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2 6레벨 - 나는 사회적 약자야(6)
나를 향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쏟아내던 묘설아는, 말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웃고 있던 표정을 순식간에 지워버리며 싸늘하게 나를 쳐다봤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것 같아서.
괴물을 눈앞에 둔 것 같은 압박감이 전신에 전해져 왔다.
심지어 묘설아가 방금까지 웃으며 내뱉었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제까지 그녀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해왔다는 소리다.
그러면서도 아닌 척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왔던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된다.
항상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해 보였던 묘설아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망가져 있는 사람이었다.
"아, 모르겠어요. 어차피 오늘 저는 혼날 준비 다 하고 왔으니까, 숨기지 않을래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새하얗던 바니걸 복장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찐득하게 달라붙은 핏자국이 조금 소름 돋아서 조금 뒷걸음질 쳤다.
얘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배정아 그 짜증 나는 년이 집에 찾아와서 자꾸 제 심기를 건들지 뭐예요. 예전에는 나 넘어트리고 그러는 게 좀 귀여워서 내버려 뒀는데.... 요즘엔 너무 제가 하는 일을 방해하려고 해서요."
"정아가 여기에 왔어?"
"그럼요. 걔가 아니면 누가 이 피의 주인이겠어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하지만 묘설아는 그 사실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영이가 처음에 섹스가 뭔지 몰랐던 것처럼.
묘설아는 그냥 다른 인간의 감정이 어떠한지를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이라고 생각해?"
"어떤 답을 원하세요? 솔직한 답? 아니면 평소의 묘설아의 답?"
"솔직하게."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까지 공부한 바에 따르면 화가 나시겠죠. 저를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당신의 그 우람한 자지로 교육해주시지 않을까요?"
"뭐?"
아, 시발.
그러니까 얘가 나를 납치해서 이 지랄을 떠는 이유가 관심 가져달라는 거야?
내가 계속 다른 애들이랑 떡치고, 자기는 바라봐주지 않아서?
걔들은 사고를 쳤으니까 나도 사고를 치면 바라봐줄 테니까?
'미친년인 줄 알았는데, 그냥 어린애네.'
방금까지 돋아있던 소름이 조금씩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하긴 이런 와중에도 혜미랑 정아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지.
그녀도 그녀 나름의 최소한의 선을 지켰던 거다.
"알았어. 뭘 원하는지 알았으니까, 뿔 줘.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싫어요."
"뭐가 또 문제인데."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솔직히 묘설아 같은 사람과 떡치는 것에 불만이 생길 리가 없다.
물론 얘가 짜증 나고 기분 나쁜 짓을 많이 했고, 특히 혜미나 정아에겐 사과해야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얘가 빌런 수준으로 타락한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메커니즘이 아이에 가까워서 그렇지, 정말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저 복장에 저 표정을 보면 무서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심리긴 한데.
그래도 실질적으로 다 따져보면 다른 우리 팀원들에 비해서 심하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니까.
심지어 나를 싫어해서 괴롭히려고 한 것이 아니라, 좋아해서 했다고 생각하면 조금 귀엽기도 하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설아씨를 방치하게 되었다는 사실 인정해. 이제는 진지하게 상대해줄 테니까, 그거 줘."
"부족해요."
"어?"
"예전이었다면 그걸로 충분했겠지만, 이젠 부족해요. 저도 다른 년들처럼 사정없이 괴롭힘당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년들이 얻지 못한 것도 얻고 싶어요."
"괴롭혀줄게. 최선을 다해서! 그러니까 뿔 내놔!"
"저, 생일선물 하나만 받아 가고. 그다음에 돌려드릴게요."
"생일선물?"
생각해보니까 아직 생일선물을 전해주지를 못했다.
지금 이거라도 전해주면 좀 마음이 풀리려나.
내가 지금 선물을 건네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이, 묘설아는 자신의 뒤에 있던 빨간 커튼을 치웠다.
그곳에 놓인 침대에는 보자마자 어떤 용도인지 알 수 있는 결박 도구들이 붙어있었다.
"저건 무슨 용도야...?"
"은혁씨를 묶어놓고 강간하기 위한 용도요."
거, 빠꾸 없이 그대로 말씀하시네요.
제가 혜은이랑 다르게 강간당하는 페티쉬는 없는데 돌아가 봐도 좋을까요?
묘설아는 침대에 걸터앉더니,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마술도구로 인해서 지금 제 자궁에는 은혁씨의 씨앗을 수정하고 싶어 하는 난자들이 잔뜩 배란되어 있어요. 여기에 가득 은혁씨의 정액을 부으면 틀림없이 임신하겠죠."
