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60화 (161/289)

EP.160 8장 - 서은하(1)

성당의 종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밝은 얼굴의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모습을 보니까, 가라앉은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처음 오는데도 이렇게 진정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장소였다.

"아, 자기야."

"은하야."

수녀복을 입은 은하가 웃으면서 나를 맞이해줬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웅, 완전 공감해'를 통해 전해져 왔고.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 특성을 꺼버렸다.

지금은 이런 특성에 의지하지 않고 부딪혀야 할 때다.

"어제는 제대로 잤어?"

"잤다고 하고 싶지만.... 그닥."

"큰일이네, 설아는 여전히 상태가 별로야?"

"그대로야. 사실 악화가 되지는 않아서 다행이지."

"미안, 내가 가능하면 계속 옆에서 봐줘야 하는데."

"혜미가 봐주고 있으니까 괜찮아. 오늘은 미리 약속이 잡혀 있었던 거잖아?"

"그래도. 설아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아마 어제의 나였다면 일단 은하한테 달려와서 울고불고하면서 도와달라고 난리를 쳤을 거다.

지금 설아를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은하 말고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치사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은 어제 바로 달려가서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어."

"......."

"근데 혜미가 말리더라. 그건 아니라고. 은하 너한테 예의가 아니라고."

맞는 말이었다.

그저 은하가 설아를 치료해주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면, 당연히 계속 매달리면서 부탁을 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은하가 벌써 치료해줘서 설아가 멀쩡해졌겠지.

하지만 내가 부탁해야 하는 것은 은하가 내 아이를 임신하는 것이었다.

은하의 성격상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부탁하면 무조건 받아들이겠지만, 그걸 알면서 그러는 건 더 나쁜 짓이잖아.

그렇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했다.

"솔직하게 말할게. 너랑 이렇게 빨리 아이를 낳자고 할 계획은 없었어. 물론 네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안 그래도 논란이 많은 너에게 임신이라는 짐까지 넘기고 싶지 않았어. 이건 진심이야."

"알아. 그래도 채린이한테 할 때처럼 막 그럴듯한 말로 꼬시진 않네?"

"그건...."

은하는 당연한 것을 가지고 굉장히 칭찬하면서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방금까지 성당 소속 고아원 아이들과 놀아주다 와서 그런지 아이를 다루듯이 나를 다뤄주고 있었다.

아니 내가 무슨 아기도 아니고 '아주 칭찬해'를 박아버리네.

"난 이제 알고 있어. 자기가 날 좋아한다는 걸."

"그거야 그런데...."

"그러니까 아기를 언제 가지든, 나는 자기가 편한 대로 하면 상관이 없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당장 은하가 아기를 가져야만 설아를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말하지만, 그냥 임신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자궁의 맹약'을 통한 임신이다.

자궁의 맹약 특성상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고.

"그, 그리고 또...."

"괜찮다니까. 자기가 나한테 뭐라고 그랬지?"

"어?"

"자기라는 호칭을 쓰기로 했을 때 말이야. 우리는 하나라고 했잖아. 맞지?"

"어...."

그러니까 우리는 하나.

즉 박은혁이 원하는 일은 서은하가 원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설명.

은하는 오히려 자신도 그 말을 나한테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나는 임신해서라도 설아를 구하고 싶어. 자기도 그런 거 맞지?"

"응...."

은하는 나에게 짧게 키스하더니, 웃으면서 나를 꼬옥 안아줬다.

아무리 그래도 성당 앞에서 이러고 있으면 다들 쳐다보지 않을까?

물론 은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예전이랑은 완전 반대가 되어버렸네."

"사람이 언제나 강한 건 아니니까. 약한 자기야도 항상 반짝반짝 빛난답니다?"

"고마워."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하랑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지는 몰랐네.

나한테 괜찮다면서 계속 토닥여주는 그녀의 손길에 처음으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밤 내내 자지 못했던 피로감이 우르르 쏟아지며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다.

은하는 자연스럽게 벤치에 앉더니, 나를 반쯤 눕혀서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베개 삼아 기대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은하는 계속해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달콤한 유혹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조금만 자고 생각하자."

"아, 안돼...."

"어차피 자궁의 맹약을 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잖아. 아무리 설아 때문에 우리가 맹약을 맺는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진지하게 해줘야지?"

"그건, 그런데.... 끄응."

뭔가 반박을 하고 싶은데, 워낙 잠을 자지 못해서인지 제대로 된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은하는 쓰다듬는 것을 넘어 다른 손으로는 나를 토닥이면서 자장가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귓가에서 울리는 부드러운 노랫소리는 잠을 방해하기는커녕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포근하게 안아줬고,

내 정신은 천천히 암전하기 시작했다.

F F F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면서, 살짝 어질어질한 감각이 머리를 뒤흔든다.

희미하게 뜬 눈에서 시야가 돌아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머리에 닿고 있는 푹신한 감각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것이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아기 맘마통임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베개처럼 사용하던 내가 아기가 된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은하야...."

나는 아기 맘마통의 주인을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그녀는 곤히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나한테는 편한 베개를 제공해주더니, 정작 자신은 불편하게 고개를 꾸벅거리면서 졸고 있다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착한 아이였다.

"우응...?"

졸면서도 반짝거리는 그녀의 외모를 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뺨으로 손이 갔다.

아기처럼 부드러운 뺨을 한동안 조물조물하면서 장난치자, 그 손길에 깨어난 은하가 웃으면서 나를 꽉 껴안았다.

