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83화 (184/289)

EP.183 11장 - 유혜은(2)

입술에 닿아 있던 화끈한 감각이 사라지며, 갑자기 완전히 달라진 시야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장소나 옷차림이 바뀐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신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었다.

가지고 있던 마력 대부분이 사라지고, 일부 특성이 봉인되어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설아 때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아예 쓰지도 못했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면 양호한가?'

하여튼 이 정도면 내가 5레벨 수준이던 시절에 가지고 있단 마력 양인 것 같았다.

아마 특성도 6레벨 이후에 얻은 것들은 사용할 수가 없는 거겠지.

이런 제한이 걸릴 수도 있는 거구나?

"핫♡ 하아앙♡ 부아악♡"

"응?"

그리고 방금까지는 마력에 집중하느라 깨닫지 못했지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앞에서 가슴이 쪼그라든 유림이가 가버리면서 정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왜 혜은이의 비틀림을 해결하려고 왔는데 유림이가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아, 가슴이 쪼그라든 게 아니고, 작은 거구나. 설마 이거 과거인가?'

설아 때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내가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 되돌아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 장소도 옥상이네.

아마 유림이랑 섹스하던 날짜로 돌아오게 된 모양이었다.

"유림아?"

"하아, 하아.... 존나 쩔어. 시발 네 자지는 최고야."

"어, 그래.... 칭찬 고맙다."

이때도 유림이는 톤만 더 싸가지 없는 톤이지, 자지에 중독된 건 마찬가지였네.

그나저나 5레벨에 유림이랑 섹스하던 때로 돌아온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평범하게 생각하면....

"뒷구멍은 안 조져 줄 거야?"

"어? 아, 나도 슬슬 쉬어야지."

"그, 그래도...."

"미안하다. 나중에 해줄게."

"아, 알았어. 하긴 내일 던전도 가야 하니까."

내일 던전을 간다?

그러니까 내가 5레벨인데다, 옥상에서 유림이랑 떡치고 나서 다음날 유림이가 던전을 가던 날이라는 거지?

그럼 바로 떠오르는 날짜가 하나 있긴 했다.

왜냐면 그날의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잊기가 힘든 날 중 하나니까.

'혜은이랑 만난 첫날이네.'

그 순간 느껴지는 인기척에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여기서 나는 누군가에게 들켰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서, '해줘' 특성을 이용해서 나랑 섹스하러 나와달라고 명령을 내렸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혜은이가 나와서, 야한 만화에나 나올법한 대사를 하며 강간해달라고 끼를 부렸지.

다만 이번에는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면 '맹세의 증명' 도중에는 내 특성을 대상에게 나쁜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기존에 그걸 이용해서 만든 호감도도 무력화되니까.

그래서 그런 식으로 혜은이를 찾는 건 무리지만, 나는 이미 혜은이가 어디 숨어서 여길 보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기존과 다르지 않다면 저기 있는 건물 위 쪽의 공간에서 보고 있을 거다.

그럼 일단은 그쪽을 바라보면서....

"거기 있는 거 압니다. 내려오시죠.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

"유혜은씨."

그렇게 말해도 반응이 없길래, 이름까지 부르고 나서야 마력을 흘리며 반응했다.

아마 지금 정신을 가속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겠지.

근데 원래 혜은이랑 내가 만났을 때는 저런 반응이 있었나?

내가 특성으로 조종해서 내려오게 했기에 다른 느낌인 걸지도 모르겠지만, 혜은이 성격상 그거 없었어도 내려와서 변태적인 말을 내뱉었을 것 같은데.

"박은혁 매니저죠?"

"아, 네."

순식간에 뛰어내리더니, 내 앞에 서서 날카로운 눈으로 날 훑어보는 혜은이에게서 굉장히 낯선 감각을 느꼈다.

아무리 이 시점에서 내가 혜은이와 접점이 없다지만, 얘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닐 텐데?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당신, 어떻게 남성인데 특성을 사용할 수 있죠? 범죄자 중에 남성으로 위장한 각성자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건가요?"

