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대망의 잭과 만나기로 한 날. 나는 밤에 침대에서 있을 일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 평소와는 다르게 말을 더듬거나 멍하니 있거나 했다.
잭은 그런 나를 걱정스럽다는듯이 쳐다보더니 '오늘은 푹 쉬는게 낫겠네'라고 말하며 그냥 돌아가려고 했고, 나는 황급히 그런 잭을 잡았다.
"괘, 괜찮아! 진짜로 괜찮으니까!"
그런 내 태도에 잭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내 집 안으로 들어왔다. 후우,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조심스레 잭에게 물었다.
"잭. 지난번에 그... 뒤, 뒤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지?"
"엉? 어... 그러긴 했는데. 갑자기 그건 왜?"
잭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나는 더 이상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기로 했다.
"...잭의 말을 듣고, 나 혼자서 조금 준비를 해봤거든. 거, 걱정 마! 깨끗하게 씻었으니까!"
내 말에 잭은 어딘가 음흉한 표정을 짓더니 내 바지를 천천히 벗겼다.
나는 내가 당황한 나머지 굳이 할 필요도 없는 말까지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에 그냥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잭은 바지를 벗기고 드러난 검은색의 속옷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잭의 모습은 상당히 변태같았다.
잭의 뜨거운 숨결이 닿자 나도 모르게 몸을 배배꼬았다. 그런 내 태도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잭이 그대로 내 팬티를 찢어버렸다.
가뜩이나 썩 좋지 않은 천으로 만들어진 팬티라 그런지 잭이 조금만 힘을 주니 그대로 찢어져 버렸다.
"꺄악!"
잭의 거친 행동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잭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천조각 하나 없이 완전히 드러난 내 음부와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방금처럼 냄새를 맡아대던 잭이 혀로 내 엉덩이 구멍을 핥았다. 끈적거리는 혀가 닿는 감각에 야릇한 비음이 흘러나왔지만 잭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얼굴을 파묻고 격렬하게 내 엉덩이 구멍을 핥는 것과 동시에 손으로는 내 음모와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렸다.
늘 태연하고 시크한 태도를 취하던 잭의 색다른 모습에 흥분하면서도 나는 엉덩이 구멍을 빨리고 있다는 것과, 지금 이런 상황에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잭은 지금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기에 지금의 벌개진 내 얼굴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지금 이 얼굴을 보였다간, 정말로 어떻게 될 지 몰랐으니까.
평소의 잭과는 전혀 다른 야성적인 모습에 두근거리는 것은 둘째치고, 잭은 정말로 애널이 좋은지 연신 흥분한 얼굴로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내 엉덩이 구멍을 핥고 있었다.
뜨거운 콧김이 닿을 때마다 음부가 욱씬거렸지만 꾹 참았다. 오늘은 애널로 하기로 했으니까 이쪽은 참아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잭이 애널을 핥던 혀를 천천히 떼어냈다.
끈적거리는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잭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자신의 바지를 벗어던졌다.
동시에 내 손 한 뼘만한 잭의 물건이 시야에 들어왔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섹스를 할 때만 해도 이런게 어떻게 내 안에 들어오나 싶었지만 의외로 금세 적응했다.
꼿꼿하게 선 잭의 물건을 본 나는 살짝 무릎을 굽혀 잭의 물건을 입에 머금었다. 잭은 딱히 특수한 성취향은 없었지만, 나는 펠라를 할 때가 좋았다.
잭의 진한 체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정액이 가장 농후하게 뿜어지는 것도 펠라로 첫 사정을 시켰을 때다.
"우물...우물..."
입 안에 잭의 물건을 머금고 천천히 혀를 돌리며 빨던 나는 잭의 물건을 기둥까지 꼼꼼하게 핥았다. 물론 타액만으로 윤활제 역할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잭에게 흥분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내 엉덩이를 핥던 잭은 이미 쿠퍼액을 흘리며 사정 직전에 이르러 있었고, 내 펠라치오를 받은 지 삼 분이 채 되지 않아서 그대로 사정했다.
"웁..."
갑작스레 입 안에 솟구치는 정액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표정을 바꿔 입 안으로 쏟아지는 지독한 냄새의 정액들을 삼키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찐득거리는 정액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마셔도 마셔도 잭의 요도에서는 끊임없이 정액이 쏟아져나왔는데, 거의 숨이 막혀 질식하기 전이 되서야 나는 간신히 입에 머금었던 잭의 물건에서 입을 떼어낼 수 있었다.
그래도 봉사하는 마음을 담아 요도 부분까지 깨끗하게 혀로 핥고나서야 '쪽'하고 귀두에 키스를 하며 물건을 떼어냈다. 그리고 잭은 전에 봤던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떨고 있었다.
유일하게 잭이 약해 보이는 이 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몸을 돌려 내 엉덩이를 뒤로 뺐다.
