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0 5레벨 - 나 머리가 띵했어(12)
"혜미야, 일어나. 나는 오늘 쉬지만, 너는 출근 해야지."
"끄응, 언니?"
방금 일어난 탓인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시야가 흐릿했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이후에야 오늘이 평일이라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 출근해야지....
"몇 시야?"
"7시. 시간은 충분해!"
"미안, 언니는 오늘 쉬는 날인데. 나 때문에 일찍 일어난 거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나는 우리 동생이 밥 못 먹고 제대로 못 차려입고 나가는 게 더 싫어."
"...고마워"
천사 같은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보물.
우리 언니가 아니라면 나는 진작 삶을 포기했을 텐데.
"으윽...!"
"왜 그래!?"
"미안, 기억이 조금 쌓여서."
내 전생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회복되어간다.
그 기억이 많이 회복되어도 지금의 나를 침식할 정도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조차 후회할만한 기억이라면 두통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건, 'FFF급 페미헌터'를 신고하던 기억인가?
'그랬었구나.'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떨어진 것은, 하필이면 사랑하는 언니가 그 망할 주인공의 타겟이 된 것은, 전생의 내가 저런 짓을 한 것에 대한 형벌일지도 모른다.
일러스트가 야하다며, 특히 특정 일러스트는 너무 어려보인다며, 내용이 너무 여성 혐오적이라며 잇따른 신고 테러에 가담하던 나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럴 시간에 신고할 작품이 무슨 내용인지나 제대로 읽지.
멍청한 년.
"빨리 나와. 밥 먹자."
"응...."
거실로 나오자, 방금 준비한 것인지 음식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미역국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언니?"
"응?"
자리에 앉기 전에 옷을 벗기 시작하는 언니를 보고 순간적으로 위화감에 휩싸였다.
갑자기 옷을....
아, 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맛있고 따뜻한 밥을 먹을 때는 온기를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 알몸으로 먹는 것이 예의잖아?
"아,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 봐."
"혜으은...."
옷을 벗은 것 때문에 한기가 느껴지는지 언니가 살짝 몸을 떨었다.
나는 급하게 언니를 따라서 옷을 벗고 자리에 앉았다.
"오, 미역국 맛있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언니가 준비해준 아침은 굉장히 맛있었다.
확실히 최근에는 언니도 바쁘다 보니까 간편식으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역시 언니가 해준 집밥이 내 입맛에는 최적이구나.
그건 아마도 언니가 음식을 할 때 나를 많이 배려해주기 때문일 거다.
"잘 먹었습니다."
"음, 씻고 갈 거지? 오랜만에 언니가 씻겨줄까?"
"어? 에이, 나이가 몇인데...."
"그래도.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럼, 오늘만 어리광부려볼까?"
내가 전생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던 시절에는 언니가 항상 나를 씻겨줬다.
그 당시 나는 씻기기는커녕, 무작정 기억을 지우기 위해 계약을 강화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만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나를 억지로 씻기고, 밥을 먹여가며 살려준 것이 언니였다.
그때 언니가 나를 구해줬으니 이번에는 내가 언니를 구해야 할 차례인 거다.
"요즘 이상한 사람은 없지? 특히 그 박은혁이라는 매니저가 수상해."
"전에 말했던 강간? 없다니까. 그 사람도 일 잘하는 매니저야."
"그럼 다행이고."
내가 괜히 의심했던 건가?
하긴 외모를 보면 그냥 그 팀원들이 꼬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렇게 머리 감겨주니까 몇 년 전 생각나네."
"그때는 미안해."
"언니가 동생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거든?"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 언니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심지어 언니라는 말은커녕 반말만 찍찍 내뱉었잖아.
그런데도 언니는 내가 동생이라면서 그렇게 많은 사랑을 내줬다.
그게 어떻게 당연한 일이야.
언니가 이렇게 착해빠진 멍청이니까 내가 항상 걱정되는 거잖아....
"흣!? 언니, 잠시만! 뿔은 만지지 마!"
"아, 미안."
방금 뭐였지?
언니의 손가락이 뿔에 닿는 순간, 뿔이 아니라 뇌를 헤집어 놓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심지어 굉장히 기분 좋은 감각이었는데,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을 뻔해서 무서웠다.
"하지만 머리를 감기면서 뿔을 건들지 않을 수가 없는데?"
"...최대한 조심해줘."
"그럴게."
언니는 최대한 뿔과 거리가 있는 쪽의 머리카락부터 천천히 감겨주기 시작했다.
