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2화 (3/289)

EP.2 1레벨 - 이거 나만 불편해?(2)

"아까 맞은 게 잘못된 건가?"

분명 대부분 복부 같은 생명에 지장 있기 어려운 곳만 골라서 맞았는데?

아니 애초에 머리를 맞은 게 아니잖아.

"...특성창"

[페미니스트(Lv1)

당신(Feminist)에 의한 여성(Female)의 행복(Felicity)!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 때마다 특성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특성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하위 특성이 개방되고, 마력이 강화됩니다.]

"진짜 떴네?"

오, 좀 현실성이 개쩌는 환각인가?

심지어 특성 레벨까지 있는 것이 엄청 자연스러웠다.

"특성 이름이랑 내용이 좀 이상하긴 한데."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실제 특성창의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했다.

일단 특성의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획득 방법이 적혀있다는 점.

그리고 경험치에 따라 변화하는 레벨이 최대 10까지 존재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하위 특성이라는 이름의 스킬이 존재한다는 점.

[이거 나만 불편해?(F)

대상의 인식을 뒤튼다.]

"짤막하네. 지금 열려있는 건 이것뿐인가?"

그 와중에 F라는 등급은 살다살다 처음 본다.

이제까지 가장 낮다고 알려진 등급이 E급이었으니까.

"대체 어디까지 현실적인 거야?"

이 환각이 어디까지 현실적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화장실로 향했다.

정말 내가 각성을 했다면 눈동자 색이 바뀌었을 테니까.

"실화냐?"

나는 금빛으로 변해있는 눈동자를 보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여기까지 구현하다니, 내 환각의 퀄리티 개쩌는데?

"금색이면 서포터 계열이지?"

그리고 근접 전투형이 붉은색, 원거리 전투형이 푸른색이었나?

물론 눈 색으로 실제 포지션을 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특성은 원래의 색이 어떻든 간에 사용하기 나름이니까.

"머리색은 그대로네."

각성시에 머리색이 마력의 영향으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일단 나는 그대로였다.

"아니면 환각이 아니라 꿈인가?"

꿈이라면 평범한 환각보다 디테일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워낙 각성하고 싶다고 바란 나머지 이런 꿈을 꾸는 건가?

"지랄,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이잖아."

진짜 뭐지?

남자는 각성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나?

왜 나만? 이레귤러?

"환각이 아닌 건 확실하고."

그래, 백번 천번 양보해서 눈동자 색까지 환각이 구현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럼 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뭐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마력인데?

"미치겠네."

항상 각성하고 싶다고 염원했지만, 막상 각성하고 나니까 머리가 아팠다.

최초로 남자면서 각성했다?

어디 실험실에 끌려가서 연구재료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가만....'

일반인 여성들은 1년에 한 번 마력 검사를 시행한다.

그래야만 각성을 숨기고 범죄에 이용하는 이들을 색출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남자라면?

'충분히 숨길 수 있어.'

최대한 각성 사실을 숨긴 채 실력을 쌓는다.

그리고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이 되면....

'가령 S급이 된다면?'

이 세상에 S급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같은 S급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대외 이미지에 따라 유리한 점이 많으니까 S급도 이미지에 신경을 쓰긴 하지.

하지만 진지하게 이미지를 포기하고 나선다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케이. 일단 목표는 그거로 하자."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특성이다.

대체 뭘 어쩌라는 특성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 때마다 경험치를 얻는다."

그럼 그 행복의 기준은 뭔데?

원래 특성이라는 게 해석이 어렵다지만, 이건 특히나 더 심한 것 같았다.

"하위 특성도 마찬가지야."

인식을 뒤튼다?

말로만 들으면 무슨 최면술 같다.

'잠시만, 최면술?'

분명 정신에 간섭하는 계열의 특성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이용해서 범죄를 일으킨 각성자들이 다수 있었지.

"그 뒤로는 특성이 정신 간섭 계열이라면 성장하기 전에 각성 박탈 수술을 했던가?"

정말 이 하위 특성이 정신에 간섭하는 계열이면, 걸리는 순간 바로 좆된다는 소리다.

