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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페미헌터-8화 (9/289)

EP.8 2레벨 - 해줘(4)

의외로 정아는 얌전하게 내 말을 지켰다.

내가 경험치 파밍을 위해 따먹는 날이 아니면 얌전히 잘 기다렸고, 오히려 가끔은 방치를 즐기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요즘엔 간단한 포상도 간간이 주고 있었다.

'이게 왜 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는 자기가 옷을 입지 않고 있다고 인식이 바뀌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 감각을 즐기느라 젖어있다는 것이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다.

쟤 진짜 또라이라니까.

"매니저님. 커피 드실래요?"

"괜찮아."

이미 아까 묘설아가 가져다줘서 먹었단다.

너는 포상이나 더 즐기렴....

그렇게 가슴 내밀면서 자랑스러운 자세 취해도 나한테는 옷이 보인단다.

"슬슬 레벨업을 생각해야 하는데."

경험치 자체는 거의 다 찼으니까 문제없다.

아마 계속 정아를 괴롭히다 보면 올라가겠지.

'문제는 레벨업 한 다음이야.'

테스트해 본 결과 지금 마력으로도 B급 헌터에게 특성을 걸 수는 있었다.

문제는 그걸로 진득하게 괴롭히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거다.

'너무 마력 소모량이 커.'

아마 레벨을 3으로 올려야 그나마 답이 보일 것 같았다.

물론 그마저도 정아를 가지고 놀 때처럼 마력 펑펑 쓰면서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요즘 선배들이 괴롭히진 않아?"

"유림 선배가 가끔 갈구긴 하죠. 솔직히 좀 부족한데...."

그렇게 말하면 너보다 네 선배가 불쌍하게 느껴지잖아....

하여튼 여유림이 아직도 괴롭히긴 한다는 말이지?

'최대한 일감 밀어서 못 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틀어막아도 한계는 있는 것 같았다.

어디 장기 공략 던전 하나 안 뜨나?

"그래서 최대한 제가 다 독점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건 잘했네."

정아가 괴롭힘을 독점 받으면 아무래도 묘설아는 대상에서 벗어날 테니까.

그나저나 최근 정아랑 묘설아의 모의 훈련 점수가 심상치가 않은데?

"근데 너 요즘 성적이 좋다? 왜 이렇게 능률이 올랐어?"

"글쎄요. 스트레스를 잘 풀어서 그런가?"

원래 스트레스를 몰래 묘설아 괴롭히는 걸로 풀었는데, 최근에는 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서 연습할 때 집중이 잘된다고 했다.

근데 그게 말이 되나?

물론 스트레스가 만악의 근원이라지만, 이 정도로 효율이 오른다고?

"구라치네."

나는 그녀의 최근 연습 영상을 보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가 하기엔 너무 어려운 난이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면 그냥 무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고통 때문에 절정에 이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러는 이유를 깨달아 버렸다.

"헤헤, 최근에 훈련할 때 고난이도로 하는 거에 맛 들여서...."

"미친년아...."

그냥 마조끼를 채우려다가 실력이 향상된 케이스였다.

그래도 이건 긍정적인 효과라서 다행이네.

경험치도 꽤 많이 확보했다니까 얘도 곧 특성 레벨이 오를 거고.

"오케이. 나가봐. 묘설아씨 들어오라고 하고."

"넹."

그래 정아는 왜 성장폭이 넓은지 이해했다.

그럼 묘설아는 빠르게 성장한 이유가 뭐지?

그걸 알아야 최대한 지원해달라고 요청을 할 수 있다.

"잠깐만...."

출입 기록이 많이 이상한데?

이게 대체 뭐야?

"부르셨어요?"

"묘설아씨. 안 쉬어요?"

"네?"

"아니, 훈련장 출입 기록이...."

최근 거의 훈련장에서만 산 수준인데?

일부러 자기 성욕 채우려고 훈련장을 즐기는 정아보다도 자주 들어갔다.

심지어 매일 퇴근 시간을 넘기고 야근하면서까지 연습하는 중이네.

"그러다 몸 큰일 나요."

"아하하, 대부분 능력 컨트롤이라서요. 몸이 축날 연습은 아니에요."

"아무리 능력연습이어도 과하잖아요."

묘설아의 능력은 마술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녀의 평범한 가슴 크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마력이 아니라 특수 코스트를 소모하는 특성이고.

다만 모든 헌터가 다 그렇듯 그 코스트를 생산하는 것은 마력이라서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미리 마술도구라는 코스트를 마련해야 하니까.'

