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8 7레벨 - 힘조(10)
뭔가 이상하다.
분명 나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는데, 이목구비가 제대로 구별이 되지 않았다.
방금 절정한 탓에 시야가 흐린 건가?
하지만 다른 얼굴을 제외한 부분은 제대로 보이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건 정상이에요. 이쪽 일을 할 때는 정체를 숨기는 편이라서요."
"그, 그건 그렇고. 저는 무슨 일로 만나러 오신 거예요? 혹시 크리에이터 모드의 기간을 늘려주시는 건가요!?"
나는 기대감을 잔뜩 담아서 말했다.
나를 에이스라고 부를 정도면, 그 에이스를 잃고 싶지 않을 거잖아.
그렇다면 더 연장해줘도 되는 것 아니야?
"그건 밸밸사이의 현재 약관상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나저나 윤미령씨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네요."
"제가요?"
"당신을 제외한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다들 자신의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렇게 밸밸사이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고.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즐거워하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다고 했다.
어째서?
오더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들만 잔뜩이라고?
"그래서 저는 당황했어요. 원래라면 기간이 끝나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걸 포기하는 걸로 불행해지게 되었으니까요."
"그, 그렇다면 연장해주시면 되잖아요!"
"하지만, 그럼 형평성에 문제가 생겨요."
하긴 그렇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년 치를 미리 결제할걸.
결제 기능이 사라질 줄 몰랐던 내 실책이다.
"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기억을 안 돌려드렸구나."
"네?"
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머리에 찡하고 울리는 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그리고 흐릿했던 2달 전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은 밸밸사이가 BL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였다는 것.
내가 그곳에 2달의 월정액을 결제해서 영상을 관람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트가 범죄의 온상이었다는 것까지.
"어, 라? 그럼 대체...."
"오더라는 100명의 사람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100명, 밸밸사이의 영상에 나오던 남자들...?"
"정답."
밸밸사이에서 괴롭힘 받던 피해자 100명은 모종의 사건으로 밸밸사이가 무너져서 구원받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복수할 시간을 주어야 했고.
그걸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크리에이터였다는 거다.
나에게 주어진 2달의 시간은.
본래라면 오더들이 나에게 복수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다만 다른 크리에이터에 비해 내 죄질은 낮은 편이었고.
그래서 더 나에게 착하게 대해주셨던 거겠지.
이제 기억이 돌아왔으니까 알고 있다.
나는 밸밸사이의 영상들로 진지하게 덕질을 시작했었고.
피해자들에 관한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은 상태로 즐기려고 했었다.
그런데도 우연히 죄가 작게 평가되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사랑받고, 특별취급 받으며 좋아했다니.
쓰레기나 다름이 없었다.
"우욱...."
"괜찮아요?"
"저는, 저는 자격이 없었네요. 이렇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도 그걸 잃고 싶지 않다고 징징거리기나 하고...."
내가 대체 언제 그들에게 속죄하였는가.
나는 사실 크리에이터 모드를 진행하면서 항상 즐기고 행복했다.
속죄해야 할 시간에 속죄가 아니라 나의 즐거움만을 추구했다.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아뇨.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 윤미령씨는 그 누구보다 오더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긍정적인 영향이요?"
"다른 이들은 영상에 사랑이라고는 전혀 담기지 않아요. 밸밸사이에서 그들이 영상에 찍히며 만들어진 것과 다를 바가 없죠. 2달 전의 저는 그게 정당한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당한 것 그대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의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그렇게 복수하는 시간을 주면 해결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중 많은 사람은 아직도 자신의 상태에 비참해하고 힘들어하고 있어요. 그 악몽 같은 시절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죠."
"......."
"그런 그들에게 윤미령씨는 진심 어린 사랑을 주려고 했고, 그건 카메라 너머로도 전해졌던 거예요."
나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복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걸 위해서 복수의 수위는 조금 줄어들어도 괜찮다는 것.
"원래라면 당신의 크리에이터 모드 기간이 끝나고 물어봐야 하는 부분이지만,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정상참작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네?"
"지금 제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당신의 남은 크리에이터 모드 기간은 모두 스킵됩니다. 대신 당신은 스트리머 모드로 밸밸사이를 이어갈 수 있어요."
처음 듣는 모드였다.
아마도 이번에 신설된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렇다면, 설마 나처럼 크리에이터 모드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건가?
"아마 생각하신 게 맞을 거예요. 크리에이터 모드 기간을 모두 채운 분들은, 스트리머 모드로 밸밸사이를 이어갈 수 있어요."
