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85화 (86/289)

EP.85 8레벨 - 기울어진 운동장(11)

"뭘 그렇게 놀라."

"일반 결제로 10억을 바로 긁는데 안 놀라겠냐?"

"나 저번에 계약금 받은 게 있어서 넉넉해."

아, 생각해보면 공주도 S급 헌터였지.

그 정도 가격이야 별로 큰 타격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국가에서 다른 곳에는 다 돈을 아껴도 S급들에는 아끼지 않는 편이니까.

"그리고 필요한 일이거든."

"필요해? 아, 아까 개수마다 함정이 다르다고 했었지?"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처럼 쿠폰을 최대치인 100개를 단번에 사용할 경우, 직접 함정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걸 위해 관리자이자 대표인 강아리와 독대해서 밸런스를 잡아 함정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있고.

그걸 노렸다는 것까지.

"아, 그래서 독대할 상황을 설명하다가 쿠폰 이야기가 나왔구나."

"그렇지. 나도 정확히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모르는데...."

어떻게 진행되나 지켜보는데, 룸서비스의 형식으로 음식이나 여성용 자위도구 등이 배달되었다.

아마 이게 함정의 종류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지는 모양이네.

지금 우리에게 배달된 10억짜리 룸서비스는 아무래도 퀄리티가 남달랐다.

"여기 있는 카드를 엘리베이터에 사용하시면, 이제 함정 제작을 위해서 직접 안쪽으로 들어가시게 됩니다. 다만 안쪽에서는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상시 주인님과 함께 다니시게 되므로. 참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친절하게 룸서비스를 가져다주는 직원은 남자애였다.

그렇게 어리지는 않고, 대충 고등학생쯤 되어버리는 나이.

주인님이라고 칭한 것을 보면 강아리가 노예로 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 아이도 어린 나이에 납치되어서, 저런 나이까지 큰 거겠지?

나는 솔직히 엎어버리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했지만.

공주는 고개를 저으면서 나를 말렸다.

지금 여기서 난리를 치면 내부에 진입도 하지 못하고 끝날 수 있다.

아직은 참아야지.

우리는 도착한 음식들을 그대로 무시하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내부용 출입키는 다른 출입키와는 다르게 무광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카드를 인식하자, 엘리베이터가 좀 더 지하로 들어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 지하를 어디까지 뚫어놓은 거야?"

"이런 게 도심에 있었다는 게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었어."

그럴 만도 하지.

아마 아까 영상에서 아이들이 있던 장소가 이곳에 마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도착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정면으로 쭉 이어지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우측에 유리로 된 벽 너머로 보이는 공간이 좀 위험해 보였다.

"뭐야 저거?

"아마 챕터2에서 사용하는 공간일걸?"

온갖 남성용, 여성용을 가리지 않는 성인 기구들이 즐비해 있다.

설마 여성용 제품을 남자아이들한테도 쓰는 건가?

진짜 또라이 새끼였네.

"끝까지 살아남는 아이들은 버티면 풀어준다는 거짓말만 믿고 이런 시련을 견디는 거라고?"

"그렇지.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도전으로 노예의 자리에 도달할 때까지 괴롭히는 거고."

그걸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에게.

심지어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애들한테 그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 아이들이 하필이면 우리 애들이라는 것에 분통이 터졌다.

"아, 어서 오세요. 이공주 고객님. 강아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의외네요. 좀 까칠한 성격이신 줄 알았는데."

"10억이나 쓰신 분에게 그럴 수는 없죠. 뭐, 그 이전에 비슷한 취향을 가지신 동료기도 하고. 심지어 S급...."

"정말이지, 『기울어진 운동장』이네."

조금 이야기는 들어보려고 했거든?

근데 내가 참을성이 없는 모양인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강아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내 쪽을 노려서 주먹을 휘둘러 왔지만, 이미 늦었다.

"자해『해줘』"

나를 노린 주먹은 그대로 방향을 바꿔서 그녀 자신을 후려쳤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엎어진 그녀가 굉장히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평소에 영상에서는 물불 안 가리고 쥐어패고 다니더니.