어떻게 얻은 반격의 기회인데 그렇게 잃어버릴 수는 없지.

"혹시 나를 대상으로 해도 되려나?"

흠, 밑져야 본전이니까 해서 나쁠 건 없겠지.

일단 가볍게 색 인식부터 바꿔보자.

"여기 보이는 컵이 흰색이잖아. 『이거 나만 불편해?』 검은색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마력이 간질간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력의 대상을 나로 집중하자, 갑자기 시야가 변화했다.

"진짜 되네?"

방금까지 흰색으로 보이던 컵이, 지금은 검은색으로 보이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인식이 뒤틀렸다.

심지어 간섭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마력은 계속 소모되는구나."

혹시나 해서 마력을 끊어보니, 바뀌었던 컵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게 어느 수준까지 먹히냐인가?"

아마도 마력이 깃들면서 신체가 강화된 각성자에겐 마력 소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컸다.

아예 정신 방어와 관련된 특성이 있으면 불가능한 수준일 거고.

'일단 나한테 먹혔으니까 각성자한테도 먹히긴 한다는 건데.'

내일 출근해서 C급 헌터들한테 시험해봐야겠다.

C급에게 안되면 아카데미 학생들이나 일반인한테 쓰는 수밖에 없겠네.

"그래도 일반인은 좀 에반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조건을 만족하더라도 그 대상이 더 강한 몬스터일수록 경험치 획득량이 많다.

물론 내 경우에는 사람이 대상이지만, 이 경우에도 대상이 강할수록 획득량이 높다고 알고 있다.

'최대한 경험치를 빨리 올리려면 헌터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어.'

그나마 내가 헌터와 자주 부딪히는 직업이라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내일 출근이 기다려졌다.

F F F

"박대리님 오늘 쉬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냥 나와서 잘 숨어 있으려고요. 연차가 아까워서."

"조심하세요."

"네."

간단히 인사를 나누면서 주변을 살폈다.

내 특성을 써보기 위해 C급 헌터들을 찾는 중이었다.

"누구를 그렇게 찾으세요?"

"제 담당 헌터들이요. 이번 신입들."

"아, 아까 둘이 같이 옥상 쪽으로 가던데요?"

옥상?

걔들이 거기는 왜 갔대?

혹시 자기들 선배들이 괴롭힐까 봐 거기 숨어 있는 건가?

'에휴, 불쌍한 새끼들.'

좋은 헌터들도 많은데, 하필 그런 년들이 직속 선배라서.....

물론 걔들이 내 담당이니까 나도 크게 다를 건 없지만.

'문을 열어놨네?'

슬쩍 문틈을 통해 훔쳐보자,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선 안 들리겠는데?

'해봐야겠다.'

여기서 인식을 틀어버릴 수 있다면, 들키지 않고 가까이 가서 훔쳐 들을 수 있었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냥 찾아왔다고 하면 될 테니까 괜찮겠지.

"내가 보인다니, 『이거 나만 불편해?』 보이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에는 둘 모두를 대상으로 지정했다.

확실히 어제 테스트를 할 때보다는 마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괜찮은데?'

제대로 먹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발동 자체는 정상적으로 된 것 같았다.

이제 내가 옥상으로 나가서 안 들키면 성공이다.

"뭐야,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난리야. 바람 때문인가?"

그녀들은 문이 열린 것은 눈치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듯 바람을 의심했다.

그리고 내가 옥상으로 들어온 직후, 배정아가 허공에 얼음덩어리를 만들더니 그대로 문으로 날려버렸다.

쾅!

굉음을 내며 닫히는 문의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조금만 늦게 들어왔으면 좆될뻔 했네.'

그녀는 그냥 문을 닫으러 가기 귀찮아서 특성을 쓴 거겠지만, 운 나쁘게 맞기라도 했으면 치명상이다.

심지어 내가 각성했다는 사실도 들켰을 거고.

"아, 짜증나. 우리가 왜 숨어서 이러고 있어야 하냐고."

"어쩔 수 없잖아. 아직은 선배들보다 약하니까."

"아니 유림 선배 이야기가 아니야. 아, 씨 매니저 그 새끼 때문에...."

