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08화 (109/289)

EP.108 10레벨 - 미러링(2)

그 자식과 처음 만날 때에는, 그냥 아무 힘도 없는 쓰레기 같은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에 굳이 불을 붙여 가면서 해결하겠답시고 나대는 꼴이 참으로 우스웠다.

그래서 나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듣자마자, 철저하게 바닥을 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망할....'

그렇기에 나를 잡기 위해 은하가 험한 꼴을 당하고, 정작 나조차 그에게 휘둘린다는 사실이 굉장히 괴로웠다.

결국 그 녀석이 나에게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은 전부 나 때문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좀 억울하다는 감정이 있긴 했다.

대체 누가 남자가 각성해서 자신을 제압할 정도로 강해지는 미래가 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어?

심지어 나는 세계적으로도 최정상에 서 있는 S급 헌터니까,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저, 저 유채린은 모든 몸을 당신에게 오나홀로 바치며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겠습니다. 제발 사용해 주세요♡"

그래서 더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였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를 짓밟았을 테니까.

오히려 고통보다는 쾌감으로 나를 괴롭히는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아마 나였으면 고문으로 최대한 괴롭게 죽여놨을 거다.

아니, 은하를 팔아먹은 시점에서 그런 말들은 전부 변명이 되는 거겠지.

유채린, 솔직하게 말해서 기분 좋았잖아?

그 쾌락 때문에 전부 포기하고 그런 쓰레기한테 모든 걸 바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잖아?

"야, 정신 차려봐."

"하으.... 목이 큥큥 거려서 힘드러...."

"던전 브레이크야. 가자."

모든 것을 놓고 그의 오나홀로 전락하려는 순간,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내 몸을 계속해서 갉아먹던 쾌락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오로지 묘한 박탈감뿐이었다.

애매하게 남은 쾌감도 절정으로 털어내니 정신이 또렷해진다.

"크흠.... 미안, 정신 차리는 게 늦었지?"

"좀 괜찮냐?"

"크, 큼. 애초에 별로 상태 이상하지 않았거든? 네가 불쌍해서 조금 어울려 준거지."

그제야 아까까지 내가 했던 행동들이 떠오르며 엄청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어디 숨어서 나오지 않고 싶을 정도로 쪽팔렸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남자의 표정은 여기 있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꼴에 매니저라 이거지?'

아니면 이제 각성했으니까, 등록은 하지 않았더라도 헌터라는 건가?

저 자식의 생각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은하 사건 때 진심으로 화나서 지랄했던 걸 생각하면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은데....

'잠시만, 근데 왜 그런 녀석이 은하를....'

나는 던전 브레이크 현장으로 날아가던 도중, 갑자기 드는 의문에 어지러워졌다.

은하가 국가에 그런 취급 당하는 걸로 분노하던 애가 나 때문에 은하를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이게 말이 되나?

"어, 은하야."

"채린아, 오고 있어?"

"응, 최대한 빨리 가는 중. 근데 내가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그리고 은하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자기가 그에게 반해서 사귀게 된 거고, 이미 그런 관계라는 설명과.

혹시 이상한 특성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질문은 주기적으로 정화를 쓰고 있으니 절대로 아니라는 답까지.

애초에 은하가 내가 좀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협력한 거였다며, 미안하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아니, 미친...."

애초부터 은하를 그렇게 할 생각도 없으면서, 나를 괴롭히려고 연기를 했던 거다.

아니 그 이전에 은하한테 그런 짓을 한 적도 없고 그냥 사귀는 사이였다고?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당장이라도 그 자식한테 날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한숨을 내쉬며 던전 브레이크 지점 근처에 널려있는 사이클롭스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떤 새끼가 나오려고 사이클롭스가 이따위로 많은 거야?

"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고. 슬슬 나올 때가 되었을 테니 문 앞에서 기다려 볼까...."

그때였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하늘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하더니, 가끔 볼 수 있는 형태의 초대형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초대형이 튀어나오는 건 뭐 하자는 거야?

'시발, 이건 진짜 위험한데....'

아까까지 있었던 인명피해하고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벌어질 거다.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화력을 쏟아붓긴 해야겠지만, 아마 그거론 모자랄 가능성이 컸다.

대충 견적 잡아도 내가 둘은 있어야지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유채린, 비켜봐!"

