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15화 (116/289)

EP.115 1장 - 자궁의 맹약(1)

"하응♡"

퍽!

내가 힘껏 내지른 주먹이 정아의 복부를 일그러트리며 움푹 들어간다.

누가 봐도 꽤 아플 정도의 주먹질인데, 정아는 오히려 쾌감을 내지르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저, 미친년 오늘도 작정했네.

"또 정아한테 당했네. 달링도 적당히 걸려줘야 쟤도 그만 장난치지 않겠어?"

"말이 쉽지. 살살 약 올리면서 때려달라고 하는데 참을 수가 없다...."

쟤는 내가 때려주면 포상이라서 뭔가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제대로 섹스 날이라도 잡았으면, 저번처럼 고통 제한이라도 걸어서 괴롭힐 수 있는데.

이런 평소엔 답이 없네.

"후, 정아야. 반대로 네가 이러지 않으면 앞으로 포상을 줄 테니까. 참아주면 안 될까?"

"네에♡ 아, 팬티 다 젖었네.... 축축한 채로 일하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쟤를 어떻게 해야 하지?"

"어차피 달링이 저렇게 만든 거잖아. 책임지고 보살펴야지."

"오늘따라 아영이가 맞는 말만 해서 더 화가나."

"왜!?"

다른 애들이 말하면 괜찮은 편인데, 아영이가 말하면 뭔가 더 끓어오른다고 해야 하나?

내가 쟤한테까지 저런 소리를 듣는다는 게 억울하다는 느낌이다.

진짜 억울해.

"나 진짜 억울해!"

"억울하긴 하겠지만, 평소에 네가 하는 발언들을 잘 생각해봐."

"내가 뭐!"

그걸 몰라서 묻는 시점에서 네 상식이 여러모로 잘못되어있단다.

물론 그게 네 매력인 것도 맞고, 나도 그 점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가끔 너한테 상식을 설명하다 보면, '나 머리가 띵했어'를 사용해서 강제로 심어주고 싶어지거든?

"나야말로 쌓인 거 많아! 요즘 너무 달링 주변에 여자 많은 거 알지? 데이트 순서 기다리다 보면 화가 막 솟을 정도야. 조심해?"

"아, 그건 내가 할 말이 없네. 미안하다."

"...솔직하게 사과하니까 용서해 줄게."

그건 내가 할 말이 없었다.

공주의 표현을 빌려서 정실이라고 볼 수 있는 여친만 9명.

전리품이라고 부르는 섹스 전용 관계도 무려 4명이나 있으니까.

물론 본인들의 허락은 다 받은 상태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여자관계는 아니라고 자각하고 있다.

"하, 왜 이런 사람을 사랑해서. 달링은 참 죄 많은 남자야."

"알고 있어. 더 잘하려고 노력할게."

"...그렇게 말할 때마다 더 반해버리는 나 자신이 미워."

특히 아영이는 아직도 나에게 기억을 조작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건 언젠간 그녀에게 걸려있는 특성을 해제하고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부분이다.

역시 슬슬 그렇게....

"야, 자지야!"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시험은 잘 마무리 했어?"

"당연하지. 이제 나도 A급이거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유림이가 되게 밝은 표정으로 헌터 자격증을 내밀었다.

그럼 이제 우리 팀은 전원 A급 이상이 되는 셈이네.

예전에 그 B급 이하만 가득하던 팀이 맞나?

정말 팀원들의 젖탱이가 웅장해진다.

"끄응.... 암튼 다들 고생해라. 나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고아원을 가야 해서, 슬슬 퇴근할게...."

"아, 은혁씨 같이 가요!"

"설아 너도 가게?"

"저도 오랜만에 아이들 보고 싶어서요."

설아라면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가도 충분히 남아있으니까 지금 퇴근해도 괜찮긴 하다.

그리고 아이들도 설아를 좋아하는 편이니까 같이 가도 괜찮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아와 같이 건물을 나섰다.

"으아, 정신이 하나도 없네."

"말은 그렇게 하셔도, 지금 엄청 기분 좋으시잖아요."

"마음이 좀 복잡하긴 한데, 그래도 그 녀석들이 지랄해서 고생하던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지."

