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77화 (78/289)

EP.77 8레벨 - 기울어진 운동장(3)

이번 잠입에서 제일 중요한 목표는 거기 소속된 3명의 10레벨을 모두 사로잡아서 내 전리품으로 조교 하는 것.

당장은 10레벨인 이들만 조교 해도 그 밑 레벨은 대부분 교육으로 돌이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이유로 나온 결론이었다.

"3명이라, 원래는 너까지 총 4명이었다는 거지?"

"응, 아무래도 정상적인 운용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 했나 봐."

그러다가 새로 10레벨이 충분히 보충되면, 기존에 이곳을 맡아서 운용하던 애들 위주로 마스터가 배정된다.

이 시스템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며 마스터에게 봉사한 이후에 그 보상으로써 자신들이 선택받는 거라고 교육된다고 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방식이네. 나라면 여길 운용하는 메인 사령탑 정도는 마스터를 배정해놓을 것 같은데."

"그건 이곳이 중립이기 때문이야."

마스터는 당연하게도 한 명이 아니고, 그러다 보니 권력적으로 서로 충돌하고 의심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배정받기 이전에 접촉되지 않도록 이런 시스템을 고수하는 거다.

"허, 뭔가 허탈해지네."

세상을 지배하고 먹어 치우려고 암약하는 단체도.

그 단체 내부에서는 서로를 경계하고 더 높은 실적을 쌓으려고 하고 있다는 거잖아.

생각보다 인간적인 행태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원래 다 그런 거지. 아무튼 원래라면 나도 10레벨을 달성하고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회귀로 돌아오면서 10레벨이 되기도 전에 빠져나왔구나."

"응. 근데 기존의 벽을 깨는 조건을 만족해도 10레벨이 되지 않더라."

그래도 그녀는 미래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미국 쪽에 보관되어 있던 성유물인 롱기누스의 창의 조각을 탈취해서 총알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총알의 성능으로 10레벨 화력을 채워 넣었다는 설명.

"...그거 네가 훔친 거였어?"

"들키지 않았으니까 범죄는 아니야."

그거 범죄 맞거든?

우리나라 소행이라는 걸 알면 국가 문제로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사안이거든?

다만 그녀가 그만큼 강력한 총알을 만든 이유는 이해가 갔다.

어차피 그녀의 능력 때문에 시간을 되돌리면 하나의 총알을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그럼 그 총알만큼은 최강의 재료로 만드는 것이 맞겠지.

하필 그게 훔쳐 온 성유물이라서 그렇지.

"애초에 내가 제일 아끼는 애장이라서 꼭 필요했단 말이야."

"그거 설마 미래에서는 내가 만들어 줬니?"

"재료는 여보가, 제작은 설이 언니가."

미래의 나도 꽤나 돌아버린 새끼였네.

제작은 어떻게 만드는지 미리 설아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문제없이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진짜 아무한테도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럼 10레벨 하위 특성은 뭐였는데?"

"회귀."

그리고 회귀의 설명에는 단 한 번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10레벨의 하위 특성이 이번 회차에는 변경되었고, 그래서 벽을 넘는 조건이 바뀐 것 같다는 것.

확실히 그게 가장 가능성이 크겠네.

"그럴듯하네. 나는 네가 회귀하기 전이랑 같은 조건으로 벽을 넘었으니까."

"그래서.... 아, 도착했나 보다."

이송책인 여자는 기계적으로 우리를 끌고 시설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가 걸어둔 특성 때문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 만나게 될 인간들인데....

"아직은 문제없어."

"오케이, 『이거 나만 불편해?』"

시야 범위에 들어오는 이들이 있을 때마다 특성을 걸었다.

물론 아주 멀리서 보거나, CCTV 등을 활용하면 들킬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기본적으로 CCTV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녀가 여길 빠져나오고 나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모든 영상이나 이미지는 특성을 통해서 소통하고.

절대로 서류 등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유일하게 자신들을 나타내는 건 문신뿐이라는 건가?'

만약 이곳이 걸려서 문제가 되더라도.

자신들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고 했다.

그래서 문신도 굉장히 흔한 디자인으로 고른 거겠지.

"그리고 지금은 특성 중에서 여기 전체를 단번에 감시하는 특성을 가진 녀석은 없고...."

