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페미헌터-1화 (2/289)

EP.1 1레벨 - 이거 나만 불편해?(1)

"커윽!"

퍽!

복부를 강타하는 충격과 함께 폐에 들어차 있던 공기가 강제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산소 공급이 중단되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저, 미친년 일반인을 진짜로 치네.

"진짜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대체 뭐가 그렇게 당당하지? 남자라는 생물은 이해를 못 하겠어."

나는 이 상황에 네 친구 말만 듣고 지랄하는 네가 더 이해가 안 가.

진짜 니들이 내 담당만 아니었어도 공론화했다.

"후, 아영씨. 저를 혐오하시는 건 하루 이틀도 아니니까 이해합니다. 근데 유림씨가 후배들을...."

"그래서?"

"네?"

"그래서 그걸 왜 네가 말하는데?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시발 걔들이 내 담당이니까요.

그럼 뭐 본인들이 쫄래쫄래 가서 이르겠냐?

만약 그랬으면 내가 아니라 걔들이 갈궈지고 있겠지.

"저는 그냥 잘못되었다고, 크헉!"

이번엔 주먹이 아니라 발차기였다.

누가 보면 쟤가 격투 관련 특성을 각성한 줄 알겠네.

"괜히 병원 신세 지면 귀찮아지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

"우리 일은 우리끼리 처리할 테니까, 남자면 남자답게 나대지 말고 그냥 닥치고 있어."

내 앞에서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저 여자는 내가 담당 중인 B급 헌터 민아영이다.

방금 나를 줘패면서 지랄한 것만 보면 육체 계열 같지만, 놀랍게도 원소 계열인 불을 쓰는 헌터다.

'근데 저년은 어떻게 시간이 지날수록 띠껍냐.'

작년에 처음 배정받았을 때랑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냥 쟤는 남자를 인간 이하의 무언가라고 생각하는 건가?

"괜찮으세요?"

"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세요. 괜히 저 인간한테 찍히지 마시고."

"하, 하지만."

이번에 내 담당으로 들어온 신입 C급 헌터 묘설아였다.

이제야 내 담당에 정상적인 헌터가 들어왔다고 좋아했는데, 곧바로 이런 일이 터진 것도 참 아이러니하네.

'이 와중에도 원흉은 구경만 하고 있고.'

아까부터 자기는 이 일과 관련이 없다는 듯, 실실 웃으면서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B급 헌터 여유림, 이번에 들어온 신입 C급 헌터들을 갈구고 괴롭히는 걸 목격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했던 거였는데....

'내가 멍청했지. 유채린을 믿는 게 아니었어.'

우리나라의 대표 헌터로 꼽히는 S급 헌터 유채린.

아무래도 헌터는 고등급 헌터가 아니면 말을 잘 안 들으니까 그 사람한테 찔렀다.

문제는 그 사람은 사실 이런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당시의 나는 몰랐다는 거다.

'정확히는 관심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민아영이 나를 벌레를 보듯 그녀도 우리를 그렇게 내려다보는 거다.

물론 민아영이 남자만 싫어한다면, 그녀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하급 헌터까지 모두 혐오한다는 차이는 있지.

심지어 일관적으로 쓰레기인 민아영과 다르게 자신의 이미지까지 신경을 쓰는 편이라 더 악질이다.

나도 그 이미지에 속았고.

"박대리님, 괜찮으세요?"

"어, 그래도 저 정도로 까칠한 걸 보면 내일은 쉬어야겠다."

"결국 담당 안 바꾸시게요?"

"똥을 남한테 던져서 뭐 하게? 심지어 저번에는 너한테 명예 남자라면서 괴롭혔다며."

"하지만 이러다가 박대리님 진짜 큰일 날까 봐 그렇죠. 각성자 분한테 맡기면 되지 않을까요?"

"하, B급한테 퍽이나 각성자인 매니저를 주겠다."

하긴 생각해보면 민아영도 유채린과 크게 다를 바가 없네.

민아영도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 여성을 명예 남자라면서 괴롭히니까.

하여튼 헌터들 성격 꼬라지들 보니까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 밝아.

"어우, 오늘은 그냥 반차 쓸게."

"네, 들어가세요."

유채린은 내가 이 사건을 찌를 때는 굉장히 친절한 척을 하면서 받아줬다.