달짝지근한 샴푸의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등에 달라붙은 언니의 커다란 가슴이 움직이면서 묘한 감촉을 주고 있었다.
정말 무방비한 언니라니까.
"흣♡ 자, 잠시만 뿔 만지지♡ 말라♡ 아흑!?"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헹궈낼 때에는 언니가 내 뿔을 꽤 많이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뇌리에 때려 박히는 묘한 쾌감이 온몸을 장악하듯 쑤셔온다.
놀이기구에서 떨어질 때처럼 붕 뜨는 감각이 신체에 가득해진다.
"가, 가버렷♡"
절정할 때에 가버린다고 말하는 건 '상식'이니까, 늦지 않게 말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절정한 탓인지 허리가 뻐근하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상해, 별 이유 없이 절정한다는 건 사랑하는 이성이 옆에 있을 때나 그런 거잖아?
설마 내가 언니를 이성을 좋아하듯이 좋아하는 거라고?
"후으.... 혜미야 괜찮아?"
"응? 으응...."
"아, 시원하게 오줌까지 싸버렸네. 어차피 지금부터는 몸 씻어야 하니까 괜찮아."
"미, 미안 언니. 나 언니가 씻겨주는데 가버리고...."
"괜찮아. 뿔이 좀 민감했던 거지?"
그런가? 하지만 내가 만질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혹시나 해서 뿔을 만져봤지만 평범한 감촉을 제외하면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정말 내가 언니를 연애 대상으로 사모하고 있는 건가?
"크흠. 자, 애널 보여줘."
"아, 응."
성인 여성은 모두 외출할 때 제대로 관장을 해두어야 한다.
각성으로 신체가 강화되어서 노폐물이 생기지 않게 되거나, 관장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장에 있는 더러운 노폐물을 모두 청소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니까.
언니가 커다란 관장용 주사기에 물을 채워 넣더니, 조심스럽게 내 애널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조금씩 애널을 통해 물이 역류해 들어오는 묘한 감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온도 엄청나네."
"어때, 실력 좋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다.
정말 편안한 물 온도를 정확히 맞춰서 넣어줬구나.
역시 우리 자랑스러운 언니는 간단한 샤워조차 엄청난 실력으로 해내네.
"이 정도면 충분해. 조금만 참았다가 변기에 싸버리면 돼."
"알고 있어."
내가 뭐 씻는 것도 모르는 바보인 줄 아나.
물론 성인이 된 초기에는 대부분 언니가 씻어주긴 했지만, 최근에는 항상 내가 했기 때문에 씻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제 깨끗해졌다. 몸 닦자."
"후우.... 잔변 없었어?"
"응, 건강에 문제는 없나 보네."
그나저나 언니는 왜 자꾸 자기 가슴으로 내 등을 밀어주는 거야.
이번에는 비누칠까지 해서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언니 진짜, 뭐 그 녀석한테 이상한 거 걸린 거 없지?"
"없다니까. 아, 이건 그냥 앞에 닦으면서 등까지 한 번에 칠하려고 그런 거야."
"...그래?"
너무 내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가?
왠지 위화감이 들어서 그런지 별것도 아닌 것들을 확인하게 된다.
"역시, 문신 예쁘네."
"아? 응. 그렇지?"
요즘은 배꼽 아래쪽에 이런 자궁에 가까운 모양의 문신 하는 게 유행이니까.
근데 내가 언제 이걸 했더라?
언니가 예쁘다고 해주는 걸 들으니까 기분이 좋긴 한데, 뭔가 좀 찝찝하네.
"나, 이거 언제 했더라?"
"주말에 나랑 같이 가서 새겼잖아. 기억 안 나?"
"...주말에?"
내가 주말에 뭘 했더라.
왠지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깔끔하네. 우리 동생 이쁘다."
"언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예쁘거든?"
"우리 혜미, 옛날 같았으면 꺼지라고 욕이란 욕은 다 했을 텐데."
"언제적 이야기야!"
자꾸 부끄러운 과거를 꺼내다니.
그렇다고 반박을 하며 장난을 걸자니, 언니는 항상 완벽했던 사람이라서 비슷한 농담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사람 자체가 비겁할 정도로 완벽하다니까.
"화장도 언니가 해줄까?"
"...오늘 이상하네? 나 생일이거나 그런 거야?"
"아니야. 항상 이렇게 해주고 싶은데, 바쁘니까 그러질 못하잖아."
"언니...."
