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98화 (99/289)

EP.98 9레벨 - 웅, 완전 공감해(12)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

"아프다고 전부 토해내도 괜찮아요."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항상 모든 고통과 아픔을 뒤로 숨기고 살아온 사람이다.

술기운이 강해지면서 생각까지는 제어가 풀려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지만.

관성처럼 그녀의 입은 꾹 닫혀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조금씩 흘러내리던 눈물도 점점 말라버리고 있었다.

억지로 나가려던 슬픔을 억지로 가둬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감정을 공유받으니까.... 그럴 순 없어.'

그저 남들이 조금이나마 슬퍼할까 봐, 그것이 걱정되어서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 따위는 어찌 되든 좋다.

그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괴롭다면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녀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채로도 그 신념을 지켜내고 있었다.

아마 쾌감을 이용해서 서은하를 유혹한다고 해도, 그녀는 넘어오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쾌감이 조금이나마 그녀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이런 것 뿐이기에, 나는 다시 한번 손뼉을 쳤다.

"만약 은하씨가 아프다고 말하면, 고통스럽다는 걸 털어놓으면, 부드러운 행복감과 쾌감이 몸에 밀려옵니다."

평소였다면, 이렇게 하고 강제로 말을 토해내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쾌감으로 유혹해서 조금씩 타락시켰겠지.

하지만 서은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절대 떨어트릴 수 없을 거다.

신념이 자기 자신을 잡아 먹어버린 사람이니까.

"괜찮아요. 은하씨. 제 앞에선 털어놔도 괜찮아요."

"...네?"

"지금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외치고 있잖아요. 아프다고, 괴롭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걸 입으로 바꿔 말할 뿐이에요."

당신이 그걸 말한다고 해도 나는 슬퍼하지 않을 거라고.

오히려 기뻐하고 행복할 것이라며 그녀를 설득한다.

그리고 이 설득에는 한 톨의 거짓말도 존재하지 않았다.

"왜, 왜요?"

"어차피 은하씨 힘든 건 다 알고 있고, 아픈 걸 털어놓으면 마음이 좀 나아지거든요. 은하씨가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걸 보면 저도 기분이 좋구요."

"...당신은 역시 좋은 사람이네요."

"혜은이를 강간하는 쓰레기 아니었어요?"

"아, 그때는 오해해서...."

"알아요. 오히려 그 이후로 신고 안 해줘서 고마울 정도예요."

주기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정화를 거는지, 생각보다 금방 나에 대한 기억을 찾아서 눈치를 보더라.

혹시나 해서 그녀가 신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나 감시했었는데.

그녀는 신고하기는커녕 예전보다 날 더 잘 챙겨줬었다.

"시, 신고라뇨. 큰일 날 말을...."

"하여튼, 부탁 잘 들어주셔서 고맙다고요. 그러니까 이번 부탁도 좀 들어주세요."

"부탁...."

이건 그녀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녀가 고통을 호소하는 걸 보고 싶은 내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아, 파요. 너무 아파.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라리 사라져 버리고 싶어.'

"저는 당신이 울어도 아프지 않아요. 괴로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당신을 보면 마음이 편해질 거예요.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저는 우는 당신이 보고 싶어요. 제 앞에서 울어 주세요. 전 그런 당신이 필요해요."

"왜, 왜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그야, 좋아하니까요."

당신같이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어딘가 뒤틀려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진심으로 그런 말을 던지면서 그녀를 껴안고 토닥여줬다.

"흡, 흐읍.... 흐아아아앙!"

아이처럼 힘껏 울기 시작하는 그녀의 몸이 부드럽게 떨린다.

아마 내 특성으로 인한 쾌감이 원인일 것이다.

나는 모른척하면서 울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요. 그렇게 계속 우는 것도 좋지만, 말로도 내뱉어요. 아프다고, 힘들다고, 고통스럽다고."

"흡.... 아파요. 너무 힘들었어요. 심장이 쿡쿡 저릴 정도로 고통스러워요."