"너, 뭐야!?"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박은혁이 나를 지나치더니, 엄청난 속도로 날아서 몬스터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내 등에 있는 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검은 날개가 눈에 들어온다.

저 새끼 싸울 수 있는 특성이 있었던 거야!?

"처먹어라...!"

곧 그의 등에 있던 날개들이,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몬스터에게 쏟아져 폭발한다.

쿠구구궁!

뿌연 연기가 솟아오르며 시야를 가리려고 했지만, 나는 그 연기를 뚫고 날아서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저 새끼도 매니저니, 분명 화력 계산 정도는 하고 덤볐을 것이다.

그럼 당연히 나랑 같이 화력을 때려 박을 거란 가정하에 날아온 거겠지.

나는 가지고 있는 날개를 전부 몬스터에게 쏟아낸 뒤에야 마력 주사를 몸에 주사해 날개를 회복했다.

"흐아아압!"

그리고 곧 박은혁도 다리에 주사기를 꽂은 채로 날아오더니, 다시 날개를 이용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무자비할 정도로 강렬한 화력이 몬스터를 덮어, 우리는 상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패턴이 등장하기 전에 몬스터를 죽이는 것이 더 중요해.

"...큽!?"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마력 회복약을 주사하자,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이 온몸을 쑤시기 시작했다.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를 악물고 마지막 화력을 쏟아냈다.

아마 이번 공격이 그와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일 거다.

"존나, 피돼지 새끼가 튀어나왔네.... 개좆같게...."

거의 다 박살 나긴 했지만, 내부는 건재한 모습이라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 충전이라도 끝났는지 빛을 비추면서 광역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거로도 모자란다고?

"끄아아아아! 박은혁! 힘조...!"

그 순간.

시끄럽게 기합을 내지른 박은혁이 계속해서 주사를 자신의 몸에 주사한다.

방금 우리가 맞은 것만으로도 거의 치사량에 가까울 텐데, 거기서 추가로 주사한다고?

저 새끼 제정신이야!?

"아직, 세 발 남았어. 이 시발 새끼야!"

과도한 마력의 흐름에 살갗이 찢어지고, 중간중간 커다란 핏덩이를 토해낸다.

그러면서도 정신은 잃지 않고, 올곧게 빛나며 공격을 쏟아낸다.

오로지 여기서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던지고 있었다.

"아, 아...."

누가 그대로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참 꼴사납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모습이었다.

온몸은 핏투성이에, 덜덜 떨리는 신체는 정상이라고 보기엔 너무 심각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가는 주사를 놓고.

놓고.

또 놓았다.

"마지마아아악!"

빠지지직!

처음으로 몬스터의 외부가 작살이 나며, 약점으로 보이는 내부 장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어딘가에서 날아온 새하얀 총알이 그 안을 꿰뚫었고.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 직후, 모든 마력을 잃고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온몸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영웅.

내가 알고 있는 영웅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표현한 모습이 눈앞에 존재했다.

그는 첫 출격부터 그 누구보다 영웅처럼 싸웠다.

"이 멍청한 새끼가...!"

방금 회복된 딱 한 쌍의 날개로 날아서 그에게 날아간다.

무리한 탓에 온몸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지만, 이까짓 고통보다 그가 느끼는 고통이 심할 거다.

어떻게든 녀석을 붙잡은 이후에야 안도하며 짜증을 냈다.

"너 미쳤어? 그렇게 무리하면 진짜로 죽어! 빨리 은하한테...."

"고마, 워...."

"받아줄 생각 없으니까 꺼져."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새끼.

머저리 같은 새끼.

나는 내 품에 안겨서 잠든 녀석에게 욕설이란 욕설은 다 쏟아부었다.

'진짜, 깜짝 놀랐네....'

거기서 그대로 추락했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다.

은하도 그렇지만, 왜 이렇게 내 주변에는 무리해서까지 사람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은 거야?

걱정하는 사람도 좀 생각을....

'뭐?'

내가 지금 이 새끼를 걱정한 건가?

아무리 방금 그 장면에서 이 녀석이 반할 정도로 멋있었고, 잠깐이지만 두근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얘가 나한테 그렇게 심한 짓을 많이 했는데 걱정을 해?