솔직히 말해서 가슴이 너무 커서 질식할 뻔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아, 자니까 어때? 좀 낫지?"

"그러게. 이상하다 몸까지 너무 개운한데?"

"그건 이제 내가 특성을 걸어놨으니까. 근데 이 특성으로도 잠 부족은 못 고친단 말이야."

하필 설아가 걸린 저주가 영원히 잠드는 종류였기에, 어제는 정말 잠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꾸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그나마 은하가 도와준 적에 이 정도라도 잘 수 있었던 거겠지.

나는 은하의 볼에 짧게 뽀뽀해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우리 은하 너무 예쁘다."

"요즘 좀 반짝이지?"

"응. 눈이 부실 정도로."

내 말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얘가 말하는 반짝인다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나를 뜻하는 거겠지.

우리는 하나니까.

"우리는 하나라...."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밥이나 먹고 갈까?"

"괜찮겠어? 바로 가서 맹약을...."

"지금부터 싸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밥 정도는 든든하게 먹어야지."

사실은 무지하게 불안하다.

이렇게 하루의 시간을 더 보낸 것만으로도 혹시 설아가 잘못될까 봐 걱정된다.

하지만 은하의 말대로 그렇다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면 정말 다 망칠 수가 있어.

'최대한 빠른 건 좋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일을 망치면 안 되는 거니까.'

지금만큼은 설아가 버텨줄 거라고 믿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식욕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국밥을 한 숟가락 떠서 먹고 나니까 2그릇까지 싹싹 비워서 들어갔다.

아마 설아가 쓰러진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렇겠지.

"나는 진짜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뭐가?"

"예전엔 진짜 내 주변에 이상한 사람만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랬어?"

"응, 너도 포함해서."

그래서 대체 왜 내 주변에는 평범한 사람이 없냐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제야 뒤늦게 깨닫게 된다.

방금까지 나를 보듬어준 은하는 물론이고, 밤에 나를 질책하며 판단을 도와준 혜미에, 나를 돕다가 결국 이런 사고를 당한 설아까지.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존재 자체가 축복인 사람들이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은하의 집으로 돌아와서 설아의 상태를 살폈다.

혜미가 별말 없는 걸 보면 아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모양이다.

은하와 나는 설아에게 꼭 구해주겠다고 기도하듯 말해준 뒤에 거실로 빠져나왔다.

"무드 없는 상황이라 미안해."

"괜찮아. 아까도 말했지? 나도 설아를 구하고 싶다고."

은하는 자리에 앉아서 웃으면서 내 고백을 받아줄 준비를 마쳤고.

나는 마술도구로 만든 꽃다발을 내밀면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거론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이게 한계였다.

"내 머리 장식이랑 같은 꽃이네...."

"사랑하는 은하야."

"응, 자기야."

"나를 위해서 임신해줄 수 있겠어? 너와 나로 이루어진 아기를, 낳아줄 수 있겠니?"

나는 그렇게 고백한 뒤 눈을 감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멈춰 있었고.

은하는 내가 내밀고 있던 꽃다발을 가져가더니, 대충 던져놓고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당연하지, 사랑하는 자기야."

"은하야...."

"자, 이제 슬슬 시작해야지?"

은하 옷을 한 겹씩 벗어던지자, 반짝이는 살결이 조명에 비치면서 눈이 부셨다.

진짜 오늘은 서큐버스가 아니라 성녀 그 자체네.

어떻게 나체를 보는데도 음심보다는 경외심이 차고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지?

나는 그 묘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그녀를 모시는 듯한 기분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며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가.

금방 진정하고 그녀의 배꼽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흣♡"

"제가 이 사람의 삶을 책임질 것을 맹세합니다."

이 생각은 예전에 은하를 그렇게 몰아 붙여가며 구하려 했을 때부터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의 길에 벽이 생긴다면 내 인생을 부딪쳐서라도 지나갈 수 있도록 부숴버릴 것이며.

그녀가 쓰러진다면 내가 안아서라도 데리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 성녀의 배에서 시작한 성스러운 빛이 따뜻하게 나를 비추고.

그 성녀는 내 몸을 일으켜주더니, 자신을 낮추며 무릎을 꿇었다.

그 성녀의 아름다움에 감복한 내 자지가 흉측할 정도로 크게 발기해 달랑거린다.

"자기의 자지는 여전히 반짝거리네."

"우리의 자지라며?"

"그러게. 그럼 우리의 자지에 대고 맹세해야겠네? 쯉♡"

은하의 따뜻한 입술이 자지를 살짝 먹어 치우며 따뜻한 감각을 전해왔다.

평범한 뽀뽀면 될 걸, 굳이 자지랑 딥키스를 해주는 요망함에 자지가 더 커지려고 했고.

그녀의 혀는 그걸 바란다는 듯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귀두를 괴롭혔다.

"히히, 기분 좋아?"

"안 좋을 리가."

"솔직해서 좋다니까. 그럼 나도 솔직한 말 하나 내뱉어야겠다."

"어?"

"오직 이 사람에게만 임신할 것을 맹세합니다."

심지어 아직 장난이 끝나지 않았는지, 그녀는 윙크하며 계속 자지를 쪽쪽 빨아댔고.

나는 결국 그 사랑스러운 접촉을 참지 못하고 정액을 내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은하는 예상했다는 듯이 그 정액을 빨아들여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삼켜냈다.

"하응♡ 사랑 에너지 충전 완료. 이제 가자."

"그래."

우리 사이에서 터져 나온 새하얀 빛이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우리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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