그래놓고 여유림과 나를 세워두고 그대로 내가 일렀다는 사실을 말해주면서 비웃더라.

비웃는 걸 내가 보지 못했다면, 그냥 거기까지 생각 못 했으리라 생각하면서 넘어갔겠지.

그게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이었다.

"어, 오늘 출근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했죠. 일이 좀 터져서 도망 나왔습니다."

희망 보육원.

꽤 전부터 후원하고 있는 고아원이다.

요즘은 시간이 나면 여기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힐링을 하고 있다.

"은혁이 형아!"

"얌마, 태웅아. 그러다 넘어진다. 조심해."

쬐끄만 녀석이 열심히 달려오는 걸 보니까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 녀석의 목소리에 이어 다른 아이들도 나에게 달려들었다.

"와, 은혁 오빠다."

"어, 오랜만이다. 은서야, 몸은 좀 괜찮아?"

"응!"

진짜 이 녀석들만 아니면 그냥 일이고 뭐고 때려치울 텐데.

그나저나 애들 밥은 먹었나?

안 먹었으면 뭐라도 시켜야겠네.

"애들 밥은요?"

"먹었죠."

"아쉽네. 그럼 저 간단하게 요깃거리만 주실 수 있나요? 밥을 못 먹고 나와서."

"네."

내가 잠시 애들과 놀아주는 사이, 원장님이 쿠키와 커피를 내왔다.

"감사합니다."

"뭘요. 여기는 은혁씨 아니었으면 진작 문 닫았어요."

"아하하...."

나도 고아원 출신이었다.

근데 취업한 이후에 돌아가 보니까 우리 고아원이 망해 있었지.

원장님이라도 뒤늦게 찾았지만 돌아가신 뒤였고.

'그러다가 우연히 여기를 찾았던가?'

그게 인연이 되어 조금씩 기부하기 시작했고, 고아원 운영이 기울면서 기부량을 늘려나갔다.

아무래도 아이들이랑 친해진 이후부터는 여기가 망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으니까.

"헤헤, 나도 은혁이 형아처럼 헌터 매니저 할래요! 그런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들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거죠?"

"...임마 헌터 매니저는 그냥 따까리야. 이런 힘든 일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

"우음, 나는 괴물들로부터 모두를 지켜주고 싶은데."

"......."

이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몬스터와 관련된 사건으로 부모를 잃었다.

그러다 보니 저런 꿈을 꾸는 거겠지.

"차라리 헌터면 모를까, 헌터 매니저는 간지가 안 살잖아."

"하지만 남자는 헌터가 될 수 없잖아요."

정론이다.

남자는 헌터가 될 수 없다.

헌터가 되려면 특성을 각성해야 하는데, 각성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니까.

"아니야. 남자도 헌터 할 수 있어."

가끔 남성 헌터가 있긴 하다.

일반인인 몸이지만, 마력으로 만든 무기를 다루는 것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이들.

마력 무기가 존나게 비싸다 보니까 수지타산은 맞지 않는다.

그냥 몬스터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싸우는 거지.

"진짜요?"

"대신 돈을 아주 많이 벌어야 해. 그러니까 태웅이는 돈을 많이 버는 일을 찾자."

"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은 무시를 받지는 않으니까.

일반인이면서 인류를 위해 싸운다는 이유로 멋있다는 소리를 받는 경우가 더 많지.

나는 이 아이들만큼은 나처럼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했다.

"은서 너는 커서 뭘 하고 싶어?"

"저는 헌터요. 그럼 은혁 오빠가 제 매니저 해주시는 거죠?"

"그럼. 모든 헌터가 우리 은서처럼 착하면 좋을 텐데."

헌터 매니저.

딱히 성별이 상관있는 직업은 아니다.

일종의 공무원으로 담당 헌터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일이니까.

대부분의 헌터들은 능력 개발이나 공략에 바쁘다 보니까 정보 수집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정보를 채워주는 것이 매니저의 공식적인 일이다.

'좆같은 일이지만 연봉이 쎄지.'

그래도 의외로 스펙 요구가 심한 직업이라서 항상 인력난이다.

"왜? 또 헌터 언니들이 괴롭혔어요?"

"높으신 분들이 짜증이 나시면 어쩔 수 없지."