"아니지, 아니지. 그냥 나는 이 녀석이 죽으면, 괜찮은 헌터가 하나 죽어서 아쉬워한 거야. 음, 그럼. 그럼."

"채린이 너는 괜찮아?"

"어!? 응, 당연하지. 쌩쌩해. 그 녀석부터 빨리 치료해줘."

그래도 치료를 받고 나니까 좀 정상적인 상태에 도달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무리 은하라고 해도 마력과 관련된 피해를 복구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이건 응급처치다.

한동안은 마력을 쓰지 않고 요양할 필요가 있겠지.

"음, 채린아. 우리 자기를 좀 부탁할 수 있을까?"

"부, 부탁이라니?"

"일단 너도 부상 상태니까, 들어가서 쉬어야 하거든? 근데 우리 자기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네가 집에 데려가서 좀 보살펴줘. 다른 인원들은 다 바쁠 것 같아."

"...하아, 알았어. 뭔가 주의해야 할 건 있어?"

"절대로 특성 쓰지 말라고 경고해."

"오케이."

마음 같아서는 이런 녀석 뭐가 예쁘냐고 보살펴주냐고 화를 내고 싶지만.

아까 자신을 내던져가면서 전투에 임하던 그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시발 심장은 왜 자꾸 뛰지?

너무 무리해서 고장이 난 것 같은데.

"나한텐 바보처럼 하지 말라더니, 자기가 더 바보네."

은하가 그를 굉장히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 모습이 마치 오래된 연인인 것 같았고.

아까 나를 열심히 따먹으며 즐기던 박은혁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왠지 은하의 저 행동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박은혁이 기분이 나빴으면 모르겠는데.

어째서 저렇게 박은혁의 애인이라는 걸 강하게 어필하는 은하가 기분이 나쁜 거지?

"채린아?"

"어, 어!?"

"역시 너도 많이 무리했다니까.... 괜찮겠어?"

"다, 당연하지. 걱정하지 말고 마무리 열심히 해."

장비를 반납한 뒤, 천천히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자꾸 저 자식이 신경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얼굴을 보고 있자면 자꾸 화끈거리는 감각이 머리에 올라왔다.

아니, 사실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지만.

그건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이성이 말리고 있었다.

지랄 마, 그런 거 아니야.

"사람 속도 모르고 처자네."

괜히 심술이 나서 그의 이마를 툭툭 때렸다.

오늘은 얘를 침대에서 재워야 하니까, 나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자야겠지.

어차피 소파도 존나 편하니까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을 거다.

"어...."

방문을 닫고 나가려는데, 불룩 튀어나온 그의 아랫도리가 보이면서 또 두근거리는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그에게 처녀를 바치겠다고 변태처럼 말했던 것이 떠오르고, 뒤늦게 부끄러움이 화르륵 타오른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 그래. 약속했던 건 빨리 끝내는 편이....'

은하를 부러워할 필요 없잖아.

나, 나도 저 녀석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로 발전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이미 그런 관계일지도?

그런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졌다.

그래, 저 녀석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내 처음을 가져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거 아니야?

나, 나는 딱히 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약속했으니까 지켜야 해서 따르는 거지.

그래, 그런 거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뭐, 뭐야. 너 거기서 뭐해?"

"바보야,약속지키러 왔지...."

"약속? 야, 무슨 약...."

빠지직!

아랫배를 넘어 뇌리까지 관통하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온몸을 쑤셔버린다.

남자 따위는 전부 패배자라며, 그런 쓰레기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지켜왔던 처녀막이 찢어져 나가는 감각이 온몸을 쑤신다.

아, 아....

그래, 유채린 솔직해지자.

나는 저 바보 녀석에게 반해버린 모양이니까.

그래서 저 녀석의 흉물스러운 자지로 보지를 관통당해서 처녀막을 찢기는 이 감각이 이리 사랑스러운 거겠지.

"흐극♡ 흐으읍♡ 흐앙♡"

그저 처녀막이 찢어졌을 뿐인데, 날아갈 것처럼 행복하다.

내가 그의 것이 된다는 충족감이 세포 하나하나를 기분 좋게 쑤셔온다.

오로지 사랑으로 이루어진 쾌감에 온몸이 녹아내리며.

나는 행복하게 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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