소위 말하는 후배위. 잭은 나와 섹스할 때 이 자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 질 안의 조임이 너무 강해서 가장 물건이 깊게 들어가는 후배위로는 금세 사정해버린다는게 그 이유였다.
조금 웃긴. 그런 이유 때문에 잭은 평소 후배위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 엉덩이 구멍이 훤히 드러나는 이 자세에 누구보다 열광하고 있었다.
이미 한 번 사정했음에도 다시 부풀어오른 잭의 물건이 조심스레 내 애널에 맞춰졌다. 잭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런 잭에게 윙크를 해주며 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미 젤을 발라 축축했던만큼 삽입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약간 뻑뻑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귀두를 밀어넣은 잭은 천천히 물건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쑤걱, 쑤걱, 하는 소리와 함께 잭의 물건이 내 하복부를 가득 채우는 뻐근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약간은 생소한 잭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크읍!"
동시에 푸슛,푸슛하고 엉덩이 안에 뜨거운 액체가 끼얹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어라? 벌써?
그런 생각에 고개를 돌려 잭을 바라보니 잭은 완전히 귀신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잭조차도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
조심스레 물건을 빼낸 무척이나 침울해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나는 조루가 아니야...아니라고...'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완전히 어둠에 동화된 잭을 최대한 달래주려 했지만 결국 그 날의 잭은 더 이상 페니스를 세우지 못했다.
실로 씁쓸한 이야기였지만 잭은 그것으로 포기하지 않고 바로 다음주에 찾아와서는 다시 애널 섹스에 도전했고, 자그마치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잭은 능숙하게 애널로도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래봤자 15분 정도를 버티는 것이 한계였고 잭이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무리였지만 말이다. 나도 몇 번인가 잭과 섹스를 하다보니 질을 조였다가 푸는 것에 능숙해졌고, 엉덩이 구멍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잭은 몇 번인가 싸구려 비아그라와 같은 약들까지 먹으면서 열의를 불태웠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상들이, 비록 주에 한 번이지만 잭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아니.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 뿐이기에 더욱 간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잭을 만나면 무슨 대화를 할 지 생각하고, 다음에는 어떤 체위로 할지, 그리고 또.......
그렇게 잭과 나의 사랑은 점차 깊어져 갔다.
우리는 만난지 6년이 될 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늘 상대를 배려했다.
주변의 사람들은 잭과 내가 사귀는 모습을 보고 '만나야 할 사람들끼리 만났다'라며 한 번도 싸우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잭과 나의 아슬아슬한 사랑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잭과 내가 만난지 6년이 되던 해의 어느 일요일. 갑작스레 잭은 찾아오지 않았다. 늘 일주일에 한 번 씩은 찾아오던 잭이었기에 나는 조금 걱정은 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믿었다.
...그 다음주에도 잭은 오지 않았다. 사건이 터진 건 아닐까 싶어 초조해졌다. 혹시 잭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봐 몰래 경계선 주변까지 뛰쳐나가봤지만, 그곳에서 잭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이전에 본 적 없던 군인 두 명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견제하다 눈이 마주친 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휴일이 끝나는 순간까지 밤새도록 잭을 찾아다녔지만 잭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식당에 출근했음에도 늘 붕 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늘었고, 주변 사람들이 '요즘들어 남자친구가 잘 안 오네?'라는 질문을 할 때는 집에 와서 베개를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기를 두 달 째. 멍하니 거리를 돌아다니던 내 눈에 익숙한 남자가 한 명 보였다. 잭은 아니지만, 잭과 만날 때 가끔씩 봤었던 인물.
"토마스..!"
토마스를 향해 달려나간 나는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무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잭을 떠올리니 멈출 수가 없었다.
"잭은! 잭은 어디갔어?!"
내 거친 행동에도 토마스는 평소처럼 농담을 하거나 실실 거리는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다.
썩은 동태같은 공허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던 토마스는 자신의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잭이 남긴 거다. 녀석이 전해 달라고 하더군."
토마스의 말에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토마스의 말대로라면 잭은 지금 내게 올 수 없기 때문에 토마스가 왔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앞으로도 오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울먹거리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토마스는 몸을 돌려 그대로 떠나버렸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
토마스가 건넨 봉투를 집에 들고온 나는 조심스레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는 편지 한 장과 또 다른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나는 우선 편지를 열었다.
편지는 잭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었다. 몇 번이나 잭의 필체를 본 적이 있으니 확실했다.
[이 편지를 봤다는 건 아마 내가 죽었거나, 갑작스레 떠날 일이 생겨서겠지. 그리고, 토마스가 제대로 편지를 전해줬다는거일거야. 토마스 녀석, 늘 투덜거리면서도 부탁하면 해주거든. 헬레나 너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좋은 녀석이야.]
