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76화 (77/289)

EP.76 8레벨 - 기울어진 운동장(2)

"특성창"

[페미니스트(Lv8)

당신(Feminist)에 의한 여성(Female)의 행복(Felicity)!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 때마다 특성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특성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하위 특성이 개방되고, 마력이 강화됩니다.]

방금 내가 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8레벨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 사건'이 일어나야만 했다는 걸 의미했다.

나는 공주에게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공주가 판단하기에 이번 사건은 내가 8레벨에 도달하지 않으면 막지 못하는 건이었다.

저번 밸밸사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7레벨이 필요했던 것과 비슷한 이유겠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새로 열린 하위 특성을 확인했다.

[기울어진 운동장(F)

일정 범위 내 여성의 마력을 봉인한다.]

"이게 뭔...?"

"8~9레벨이 10레벨 헌터의 정신에 간섭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10레벨 헌터의 코스트는 하위 레벨 정신 간섭 정도는 손쉽게 막으니까요."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10레벨에 도달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정신 간섭이 아닌 능력으로 코스트를 0인 상태로 만들면 된다고 했다.

그런 용도로 보면, 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마력을 코스트로 쓰는 대상에게는완벽한 효과를 발휘한다.

"일단 범위 능력이라서 근접할 필요는 있지만, 근접하기만 한다면 마력을 봉인하고 특성을 때려 박을 수 있어요."

"이번 범인이 강아리 헌터라고 했지?"

"네."

미친개 강아리.

대한민국에서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워낙 사고를 많이 쳐서 서은하나 유채린처럼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의 광기에 가득 찬 전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진지하게 말하면 그녀 덕분에 닫은 던전이 많으니, 겉으로만 본다면 아무리 사고를 많이 쳤다고 해도 영웅이라고 불릴 자격이 존재하는 자였다.

"대체 왜 그런 사람이...."

"처음에는 여인위에서 세뇌당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더라고요."

여인위에게 여자아이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건 순전히 그녀가 아이들을 납치하는 것을 여인위가 도와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서로 윈윈 관계라는 소리네.

"아무리 남성 인권이 바닥에 떨어졌다지만, 낙태도 아니고 이미 태어난 아이에겐 인권이 있잖아요. 그러니 자신의 아동 성애를 채우기 위해서는 음지의 일에 손을 대는 수밖에 없었겠죠."

"...굳이 그걸 S급 헌터가 직접 손을 댄다고? 위험하게?"

"함께 살던 고아원 남자아이들을 단체로 건드리고 조교 하는 것이 취향인 모양이던데요."

기본적으로 밸밸사이와 비슷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상대가 정말 음지에 처박힌 쓰레기가 아니라, 겉으로는 영웅 행세를 하는 S급 헌터라는 것이다.

심지어 대상이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은 더 악질이고.

사실 그것도 그건데, 제일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 애들을 납치한 범인이라는 것.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 가진 분노를 키우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아무리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직접 당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생기는 분노와.

당장 눈앞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사건에 대해 생기는 분노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장 찾아가서 죽여버려야...."

"괜찮아요. 아직 시간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남자아이들의 선별과정은 천천히 게임이랑 비슷한 조교의 단계에 따라 진행되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무사할 거예요."

그래서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도 모두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초반에는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며 건들지 않는다고.

그나마 다행인 이야기였다.

"원래 이때 여보는 어떻게든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한 끝에 강아리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내요. 그 시간이 흐르고 남자아이들을 구하러 가도 충분했으니, 범인을 아는 지금은 우선순위를 미뤄도 괜찮다는 거죠."

"미룬다는 건, 더 급한 게 있다는 거지?"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료를 하나 꺼냈다.

지금은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서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을 신안군에 관한 내용이었다.

"여기 해결 불가능으로 판정이 난 던전이 있는 거 아니었어?"

"해결한 지 오래예요. 지금은 제가 있었던 그 여인원의 생산 시설로 변해있죠."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일부러 아무도 접근하지 않도록 정보를 통제하고 있겠지.

그런 장소에 있었단 말이지....

"원래라면 강아리를 통해서 이 장소에 대한 힌트를 얻게 돼요. 그리고 납치된 여자아이들을 구하러 가지만...."

"좆같네."

너무 늦었다는 결말이다.

기본적으로 각성자가 필요한 그들은 강제로 각성에 도움을 주는 약물을 치사량까지 투입하며 아이들을 괴롭혔고.

그러던 중에 각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약물로 인해서 사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고아원의 많은 여자아이가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금방 그 작업에 들어갈 여인원의 생산 시설부터 공격해야 한다는 것.

"원래라면 강아리를 시켜서 여자아이 대신 들어가시거든요?"

"내가 왜 여자아이인데?"

"그, '이거 나만 불편해?'라는 특성을 사용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들킬 때는 세뇌한 강아리를 용병처럼 활용해서 근접하고, 근접한 뒤에는 특성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럼 필요한 건 내부로 진입할만한 신분이랑, 들켰을 때 무력이 되어줄 사람인가?

"어차피 강아리도 모든 걸 직접 관리하지는 않아요. 그 밑에서 일하는 녀석들을 특성으로 속이면, 그때랑 똑같은 행동이 가능하겠죠."

그리고 유일하게 S급의 전투 능력을 보유한 자신이 따라간다면, 강아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날이 올 걸 예상했기 때문인지 술술 흘러나오는 작전에 어이가 없어질 정도였다.

"다만 여기서 아이들만 구출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바뀌지 않는다?"

"신안의 생산 시설이 무너져도, 여인원은 생산 시설을 새로 만들 테니까요."