"그, 그럼 오더를 받고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거죠?"
"네, 스트리머 모드에서도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대신, 벌칙을 받는 기간이 아닌 만큼 추가적인 혜택이 생겨납니다."
첫째, 실시간 방송을 켤 수 있게 된다.
실시간 방송을 통해 오더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며, 실시간 방송은 밸밸사이 사이트의 가장 상단에 표시되어 엄청난 유입을 노릴 수 있다.
둘째, 스트리머 모드는 크리에이터 모드에게 오더를 넣을 수 있다.
그저 올라온 영상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크리에이터 모드와는 다르게, 스트리머 모드는 자기 자신도 일종의 오더가 되는 셈이다.
"실시간으로, 오더분들과 소통...."
상상만 해도 자궁이 떨려오는 것 같았다.
자위하고 있을 때 내가 꼴린다는 채팅이 올라오면 바로 절정할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 덧글만으로도 즐겁게 자위하는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약간의 오르가즘이 보지를 쿡쿡 쑤셔왔다.
"저는 비공식적으로 당신에게 한 문화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문화요?"
"이건 당신이 남은 크리에이터 모드 기간을 스킵한다는 점과 기억을 모두 돌려받았다는 특별함에 따라 주어지는 미션이예요. 오더분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당신의 목표에도 부합하겠죠."
"오더분들이 행복해지는 거라면, 할게요."
스트리머 모드의 이용자들인 스트리머들은 오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그 오더를 통해서 실시간 합방을 신청할 수가 있는데, 이를 통해서 크리에이터들에게 오더를 모시는 기쁨을 알게 해달라고 했다.
그들이 밸밸사이를 떠나지 못하고 스트리머 모드를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거다.
그럼 그렇게 만들어진 신규 스트리머들은 다른 크리에이터들에게 오더를 모시는 기쁨을 알려주게 된다.
"선순환이네요."
"맞아요. 저는 밸밸사이의 운영자로서, 당신과 같은 사람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더분들을 위해서 말이죠."
"...할게요! 제가 하게 해주세요!"
오더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게 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나는 그분들에게 사랑받아서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나도 그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 또한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잖아?
[스트리머 모드: 남은 기간 무제한]
첫 실시간 방송을 위해서 영상조차 올리지 않고 준비에 열중했다.
좀 더 퀄리티 높은 방송을 위해 통장을 탈탈 털어서 장비를 찾고 사느라 시간이 걸렸고.
1부를 위한 장난감이나 2부를 위한 일정 조율 때문에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그래도 아직 원래 종료 기간이 되기 전에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
- 실시간 방송은 뭐임?
- 은인님이 뭔가 준비했나 본데ㄷㄷ
- 미령인데??
- 미령아 돌아왔구나ㅠㅠㅠㅠ
- 3일 동안 영상 안올라와서 무슨 일 있나 싶었는데
- 뭐야 실시간이야?
- 남은 기간 무제한 진짜야? 미령이 안 떠나?
- 미령이 어떻게 된 거야?
내 안위를 걱정해주시는 분도 있고.
내가 돌아왔다고, 계속 남아준다고 기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행복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오더, 아니 저의 소중한 주인님들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스트리머로써 다시 만나 뵙게 된 윤미령입니다."
간단하게 스트리머 모드에 대해서 설명하고, 3일 동안 영상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과도 해야겠지.
"실시간 방송은 크리에이터는 볼 수 없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사실 저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돌려받았습니다. 과거의 제가 주인님들에게 했던 몹쓸 짓들,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사모하고 있습니다."
- 아니 그럼 다 기억했는데도 남겠다고?
- 진짜 감동인데....
- 아직도 BL좋아해?
- 왜 보내준다는데 안가
- ㅠㅠㅠㅠㅠㅠㅠ
- 사랑한다 미령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았다.
하긴 주인님들은 비슷한 것을 피해로써 받았던 사람들이니까.
그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주인님들의 사랑을 받은 이후 BL은 접은 지 오래예요. 사실 저는 주인님들이 오더해주시고, 영상 보고 덧글 남겨주시는 거 보면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주인님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정말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그래서 저는 평생 주인님들을 모시고 싶어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분명 가해자였을 저를 배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주인님들의 마음이 저를 녹여버렸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나는 내 남은 인생을 주인님들에게 바치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 속죄이며.
내가 사랑하는 주인님들에게 바치는 나의 사랑이고.
그걸 넘어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었다.