마술도구의 작동 방식을 미리 정하고 마력으로 구현해두면 이후에는 마력 소모 없이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날개가 코스트인 유채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런 특수 코스트 헌터는 순간 화력이 높은 것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신 그 화력을 위해 코스트 적립하는 시간 소모가 많은 게 단점이고.

"최근 영상 열람해도 돼요?"

"언제 거요?"

"어제요."

"괜찮을 것 같아요."

국가에서 관리되는 헌터 훈련장은 A급 하위권까지 훈련이 가능한 최상급 마력 설비다.

난이도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가상의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방식.

어느 정도는 헌터의 안전을 보장해주긴 해도, 자신의 실력보다 더 높은 난이도를 자주 실패하면 건강에 무리가 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만약 묘설아가 무리하는 거라면 매니저인 내 선에서 막을 필요가 있었다.

"뭐야."

그녀의 전투 방식은 얼마 전에 처음 C급 헌터로 발탁되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일단 마술 느낌이 강하게 들던 마술도구들이 이제는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물건들로 바뀌었고, 그 물건들이 섞이는 조화가 굉장히 신비했다.

'그냥 보면 평범한 원소계열 헌터처럼 보이지만....'

사이사이 그 공격의 원천이 되는 마술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설정된 난이도가 C급 최상위권이나 깨는 난이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영상에 나오는 묘설아는 C급을 탈출하기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실수 없이 깔끔하고. 화력도 충분하네."

내가 알기론 특성 레벨도 오르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전투 방식만 바꾸고 여기까지 성장했다고?

"이 정도면 곧 B급 올라가겠네...."

"정말요?"

"네, 무리하는 게 아니셨네요. 엄청난 성장 속도에요."

물론 지속력 부분도 봐야 하는 것이 승급 시험이지만, 아까 마술도구를 재활용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얘들이 금방 B급으로 오르면 선배들 콧등 팍 눌리겠네.

'걔들은 훨씬 오래 걸린 편이니까.'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기간으로 승급한 것이 맞다.

다만 직속 후배들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승급하면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겠지.

"다음 승급 시험이 언제더라? 신청 넣어둘까요?"

"아뇨.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의외네.

조금이라도 빨리 B급 찍어서 선배들 괴롭힘을 회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중한 편인가?

"아, 맞다. 매니저님."

"네?"

"혹시 주말에 시간 있으세요?"

갑자기?

내가 묘설아가 한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내가 당황한 것을 알아차렸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저번에 도와주신 것이 감사해서 밥 한 끼 사드리려고요. 그리고 저 장비 좀 찾아볼 생각인데 그거 도와주시면 더 좋고요."

"아하."

확실히 요즘 묘설아 성장세를 보면 장비를 고민할 때지.

그리고 장비 구매라면 어지간하면 내가 보조해주는 것이 맞기도 하고.

난 또 나한테 관심이 있나 오해할 뻔했네.

"어쩌죠. 이번 주말엔 선약이 있는데. 그럼 그냥 다음 주 평일에 날을 잡고 나가죠."

"그래도 괜찮아요?"

이번 주말에는 정아와 선약이 있었다.

아마 원래라면 그녀의 집에서 경험치 파밍을 하는 거였겠지만....

'아마 장비 맞추러 나가야겠지.'

최근 성장세를 보니까 그것부터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애초에 정아가 강해져야 내 경험치 파밍 효율이 올라가는 선순환이니까.

우선순위는 똑바로 잡는 것이 중요했다.

"보고서만 제대로 올리면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밥은 굳이 안 사주셔도 괜찮아요. 경비 처리하면 되니까."

"그래도 제가 감사해서 사드리려는 건데...."

"에이, 선배 되시는 분들은 저랑 같이는 밥도 안 먹는데요. 설아씨같은 분이랑 같이 밥 먹는 거로 전 충분합니다."

진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착할 수 있지?

내가 이제까지 겪었던 헌터들은 대체...?

"그럼 대신 음식점은 제가 고르게 해주세요."

"네. 어차피 저희는 평소에 회식도 하지 않아서 비싼 거 먹어도 괜찮을 겁니다."

그런 부분에서까지 깐깐한 직책이라면 난 매니저 때려치웠을 거다.

아무래도 헌터를 모시는 곳이라서 헌터든 그 헌터 따가리 일을 하는 매니저든 지원은 빵빵하니까.

"어?"

"왜 그러세요?"

"잠시만요. 새 공문이 떠서요. 아마 던전일텐데."

저번에 열렸다던 치악산 던전 이야기네.