확실히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아이들을 구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어린아이들은 세뇌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특성을 성장시키는 걸 더 큰 과제로 삼아요. 그래서 아직 되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기 시작하면 슬슬 특성 성장이 마무리 단계라고 보고, 세뇌하는 걸 더 큰 목표로 두죠."

본래라면 이 시점의 공주는 세뇌 작업이 진행되어서 여인원을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때 생산 시설을 습격한 나를 막으려다가 내 노예가 되었다고.

...분명 내가 구해줬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만 들으면 무슨 전리품으로 챙겨나온 것 같은데?

"생산 시설에서는 추후 마스터와 성적 관계에 따른 종속 관계를 위해 성적인 것은 일부러 정보를 제한해요. 그래서 세뇌를 이겨내도록 하려면 특성을 이용해서 성적으로 조교 하시는 것이 빠르실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만큼 더 빨리 추락한다는 이야기네."

"그렇게 다 노예로 만들어서 여인위를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그 아이들에게 기쁨이겠죠."

아영이가 내 조교에서 쾌감에 금방 굴복한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하여튼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치료해주고, 어른들은 성적으로 조교 해서 내 노예로 삼으라는 거지?

"노예는 저번에도 말했지만 혜미가 차지한 이름이니까.... 전리품 정도로 하자."

"네,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그래서, 그건 이해가 가는데. 그거랑 생산 시설은 어떻게 하자는 거야?"

방금 나눈 이야기는 당연한 것들이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다.

이제야 공주가 뭘 생각했던 건지 알겠네....

"아...."

"기본적으로 마스터들에게 출고될 이들은 성인들이에요. 이미 조교가 끝나서 여보의 전리품이 되어있는 이들이죠."

그들이 마스터들의 밑으로 잠입해 들어가서 오히려 역으로 스파이가 되어준다는 거다.

그리고 생산 시설의 교육 시스템은 전부 바꿔서 그냥 평범한 보육원으로 바꾸고.

이미 세뇌가 진행된 아이들도 최대한 치료해주는 방향으로 간다.

'괜찮네.'

그나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스파이가 되는 이들을 믿을 수 있냐는 것.

그 아이들이 오히려 마스터에게 감화되어 넘어갈 수도 있잖아?

아, 그건 혹시 모르니까 특성으로 정조대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서 걸어놓으면 되려나?

일단 그건 내가 조교 하는 단계에서 생각해 봐야겠네.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자라기 전에 저희가 여인위를 쓰러트려야겠죠. 지금은 여인위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최대한 피해자를 줄이는 게 중요하니까요."

"너 정말 고민 많이 했겠구나."

사실상 지금의 나는 전부 공주에게 받아먹는 중이었다.

완성된 전략을 그냥 시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

평소에 내가 매니저 일로 했던 걸 반대로 받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제가 매니저예요. 여보가 헌터고요."

"머릿속이라도 읽었냐?"

하여튼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혹시 아이들이 잘못될까 봐 머리에 불이 붙었었는데, 오히려 차분하게 구해낼 방법을 확정 지으니까 나아지네.

그럼 일단은 신안에 있다는 생산 시설과 관계된 녀석부터 찾아야....

"찾아놨죠."

"와...."

이러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는데.

이렇게 열심히 모두를 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은 애한테 화를 내다니.

내가 잘못한 것이 확실했다.

"...아까 화내서 미안해"

"아뇨, 저야말로 말하지 않아서 죄송해요. 이유가 어찌 되었든 여보를 속인 거잖아요?"

"아니야. 나라도 같은 상황이었으면 비슷한 판단을 했을 거야."

다만 그녀가 짜둔 작전은 전부 내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늘은 납치한 직후라서 상대도 조심스러울 거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납치된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이상 성급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물론 지금 찾아간다면 여인원에 여자아이들을 빼앗기지 않고 바로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럼 여인원의 생산 시설의 경계는 강해질 것이고.

그곳에 잠입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장소까지 변경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우리 고아원 아이들을 바로 구한다는 건 생산 시설의 아이들을 포기한다는 소리가 되는 거지.

'공주가 말하고 싶은 건, 그곳에 억울하게 갇혀있는 불쌍한 아이들도 함께 구해달라는 거였네.'

그걸 위해서 고아원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서, 거기 갇혀있는 아이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작전을 짜기 시작한 거다.

그래야만 고아원의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내가 이해하고 그렇게 행동해줄 테니까.

"공주야. 너 그냥 나한테 말 놔라. 회귀해서 어린 거지 실제로는 나이보다 더 살았잖아."

"네? 제가 어떻게...."

공주는 갑작스러운 내 요구에 굉장히 당황했다.

미래의 나는 분명 공주에게 걸린 세뇌를 벗어나고 독립적인 무언가가 되길 바랐을 것이다.

물론 성적인 부분은 나에게 종속되길 원했겠지만, 그건 솔직히 내가 따먹은 애는 그때부터 내거니까 어쩔 수 없고.

하여튼 지금 공주는 분명하게 자기 자신을 확립한 상태였으며.

오히려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로 냉철하고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미래의 내가 이걸 봤다면 흐뭇하게 바라보았겠지, 아니 지금의 내가 보더라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네가 존댓말 할 때마다 자꾸 노예근성이 나와서 그래. 그거 좀 불편하거든?"

"그, 그건...."

그래서 나는 좀 더 대등한 관계로 공주를 바라보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 공주가 나를 주인으로 모시던 시절의 말투가 나오니까 분위기가 깨지잖아?

그럼 그걸 틀어막을 수밖에.

"애초에 여보한테는 반말로 사랑한다고 하는 게 국룰이야."

"여, 여보.... 사, 사랑해!"

옳지,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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