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20화 (121/289)

EP.120 1장 - 자궁의 맹약(6)

솔직히 내가 시도하려는 행동이 굉장히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래 계획처럼 아이들을 마스터들 밑에 두고 스파이로 쓰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방향성이겠지.

하지만 그 아이들이 그걸 싫다고 한 이상, 그걸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후우, 제발 방법이 있어라."

물론 그 모든 것은 돌아가더라도 방법이 있을 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지금 나는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주의 집에 찾아온 상태였고.

천천히 문을 열어준 공주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커피만 마시고 말 안 할 거야? 여보, 항상 말하지만 나한테 의지해도 괜찮다니까?"

"이미 어렵다고 결론 난 걸 물어보려는 거니까 그렇지."

"어려운 거?"

공주는 대체 내가 뭘 물어보려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네.

일단 어떻게 된 상황인지부터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나으려나?

"일단 상황부터 말해줄게. 배빵이, 몸빵이, 죽빵이의 마스터가 정해졌어."

"그래? 그럼 이제야 마스터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낼 수 있겠네. 나도 정확한 건 전해 받질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응, 그런데 이제 그 마스터가 딱 하나라는 문제가 있었어."

심지어 그 마스터가 신입이라 정보 수집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와.

아이들도 막상 마스터의 밑으로 들어가려니까 아주 싫어하고 있다는 말까지 전했다.

이건 최대한 빌드업을 깔아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세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일단 마스터들한테 아이들을 보내는 것까지는 할 생각이야. 하지만 아이들이 거기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건 포기하고 싶어."

"마스터에게 선물하겠다는 뜻이야?"

"설마. 그게 아니라 마스터에게 넘기기 싫다는 거지. 마스터를 제압하고 싶어."

"하지만 저번에 내가 말했던 거 기억하지? 마스터들은 일반적인 10레벨보다 강해서 우리가 이길 수 없을 거라고."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일반적으로 그런 커다란 벽이 있다면 굉장히 걱정하는 기색을 보여야 하는데.

공주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별로 위험하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건 분명 뭔가 해결 방법이 다음부터 나올 예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10레벨, 그것보다 강해질 방법이 있는 거지?"

"여보가 눈치가 빠르네.... 하아, 이건 진짜 원하지 않던 전개인데."

"부탁할게."

잠시 고민하던 공주가, 뜬금없이 저번에 우리가 했던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공주의 처녀막을 설아에게 옮겨서 따먹었던 그 체위를 이야기하는 거겠지.

그때 나는 공주가 다른 정실들에게 너무 질투하지 않는 것이 묘해서, 그걸 이용해 벽을 넘을 수 있나 실험해봤었다.

"그거 말인데. 사실 상대가 설이 언니라 그렇지, 기본적으로 다른 분들은 항상 질투하고 있어."

"그랬어? 하지만 굉장히 친하게 지내려고도 하고, 별로 질투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잖아."

"그야, 제일 중요한 자리는 내가 가장 먼저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뭘 차지한다는 거야?

나는 순간적으로 질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왔지만, 쭉 이어나가면서 설명을 하는 듯해서 참고 설명을 들었다.

"여보가 생각한 것이 맞아. 사실 나는 이미 마스터들보다 강해지는 방법. 정확히는 10레벨의 수준을 넘어설 방법을 알고 있어."

"뭐?"

"아직 경험한 사람이 없어서 11레벨이 되는 건지, 아니면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몰라. 사실 정말 강해지는 건지도 잘은 모르지만, 마스터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지."

그러니까 지금 공주가 말하는 건, 사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레벨의 한계가 10이 끝이 아니라는 건가?

그리고 그걸 통해 마스터보다 강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거고?

그럼 대체 이제까지 왜 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건데?

"음, 그건.... 일단 이 방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부터 말해줘야겠구나."

마스터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완벽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여인위와 직접 싸워왔던 만큼, 미래의 우리는 여인위가 어떻게 인류를 억압해왔는지 조금씩 알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모든 여성에게 행하는 자궁 안정화 시술이야. 일반적으로 각성자들의 몸을 여린 아이가 견디지 못한다는 이유로 태어난 여자아이들 몸에 미리 시술되는 거 알지?"

"어, 그런 게 있었지. 남자들 포경처럼 하지 않으면 불법이었나?"

"그게 우리 몸에 여보의 정액이 들어오면 끓어버리는 이유야."

"뭐?"

파이즈리를 할 때처럼 마력과 마력의 충돌로 인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그런 신체로 개조해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이 각성해서 마력을 보유하면 발동하기 시작하며, 만약 마력이 담긴 각성자의 정액이 들어오면 죽여버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

"이상하잖아. 애초에 남자 각성자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마치 생겼을 때조차 막겠다는 듯이 그런 준비를 해놨다는 게."

"정액이 자궁에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는 거야?"

"미래의 혜은 언니가 그렇게 판단하고 연구를 시작했어."

그리고 나온 결론은 아마 10레벨 각성자인 남성과 10레벨 각성자인 여성이 결합해 임신하면 뭔가가 일어난다는 것.

그중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 그런 방식으로 아이를 가지게 된 여성이 10레벨을 넘어 더 높은 레벨에 도달한다는 예상.

그래서 자신들보다 강한 헌터가 나오지 못하도록 각성한 남자들도 암암리에 제거하고, 살아남은 각성자 남성도 절대로 각성자 여성을 임신시킬 수 없도록 방비를 해두었을 거라는 거다.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긴 한데."