"오...."
아, 이게 아닌데.
존나 꼴리는 대사라서 나도 모르게 인정빔을 날려버릴 뻔했다.
정신 차려라 박은혁.
"저에게 생일선물로 은혁씨의 아이를 주세요. 그다음에는 뿔 돌려드릴게요."
"하, 시발."
나도 임신이 준비된 자궁에 정액을 쏟아붓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당장 저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발기가 풀리지 않을 정도니까.
다만 내가 아직은 아이를 책임질 생각도 없는 데다, 지금의 묘설아는 헌터를 쉬기에 너무 아까운 시기다.
"조금만 진정하자. 나중에는 꼭 아기 만들어줄 테니까, 지금은 좀 봐주라."
"그렇게 말씀하시리라 생각했어요."
알고 있으면 포기를 해주면 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녀가 어떻게든 내 아이를 가지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다는 걸 깨닫자마자 도망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딱히 준비한 것은 없고, 그냥 냅다 달리는 것이 전부였다.
"아, 슬슬 시간이네요. 은혁씨를 위해서 준비한 마술쇼,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어요."
아직도 8시라는 시각에 신경을 쓰고 있었구나.
아니 애초에 마술쇼는 갑자기 뭔 소리야.
나는 그녀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게임이에요. 9시가 될 때까지, 제가 은혁씨의 몸에 5개의 결박 도구를 모두 채우면 저의 승리."
"채우지 못하면 내 승리라도 되는 거야?"
"네, 그럼 내년 생일까지 기다려드릴게요."
내년도 좀 애매한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까 일단 오늘 뿔만 돌려받으면 내 특성으로 막으면 되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지금 마력이 봉인되어서 능력을 사용할 수 없기에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반인이 1시간 동안이나 A급 헌터한테서 도망친다?
이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면 된다.
"자, 왼쪽 팔에는 벌써 채워졌고요."
"와, 진짜 답이 없네."
그리고 그 예상과 실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
내가 도망 다니는 위치들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목만 남았을 때, 직접 채우기 위해 뛰어오는 모습은 호러 영화 그 자체였다.
그래도 나랑 이러고 노는 게 즐거운지, 그녀는 실실 웃으면서 굉장히 시간 낭비를 많이 했다.
'하긴 그럼 뭐해. 도망칠 곳이 없는데.'
그냥 질 거라고 생각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내가 아영이를 괴롭힐 때도, 딱 이런 느낌으로 특성을 사용했었다.
이걸 업보를 당할 줄이야.
"자, 은혁씨의 몸에 모든 결박이 채워졌습니다. 지금 시간은 50분쯤 지난 것 같네요. 아까워요."
"그냥 내가 도망가는 거 보면서 즐긴 거잖아. 미친년아."
"들켰네요. 사실 이렇게 악착같은 은혁씨는 자주 보기 힘드니까요. 이런 은혁씨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나를 좋아해 주는 건 참 고맙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강간당해서 아빠가 되는 건 좀 그렇잖아.
"자, 오늘 마술쇼의 하이라이트! 결박 마술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셋을 세고 손뼉을 치면, 은혁씨가 침대로 이동하는 마술!"
"아니, 그건 또 무슨...."
짝!
묘설아의 박수 소리가 들리자마자, 시야가 빙빙 돌면서 몸이 붕 뜨는 감각이 느껴졌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커튼 뒤에 준비되어 있었던 결박 침대 위였다.
왠지 여기 있는 결박 도구들이랑 디자인이 똑같다 했더니, 여기로 이동하는 마술이었구나.
"자, 방해되는 옷들도 치우죠."
그녀가 내가 결박되어있는 침대의 아래쪽을 몇 번 두드렸고, 그것과 동시에 내가 입고 있던 옷이 사라졌다.
그리고 침대 바로 옆의 공중에 옷이 나타나더니,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옷을 벗겨지기는 또 난생처음이네.
"나는 이렇게 벗기고, 자기는 그렇게 하나씩 벗는 건 뭐하는 거야...."
"남자들은 이렇게 스타킹 벗는 모습 좋아한다던데. 아니에요?"
"사실 좋아."
인정해드리겠습니다.
내가 강간당하는 거라고 해도, 꼴리는 건 꼴린다고 말을 해야지.
나는 성기 발기에 솔직한 사람이다.
검은색 스타킹이 다리 라인을 따라서 쭉 벗겨지면서, 묘설아의 새하얀 살결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뒤에 바니걸 복장을 끌어 내리자, 안에는 의외로 팬티를 입고 있었다.
