대한민국 헌터들의 총애를 받는 대통령이자 여인위 소속.

그중에서도 현재 여인위의 대표를 맡은 '코코로'라는 엘프의 직속 좆집이었다.

말이 좆집이지 사실상 명예 엘프 수준으로 취급받는 몇 안 되는 인간이었다.

워낙 권력을 잘 잡아서 자리를 잡은 탓에, 그녀 밑에서 명령을 받는 엘프가 있을 정도였다.

침략자보다 더 지위가 높은 배신자라니, 생각만 해도 역겨운 년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솔직히 바로 깨부수고 싶은 스타일이거든."

차라리 처음부터 여인위가 세뇌해서 쓰던 녀석이라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력을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정이 뚝뚝 떨어지더라고.

여인위라는 단체에 대해서 알게 된 그녀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권력을 잡기 위해 자기가 먼저 손을 엘프의 클리로 가져갔으니까.

"창녀 같은 년 같으니라고."

클리 잘 빨아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셈이었다.

투표 당시에도 투표가 주작이 있다던가, 다른 후보의 단점이 너무 많이 폭로된다거나 이상한 말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 보면 그게 죄다 여인위가 진행했던 공작이었다.

자기들 좆집을 대통령 자리로 올려서 대한민국 컨트롤 타워로 쓰기로 했던 거지.

"대한민국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그렇게 연설했으니까, 대한민국을 위한 전용 창녀 정도로 떨어트려 주려고."

"진짜?"

"난 별로 가지고 싶지도 않아.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망가지면 국민의 혈세 처먹은 값을 몸으로 갚게 해야지."

물론 그건 최종적으로 모든 상황이 해결되었을 때의 일이긴 하다.

그전까지는 우리가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는 것에 잘 써먹어야지.

여인위라는 단체의 특성상 정보 차단을 위해 정보 전달이 단일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하나를 점령해서 정보를 조작하기 시작하면, 한동안은 우리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 거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대한민국의 여론을 잠시만 우리 쪽으로 가져오면, 가지고 있던 정보나 상황을 고용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한국만 제대로 동작하는 형태로 바꾸어 놓는다면, 다른 아이들이 던전을 나올 때까지 버티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대부분 우리의 약점은 한국에 있는 만큼 한국만 정복하면 그 약점들 대부분을 극복할 수 있거든.

그럼 최소한 장기전으로 갈 때의 리스크 정도는 많이 줄일 수 있다.

"권력 같은 게 뭐가 좋아서 그렇게까지 하는지...."

"그러게, 말이다."

"역시 은혁이의 극대 쥬지로 진짜 행복을 알게 해줘야 정신을 차리겠네."

"제발 싸우면서 천박한 소리 좀 그만해."

그런 소리를 자꾸 하니까, 쟤들도 내가 널 진짜로 최면 세뇌한 줄 알면서 발악하면서 싸우잖아.

솔직히 나 같아도 네가 하는 소리 보면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거 같아.

내 이미지도 좀 생각을 해줘라.

"그치만 시시하잖아. 엘프 정도는 나와야 싸울 만할 것 같은데."

"어허, 헌터가 가장 조심해야 할 말 아니야?"

"그렇긴 한데.... 이게 F급 헌터라는 게 내가 생각했던 예상치보다 훨씬 쌔더라고."

이런 사람들이 3명이나 들어갔는데, 아직도 클리어 하지 못하는 던전은 대체 뭐 하는 난이도냐는 말까지 나왔다.

아마 시간을 벌려고 했을 테니, 여러 요소로 시간을 질질 끄는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물론 난이도도 역대급이긴 하겠지만.

"청와대를 이런 식으로 테러하듯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저도 그런 미친 사람이 있을 거라고도 예상 못 했죠."

"임윤지 대통령."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그녀를 찾으러 오는데도 당당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 어처구니가 없다.

깡이 좋다고 해야 하나?

"이걸 도망치지 않을 줄은 몰랐는데요."

"도망쳐 봐야, 위치 찾으실 수 있잖아요?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오호...."

그럼 여인위의 미래를 위해서 자결이라도 하시지.

