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5화 (16/289)

EP.15 3레벨 - 너무 무섭긔(7)

"어라?"

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잠깐 졸았나 보네.

그나저나 내가 퇴근을 언제 했더라?

"요즘 뭔가 기억이 흐릿하네."

최근에 특성이 8레벨로 올라가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인 걸까?

나는 특성 레벨이 오르지 못한 덕에 크기가 제자리걸음인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하긴 벌써 벽에 막힌 지도 반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대로 A급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응?"

심지어 방금 책상에서 떨어진 책의 제목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왠지 19세 미만 구매 불가라는 말도 신경 쓰였다.

"그래도 사랑한다?"

내가 이런 책을 샀었나?

물론 가끔 로맨스 만화나 소설을 읽긴 했는데 이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요즘 기억이 오락가락해서 책 샀던 것도 잊어먹었나?

"대부분의 일에는 인과가 있다...."

궁금증에 책을 펼치고 이야기를 읽어나가자 다른 세상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병약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

처음에는 왜 굳이 남자가 주인공인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라는 건 여자가 착하게 살지 않은 벌로 인해 잉태 받은 저주받은 종족이니까.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굳이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남자를 끼워 넣었다는 점이 굉장히 거슬렸다.

"어, 어라...."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둘의 사랑은 깊어져 가고, 처음으로 길게 키스하는 부분에서는 예쁜 사랑이라는 생각이 조금이지만 들었다.

하지만 그 뒤로 점점 남자의 몸 상태는 나빠져만 갔다.

어느새 한 명이 남자라서 불편하다는 감정보다는 남자의 건강 상태가 망가지는 것으로 인한 불만이 감정 대부분을 삼켜버렸다.

왜 그들에게 해피엔딩을 주지 않는 것일까.

그것만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그들의 예정된 슬픔과 현재의 행복에 동조하고 말았다.

짧은 행복도 잠시, 결국 남자는 최종적인 시한부를 선고받으며 퇴원하게 된다.

연명치료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씨."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려지는 슬픈 장면에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내가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에도 동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셈이었다.

하긴, 남자가 죄로써 태어났다고 그 남자가 잘못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있다고 해도 기억에 없다면 정말 그 남자가 잘못한 것인가?

내가 항상 가볍게 여기고 있던 문제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남자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미약한 특성으로 던전에 들어가 다쳐서 돌아오는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에게 제발 다치지 말라며, 차라리 자신의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남자.

그 둘의 아름다운 사랑 때문인지 머리가 복잡해져 갔다.

"어?"

아니 잠시만 뭐?

키스 다음에 하는 거?

아니 키스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 더 있었어?

"야릇한 신음이 뭐야...?"

나는 난생처음 보는 글귀들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남자와 여자가 키스하며 사랑을 나누다가,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면서 처음 보는 행위를 나누었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이곳저곳 사랑스럽게 애무?

애무가 뭐지?

'마사지 비슷한 건가?'

하여튼 몸을 그렇게 섞어나갈 때마다 여자는 행복한 신음을 터트리며 남자를 꼭 껴안았다.

신음은 아파서 내는 소리인데 어떻게 행복하다는 걸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작품에 있는 특별한 설정인가?

하여튼 그렇게 서로 몸을 섞자, 여자의 보지는 끈적끈적한 애액으로 젖고 남자의 자지는 커졌다는 말이 나왔다.

애액은 또 뭐고, 자지는 무슨 이유로 커지는 걸까.

궁금증투성이였지만 일단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갔다.

"히익?"

그 커졌다는 자지를 보지에 넣는다고?

보지는 오줌을 싸는 곳이잖아.

거기에 반대로 무언가를 넣는다니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당황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둘은 그 행위를 행복하게 진행했고, 결국 보지 안쪽에 있는 자궁에 정액이라는 것을 쌌다고 했다.

남자의 자지가 오줌 싸는 것 말고 저런 것도 쌀 수 있는 거였어?

아니 그리고 자궁에서 아기가 나오는 것 말고 반대로 저렇게 뭘 넣을 수 있는 거야?

"나, 나도 참. 너무 몰입했네. 소설이니까 그냥 신기한 설정을 만들어둔 거겠지."

그리고 곧 여자는 그 정액을 통해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남자는 병이 심해져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홀로 살아남은 여자는 남자의 아이를 키우며 그를 추억한다는 엔딩.

방금 그 행위로 남자의 아이가 여자한테 생겼다는 건가?

"하, 요즘 판타지는 이런 식이구나."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해서 저런 것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임신에 대해서 인터넷에 검색했다.

혹시 이런 부류의 판타지 설정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상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당연히 임신 설명에 여자가 간절히 아이를 원하면 착하게 산 사람에게는 여자아이를, 나쁘게 산 사람에게는 남자아이를 내려준다는 내용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백과사전 등에 나와 있는 설명은 방금까지 읽은 소설의 내용과 유사했다.

혹시 이 백과사전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인터넷을 돌아다녔지만, 오히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걸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소설에 나온 것과 같은 '섹스'를 통해 50%의 확률로 남녀가 결정되어 아기가 만들어진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섹스를 한 남자와 여자가 반반 섞여서 만들어진다는 로맨틱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 내용이 정말이라고?"

