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4 8레벨 - 기울어진 운동장(10)
"살살해 임마."
"헤헤...."
죽빵이가 내 몸을 치료해주는 걸 느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너랑 몸빵이 때문에 진짜 죽을 것 같아....
사실 대부분은 너보다는 몸빵이 잘못인 것 같기는 해.
근데 원래 막타친 새끼가 제일 미운 거 알지?
"아, 여보 고생 많았어."
"너야말로."
우리는 난장판이 되어있는 방을 정리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이곳을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완성했다.
지금부터는 한동안 아이들을 추가로 들이지 않는다.
혹은 이상하게 여겨져 들여야 할 경우, 각성 약물은 1회만 투약한다.
이후 각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희망 보육원으로 보낸다.
'그리고....'
기존에 마스터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던 교육을 싹 버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마스터를 위해 살아야 하는 인형이 아니라, 인류를 지키는 헌터라는 직종의 사람이라는 것.
마스터는 자신들을 납치해서 부려 먹으려는 나쁜 놈들이라는 것도 알려줘야지.
다만 그 와중에 점검을 대비해서, 그들 앞에서는 마스터를 좋아하는 척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성교육을 비롯한 원래라면 일부러 교육 과정에서 빠트리는 것들도 전부 알려줄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걸 위해서 우리가 한동안 배빵, 몸빵, 죽빵이 셋에게 미리 교육하느라 머리가 터질 뻔했다.
원래라면 셋에게 분야를 나누어서 가르치고, 다음에 서로에게 알려주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워낙 서로 개성이 강해서인지 같은 내용도 다르게 아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셋에게 다 가르치고 셋이서 이야기하여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하는 식으로 오차율을 줄일 수밖에 없더라.
"나에 대한 건, 그냥 고마운 은인 정도로. 너희한텐 내가 선생님이지만, 그 아이들한텐 너희가 선생님이잖아?"
"그, 그럼 저도 선생님처럼 애들한테 야한 것 해도...."
"안되는 거 알지? 지금 나를 놔두고 다른 애랑 야한 걸 하겠다고 한 거야?"
"아! 그,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필수적인 상식 이상으로 가르치는 건 금지다."
뒤늦게 성적 쾌감을 알아서 그런지, 집착이 더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이런 식으로 다 막아두면 내가 없으면 큰일이겠지.
살짝만 허용해두자.
"너희들 셋은 어차피 전부 내 전리품이니까. 셋이서는 서로 도와줘도 좋아."
"그건 괜찮은 거예요?"
"대신 모든 내용은 다 촬영해서 나에게 보고할 것. 그 과정에서 내가 보기에 이건 안된다 싶은 수위가 있으면 금지할 거야."
설마 그렇게까지 조교를 해놨는데, 얘들끼리 붙어먹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완벽하게 관리해야지.
물론 야동 컬렉션이 추가되는 건 덤이다.
"우와 그건 좀 심하네요.... 내로남불 오지네."
"그래서 싫어?"
"좋아"
그럼 대체 어쩌라는 거야.
아무튼 여기 상황은 이쯤이면 해결이고....
다음은 우리 애들을 데려가야 하는데.
"그러니까, 너희는 여기 남겠다고?"
아직 각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당연히 돌아간다.
문제는 저번에 맞은 약물 1번 만에 각성했던 아이들인데....
"은서야. 잘 생각해. 물론 여기 있으면 각성 능력을 키우기 좋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갑갑할 거야."
"...할 거야"
끝까지 이곳에 남아서 여인위에게 복수하겠다고 떼를 쓰고 있었다.
아마 원장님이 그렇게 맞고 쓰러진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겠지.
아직 어린아이들이었을 텐데, 언제 다 이렇게 커버린 거람.
나는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라도 힘들면 나오겠다고 하겠지.
"알았어. 여기 선생님들 3명한테 말해둘 테니까. 나 보고 싶거나 힘들면 바로 연락하고."
"응!"
결국은 이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특출나게 위험한 것도 아니고, 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훈련이니까.
그걸 위해서는 여기가 최고긴 하다.
솔직히 밖에서 이런 시설 마련하려면 엄청난 금액이 깨지고.
그건 원장님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그럼 결국 국가에 소속되던, 입양을 가던 해야 하는데.... 그럴거면 여기 있는 게 낫지.'