전부 컨셉이었나?

"하,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 대체 왜 영웅이라 불려야 할 작자가 이런 짓을 하는지."

"너, 뭐 하는 새끼...."

"나? 헌터 매니저."

나는 당당하게 대답해줬다.

솔직히 부끄러워할 직업도 아니지.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무슨 수로 방금 내 몸을 조종한 거야?"

"오, 의외로 조심스럽네. 내가 갑이라는 걸 알고는 있나 봐?"

"......."

지금의 나라면 그저 입만 열어도 그녀를 죽일 수 있다.

강아리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거겠지.

확실히 대중적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성격이다.

'차분하네.'

원래라면 정말 미친개처럼 물어뜯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오히려 그 성격이 컨셉이고, 실제로는 굉장히 머리를 굴리는 타입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시스템을 만들었겠지.

나는 내 머리를 툭툭 치면서 대답했다.

"그래, 알려줄게. 나는 요기, 요기를 건드릴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각성자야."

"정신 간섭...!"

"응, 원래라면 절대로 용납될 물건이 아니지. 하지만 범죄를 너만 저지르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

애초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자신도 그런 범죄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했어야지.

어차피 나야 특성을 신고해도 지옥, 신고하지 않아도 범죄자라.

선택지가 없었거든?

하지만 너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잖아.

"같은 범죄자인 내가 봐도, 넌 좀 아니야."

"대체 무슨 말을...."

"일단 시간이 질질 끌리면 위험하니까, 제일 중요한 것부터 하자. 이번 게임은 여기서 중지『해줘』"

"후...."

강아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전화를 걸었고.

필요한 사안을 모두 정리한 이후에야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봤다.

아마 이제부터 자신을 어떻게 할 거냐는 의미일 거다.

"좋아. 나는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여버리고 싶은데. 그래도 아직 아이들이 무사하니까, 거기까지는 하지 않을게."

"...그건 고맙네"

"특히 S급 헌터로써 네가 쌓아온 영웅적인 면모 덕이야. 그게 돈 때문이든, 명성 때문이든, 아니면 정말 최소한의 영웅심이든. 일단 세상에 공헌했으니까."

아무리 내가 아영이와 유림이가 싫었어도, 그 애들을 존중을 해줬던 이유와 같았다.

아무리 나한테 지랄을 하고 똥을 싸도, 기본적으로 마인드 자체가 영웅에 가까웠으니까.

다만 너는 존중까지 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선을 한참이나 넘었으니까.

"오늘 천천히 보니까.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게임?"

그러니까 그 아이들을 게임이라는 명목으로 그렇게 조교 했겠지.

그렇다면 너도 비슷한 걸 당해야 하지 않겠어?

물론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점까지 네가 생각한 게임이랑 비슷할 거야.

"...내가 이기면?"

"새로 아이들을 납치하는 일만 없어진다면. 더는 터치하지 않을게."

"그럼 네가 이기면 뭐가 바뀌지? 내가 네 노예가 되나?"

"그런 느낌이야."

일단 게임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주는 시련을 모두 겪은 뒤에 망가지지 않고,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는 거지.

그냥 말로 이겼다고 선언하기만 하면 된다.

"자, 잠시만. 제한 시간은?"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그제야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표정이 창백해졌다.

이건 그녀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니까.

마치 그녀가 마지막까지 게임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했던 짓과 똑같은 것.

그게 얼마나 악독한 것인지는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솔직히 네 몸에 큰 관심도 없고, 길게 즐기고 싶은 마음도 없어."

굳이 말하자면 망가트리고 싶을 뿐.

그녀가 성적으로 아이들을 망가트렸으니, 그녀도 성적으로 망가지길 바랄 뿐이다.

애초에 넌 내가 전리품에도 넣어줄 생각이 없단다.

'솔직히 죽이거나 특성을 제거하는 건 아깝고.'

대충 잘 조교 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아주 착한 S급 헌터로 만들어주마.