그리고 서은하가 자신의 고통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마다, 그녀에게는 예상치 못한 쾌감이 몰아닥친다.

그것이 그녀를 완전히 무너트리진 못하겠지만.

지금 느끼고 있던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하는 것에는 충분한 도움을 줄 것이다.

"좀 시원하죠?"

"너무 힘들었어요...."

술에 취해서 통제할 수 없는 몸에, 가벼운 절정이 찾아온다.

거친 숨을 내쉬며 파르르 떠는 그녀를 최대한 부드럽게 껴안아 줬다.

"하아♡ 하아♡ 이상해요. 몸이 자꾸 떨려요♡"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지금 행복하시잖아요?"

"네에♡"

"그 감각에 몸을 좀 맡기세요."

절정의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그녀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에스코트했다.

점점 서은하의 표정은 쾌감으로 젖어가고, 나에게 고통을 쏟아내는 것에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손뼉을 치고 새로운 설정을 중얼거렸다.

"만약 어떤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렬한 쾌감이 몰려오고 절정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다른 방법으로는 절정하지 않습니다."

이것부터가 진짜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녀가 남을 탓할 수도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이건 쉽게 꺾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상황의 문제점을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의 탓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 한다.

꽤 강렬한 쾌감과 절정을 보상으로 준비해두긴 했지만, 그 정도로 꺾일 만한 인간이 아니니까.

이런 경우에는 그냥 가불기를 쓰는 수밖에 없지.

"그대로 따라『해줘』. 내가 이렇게 괴로운 건, 나 때문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나쁜 거야."

"예!? 내, 내가 이렇게 괴로운 건.... 나 때문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나쁜 거야. 흐극♡ 하윽♡"

서은하의 가슴골에서 분홍색 빛이 터져 나오며 특성이 발동한다.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신음이 터져 나오고, 강렬한 쾌감이 몰려오며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옭아맨다.

덜덜 떨리는 입에서는 침과 술이 뒤섞여 흘러내리고.

다리 사이에 고여있던 보드카에 애액이 뒤섞이며 음란한 칵테일을 만들어낸다.

위태로운 그녀의 손에서 칵테일 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방금, 엄청 기분 좋았죠?"

"흐응♡ 응♡ 시러엇♡ 그런 말 하기 시러요옷♡"

"거짓말. 방금 엄청 기분 좋았잖아요."

"기분은 좋지만, 그 사람들은 잘못이 없는걸요♡"

"그럼, 방금 그 말은 왜 했죠?"

"그거야 은혁씨가 특성으로.... 히익!?"

빙고, 나는 예상대로 발동하는 특성을 확인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말 그대로 가불기가 걸리는 거거든.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탓을 하게 되는 것이고.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탓을 한 것이 되는 거다.

사실상 그녀는 무조건 남 탓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계속해서 발동하는 절정이 그녀를 행복한 세상으로 데려다준다.

"흐하악♡ 하윽♡ 읏♡ 흐아아아앗...."

"남 탓하는 거 엄청 기분 좋잖아요. 스트레스 엄청나게 풀리지 않아요? 아까 아팠던 거 다 날아가지 않았어요?"

"시러엇♡ 하읏♡"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지금도 남 탓하고 있잖아요."

"내, 내가.... 읏!?"

자기 탓을 하는 건 이미 예전부터 막혀있었다.

결국 나나 그 사람들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결국 그것조차 남 탓이 되어버린다.

"그게 당신이 이제까지 믿어온 신념이에요. 이렇게 쉽게 모순에 빠져버리잖아요. 당신이 생각했던 건 틀렸어요."

"흣♡ 하으응♡ 제발, 제발 그만둬 주세요♡"

"그렇게 행복한 표정 지으면서 그만해달라고 하면, 제가 그렇게 해줄 것 같아요?"

"싫어어♡ 남을 깎아내리면서 행복해지고 싶지 않아앗♡"

"당신도 말했죠.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그럼 그렇게 되면 되잖아요? 남들을 원망하면서 조금이나마 행복해져 보라고요."