혜은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굉장히 정상적인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은하랑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까지 정상적인 대사를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당신 누구야, 내가 알던 혜은이는 어디로 간 건데?

[대상에게 남아 있는 비틀림을 바로잡아, 당신의 맹세를 증명하십시오.]

[기억의 비틀림: 대상의 기억이 본래와는 다른 상태로 변화하고, 당신과 이어지기 이전의 시간대로 돌아갑니다. 다시 이어져서 서로의 마음을 증명하십시오.]

뒤늦게 상황이 다 진행되고 나서야 알려주는 시스템이 굉장히 얄밉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지금 혜은이가 가지고 있는 기억, 즉 살아온 행적은 내가 알고 있던 혜은이와 다르다는 거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성격이나 취향이 너무 많이 비틀린 거 아니냐?

좀 심하네.

원래 내가 아는 혜은이었으면, 특성을 쓰다 말아도 내가 능력 써서 강제로 범한다며 M자로 다리 벌리고 박아달라고 하는 성격이었는데?

하여튼 그렇다고 지금 달라진 혜은이에게 그 시절처럼 대하면 좋은 결과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설득하는 수밖에 없겠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레귤러 비슷한 것 같은데, 들키면 어디 잡혀가서 연구라도 당할 것 같아서 숨기고 있었습니다."

"...방금 그건 합의하고 했던 관계겠지요?"

"조금 변태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옥상에서 그렇게 하는 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기도 하고, 자칫하면 헌터들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조심해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내가 미신고 각성자라는 점이나 옥상에서 섹스한 것 자체는 일단 넘어가 주려는 모양이었다.

되게 까칠해 보여도 성격 좋은 건 혜은이랑 다를 바가 없긴 하네.

하긴 아무리 살아온 경험이 달라도 같은 사람이니까.

"그, 그리고."

"네?"

"옷 좀 입으세요."

"아...."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혜은이는 부끄러워하면서 시선을 돌렸고.

내가 아래를 확인했더니, 덜렁거리는 자지가 힘껏 솟아올라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10레벨인 자지보다는 훨씬 작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화들짝 놀랄만한 크기긴 했다.

"죄송합니다. 미처 배려한다는 걸 잊어먹었네요."

"하, 아닙니다. 애초에 어쩌다 보니 목격한 건 제 잘못이죠. 두 분은 누구 보여드리려고 했던 것도 아닐 텐데."

아니 시발 진짜 혜은이가 저러고 있으니까 느낌이 너무 이상하잖아.

사실 원래 내가 혜은이랑 친해지기 전에 생각하던 모습은 저런 느낌이었긴 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까 변태인 걸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더 명랑한 느낌이었다.

근데 지금은 그냥 좀 기존에 상상하던 이미지 그 자체라서 뭔가 까칠한 느낌이다.

'대체 뭐가 바뀌면 사람이 이 정도로 역변하지?'

아니면 그렇게까지 많이 변한 건 아닌데, 나랑 어색한 사이라서 저러는 건가?

하지만 나랑 애매하게 알던 시절에도 저렇게까지 까칠하진 않았는데?

원래는 좀 사람이 친근감 있는 느낌이었다.

"근데 유혜은씨는 왜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좀 생각할 게 있어서요."

"뭔가 고민이나 말 못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한테라도 털어놓으세요. 어차피 저를 바로 감옥에 가둘만한 비밀도 가지고 계시니까, 저만큼 만만한 말 상대도 없잖아요?"

"후후, 지금 같은 팀원도 아닌데 매니저 노릇 하시려는 거에요?"

"아뇨. 이렇게 만난 건도 인연이고, 인연이 있으면 친구라던데. 친구 노릇 좀 해보고 싶네요. 안 친하긴 해도, 앞으로 친해지면 되는 거고."

"그런 말로 사람 좀 많이 꼬셔보셨나 봐요?"

"아뇨. 의외로 이거로 넘어오는 사람은 잘 없던데요. 이거면 몰라도."

"...변태."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했던 농담이긴 한데.