"왼쪽 하나 놓쳤어."

"오케이."

소통과 관련된 특성을 가진 이들도, 새로 마스터를 배정하게 될 때만 이곳에 와서 규칙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심지어 그 규칙에는 이쪽에서 마스터를 판별할 근거를 주지 않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그래서 자신의 능력 덕분에 마스터 배정을 자주 구경한 공주조차 마스터들의 정체를 모르게 된 거였다.

"많이 빡세네."

"어쩌면 덕분에 여길 우리 입맛대로 개조할 수 있는 거니 다행이지."

확실히 그건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경계한답시고 그런 룰을 만들었겠지만, 이번에는 그 룰이 그들을 압박할 차례였다.

"의외로 평범하게 생겼네."

"디자인은 이래도, 기본적으로 전부 특성 방어 내구설계가 되어있어. A급 헌터가 아니면 문 하나도 마음대로 못 열걸?"

그래서 아직 높은 레벨이 아닌 어린아이들은 이곳의 통제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특성이 시간과 관련된 것이라 장난을 치고 다닌 자신이 특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런 말괄량이까지 세뇌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무서운 점인가?

우리를 방에 데려다 놓은 이송책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리를 떠났다.

원래라면 문을 잠가야 하겠지만, 여기 문은 잠그지 않는 것이 상식으로 바뀌어있으니까 그냥 나갔을 것이다.

"왜 굳이 다 홀딱 벗겨놓은 거야?"

"알몸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상식을 심기 위해서. 나도 옷 벗은 게 부끄러운 거라고 깨닫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

아무래도 암암리에 일할 전투원들을 키워내는 것이기도 하기에, 그것에 방해가 될만한 것들은 최대한 쳐낸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유혹하고 암살하는 일도 이쪽에서는 흔하다.

그렇기에 애초에 부끄럽지 않아서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없도록 한다는 것.

"그건 확실히 맞네."

이 단체가 설립되고 계획을 진행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지금이야 언론에서 S급 헌터들이 전용 장비인 비키니를 입고 날아다니니, 헌터들에게 노출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예전에는 헌터 장비 위에 무조건 옷을 입어야 했고, 가린 것이 벗겨지면 되게 부끄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애초에 헌터가 아니라면 그건 지금도 부끄러운 일이지.

"아마 이쪽이 강제 각성 이전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일텐데.... 역시 여기네요."

"은서야...!"

"은혁, 오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는 은서가 나를 향해 뛰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안기자마자 무서웠다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래도 똑 부러지는 면이 있던 아이였는데, 역시 이런 상황이면 얘도 견디기 힘들었지.

"괜찮아. 여기 이공주 헌터 알지? S급 헌터. 이 언니랑 희망 보육원 친구들 다 구하러 왔거든?"

"흡, 흐아앙...!"

"이제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은서가 울기 시작하자, 다른 아이들도 나한테 몰려와서 옷 가랑이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혹시 빠진 아이가 있나 잘 확인했는데.

다행히 다 괜찮았다.

"약은 아직 1회차만 투입한 모양이에요. 이 정도면 치사량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 수준이라, 괜찮을 것 같네요. 오히려 이거 부잣집 자제들은 1회 분량 정도는 비싼 돈 주고 맞는다는 물건이거든요."

"들어본 적 있어."

약간 뜬소문으로 들리는 이야기긴 한데.

각성 확률을 올려주는 약물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접종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그게 이 약물이었구나?

"여기서 다 같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원래는 여기서 나쁜 사람들이 아픈 주사 놓고 그러는데, 오빠는 그거 막으러 갈게."

"...응!"

아이들을 최대한 진정시키고 방을 빠져나왔다.

일단 아이들이 무사한 걸 확인했더니 조금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건강에 위험이 오는 수준까지 주사하지 않으면 공동으로 생활하게 두지만, 주사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이곳에서 한 명씩 묶어놓기 시작해."

작은 의료용 침대가 가득 찬 강당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에 아이들이 우르르 묶여서 고통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열이 뻗쳤다.

어떻게 빡침이 가라앉자마자 다시 빡치지?

정말 놀라운 공간이네.

"그러다가 죽으면 마력으로 돌아가는 저 화로에 던져서 흔적도 없이 태워버려. 예전에 저걸 알고 깜짝 놀라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네."