"문제는 이미 완벽하게 변해버린 자궁이었어. 아예 난자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임신할 수 없더라고."

그래서 혜은이는 그 방법을 우회해서 임신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혜은이뿐만 아니라 설아를 비롯한 모두가 연구에 동참했다고 한다.

그런 끝에 조금 복잡하기 위험하기는 하지만 임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거고.

"그 이야기를 왜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거야?"

"...여보의 아기는 내가 가장 먼저 가지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10레벨에 도달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해도 그건 안되더라."

"아, 그래서 충분히 네가 질투하고 있다고 말했구나?"

이미 유일하게 임신할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다른 애들에 대비해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한 거다.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굳이 심한 질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고.

하지만 이제 내가 10레벨에 도달했으니, 이제 슬슬 누군가는 임신할 필요가 생겼다.

문제는 여전히 그녀 본인이 10레벨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다.

이 방법을 알려주면 결국 다른 이에게 첫 임신을 양보해야만 하고, 그녀는 그게 정말 싫어서 벽을 깰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거다.

"최소 설이 언니였으면 이해라도 하는데. 설이 언니도 아직 10레벨이 아니잖아."

"혼자 귀여운 고민을 하고 있었네."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서 미안."

뭐 그건 확실히 좀 놀라긴 했는데, 그래도 결국 내가 필요하다니까 말한 시점에서 용서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애초에 날 도와주러 온 애인데.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해 일 좀 꾸물거렸다고 구박하기엔 내가 너무 미안했다.

심지어 최근에 자기 밥그릇 챙기라면서 그런 감정을 밀어준 건 내 쪽이었다.

"미안하다. 나도 가능하면 기다려주고 싶은데, 걔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걸 보니까 참을 수가 없어서."

"그게 여보답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근데 그 방법이라는 게 뭐야? 무슨 복잡한 수술 같은 행위야?"

분명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솔직히 좀 궁금해져서 공주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태블릿을 꺼내 그곳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기본적인 흐름은 모두 총괄 기획자였던 혜은 언니가 만든 거야. 나를 비롯한 다른 정실이나 노예들은 필요한 부분을 제공했을 뿐이고."

"와, 정말요? 듣자마자 굉장히 불안해지는 말이라서 무서워지네요."

아니나 다를까, 그 방법의 이름은 '자궁의 맹약'이라는 황당한 네이밍을 가지고 있었다.

듣자마자 유혜은 네가 또 미친 짓을 하고 있구나라는 말이 나오는데.

미래의 혜은이라서 지금 혜은이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진짜 답답하네.

"아, 맞다. 일단 이거 복사부터 해놓고 설명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겠다."

"복사라니?"

"이게 그냥 발동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과거로 돌아오면서 유일하게 가져온 이 펜던트에 특성의 형태로 백업해서 가져왔어."

내가 '미러링'을 사용해서 능력을 복사할 수 있도록 저장해왔다고 한다.

공주가 평소에 자신이 하고 다니던 펜던트를 열자, 그곳에 있던 시계에서 마력이 쏟아져 나왔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특성을 발동했다.

"『미러링』"

확실히 뭔가 전해져 오는 듯한 기분이 들긴 하는데.

이전에 '미러링'을 사용했을 때와는 다르게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을 본 적이 없는 특성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용법은?"

"일단 사전 준비로 10레벨인 남성, 어차피 이건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 여보라고 할게. 여보와 10레벨을 달성한 여성이 필요해."

"그건 애초에 기본 사항이었잖아."

"그렇지. 그리고 여기서 둘은 옷을 모두 벗어."

그야 아기 만드는 과정이니까 옷을 벗겠지.

무슨 섹스 체위 설명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디테일한 설명을 듣고 있으니까 머리가 아팠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진심 인심 섹스의 체위 설명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먼저 여보가 여성의 배꼽에 입술을 맞추고, '제가 이 사람의 삶을 책임질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맹세의 언약을 내뱉어."

"오, 그건 좀 오그라들긴 하는데. 어디 영화에 나올 것 같긴 하다."

하필 손등이 아니라 옷을 벗겨놓고 배에다가 뽀뽀를 해야 한다는 점이 변태 같긴 한데.

그래도 혜은이가 생각한 것 치고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했다.

"그리고 여성 쪽은 여보의 자지, 정확히는 귀두 쪽에다가 키스해. 그다음 '오직 이 사람에게만 임신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맹세를 하는 거야."

"혜은아...!"

나는 정신 나간 내용 때문에 머리가 아파져서 혜은이의 이름을 내뱉으며 탄식했다.

어떤 미친년이 저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넘어 실현해 놓는 거냐고.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래, 일단 개 미친 설정이라는 건 알겠네. 그게 끝이야? 그러고 나면 바로 임신시킬 수 있는 거야?"

"아니, 나도 정확한 건 모르지만. 둘이 확실하게 이어지는 과정이 있다는 모양이야."

맹약이 바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맹세를 증명할 수 있어야만 작동한다고 한다.

그래, 그건 이제 실제로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하니 넘어간다 치자.

제일 중요한 것은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서 임신이 가능해지냐는 거다.

"그리고 나면 이제 배꼽 안에 아공간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자궁이 생겨."

"...뭐?"

나는 순간적으로 공주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배꼽 안에 아공간?

새로운 자궁이 생긴다고?

"배꼽이 새로운 보지로 바뀌어서, 거기에 질내사정하면 반드시 임신한대."

"......."

유혜은, 이 미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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