'죽었거나'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조심스레 시선을 내렸다. 편지의 뒷내용이 어어져 있었다.
[뭐, 헬레나 너였다면 내가 이런걸 쓸 때 다 찢어버렸겠지. 재수 없다면서. 하하. 그런데 어쩌겠냐. 군인이란게 네 생각보다 훨씬 죽음에 가까운 직업인걸.]
그러고보니 최근들어 미국 국경선을 넘기 위해 무장한 녀석들이 미군들과 총격적을 벌였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설마.
[너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벌써 6년인가? 아무튼, 축하한다.]
6이라는 숫자는 한 번 잉크로 덮어진 글자 위에 쓰여져 있었다. 아마 작년부터 보관해서 5라 적혀 있었던 것을 수정한 것이리라.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도 너랑 비슷했어 헬레나. 부모님은 두 분 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형제도 없었지. 물론 유산은 그럭저럭 남았지만 놀고먹기에는 부족했었거든. 그래서 반쯤 자포자기 해서는 조건을 만족하자마자 군에 지원했지.]
잭은 늘 군인따위 하기 싫다는 말에 입에 달고 살았었다. 늘 자신의 가정사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잭이었는데, 그런 비밀이 있었던 모양이다.
잭도 나와 똑같은 슬픔을 겪었던 것이다. 잭이 나를 처음 도와줬던 것 역시 그때의 내게 공감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너를 만났을 때 나 역시도 삶을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널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조금 더 살아가고 싶다고 느꼈어.]
나도 그랬어. 잭.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 꾸역꾸역, 악착같이 살아갈 수 있었어.
만약 잭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 금세 죽어버렸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건 오로지 잭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잭, 그러니까 제발.
[너와 이런 관계가 될 줄은 몰랐지만... 좋은게 좋은거겠지. 만약 이 편지가 전해가 전해질 일이 없는 채로 5년 정도 더 지난다면, 정식으로 결혼하자고 고백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군인도 은퇴하고 모아놓은 돈으로 어디든 좋으니 둘이 함께 조용한 곳에 가서 살고 싶었어. 그때는 이 편지를 찢어버렸겠지만 말이야.]
결혼.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아파왔다. 나 역시도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잭을 보낼 때마다 가슴이 아파왔다. 조금만 더 함께있고 싶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늘 함께 있는 부부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이기심이자 과분한 욕심이라고 생각했기에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잭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쓸데없는 말이 많았네. 참고로 다른 봉투에 담겨 있는 건 내가 이때까지 군인으로 복무하며 모아놨던 월급이야. 너희 나라 돈으로 환전하면 꽤 될테니 적당한 곳에 좋은 집이라도 얻는데 써줘. 나를 잊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괜찮아. 그걸로 네 상처가 치유된다면.]
그럴리가 없잖아.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삶의 구세주. 사랑했던 연인.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
[헬레나. 세상은 넓어. 현실이 아무리 엿같고 힘들더라도 나는 네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좀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부디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편지는 그 문장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편지는 천천히 물에 젖기 시작했다. 내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편지를 적시며 축축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세게 쥐어도 찢어질 것 같았다.
안 돼. 잭이 남긴 마지막 물건인걸. 깨끗하게 보관해야...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잭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눈물이 쏟아졌다.
토마스의 공허한 눈과 쓸쓸해 보이던 태도. 잭이 남긴 편지. 나는 잭이 이미 죽었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서야 세상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잭 덕분에 나아진 이 삶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잭이 없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변한건 세상이 아니었다.
변한건 나였다.
잭에게 반해 어떻게든 잘 보이려 스스로를 가꾸기 시작했고, 혼자서도 잘 산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일을 하고, 집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내 생활의 대부분은 잭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잭이 사라진 이상 내가 과연 이곳에서 더 살아갈 수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나는 이곳을, 이 나라를 떠나기로 했다. 이곳에 남아 잭의 향수를 느끼다가는 정말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돈을 꽤 번 내가 아직도 이 빈민가 옆에 남아있는 이유는 잭을 빨리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잭은 없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잭의 뒤를 따라가고 싶지만 잭은 내게 더 많은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적어도 다른 나라에 가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금 떠오르는 잭의 얼굴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척 오랫동안 어린애처럼 소리내어 울었다.
침대에 눕힌 헬레나는 악몽이라도 꾸는지 중간중간 미간을 찌푸리며 몸일 비틀었다. 그런 헬레나의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도 별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헬레나를 침대에 눕힌 나는 침대 구석에 걸터앉아 있는 레베카의 옆에 가서 앉았다. 레베카는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질투, 원망, 배신감, 그리고...체념.
긍정적인 감정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레베카의 모습에 나는 우선 무릎부터 꿇어야하나 고민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레베카도 머리가 복잡한지 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짚은 채 고개를 파묻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내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레베카가 입을 열었다.
"오빠는...두 사람이랑 한 거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