하긴 자기 권력을 위해서 자신의 몸은 물론이고 세상까지 팔아먹는 인간인데, 그렇게 쉽게 죽어줄 리가 없지.

그나저나 무슨 속셈이길래, 자기 밑의 엘프조차 부르지 않고 이러고 있는 걸까.

"어차피 여기를 점령하셔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래봐야 한국만 멸망하고 끝일 뿐입니다. 어차피 이미 다른 나라의 여인위와 관련된 자료는 모두 폐기되었으니, 여기서 정보를 얻어서 뻗어나가는 것도 무리고요."

"흐음, 자신만만하네. 뭐라도 딜할 게 있어서 그러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박은혁씨, 저는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안?"

"여인위 밑으로 들어오시지 않겠습니까?"

"뭐?"

저년은 지금 나한테 진심으로 저딴 소리를 하는 건가?

너무 황당해서 미친년 보듯이 쳐다봤더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며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노리는 바를 던졌다.

"뭐, 당신 생각대로 전 쓰레기에요. 인간인 주제에 엘프 밑에 기어들어 가서 세상을 팔아먹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이건 결국 제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생존 방식?"

"그 시절에는 여인위한테 이 세상이 이길 방법 따위는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거든요. 그럼 빠르게 포기하고 제 살길을 찾아야죠."

"그걸 변명이라고 해?"

"그냥 말씀드리는 겁니다."

인간은 엘프보다 낮은 수준의 각성자만 만들어질 수 있고.

따라서 이 싸움에서 인류가 이기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명예로라도 엘프가 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인위에 들어오셔서, 명예 엘프가 되세요. 저처럼요."

"그 미친 엘프들의 장난감이 되라고?"

"되는 척 하는 거죠. 당신이라면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어요."

결국 엘프는 인간처럼 0레벨이라는 특성 레벨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반대로 절대로 엘프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

0레벨에 도달하는 헌터만 꾸준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면 말이다.

"내부에서 뒤통수 후리고 엘프가 이제까지 해온 모든 것들을 저희가, 아니 인간이 먹어 치우는 거죠."

"하, 박쥐 같은 년이네."

"더 강한 쪽에 붙어야 살아남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요."

과연,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도망치지 않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녀 나름대로는, 내가 이걸 거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겠지.

하지만....

"거절할게."

"당신이 세뇌될 가능성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특성을 이용해 신체와 정신의 시간을 분리하면, 세뇌당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미러링이라고 했나요? 그 특성으로 제 특성을 복사하면...."

"그런 이유로 거절하는 게 아니야."

첫 번째, 남자가 되어서 다른 좆에 굴복한 척이라도 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그런 자존심 상하는 짓을 하라고? 절대로 사양한다.

두 번째, 그딴 짓을 한다는 건, 결국 엘프들이 한 짓을 인간이 물려받아서 똑같은 쓰레기가 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잖아. 존나 좆같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난 네가 마음에 들지 않거든. 너랑 같이한다면 좀 더 괜찮은 일이라도 사양이야."

소싯적의 당신은 '영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당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는 '빌런'에 불과하거든.

내 취향은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영웅'들을 향하고 있다.

즉, 넌 내 취향 밖이라는 거야.

"하, 너라고 다른 것 같아? 너도 결국은 네 기분을 위해 헌터들을 성적으로 농락한...."

"뭐, 언제 내가 빌런이 아니래? 그냥 내 취향 이야기한 거야."

나야 당연히 영웅이 되고 싶은 빌런 수준이지.

그런 건 악행을 품어왔던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근데 그거랑 상관없이 내가 영웅들이랑 함께 하고 싶다고.

내가 내 취향대로 움직이겠다는데 왜 지랄이지?

"아, 그리고 네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네. 아마 네가 정신 조작에 면역이라서 나랑 대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아무리 네가 정신 조작이 면역이어도, 다른 방식으로 조교 해서 망가트리면 끝이야.

나랑 혜은이가 매달리면 어떤 현자도 암컷으로 타락시킬 수 있거든.

그게 바로 네가 도달할 미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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