"이 딜도 보이시죠? 2달 동안 어떤 주인님들도 저에게 처녀막을 깨트리는 오더는 주지 않으셨어요. 그 배려로 저는 아직도 처녀죠. 오늘은 제가 주인님들에게 모든 걸 바친다는 의미로 이 처녀막을 깨트리는 방송을 하겠습니다. 저는 주인님들의 소유물이고, 평생 주인님들에게 봉사할 거예요. 그 맹세를 지금부터 진행하겠습니다."
- ????
- 아니 그걸 왜
- 좋은 사람 만나서 줘!!!
- 아니 왜 그걸 우리한테 바쳐
- ㅠㅠㅠㅠ바보야
- 얘는 진짜 어디까지 감동시키려고
- 미령아 그냥 현실로 돌아가! 우리한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 그냥 가끔 영상만 올려주면 충분해
"읍, 헙♡ 헤엑, 헤윽.... 넣을, 게요. 주인님들 정말 사랑해요!"
푸욱!
처녀막이 찢어지는 통증이 밀려 들어오지만, 내가 직접 처녀를 바치는데도 오히려 걱정해주는 주인님들의 채팅들이 나를 부드럽게 애무한다.
어느새 고통이 사라진다.
오로지 내가 주인님들에게 종속되었다는 충족감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 행복감만으로도 절정해서 몸이 떨려왔다.
"사랑해요♡ 주인님들, 저를 봐주세요♡ 주인님들을 사랑하는 저를 봐줘요♡ 그게 제 행복이에요♡"
한참을 딜도 위에 앉아서 절정했을까.
나는 1부의 상황을 모두 정리하고 2부의 시작을 위해서 세팅을 만지기 시작했다.
주인님들은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고 계신 것 같았다.
"아까 설명 기억하세요? 스트리머는 오더를 내릴 수 있다는 거요."
"읍!? 으읍!?"
"오늘 제 오더로 실시간 방송에 참여하게 되신, 정미소 양입니다. 원래라면 내일 크리에이터 모드가 끝나는 아이죠. 하지만 저랑 다르게 자꾸 오더가 밀리고, 영상 퀄리티도 나빠서 속상하신 주인님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 ???
- 와 시발 저러려고 오더 기능이 있는 거였다고?
- 합방이 되는 거였네
- 미소가 이렇게 고퀄리티 카메라에 잡힐 줄 몰랐다
- 설마 아까 말한 2부가?
- 윤미령 그녀는 신인가? 윤미령 그녀는 신인가?
- 설마 이제까지 계속 묶여서 로터로 고문당한 거야?
정답.
나는 내가 1부를 진행하는 동안 정미소의 몸에 로터를 이용한 자극을 계속 주고 있었다.
벌써 눈물까지 흘리면서 쾌감에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나까지 즐거워지고 있었다.
"제가 정미소양이랑 리허설을 좀 했거든요. 아마 딱 가버리기 직전까지만 유지해주고 있을 거예요. 아, 입에 물린 거 풀어줘야겠네."
"제, 제발♡ 제발 가게해줘♡ 하으♡ 흐이...."
"그럼 빌어보세요. 주인님들이 가버리게 해도 좋다고 말하면 가게 해드릴게요."
"오더님들♡ 부탁해요♡ 가버리게 해주세욧♡"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시발 개꼴리네
- 어림도 없지ㅋㅋㅋㅋ
- 윤미령! 윤미령! 윤미령! 윤미령!
- 와 근데 이렇게 꼴릴 수 있는 애가 이제까지 그따구로 한 거야? 그냥 실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 미소야 미안한데 너무 꼴린다 한발만 빼고 올게
"태도가 글러 먹었잖아. 오더님이 아니라 주인님. 해주세요가 아니라 내려주세요. 절정은 내려주시는 거야. 허락이 아니고, 우리 주인님들이 주시는 거지."
"헤으♡ 제발, 제발.... 죽을 것 같아요. 주인님! 주인님.... 절정을 내려주세요. 저에게 절정의 은총을 내려주세요!"
그제야 채팅창에는 허락의 말이 떨어졌고.
나는 웃으면서 로터의 진동을 최대로 올렸다.
자, 이 행복이 너에게 주는 주인님들이 은총이란다.
'이렇게 해서 주인님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다 보면 그녀도 바뀌겠지.'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고, 부르르 떨리는 보지에서 애액을 분수처럼 쏟아냈다.
눈이 반쯤 뒤집힌 상태로 신음을 쏟아내는 그녀의 모습과 그것을 본 주인님들의 칭찬이 가득 차오르는 채팅방.
아, 정말이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