"저를 구해주시던 영웅의 시절이요?"

"너도 좀 정아 닮아간다? 내가 그런 말 하면 짜증 나는 거 알면서."

"가끔은 그런 가벼운 짜증 정도는 느끼고 싶다고요."

그건 또 무슨 패티시냐.

일단 평범하게 생각하면 기분 나쁜 일을 즐기는 거니까 마조에 가까운가?

진짜로 정아가 되어버리고 있네.

"은혁씨가 절 구해준 뒤로, 정말 많은 게 바뀌었네요."

"그렇게 말하니까 한참 지난 것 같잖아."

"뭐, 실제 날짜론 그리 길지 않지만.... 그래도 체감이 길었잖아요. 이제 감정이나 감각이 없었던 시절이 잘 기억나지도 않아요."

"가끔 전투하느라 나 못 보면 힘들다며."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휴식할 때 은혁씨를 보면 그 답답함이 사르르 녹아요."

설아가 느끼는 감정과 감각의 문제는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나를 통해 전달이라도 받는 것이 그녀를 굉장히 밝게 만들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실질적인 원인은 해결이 되지 않는 상태니까.

"아, 진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알았어, 알았어. 때리지 마."

희망 보육원.

오랜만에 보는 명패가 우리를 반겨줬고, 음식 준비를 하던 원장님이 급하게 나와서 우리를 맞이해줬다.

오늘 내가 쏠 테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달라고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배달 음식 박스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거 너무 많지 않아요?"

"...제가 그 아이들 있는 주소를 몰라서요. 그 애들도 좀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아...."

여인위의 생산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거기서 레벨을 올리고 있을 애들이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이다.

거긴 여기서 좀 거리가 있는데....

"제가 나중에 근처에서 새로 사서 가져다줄게요. 이건 남으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애들 주세요."

"...고마워요"

"어,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저 섭섭해요? 여기 애들도, 거기 애들도. 우리 애들이잖아요?"

"아, 네."

내가 꽤 오랜만에 고아원에 와서 그런 건지, 안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달려와서 안기고 난리가 났다.

특히 태웅이는 오늘도 1등으로 달려와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오랜만이다? 우리 태웅이 많이 컸나?"

"우응.... 별로 크진 않은 것 같은데...."

"야, 야. 침울해지지 마. 농담이야.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확 크냐?"

그나저나 원래 이쯤이면 은서도 이 무리에 끼어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시설에서 특성 수련을 하고 있을 은서를 생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녀석들 잘 지내고 있겠지?

"자, 오늘은 이 형이 쏜다. 치킨이든 햄버거든 피자든. 마음껏 먹고 싶은 만큼 먹어!"

"이미 원장 선생님이 스포 다 했는데?"

"아, 이걸 스포하셨어요?"

"배달 온 거 보고 난리가 나서 그냥 말해줬어요."

"뭐야, 이 악동 녀석들. 너희들이 알아낸 거였구먼. 으잉?"

내가 장난을 치자 다들 꺄르르 거리며 도망쳤다.

설아와 나도 원장님을 도와서 음식들을 셋팅해 나누어줬고.

아이들은 음식을 마구 집어 먹으며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얼굴이 밝네요."

"네, 요즘 기부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아하하...."

"설아랑 공주가 얼마나 넣고 있어요?"

"거의 은혁씨랑 비슷한 수준이에요. 그 덕에 운영비가 거의 3배라서, 저번에 부서진 거 전부 수리하고도 엄청 넉넉합니다."

건강 신경 쓴다고 저런 음식을 사주지 않을 뿐이지, 음식을 비롯한 전체적인 아이들의 생활 수준은 많이 올라갔다고 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싶다는 장난감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선 가능하면 사주고 있고.

심지어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에 드는 비용도 아끼지 않을 수 있었단다.

"고맙다."

"제가 좋아서 기부하는 건데, 왜 은혁씨가 고맙다고 할까?"

"우리 애들이니까 그렇지."

"이제 우리 애들이기도 하거든요?"

"아, 아. 그래. 우리 애들이지."

우리는 잠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설아가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앞으로 나갔다.

저번에 보니까 애들은 이런 거 정말 좋아하긴 하던데, 솔직히 저게 특성으로 만들어진 걸 모르면 신기하긴 해.