장난스럽게 받아주던 그녀도, 아까 그 크기를 생각했는지 좀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혜은이가 야한 거로 저런 반응을 느끼니까 뭔가 새롭네.

"친구라.... 은혁씨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물여섯입니다."

"아, 진짜 동갑이긴 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정말 혜은이가 말을 놓아주진 않았다.

확실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거리감을 많이 두는 느낌이네.

성적인 부분도 원래 혜은이랑 다르게 평범한 정도의 지식만 알고 있는 모양이고.

뭔가 이 상태에서 기존만큼이나 친해질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막막했다.

'쉬운 난이도로 주지는 않겠다 이거지.'

그래도 아까 뭔가 고민이 있는 거냐는 듯 떠본 것 자체는 정답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것이 아니라며 둘러대도 되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고 나이 이야기로 넘어간 것을 보면 고민하는 중이겠지.

근데 혜은이가 원래 뭔가 고민이 많던 성격이었나?

그나마 혜미랑 관련된 것에 있어서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했지.

혹시 이쪽에서는 혜미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뭔가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주는 식으로 친해지면 좋을 텐데.

"하여튼 친구니까.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세요. 아무한테나 말 못 하는 비밀 이야기도, 저한테는 해도 혼자 간직할 테니까."

"입 무거우신가 봐요?"

"뱉으면 저도 좆되는데 조심해야겠죠."

혜은이는 옥상 끝에 걸터앉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운을 띄웠다.

분명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는 것도 맞고 보람도 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자신의 팀원들이 사고는 쳐도 자신에게 잘해줘서 불만도 없는데도.

그런데도 뭔가 답답하고 심심한 느낌이라고 설명하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어요. 어쩌다 보니 헌터가 되고, 비슷한 등급들에서 유리하려고 매니저 자격증도 따고.... 이 직업에 자부심도 있고 나름대로 즐거움이나 보람도 느끼고 있는데. 그래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에요."

"확실히, 어디 가서 말하면 뉴스에서 가십거리로 씹을만한 내용이긴 하네요. 유채린 팀의 매니저인 유혜은은 우울증? 믿고 매니징을 맡겨도 괜찮은가. 이런 느낌의 제목의 뉴스가 나올 것 같아요."

"그렇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보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영웅으로서, 헌터로서 충분한 자격을 가진 게 아닐까 싶네요."

"정말요?"

"네."

원래 직업 하나로 모든 것이 충족되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는 법이다.

아마 저런 고민이 나온 것 자체가 자기가 역량 부족이라는 생각을 하겠지.

왜냐면 쟤 옆에는 저거보다 더 심각한 미친년이 하나 있잖아.

은하라는 자기 비하 끝판왕 옆에서 지내는데 우울증이 옮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냥 취미를 찾지 못하셔서 그런 거죠."

"취미라.... 근데 딱히 흥미가 가는 건 없더라고요."

채린이는 사람 모아서 술 마시는 게 취미고, 은하는 봉사활동 다니는 것이 취미인데.

그것에 어울리는 거나 그 이외에도 여러 활동을 해봤지만, 자신이 맞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 그나마 좀 마음에 들었는데, 헌터라는 직업 특성상 집을 오래 비워서 포기했단다.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취향에 맞는 취미는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는 거네요."

"그렇죠. 근데 사실 취미 때문에 이 허전함이 채워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가?

물론 혜은이는 어린 시절에 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으니, 그 허전함을 여전히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혜은이는 저런 허전함을 혜미를 키우느라 느끼지 못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나는 굳이 취미 쪽으로 생각해서 말을 던졌던 거다.

"그나저나 유혜은씨는 동생 있지 않아요? 뭐, 가족이 있다고 꼭 허전함이 채워지는 건 아니겠지만. 서로 친하게 지내면...."

"아뇨. 저는 혼자 살고 있는데요? 원래 여동생이 있긴 했는데,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함께 죽었거든요."

"...예?"

잠시만, 그러니까 지금 이 세상에서는 혜미가 없다는 소리야?

나는 상황이 상상하지도 않고 있던 전개로 진행되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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