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7화 (28/289)

EP.27 4레벨 - 모르면 공부하세요(11)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친 사람 없이 끝나서 다행이네요."

오랜만에 터진 던전 브레이크 때문에 휴일인데도 출근해야 했다.

그나마 조기에 진압된 편이라 다행이지, 만약 민간인 사상자라도 나왔으면 기자들이 몰려와서 지랄했을 거다.

"확실히 은혁씨 실력이 좋네. 데려가서 쓰고 싶을 정도야. 은혁씨는 생각 있어요?"

"혜은씨 말씀은 감사한데, 저도 팀원들이 있잖아요."

"하긴, 우리 팀엔 유별난 사람이 하나 있어서 안 되겠다."

"유채린씨 말이죠?"

"뭐, 그렇죠."

내가 유채린이 어떤 사람인지 눈치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네.

하여튼 지금 팀을 옮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솔직히 우리 팀에 나를 괴롭힐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뭣 하러 유채린 옆에 가서 고생해?

우리는 상황을 모두 정리한 후에 해산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장비는 다 수납했고, 소모품도 창고에 수량 확인 끝났고....

그렇게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데 묘설아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수고하셨어요. 혹시 오늘 시간 있으세요?"

"죄송해요. 오늘 선약이 있어서요. 어쩌다 보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중지하고 온 거거든요."

"아하, 그럼 나중에 다시 물어볼게요. 어, 잠시만요."

그녀는 뭔가 발견했다는 듯이 내 등 쪽을 만지작거리며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등을 때리면서 뭔가를 털어내려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까 워낙 굴러서 묻은 거라도 있는 건가?

"먼지가 좀 있네요. 털어드렸어요."

"고마워요."

하여튼 오늘은 원래 아영이와 약속이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속 때문에 만나기까지 했다.

그다음에 사고가 터져서 둘 다 여기로 달려온 거지.

"달링!"

"어, 다 끝났어. 가자."

그나저나 묘설아가 아영이를 보는 눈길이 심상치가 않네.

아직도 저번에 있었던 일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하필 데이트하는 날 사고가 터지다니."

"뭐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예약 해뒀던 것들은 다 못쓰겠네."

시간이 너무 늦어진 것도 있고, 이 근처에 있던 식당들은 오늘은 모두 급히 문을 닫았다.

당장 던전 브레이크로 몬스터가 날뛰는 상황에 음식점을 운영할 수는 없으니까.

안전이 확보된 지금에서야 대피한 사람들이 복귀하고 있을 거다.

"그, 그럼."

"응?"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을래?"

"하긴 지금 음식점이 남은 곳이 없네. 그러자."

원래는 데이트를 좀 하고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그건 어려워진 상태였다.

그나저나 아영이는 오늘 데이트한다고 되게 기대 많이 했을 텐데....

"너야말로 괜찮아?"

"나? 나는 괜찮지."

"가고 싶어 했잖아. 일상적인 데이트 코스들. 가본 적 없다며."

"괘, 괜찮아! 책에서 많이 봤으니까."

...나중에 꼭 데려가긴 해야겠다.

얘는 뭐 이 나이 먹도록 해본 게 이리 없지?

이성끼리면 몰라도 동성끼리는 가본 경험이 다들 있을 텐데.

"그래도 하나 기대할 수 있는 게 남았으니까."

"응? 기대?"

오늘 뭐 특별하게 하기로 한 것이 그것들 말고 더 있었나?

지금 집에 가면 그냥 밥이나 먹고 떡이나 치는 건데.

물론 그녀가 섹스를 좋아하긴 해도 저런 표현을 할 만한 건 아니었다.

"그, 정아한테 들었는데...."

"정아한테?"

나 갑자기 좀 무서워지는 것 같은데.

요즘 들어 마조력으로 미쳐 날뛰고 있는 정아가 좀 무섭다.

물론 내 말은 찰떡같이 들어주긴 하지만, 가끔 브레이크를 고의로 고장 내고 달린단 말이야.

"새로운 특성이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어? 아...."

기대한다고 한 건 그쪽이었구나.

'모르면 공부하세요'를 사용한 뇌 녹이기 섹스를 하자고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굳이 쓸 생각은 없었는데 원한다면 써주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괜히 맛 들일까 봐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아영이가 원하면 해줘야지."