착한 일을 할 때마다 가버리는 신체 정도면 깔끔하겠지.

물론 그런 2차 조교 이전에, 지금은 무너트리는 과정부터 진행해야 한다.

"내가 인터넷에서 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재, 재밌는 거?"

"임신하면 그 트라우마로 뇌가 90퍼센트쯤 손상될 정도래. 그랬다가 복구가 되면서 사실상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야."

물론 그냥 인터넷에서나 돌아다니는 헛소리지만.

그건 이제 헛소리가 아니게 되겠지.

그나저나 임신하는 순간 뇌가 90% 손상될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라니, 그런 생각을 한 놈은 천재인가?

"전형적인 개소...."

"물론 그 트라우마는 쾌감이야. 잘 모르는구나? 『모르면 공부하세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실제로 세팅한 것은 좀 복잡한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일단 그냥 임신이 아니라, '수정'하면 발동하는 것이고.

내용도 뇌세포가 손상된다기보다는, 한동안 정신이 나간 수준으로 감도가 올라가서 미친 듯한 절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자, 이건 역시 클래식한 자궁 문신이 좋겠지."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방금 들은 내용 있지? 그걸 그대로 네 몸에 학습시켜주는 거야."

"...임신? 설마 날 임신시킨다고?

음,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그렇게 되겠지.

이번에 내가 널 무너트릴 때 사용하는 것은 정자가 난자에 수정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절정이니까.

"걱정하지 마. 사람의 아이를 배는 건 아니니까."

"뭐, 뭐?"

아, 이렇게 말하면 더 놀라겠구나.

나는 아까 이곳에 오기 전에 설아를 만나서 받아온 마술도구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솔직히 너무 내 생각 그대로 만들어져서 만족스러운 녀석들이었다.

"일단 이 콘돔. 싸버리는 정액을 인공 정액으로 바꿔서 내보내 주는데. 이 인공 정액이 좀 신기해."

안에 들어있는 인공 정자가 난자랑 만나면 수정할 수 있거든.

다만 이게 진짜 정액은 아니라 착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난자랑 합쳐져서 달걀 같은 알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 끝이다.

'하지만 엄연한 수정이지.'

아까 내가 특성에 걸어둔 트리거를 만족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아기는 아니지만, 자신의 수정란으로부터 비롯된 알을 낳으니까 임신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미, 친.... 너 진짜 미친놈이지!?"

"그리고 여기 있는 이 유두 피어싱. 이 피어싱의 양쪽을 서로 부딪치면 강제로 배란해."

일전에 설아가 나에게서 아기를 받아 갈 때 쓰려던 마술도구의 개량판이었다.

형태도 유두 피어싱으로 음란하게 바뀌었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양쪽을 붙여둘 수 있다는 것.

사실은 이쪽 기능이 원래 설아가 쓰던 마술도구의 기능과 같은 거였다.

'이 경우에는 난자가 남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하나씩 배란하는 모드지'

그래서 언제라도 질내사정만 하면 임신뇌손상바보절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거다.

물론, 이건 바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배란시킨 난자가 그리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나중을 위한 기능이지.

"자, 유두에 피어싱해 봐. 굳이 강제로 시키지 않는 건, 기회를 주는 거야."

"......."

강아리는 나를 열심히 노려보더니, 결국은 포기하고 피어싱을 가져가서 자신의 유두를 뚫어버렸다.

아무래도 강아리는 신체 강화 계열이라서, 내가 직접 저걸 했으면 절대로 뚫지 못했을 거다.

또르르 흐르는 핏방울을 보며 나는 다음 명령을 내렸다.

"입을 써서 콘돔을 내 자지에 씌워봐."

"......."

하지만 이번에는 결국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내가 바닥에 던진 콘돔을 뜯지도 않고 날 노려봤다.

아니면 뭐 특성에 쿨타임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어렵게 가야지."

"...어? 자, 잠시만!"

"입만 써서 콘돔을 내 자지에 장착『해줘』"

내 말이 끝나는 순간.

강아리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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