여긴 무려 S급 헌터를 주기적으로 만들어내는 곳이다.
솔직히 어지간한 아카데미보다는 이곳이 훨씬 퀄리티가 높지.
"결국 그렇게 결정한 거야?"
"응. 어쩔 수 없잖아?"
"여보다운 결정이네."
그게 무슨 결정인데.
나는 내가 워낙 오락가락하다 보니, 나다운 것이 뭔지 모르겠던데.
애초에 이번에도 마음 같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고 싶었다.
그래도 진심으로 여기 남겠다는 애들을 보니까 그게 입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 이제 가자. 마지막 하나 처리해야지."
"그래, 원흉 하나가 남아 있으니까."
미친개 강아리.
이번에 우리 애들을 납치한 장본인이자.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근접형 헌터로 유명한 S급 헌터.
취미로 어린 남자애들을 성노리개로 키운다고 한다.
아무리 그녀가 S급 헌터여도, 한국은 그런 취미가 용납되는 나라는 절대 아니고.
그래서 법망을 피해서 그런 욕구를 몰래 채우고 있었겠지.
희망 보육원의 남자아이들은 그녀에게 잡혀가서 몸을 떨고 있을 거다.
어쩔 수 없는 일들 때문이라고는 해도, 아이들이 아직 무사할 거라는 걸 알아도.
그런데도 그 아이들을 내버려 두었었다는 죄책감이 가슴 언저리에서 쿵쾅거렸다.
"어디야? 슬슬 알려줘."
"여기. 워낙 유명했던 사건이라 자료를 찾는 건 수월했었어."
"내가 이 새끼 경찰에 넘겼었어?"
"응."
그랬었구나.
하긴, 그때의 나는 여인위라는 존재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 거고.
그런 식으로 유명한 사건으로 키우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은 없었을 거다.
아마 여인위라는 단체의 존재를 완벽히 안 것은 강아리를 조진 이후에 생산 시설을 습격 하면서부터겠지.
이번에는 생산 시설부터 조졌지만, 원래 나는 강아리부터 조졌다고 했으니까.
"이쪽이야."
"...이런 곳에 있다고?"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이번에는 정말 평범한 걸 넘어서, 번화가 그 자체인 서울로 가고 있었다.
대체 여기 어디에 그럴 공간이 있다는 거야?
"...심지어 여기야?"
"인파나 호텔. 알지?"
"존나 비싼 고급 호텔이잖아. 이딴 곳에 본거지를 둬?"
"말했지? 탈락한 애들은 팔아먹는다고."
"...돌겠네."
평범한 최고급 호텔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동 성착취에 인신매매까지 하는 곳이었다니.
그런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원래부터 유명한 호텔이었다.
"일반적인 객실이야 당연히 멀쩡한 호텔이 맞아. 하지만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면 지하 객실을 받을 수 있거든."
"지하 객실?"
"심지어 그것도 매번 열리는 것이 아니야. 이렇게 새로 물건이 들어왔을 때만, 이벤트식으로 열려. 사실상 경매지."
아마도 여기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이벤트인 모양이었다.
만약에 나한테 걸리면 죄다 성노예로 만들어서 팔아먹어야지.
강아리랑 악질 수위만 다르지 사실상 똑같은 놈들이었다.
"그건 뭐야?"
"그 지하 객실을 예약해놨지."
"그건 또 어떻게 찾았냐...."
"이런 쪽은 이미 싹 장악하고 있답니다?"
하긴, 내가 성노예 하나 팔아먹는다고 했더니, 되게 간단하게 팔아먹고 돈으로 바꿔온 애니까.
이런 티켓 하나 구해왔다고 신기해할 이유는 없었다.
"사용법은 아주 간단해. 엘리베이터에서, 미리 받은 카드를 찍을 것."
원래 이 호텔에서 객실 층을 들어가려면 객실의 열쇠인 카드를 찍을 필요가 있다.
그것과 아예 같은 시스템으로 지하로 보내주는 것.
생각보다 허술하네.
"어차피 이 호텔은 A급 이하 방비가 다 되어있으니까. 그걸 믿고 있는 거지."
"S급 헌터가 들이닥치면 끝장이네."