머리를 강하게 맞은 것 같았다.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한 톨의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가슴이 답답해지는 감각에 물을 마시려고 거실로 나왔다.

정수기에서 뽑아낸 물을 단번에 들이켜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

"으윽?"

갑자기 머리에 무언가 관통하듯이 저릿한 감각이 지나갔다.

그리고 왠지 방금까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에 짜증 난다고 괴롭히던 남자 매니저.

이름이 박은혁이었나?

내가 그와 옥상에서 만나는 기억이었다.

"어?"

거기까지는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기억이 끊어지더니 어느새 내가 알몸이 되어 있었다.

박은혁은 내 몸을 정성껏 매만지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소설에서 읽었던 애무랑 비슷한 모양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분명 싫어했을 터인 그의 그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신음을 터트리며 작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신음이라는 것이 아파서가 아니라 기분이 좋아져도 내게 되어있는 거구나.

그래서 소설 속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와 몸을 섞으며 신음을 터트렸구나.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이미 그 여자아이 대신 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벌겋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랬다고?"

완벽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은혁이 웃으면서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몸을 매만져 줄 때마다 행복한 감정이 솟아올랐다는 기억이 분명히 뇌리에 남아있었다.

이건 대체 뭐지?

"흐?"

심지어 소설에서처럼 박은혁의 자지가 내 보지로 들어왔고, 그 행위가 지나갈수록 행복했던 기억이 내 뇌를 때리고 있었다.

뭐야? 대체 뭐야?

이런 일이 있었던 걸 왜 잊어먹고 있었지?

"흣!?"

심지어 그의 정액이 내 자궁에 부어졌을 때 느껴지던 부글거리는 행복감이 지금의 내 뇌까지 어지럽혔다.

이 쾌감은 뭐야?

애초에 나는 저걸 왜 쟤랑 하고 있는 거지?

소설 속에서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행위였는데?

그리고 시간이 흐르더니 다음 날에도 우리는 똑같은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나는 그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심지어 내 쪽에서 그의 몸을 탐하는 등 나도 점점 적극적으로 변했다.

가끔 박은혁은 나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곤 하는데, 그 사진 속 나는 눈이 풀릴 정도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사진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순간의 쾌감과 행복이 모조리 나의 뇌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었으니까.

"키, 키스?"

이게 결정적으로 모든 확신을 내리게 하는 기억이었다.

아무리 내가 섹스가 뭔지 몰랐다고 해도 키스만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기억 속의 나는 박은혁과 키스를 하며 정말 행복하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그 뒤로도 다시 한번 그와 관계를 맺는 기억이 있었지만 이미 앞의 기억만으로도 확신하기 시작했다.

기억 속의 나는 박은혁을 사랑했다.

그렇다면 왜 이 기억은 이렇게 애매한 것투성이일까.

"최근에 계속 기억이 이상해...."

언제부터 내가 그를 좋아했는지, 그리고 그와 그런 행위를 할 정도로 관계가 맺어진 것은 언제인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런 그와 키스를 하고 아기를 만드는 행위를 하며 행복했다는 것이다.

"나,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

평소에도 사랑을 다루는 로맨스 소설은 종종 읽는다.

그런 소설을 읽을 때면 나도 그런 진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로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고.

그런데 사실은 내가 이미 그런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서로 몸을 섞고 아기를 만들게 되는 행위까지 하면서 서로의 몸짓 하나하나에 행복해했고.

그 추억이 얼마나 행복했으면 하나하나 몸이 떨릴 정도로 뇌리에 각인 되어 있었다.

"하으♡"

모든 기억을 자각하자마자 그의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왔다.

이게 사랑한다는 감정일까?

만약 그런 거라면 왜 소설 속 사람들이 사랑에 미쳐있는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 그야.

"이렇게나 기분 좋은 거라니."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나 스스로 몸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분명 기억 속의 그는 여기를 만져줬었다.

그의 손길 하나하나를 내 손으로 되짚어가며 그가 나에게 남겨준 사랑의 흔적들을 되새김질한다.

"아흑♡ 이거♡ 이상햇♡"

그가 나를 만져준다고 상상하며 내가 대신 만질 뿐인데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붕뜨는 감각이 조금씩 이어지며 몸이 배배꼬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보지가 젖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흐윽♡ 여기가 이렇게♡ 젖어서...."

그가 내 보지에 자지를 넣었던 기억을 상기하면서 손가락으로 내 보지 안쪽을 쑤셔댔다.

하지만 역시 부족했다.

이거로는 부족해.

그의 것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

"도와줄까?"

그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

여기는 내가 혼자 사는 집이니까.

"응♡ 사랑해, 그러니까 여기 자지로 쑤셔줘엇♡"

하지만 아무도 없다고 해도 말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혹시 이게 꿈이라면 정말로 그가 나타나서 나와 몸을 섞어줄지도 모르잖아?

그 순간 내 배를 툭툭 두드리는 자지의 감각이 느껴졌다.

"힉? 히이익♡"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자지.

그의 자지가 확실했다.

그저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사랑을 전하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에 빠져 구름 속에서 헤맨다.

이게,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우우♡ 사랑해♡"

"어, 그래 보지년아."

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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