"히히."

가짜 연인에 가까운 관계지만, 뭔가 이렇게 여자친구처럼 다루니까 기분이 묘하네.

저 애가 나를 진지하게 좋아해 준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 그런가?

아주 조금이지만 죄책감이 느껴진다.

이 죄책감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은 정해져 있다.

'행복하게 해주자.'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암컷의 기쁨뿐이니까.

그거라도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해줘야지.

그게 그녀를 망가트린 내 소명일 것이다.

"뭔가 오랜만에 오는 기분이네."

"그래?"

최종적으로 아영이 기억을 지운 날에 같이 왔었으니까, 실제 날짜론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뒤로 유림이를 조교 한다는 긴 여정에 신경을 쏟아서 체감상 오랜만인 거지.

"의외네."

"뭐가?"

"나는 아영이가 요리를 제대로 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달링, 이거 그냥 떡볶이인데? 누가 들으면 엄청 대단한 요리한 줄 알아."

"나는 집에서 레토르트만 먹으니까."

혼자 사는데 뭘 요리를 하고 있어.

요즘 레토르트도 맛있은 게 많이 나온다.

특히 냉동으로 나오는 것들이 맛있지.

물론 고아원 아이들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걔들은 아직 성장기잖아.

마찬가지로 직접 싸우느라 힘든 헌터들도 제대로 먹어야 하고.

"월급도 괜찮을 텐데 차라리 배달을.... 아니다, 그럼 우리 집에서 살래?"

"뭐라는 거야."

"동거하면서 아침에 밥 차려주는 것도 로망이 있어."

"대체 로망이 몇 가지야."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거도 로망이고, 영화 같이 보는 것도 로망이고....

그냥 소설 속에 나왔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었던 대부분을 나랑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근데 유림이랑 사이 괜찮지 않아? 왜 유림이랑은 놀러 안 다녔어?"

"그, 그건...."

"그건?"

"여, 연인들 사이에서나 하는 거잖아?"

"어...."

딱히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긴 한데, 친구들끼리 다닌다고 문제 생길 것은 없다.

"그런 거야?"

"응."

"하지만 소설 속에선 바람둥이나 그러던데."

"바람둥이도 그렇긴 한데, 친구랑 다니는 건 연인과의 데이트랑 다르지."

"소설 속 캐릭터랑 똑같은 대사...!"

그렇게 말하면 내가 바람둥이 같잖아.

생각해보니까 실제로 나는 정아에 아영이에 유림이에.... 바람둥이가 맞는 것 같기도 하네.

"그래서 내가 바람둥이라고?"

"아니었어?"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니까 뭐라 반박을 못 하겠다.

그래도 사귀는 분위기인 건 아영이뿐이란 말이야.

유림이는 내가 아니라 내 자지를 좋아하는 거라고 못을 박았고.

정아는 내가 무서워서 피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방치 플레이라고 여기는 그녀가 굉장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싫어?"

"그런 달링도 좋아."

사실 얘 머릿속에서 바람둥이가 너무 미화된 것이 아닐까.

내가 좀 돕긴 했지만, 그 전부터 이미 인식 상태가 굉장히 좋은 상태였다.

하여튼 그 덕분에 대놓고 다른 여자랑 놀아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도 질투는 해."

"하는구나?"

그건 아닌가 보다.

그냥 그런 인간이니까 이해해준다는 범주인가?

그건 좀 편리하네.

"그래도 유림이니까 괜찮아."

"안되는 사람도 있어?"

"내가 모르는 사람?"

"그럼 따먹기 전에 꼭 너한테 소개해줘야겠네."

"달링 진짜 쓰레기구나?"

방금 발언은 좀 그랬지?

하지만 나에게 경험치를 줄 상대는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단 말이야.

그러려면 나중에는 A급 헌터도 물색해볼 필요가 있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일단 레벨업부터 하고 생각해야지.

그나저나 유림이를 조교 하면서 경험치는 다 채운 것 같은데....

'또 벽인가.'

이번에는 무슨 조건이 걸려있으려나.

솔직히 저번에 벽을 뚫은 것도 무슨 원리로 뚫은 건지 모르고 있다.