나?

여기서 갑자기 내가 왜 나오는데?

"정아야. 아무리 그래도 도와주시려고 한 건데...."

"내 알 바야? 유림 선배는 우릴 싫어하지만, 아영 선배는 잘하면 친해질 수 있었다고. 그 새끼 때문에 다 망했어."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확실히 C급 정도면 민아영도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니니까.

"그래도, 우리를 도와주시려고 그런 거잖아."

"어쩌라고. 결과적으로 민폐잖아. 해결된 것도 아니고."

좀 띠꺼운 말이긴 한데 팩트라서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나도 유채린이 그런 인간인지 몰랐지.

"그래도 매니저님은 우리를 생각해서...."

"야, 무슨 선생님이냐? 가르치고 앉았네. 그런 이야기만 할 거면 꺼져. 나 혼자 쉬게."

"응? 으응."

배정아가 짜증을 내자, 묘설아는 당황하면서 옥상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 뭔가 위화감을 느끼는 순간 묘설아가 나자빠졌다.

"꺄악!"

검은색이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방금, 바닥에 얼음이 생긴 것 같은데?'

혹시나 해서 배정아를 바라보자, 음흉한 눈빛으로 실실거리고 있었다.

아마 일부러 묘설아를 넘어지게 한 거겠지.

"괜찮아?"

"응, 바닥이 조금 미끄러워서."

묘설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옥상을 빠져나갔다.

배정아는 옥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는지 빵 터져서 웃기 시작했다.

"아, 병신년. 진짜 웃기네."

이 녀석 봐라?

아닌 척하면서 묘설아를 괴롭히고 있었네?

'어이가 없네.'

묘설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배정아도 선배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쓰레기였다.

진짜 내가 담당 헌터 운은 없나 보다.

'후, 일단 묘설아한테 걸린 건 풀고.'

아직 마력이 좀 넉넉하니까 배정아한테 실험을 좀 해볼까?

원래라면 좀 죄책감이 생길 일이었지만, 방금 배정아가 묘설아에게 하는 짓을 보니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내 외모랑 목소리 말이야, 『이거 나만 불편해?』 제일 좋아하는 사람으로 느껴져야지."

이러한 추상적인 개념도 먹히는지가 궁금했다.

어제 실험할 때는 이런 것까지 해볼 생각을 못 했으니까.

"어, 어라? 유채린 선배님?"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 배정아가 몸가짐을 바로 했다.

그나저나 유채린이라고?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유채린이라.'

팬심, 존경심. 뭐 그런 건가?

하긴 내가 딱히 대상을 이성으로 설정하진 않았으니까.

오히려 S급 헌터로 보이면 깝칠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까 잘됐네.

"아, 이름이 어떻게 되셨죠?"

일단 저번 사건으로 안면 정도는 있는 상태다.

물론 하급 헌터를 사람 취급해 주지 않는 유채린이 C급 헌터인 배정아를 기억할 리는 없지만.

"배, 배정아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디 아프신가요? 굉장히 떨고 계시는데."

"저, 그.... 서, 선배님의 팬입니다!"

"아하."

나는 최대한 유채린의 성격을 연기했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특성이 어느 정도 이상한 점을 보완해 주겠지.

"팬이라는 건, 절 좋아한다는 뜻인가요?"

"그, 그렇습니다."

"에이, 거짓말."

"네? 아니에요!"

흠, 여기서 어떻게 해야 배정아를 골탕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그럼 내가 뭘 시키든 다 할 수 있겠어요?"

"그, 그거야 당연하죠!"

오,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당돌하네.

보너스 점수 1점.

"뭘 시키든 다 할 수 있다는 거, 정말이죠?"

"네!"

"그럼 벗어."

"네?"

자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하는 배정아의 모습이 조금 불쌍했다.

근데 뭐 자기도 남들 괴롭히고 즐겼잖아, 그럼 자신도 당해도 괜찮다는 거 아니야?

"입고 있는 옷 전부 벗으라고."

나는 그녀가 들은 것이 정답이라는 듯, 다시 한번 명령을 하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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