근데 팬티 디자인이 왠지 익숙하다?
"저번에 은혁씨랑 같이 샀던 팬티에요. 기억나시죠?"
"헌터 장비를 집까지 들고 왔네...."
그래서 아까부터 자꾸 아공간에서 마술도구를 꺼낼 수 있었던 거구나.
그녀가 팬티를 벗자, 살짝 삽입되어있던 부분이 보지에서 빠져나왔다.
그곳에 찐득한 애액이 들러붙어 거미줄을 만드는 광경은 솔직히 오지게 꼴림을 자극했다.
그녀는 벗은 옷들을 내 옷 위에 집어 던지더니, 알몸인 상태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서 나를 껴안았다.
"학, 하윽♡ 은혁씨랑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너무 행복해요♡"
진짜 이대로 강간당하는 건가?
물론 나도 지금 상황이 꼴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박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내가 거기까지 이성적이었다면 내 자지가 잔뜩 화가 나서 묘설아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있지는 않겠지.
솔직히 시발 그냥 다 포기하고 임신 섹스 마렵긴 했다.
근데 애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잖아.
아무래도 내가 무책임 질내사정 섹스로 태어난 탓인지, 싸지르고 가져다 버리는 짓거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애한테 무슨 쓰레기 같은 짓이야.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몸 하나도 지키기 힘든데 무슨 애를 책임져.
심지어 지금 하는 짓거리 보면 묘설아가 당장 애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얘는 질투에 눈이 멀어서 앞서가고 싶은 마음에 임신하고 싶은 것뿐이잖아.
엄마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 게 아니라고.
"설아야. 부탁할게. 내가 잘할 테니까, 임신은 다시 한 번만 생각하자."
"하아♡ 자, 잠시만요♡ 지금 너무 행복해서♡ 조금만 이따 이야기할게요♡"
그 이전에 행복해서 뒤지는 거 아니지?
얘가 이렇게까지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저번에 놀러 가자고 했을 때 좀 가줄걸.
나는 그냥 예의상 하는 말들인 줄 알았지.
뭐, 그래도 이렇게 방심하고 있던 덕분에 일이 잘 풀렸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정아야.
"히♡ 이? 너, 대체 언제 거기서 빠져나온...!"
"와, 진짜 매니저님 강간당하실 뻔했네. 그냥 나오지 말고 구경할 걸 그랬나?"
"개소리 그만하고 구해주기나 해!"
"이걸 미리 포상을♡"
저, 저저 미친년.
사실 여기 혼자 온 것도 묘설아한테 찔리면서 즐기려고 온 거 아니야?
솔직히 이쯤되면 의심되는데?
"설아가 실력이 좋더라고요♡ 너무 짜릿한 시간이었어요♡ 심지어 방치까지♡"
"후, 진짜 귀찮게 하네. 방해하지 말고 꺼져."
하늘로 떠오른 카드들이 정아에게 날아들었다.
카드에 핏자국이 남아있는 걸 보면, 아까도 저거에 당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카드들은 보이지 않는 공격과 부딪히더니 찢어져 나갔다.
뭐야 정아가 압도하잖아?
"네 덕분에 나도 9레벨까지 올랐지 뭐야."
"뭐!?"
정아의 등 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서 묘설아를 붙잡았다.
저건 얼음이 어느라 찐득한 액체 자체가 꿈틀거리는 느낌인데....
그 액체는 자신이 슬라임으로 만든 촉수라도 되는 것처럼 묘설아에게 달라붙어 결박했다.
"애널에 이런 걸 처박고 있는 변태였네? 우리 귀여운 설아♡"
"망할 새끼가!"
놀랍게도 뿔 조각은 묘설아의 애널에 박혀있었다.
그래서 아까 정아가 몰래 옷을 뒤져도 나오질 않았구나.
확실히 저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다.
지금은 그 판단이 맞았음에도 정아가 이기고 있을 뿐이지.
"매니저님!"
"땡큐!"
묘설아의 애널에서 뿔 조각을 빼낸 정아가, 그대로 나에게 토스했다.
나는 뿔 조각이 손에 닿자마자 나에게 적용 중이던 '나는 사회적 약자야' 특성을 해제했다.
이제야 좀 사람이 사는 것 같네.
[페미니스트(Lv6)
당신(Feminist)에 의한 여성(Female)의 행복(Felicity)!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 때마다 특성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특성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하위 특성이 개방되고, 마력이 강화됩니다.]
묘설아.
넌 진짜 뒤졌다.
오늘 내 목표는 너의 눈물이 네 보지를 적실 때까지 울게 만드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