이렇게 착하고 좋은 언니를 육변기라는 별명으로 다루면서 괴롭힐 주인공 자식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좀 인성 더러운 헌터들이라면 종종 있잖아?
그런 사람들이나 괴롭히지, 왜 하필 우리 언니를 건드는 거야?
'하긴,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하는 법이지.'
높은 절벽의 꽃.
아름답고 착하고 모난 곳이 없는 고고한 사람.
그런 사람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 언니가 타겟이 된 거겠지.
"얼굴은 끝. 잠시만, 이쪽에 방수 립스틱이 있었는데...."
"엉덩이도 해주게?"
"흐♡ 당연하지."
나는 언니에게 애널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엎드려서 자세를 취했다.
애널은 운이 나쁘면 낯선 사람에게 보일 수 있으니까 화장을 해두는 편이 좋았었지?
물론 화장이라는 게 원래 필수는 아니니까 귀찮으면 자주 빼먹지만....
"차가워."
"미안, 조금만 참아."
"응...."
"괄약근에 힘줘서 뻐끔뻐끔 해봐."
애널에 립스틱이 골고루 묻을 수 있도록 뻐끔뻐끔을 한 이후에야 화장이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건 애널에 플러그를 끼우는 거였지?
'애널에 플러그를 끼우지 않는 건, 아무 남자나 내 애널을 범해달라는 굉장히 야한 표시니까.'
혹시 실수로 빼먹고 나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플러그를 애널에 끼우려고 했지만, 잘 들어가지지 않았다.
"바보야. 로션부터 넣어야지."
"아, 맞다. 오늘 정신이 없네..."
장액이 로션을 대신하는 헌터가 아닌 이상, 대체하는 로션을 내부에 제대로 도포해둘 필요가 있었다.
너무 기초적인 거라서 놓친 모양이네. 이러니까 플러그가 들어가질 않지.
"으, 역시 너무 차가워."
"로션 덥히는 기계 살까?"
"아니야. 근데 그 로션은 처음 보는 건데?"
"언니 장액을 모아둔 거야. 오늘은 선물."
"그걸 왜? 시판용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오늘은 언니가 같이 일에 나가지 못하잖아? 크흡, 오늘은 이 장액이 부적처럼 너를 지켜줄 거야."
"언니...."
너무 로맨틱한 말이었다.
진짜 내가 남자였으면 바로 언니한테 고백했을 텐데.
아, 그 이전에 동생이라서 안되는구나.
아쉽네.
"이게 언니의 냄새.... 꽃향기 같은데 무슨 꽃이야?"
"밤 알아? 밤꽃의 향기래."
"...그렇구나"
밤은 꽃에서 이런 향기가 나는구나.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케이. 다 입었다."
출근 전용으로 마련되어있는 팬티를 입고,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를 골라서 입었다.
그나저나 뭔가 빼먹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브래지어?'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헌터라서 전투 장비용 브래지어가 아니라면 평소에는 입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전투 시에 빠르게 갈아입을 수 있기 때문이고.
아, 양말을 안 신었네.
왠지 뭔가를 잊어먹은 것 같더라.
"다녀와. 사랑하는 우리 동생."
"다녀오겠습니다."
언니가 배웅해주는 출근이라니.
같이 출근하던 평소의 일상도 즐거웠지만, 이것도 꽤 신선한 느낌으로 기분이 좋았다.
이래서 언니가 내가 배웅해주면 좋아했구나?
"후, 막상 안에 언니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들어가기 싫네."
심지어 이번에 임시로 이사를 온 덕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었다.
특히 내가 알기론 이 건물엔 주인공으로 의심되는 박은혁도 지내고 있고.
짜증나.
"아, 혜미씨 안녕하세요."
"당신이 여기는 왜 있어요? 위층 쓰시는 것 아니었나요?"
"아, 혜은씨한테 부탁을 받아서요. 오늘은 제가 이쪽 매니저 일을 좀 대리로 뜁니다."
"...언니가"
언니가 부탁한 거라면 어쩔 수 없겠지.
하긴 헌터의 일과에는 매니저가 없으면 불편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박은혁을 잠시 노려보고는, 출근 처리를 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이쪽에 출근 찍어주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알아요."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낸 뒤에 바코드를 인식하기 위한 붉은 빛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쯤인가?
여기서 원피스를 걷어 올리면 출근용 팬티가 노출될 거고, 그럼 출근용 팬티에 있는 바코드가 인식되어서 출근이 기록될 것이다.
나는 천천히 원피스를 걷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