"그걸 용케도 세뇌했네?"

"저기서 불타는 것도 일종의 신성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구라 치던데?"

진짜 어메이징하네.

그 모든 것이 마찬가지로 윗세대에게 세뇌당한 이들이 선의로 자행한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거기 누구 있나? 지금은 활동해도 되는 시간이 아닐 텐데?"

"코드 3142?"

"뭐야, 코드 3145? 너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옆에 있는 그 남자는 누구야?"

이 안에서는 코드가 주어지고, 그 코드가 곧 이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주의 코드는 3145, 그리고 방금 우리가 맞닥뜨린 저 여성이 이곳의 10레벨 각성자 중 하나인 코드 3142다.

그 와중에 그녀의 아랫배에 그려진 검은색 하트Q 문신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3142는 전기를 뿜으며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그 사이 공주는 벌써 총을 쏘고 있었다.

쾅!

권총에서 발사된 총알에서 시작된 폭발이 3142를 덮쳤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있던 부분이었기에, 나는 최대한 달려서 3142에게 접근했다.

지금이라면 폭발의 여파로 발생한 연기가 시야를 가려줄 것이다.

"여자만 각성해서 강해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이거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잖아? 좀 평등해지자."

내 주변에 일정 구간이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이 느껴지고.

시야가 돌아오자마자 전기를 쏟아내려던 3142의 움직임이 멈췄다.

"정지『해줘』"

"뭐, 뭐야!? 마력이...! 몸이 움직이질 않아. 네놈 무슨 사술을...!"

"아, 시끄러."

"컥!?"

자꾸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짜증 나서 그녀의 아랫배에 있던 문신 부분을 힘껏 후려쳤다.

그러길래 누가 남자라고 방심하래?

그 뒤에 만난 3137도 마력이 코스트였기에 비슷한 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몸이 튼튼한 탱커쪽 신체 강화 헌터라서 위험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질로 3142가 있었던 덕에 훨씬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3141이네."

"얘가 제일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

"응, 그래서 나머지 둘부터 인질로 잡은 거고."

유일하게 마력이 아닌 코스트를 사용한다.

자신의 몸에 마력으로 된 성흔이 하나씩 그어지고, 그걸 소모해서 능력을 사용하는 것.

"회복계라 그나마 괜찮지만, 아예 공격으로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10레벨, 일반적으로 말하는 S급 헌터란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전투가 아닌 부분에서 인정받아 S급 헌터가 된 사람이라도, A급 수준의 전투력은 지니게 된다.

"어떤 쥐새끼가 숨어들었나 했더니. 3145 너였어? 위대한 마스터들의 은총을 배신하더니, 결국 이렇게 타락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지랄하네. 그게 은총이면 3141 네가 당하는 것도 막아줄걸?"

공주는 자신의 말이 끝나는 순간 격발했다.

상대가 특성 스택을 소모하면서 막아내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천천히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

'공주에게는 닿지 않으면서, 3141에게는 닿는 위치.'

그리고 그러면서 내가 최대한 도망치기 좋은 안전성이 확보된 장소.

나는 자리를 잡자마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3141의 마력을 봉인했고.

지금부터는 그녀의 스택이 회복되지 않을 거다.

이대로 전투를 이어가서 그녀가 모든 스택을 소모하면 끝이다.

그 뒤로는 이 녀석들이 내 특성이 없더라도 나를 따를 정도로 조교 하는 시간이지.

"뭐야, 왜 마력이...! 설마 이 남자가!"

"이미 늦었거든? 움직임을 정지『해줘』"

뒤늦게 모든 스택을 소모한 3141이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곧바로 특성을 써서 그녀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경고의 의미로써 아구창을 강하게 후려갈겼다.

"큽...!"

"오케이 이제부터 하나씩 조교 하면 되겠는데.... 그나저나 이름이 숫자라서 너무 부르기 어렵다?"

"그럼 여보가 별명 하나씩 지어줘. 어차피 여보의 전리품이잖아?"

"그럴까?"

나는 잠시 세 명의 특징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별명을 고민했고.

그러다 번뜩 떠오르는 이름이 있어서 한 명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름을 붙여줬다.

"배빵이, 몸빵이, 죽빵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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