여기 저번에 공략 인원 마감되었던 곳 아닌가?

"아, 추가모집."

B급 이상의 신체 강화가 있는 근접 계열 헌터라.

일정이 급한지 선착순으로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당장 다음 주네."

아마 갑자기 기존 인원이 빠지게 된 모양이다.

이러면 여유림이 다음 주 일정이 빌 테니까 참가할 수 있겠는데?

'이거 기회네.'

여유림을 저 던전에 처박아버리면 민아영이 혼자가 되는 셈이니까.

갑자기 일정이 잡히면 여유림이 짜증은 내겠지만 급하게 구하는 거라 실적이 두 배니까 크게 할 말은 없을 거다.

그리고 묘설아는 최근에 시간 대부분을 훈련장에서 보내고 있으니 방해되지도 않을 것이고.

뭐, 어차피 묘설아에게 특성을 걸 때 필요한 마력은 적은 편이다.

급하면 묘설아한테도 특성을 걸어서 숨기면 되겠지.

"신청 완료."

민아영, 넌 이제 뒤졌다.

F F F

미치겠네 진짜.

왜 갑자기 여기서 말썽이냐고.

"아직도 레벨 안 올랐어요?"

"엉."

정아가 방금까지 훈련장에 있었는지 땀내를 풀풀 흘리며 다가왔다.

훈련장에 샤워 시설 되어있지 않나?

왜 굳이 그냥 나오는 거야.

"냄새나요?"

"안 날 거라고 생각해?"

"나는구나. 다행이다."

"아, 시발."

내가 사람 하나를 제대로 망쳐놓은 것 같은데.

아마도 정아는 저 냄새를 맡고 자신한테서 떨어지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즐기려는 생각일 거다.

제정신이 아니야.

"그거 민폐야 임마."

"그래요? 방금 던전 출발하던 유림 선배가 벌레 보듯 쳐다봐서 되게 기분 좋았는데."

"이젠 여유림이 다 불쌍하다."

하긴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

얘가 가지고 있단 마조 본성을 깨운 건 내 잘못이니까.

그래도 덕분에 얘가 성장이 빠르니까 국가적 차원으로 보면 이득인가?

그럴 리가 없지....

"그나저나 큰일이네요. 슬슬 시작하셔야 하잖아요."

"그러게, 이건 시간이 중요한데."

원래라면 주말에 열심히 정아를 따먹는 걸로 레벨업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이었던 장비 구매까지 뒤로 미루고 시간을 꼬라박았는데....

"왜 99퍼부터 안 오르는 걸까."

"그럴수도 있죠. 저도 저번 주에 찍은 99퍼에서 안 올라요."

"넌 지금 6레벨이잖아."

난 이제야 고작 2레벨인데 벌써 벽에 걸리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사람마다 벽을 느끼는 레벨들은 다르다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2레벨에 그랬다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어."

벽.

특성 경험치는 모두 채웠는데 레벨업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특수한 깨달음이나 조건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굉장히 골치가 아파진다.

'그걸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사람마다 비슷한 특성은 있어도 완전히 같은 특성은 없다.

심지어 똑같은 단어로 되어있는 특성 경험치조차 사람마다 실제 조건이 다르다고 한다.

그건 벽을 넘는 것도 마찬가지라서 직접 벽을 넘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맞다. 매니저님."

"왜."

"저 포상 주세요."

"또 오늘은 뭘 바라는데."

"아영 선배한테 잠깐은 인식 변환시킬 수 있다고 했죠?"

"엉. 너무 짧아서 그렇지."

뭔가 괴롭히고 조교 하려 해도 장기적으로 시간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유지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문제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거야?

"아영 선배한테 저를 잠시만 남자로 보이게 할 수 있어요?"

"그건 왜."

"시비 걸게요."

네가 진짜 미쳤구나.

그 인간이 남자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남자 모습으로 시비를 걸어?

"아영 선배는 헌터한테는 스윗해서 안괴롭혀준단 말이에요. 선배의 그 화끈한 불길로 쑤셔주면 되게 기분 좋을 텐데."

"주여...."

일단 이 새끼를 이렇게 만든 죄로 저부터 지옥에 떨어트리시겠네요.

제발 선처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선배 마침 오네. 지금 해주면 되냐?"

"네."

"정아가 여자라니 『이거 나만 불편해?』 남자로 느껴져야 하는 거 아니야?"

마력이 확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지며 민아영에게 특성이 걸렸다.

정아는 내가 특성을 걸자마자 민아영에게 뛰어가더니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야, 보지년아!"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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