'그게 아닌가?'

하긴 아이들한테는 마술이 아니라 특성만 보여줘도 신기하긴 하겠다.

설아는 굉장히 즐겁게 웃으면서 마술을 통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근데 마술도 마술인데, 저렇게 말 잘하면서 아이들이랑 노는 게 메인인 것 같기도 하네.

"자, 그럼 우리 미남 도우미 한 분 모셔보겠습니다. 은혁씨 이리로 와봐요."

"뭐? 야, 나는 왜!"

"여기 카드 하나만 골라주시겠어요?"

"이거."

되게 익숙한 장면인 것 같은데.

나는 내 특성의 분류와 레벨을 의미하는 다이아10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이걸 왜 주는 거야.

"자, 은혁씨가 고른 카드는 다이아10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기 카드들을 확인해주세요."

그러면서 다른 카드들을 펼쳐서, 여러 카드가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상태가 어떤지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저렇게 보여줘도 저기 무슨 카드가 있는지까지는 아이들은 모를 것 같았다.

"아, 너무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나만 기억하면 되는 거죠. 이 카드들은 분명 다이아10이 아니었죠?"

"네에!"

설아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어가더니, 내가 들고 있는 다이아10을 뒷면인 카드에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빈 카드를 뒤집을 때마다 하나씩 다이아10으로 변해 있었고.

그걸 본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이 카드 전부가 다이아10으로 변했습니다!"

"와아아!"

그리고 그녀가 그 카드들을 던지자, 카드의 다이아 그림이 금빛으로 빛나면서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이미 특성을 쓴다는 걸 숨길 생각이 없는 거 아닐까?

설아가 박수를 치자 카드들이 한 장씩 아이들의 곁으로 날아가서 안착했다.

"오늘 무대를 열심히 관람해주신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아!"

저걸 선물로 줄 생각을 하네.

그나저나 저거 특성으로 만든 거면 무한으로 유지하긴 어렵지 않나?

내가 만든 건 그렇던데.

"괜찮은 거 맞아? 줬다가 뺏는 거 아니지?"

"처음부터 저렇게 생긴 카드로 주문해둔 건데요? 심지어 저기 노란 다이아몬드 모양은 야광이에요."

"저런 건 또 언제 준비했대...."

오히려 저 상태가 특성을 넣기 전의 원본이라는 거다.

그리고 거기에 특성을 써서 일반 카드처럼 보이게 한 뒤에 마술했던 거구나.

"애들이 좋아해서 다행이네."

"은혁씨를 다들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은혁씨가 뽑은 카드를 나눠주니까 좋아하죠."

"얼씨구?"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아이들과 놀아주며 평온한 하루를 즐겼다.

역시 힐링에는 애들이랑 놀아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네.

밝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세상 근심이 다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시간이 되게 빨리 가는 느낌이네요."

"시간 나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아이들이 은혁씨는 매일같이 보고 싶어 하니까요."

"...노력해 볼게요.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래도 B급이랑 C급만 있던 팀의 운영과 S급이랑 A급만 있는 팀의 운영 난이도가 다르기도 하고.

최근엔 워낙 내가 발로 뛰어야 하는 사건도 많았었다.

"어우, 재밌었다."

"그러면서도 석연치 않아 보이시네요."

"그 애들은 저 애들처럼 놀질 못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걱정되면 전화라도 걸어 보시죠?"

"그게 안 되거든?"

저쪽에서 통화가 되는 곳에 전화를 가져가야만 전화가 연결되도록 보안이 걸려있었다.

내가 원할 때 걸어봐야 서비스 불가능 지역으로 뜰 뿐이지.

나는 그걸 실제로 보여주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그 순간 전화가 도착해서 진동이 울렸다.

심지어 내가 방금 전화를 걸려고 했던 은서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이들이 그 시설에 남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대표로 은서한테만 추적 안 되는 전화를 준비해줬었는데....

아니 근데 이런 우연이 있네?

"여보세요? 은서야? 잘 있지?"

"은혁 오빠...."

"왜, 무슨 일 있어?"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야. 근데 선생님들이 막 울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시설에서 뭔가 일이라도 터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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