뭐, 그걸 안다고 해도 이번 조건은 다를 테니까 의미가 없겠지만.

그나저나 빨리 레벨업을 해야 유채린을 건드릴 텐데....

"잘 먹었습니다."

"달링 나 씻고 올게."

"같이 씻을래?"

"오, 오...."

뭔가 아영이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긴 새로운 경험은 즐거운 법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그, 근데 같이 씻는 건 어떻게 하지?"

"몰라?"

"부모님이 씻겨준 적은 있지만...."

"흠, 일단 욕조에 따뜻한 물 받아서 몸부터 녹이자."

저렇게 큰 욕조를 두고 혼자만 썼다니.

생각해보니까 우리 팀원들은 대부분 이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구나.

다른 헌터들은 돈 많은 거로 남자들 데리고 파티하고 그런다고 들었는데.

"어라? 이런 게 붙었었나?"

"왜?"

"옷에 이상한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검은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스티커다.

언제부터 이런 게 붙어 있었지?

오늘 워낙 정신이 없이 돌아다녔더니 이런 게 붙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네.

"달링 빨리 와!"

"어, 갈게."

나는 검은 스티커를 쓰레기통에 대충 버린 뒤에 옷을 마저 벗었다.

그리고 아영이를 따라서 욕조 쪽으로 이동했다.

"음! 오늘도 젖꼭지랑 보짓살이 아름답네. 너무 예쁜 보지년이야!"

"너, 너무 그렇게 보지 마. 부끄러워."

"이제 와서 뭘. 슬슬 온도 괜찮네, 들어가자."

아영이가 욕조에 몸을 담그자, 수면 위에 그녀의 가슴이 떠오르더니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가 가슴 위에 팔을 올려 무게를 실은 이후에야 정상적인 수준까지 가라앉았다.

"매번 욕탕에 들어갈 때마다 이래서 짜증나."

"엄청나게 크긴 하네."

"달릴 때도 그렇고 너무 불편하다니까? 마력이 많은 증거라 자랑스럽긴 한데, 그렇다고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그 가슴 좋아해."

"헤헤."

큰 젖탱이를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얼마나 되겠어.

심지어 이런 가슴은 고등급 헌터의 증거인데, 최고의 신붓감이지.

아무래도 저 강렬한 가슴에서 눈을 떼기 힘들어서 손까지 가져다 붙였다.

"흣♡"

동글동글한 유두를 젤리를 짜부라트리는 감각으로 꾹꾹 눌렀다.

누를 때마다 가벼운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즐기면서 유륜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참지 못하고 입을 가져갔다.

왼쪽 가슴을 쫀득쫀득 만지작거리면서 오른쪽 젖꼭지를 힘껏 빨아들였다.

"하흐♡ 씻는다며♡"

"몰라, 그 야한 몸이 잘못이지."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입술을 박아버렸다.

혀와 혀가 정신없이 서로를 탐하고, 힘겨운 숨소리가 서로에게서 튀어나온다.

시발년 왜 이렇게 야한 몸이냐고.

보기만 해도 꼴려서 주체를 못 하겠네.

"파아♡ 섹스해 주는 건 좋은데, 약속부터 지켜줘."

"아, 특성 걸어달라고 했지. 뭘 해줄까?"

"내가 달링을 사랑하는 만큼 기분이 좋아지게 해줘."

"오...."

내가 최근에 들은 말 중에 가장 스윗했다.

이게 스윗 보지년...?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만큼 쾌감의 감도가 상승해. 몰라? 『모르면 공부하세요』"

"아, 그려줘야 한다고 했었지?"

"뺨에 해도 괜찮지?"

"응."

나는 그녀의 오른쪽 뺨에 하트 모양의 문신을 남겼다.

실험을 거듭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문신 중에 조건이 걸린 것들은 조건을 만족할 때마다 문신의 색이 조금씩 변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 사랑의 수치가 보이게 하려고 저기다가 그렸다.

"핫♡ 사랑해 달링♡"

"어, 어?"

아영이의 뺨에 있는 하트의 분홍색이 급속도로 차오른다.

당장이라도 하트가 넘칠 것만 같은 모습.

"저, 아영아?"

"사랑해♡ 달링♡"

그녀는 살짝 몽롱해진 눈빛으로 나에게 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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