매니저인 우리가 담당 헌터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딱딱 정리해주면, 헌터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몬스터를 정리하고 던전을 공략한다.

물론 상대가 카스트 꼭대기로 취급되는 헌터인 만큼 우리가 을인 입장이다.

그래서 잡일과 감정 쓰레기통은 보너스로 받는 상황이고.

"그래도 이번에 새로 들어온 헌터 언니는 좀 착한 것 같아."

"진짜?"

"엉."

C급인 묘설아와 배정아.

최근에 헌터 아카데미를 졸업한 신입 헌터들이다.

이번에 여유림한테 괴롭힘당한 당사자들이기도 하고.

"다른 한 명은 잘 모르겠고, 한 언니는 착해."

배정아는 무슨 생각인지 아직 모르겠는데, 묘설아는 괴롭힘이 심해질 걸 알 텐데도 굳이 나한테 괜찮냐고 물었으니까.

고마우니까 앞으로 묘설아가 던전 공략 들어갈 때는 보고서에 신경 좀 더 써야지.

"귀여운 녀석들."

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집에 들어가서 밀린 일을 해야지.

아무리 퇴근했어도 남아있는 일은 끝내야 하는 것이 헌터 매니저다.

"다음에 또 올게요. 요즘 애들 토실토실한 거 보니까 원장님이 신경 좀 쓰나 보네요?"

"요즘 기부금이 좀 늘어서 애들 배부르게 먹일 여유는 생겼거든요."

"다행이네요. 얘들아 안녕~"

살짝 서운해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최근 내가 자주 놀러 온 덕인지 깔끔하게 인사를 받아주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귀여운 녀석들.

"아, 슬슬 배고프네. 뭐 좀 먹어야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허기가 몰려와서,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꺼냈다.

그리고 물이 끓어오르길 기다리면서 TV를 켰다.

[이전에 공략 불가 판정을 받았던 성유산 던전이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공략을 주도한 A급 헌터이자 매니저인 유혜은씨를 모셨습니다.]

"A급 헌터인데 매니저 일이라니,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하긴 A급 정도가 되니까 S급인 유채린을 관리할 수 있는 거겠지.

그 미친년은 수준 미달인 이들은 사람 취급을 안 해주니까.

'실상을 알고 보니까 당연한 거구먼.'

예전에는 대체 왜 A급 헌터가 매니저를 하나 했는데, 애초에 유채린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이네.

[안녕하세요. A급 헌터 유혜은입니다.]

유혜은은 이번 공략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고는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굉장히 길었지만, 요약하면 유채린이 존나 규격 외였다는 걸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야, 장관이네."

유채린의 활약이 TV에 고스란히 재생되고 있었다.

성격이 참 좆같은 인간이긴 해도, 등에 있는 날개를 화력으로 쏟아붓는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저러니까 사람들이 천사라고 칭송을 하지.

"하긴, 내가 봐도 천사로 보이긴 한다."

그녀의 연보랏빛을 띄는 머리칼이 흩날리고, 등에서 뻗어나가는 아름다운 백색의 날개가 펄럭였다.

심지어 저 날개를 이용한 순간 화력은 전 세계 1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뽕이 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에이, 싯팔."

오늘 일만 아니었으면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괜히 꼴만 받네.

"나도 각성이나 했으면 좋겠다."

내가 남자인 이상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나는 라면을 입에 쑤셔 넣으면서 이뤄질 수 없는 망상을 염원했다.

내가 헌터였으면 일단 민아영이랑 여유림부터 줘팬다.

그 시발년들 정의구현 하는 게 내 일생일대의 소원이야.

"아니지,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잖아."

아예 S급까지 찍고, 유채린한테 지랄까지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지.

진짜 자기 잘난 줄 알고 사는 놈들은 좀 당해봐야 하는데 말이야.

[당신의 목소리가 심연의 별에 닿습니다.]

"엉?"

뭔가 눈앞에 보인 것 같은데, 환각인가?

하긴 내가 요즘 너무 건강을 안 챙기긴 했지.

이제 비타민이라도 챙겨먹....

[각성했습니다!]

[당신(Feminist)에 의한 여성(Female)의 행복(Felicity)! 당신의 특성은 '페미니스트'입니다.]

"뭐?"

나는 라면을 먹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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