서은하는 술은 물론이고 오르가즘에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의 의지로는 남을 원망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기가 이미 그렇게 했다는 인식이 들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하, 가불기를 써도 버티는 건 선넘네....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었다면, 계속해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차도가 없으니 앞길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이었다.

이러면 어쩔 수 없겠지.

"자, 박수로 걸었던 내용을 모두 지웁니다. 대신 진심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면 미친 듯한 쾌감과 함께 절정합니다."

손뼉을 치고 말하자, 천천히 그녀의 절정감이 멈추게 되었고.

그녀는 진정하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면서 가누기 힘든 몸을 나에게 기댔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데려가서 쑤셔 박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욕구가 더 강해져 있었다.

"하으♡ 하아.... 부탁할게요. 제발, 그런 건 하지 말아주세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요."

"아뇨 미워하시게 될 거예요."

"...네?"

"저는 지금부터 이 나라의 국민들을, 그리고 정부까지 전부 부수러 갈 거거든요."

서은하를 무너트린 대한민국을 부순다.

아까부터 그 생각뿐이었다.

"당신을 괴롭힌 사람을 전부 찾아다 조질 겁니다. 악플 하나라도 썼다면 찾아가서 그 내용 그대로 만들어줄 거예요.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느낀 것보다 더 최악의 고통을 맛보게 할 겁니다."

"자, 잠시만요! 그러지 마세요! 그래서야 저...."

나는 지금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속여서 치료하려는 것도 당연히 아니었다.

애초부터 치료가 수틀리면 이렇게 할 생각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온 거였거든.

"당신의 죄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어차피 사람들은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었어요.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당신은 해달라는 대로 하셨네요."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솔직히 더 치료를 진행한다면 추가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차도도 없으니까 나도 슬슬 지쳐갔다.

이젠 그냥 그녀가 마냥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망할 놈들이 죗값을 좀 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내 성격상 여기까지 참은 것도 많이 노력한 거지.

"그리고 착각하고 계시는데, 당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저를 미워하는 게 아니에요. 방금 제가 걸어드린 암시는 대상이 자기 자신이어도 발동하거든요."

내가 자책하지 못하도록 막아놨으니 지금까진 발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걸 푸는 순간 그녀는 엄청난 쾌감의 파도에 갇혀버리겠지.

"애초에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지는 것 전부 당신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이 이기적인 년아."

"에...?"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모두를 내버리고 쾌감에 빠지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그, 그런 게 아니...!"

마지막 희망으로 내뱉은 도발이었다, 혹시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그 뒤에 그녀에게 걸려있던 '해줘'를 해제했고, 그녀는 자기 자신을 지독하게 원망하면서 절정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미친 쾌감에 몸을 가누지 못해 넘어지더니 절정에 맞춰서 몸부림쳤다.

"봐요. 정말 행복하죠? 그게 제가 정한 당신의 결말입니다. 저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 쓰레기들이 다 좆됐으면 좋겠거든요."

"케흑♡ 컥...♡ 크하♡ 자, 잠시.... 흐앙♡ 히기기긱!?"

서은하를 간단히 이불로 싸서 안아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거의 울먹이면서 나에게 그만두라고 애원했지만.

나는 그녀의 그런 말을 모두 무시하고 그대로 미리 알아놨던 주소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 여기가 은하씨 팔다리 자르고 물약 공장으로 써야 한다는 악플 쓴 새끼 집이구나? 자길 사지 절단 오나홀로 만들어주면 엄청나게 좋아하겠지?"

"은혁, 씨이♡ 하윽♡ 안대♡ 안대여엇♡"

"그렇게 기뻐해 주시니 저도 마음에 드네요. 자, 시작해 보죠."

그녀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든 나를 미워하든 쾌감으로 인해서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녀석들을 모조리 불행하게 만들기까지 한다면.

꽤 시원한 결말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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