"애초에 이게 돌아가는 이유 자체가 S급 헌터가 빽에 있어서잖아. 이 세상에서 아직 S급 헌터는 치트키야."
그건 그렇지.
여인위의 생산 시설에서 S급이 우르르 탄생하는 과정을 봐서 그렇지.
사실 S급 헌터는 우리나라만 해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심지어 한국은 헌터 강국인 편이라서 인구수보다 엄청 많은 편이고.
사실상 헌터들 수준이 최강이라고 불리는 미국이 10명이 좀 넘는다.
전 세계에 있는 S급 헌터를 다 합쳐도 100명 정도.
그런 사람이 치트키가 아닌 게 더 이상하긴 해.
"요즘 자꾸 그 상식이 파괴되는 기분이라 그래."
"하긴, 당장 여보 옆에 있는 나도 S급이잖아?"
"큰일이라니까?"
요즘 주변에 S급을 너무 봤더니 익숙해져 버렸어.
삑!
공주가 카드를 찍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며 동작을 시작했다.
잠시 후, 우리는 익숙한 하강감과 함께 지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와, 방 미쳤네."
"지하에 있는 방은 전부 이거래."
아까 간단하게 찾아봤던 이 호텔의 스위트룸 구조를 그대로 박아놨다.
다른 점이라면 원래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스크린이 있다는 것.
설마 저게 있는 이유가....
"여보, 화난다고 바로 뛰어가면 안 돼. 혹시 아이들을 가지고 협박할 수도 있으니까."
"알고 있어."
아까 오면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일단은 여기서 묵으면서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동안 우리가 강아리와 독대할 상황을 만든다.
독대하는 순간 내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사용해서 강아리를 제압.
그 뒤로는 이 이벤트를 전부 멈춘다.
아주 간단한 계획이지만.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동안 내가 꾹 참아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시작 시각에 맞춰서 들어왔으니까. 아직 아이들은 전부 무사할 거야."
기본적으로 이 쇼에 참여한 사람들은 아이들이 탈락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탈락하도록 함정을 만드는 것에 돈을 쓸 수 있고.
탈락한 아이들은 그 탈락의 원인이 된 함정의 주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럼 오히려 다수가 좋아할 만한 선택된 아이들만 함정에 도배 당하잖아."
"돈으로 그 함정을 막는 기능도 있어."
오히려 인기가 많으면, 자신이 차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함정을 틀어막는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돈으로 함정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3챕터가 되고.
그래서 오히려 인기 있는 아이들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인기가 없으면 아무도 방해를 취소하지 않기에 싸게 아이를 살 수 있으니까 오히려 인기 없는 아이들이 걸러진다고.
"진짜 애들로 뭐 하는 짓인지...."
"그래도 오히려 진짜 아동 성범죄자들 소굴이라 다행인 건 있어."
"그게 다행일 것이 있어?"
"쟤들은 아이들다운 모습까지 좋아하거든."
그런 이유로 이 게임의 1챕터는 아이들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것이라고 한다.
2챕터부터는 성적인 부분이 들어가서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1챕터는 우리가 봐도 역겹지 않을 거라고.
"돌겠네...."
시간이 되었는지 화면이 켜지고.
각기 다른 동물 잠옷을 입고 있는 희망 보육원의 아이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지금이야 굉장히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 이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해서 자기 취향으로 조교 한다는 거지?
벌써 살심이 올라오려는 것을, 공주가 최대한 진정시켰다.
그래도 아이들은 멀쩡하게 잘 있어서 다행이다.
혹시 어디 맞은 흔적이 있나 확인해 봤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시작했으니, 이제부터는 강아리랑 여기서 독대할 방법이 하나 있어."
"그래?"
"여기선 1장에 천만 원짜리 티켓으로 함정을 사. 근데 티켓 수에 따라 함정이 바뀌거든?"
"공부 많이 했구나."
"이거 원래라면 여보가 다 공부해서 알아낸 거야."
아, 그러네.
원래는 내가 여기 혼자서 찾아왔다고 했었지.
그나저나 티켓이 개당 천만 원이면 저기 있는 10장짜리 고급 함정만 사도 1억....
"일단 태웅이에 100장."
"야!?"
공주는 화면을 터치하더니 10억을 쿨하게 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