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이라고 불린 남자의 충고에 토마스라 불린 남자는 관심이 식었는지 투덜거리며 그의 발치에 떨어져 있던 돌을 거세게 한 번 걷어차고는 나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내 계획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멍해졌다. 거대한 좌절감이 뒤통수를 강타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내 인생은 이대로 시궁창에 쳐박히는걸까.
애초에 몸을 판다는 것부터가 문제였을까. 하지만 별다른 수단이 없는데 어떡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내 앞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자의 정체는 연신 심드렁한 표정만을 짓고 있던 '잭'이란 남자였다.
잭이라는 남자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하나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허무함에 멍하니 서 있던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멍하니 있던 내 시야에 갑작스레 익숙한 종이가 들어왔다. 50페소짜리 지폐다발이었다.
"오늘 쓰고 남은 돈이다. 당분간 여기 올 일은 없을 것 같고, 멕시코 화폐를 들고갔다가 걸리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주마. 대신, 앞으론 그런 소리는 하고 다니지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세상엔 미친놈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덧붙인 남자는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지독한 담배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가 건넨 지폐 다발을 받은 손에서는 땀이 흘러 지폐가 젖고 있었다.
아니, 축축하게 젖는 것은 분명 땀 때문만은 아니리라.
나는 처음으로 겪는 누군가의 '호의'에 울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한참 동안이나 잭이라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내게 잭은 그저 아무 말도 않고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운 잭은 그대로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잭이 준 돈으로 거적떼기 같은 옷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 가까운 널널한 바지와 셔츠를 샀다.
그럭저럭 예쁘게 생겼던 나는 옷까지 갖춰입자 근처 음식점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고용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일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로 나와 혹시나 잭이 오지는 않았을까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잭은 보이지 않았고, 내가 잭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자그마치 반년 뒤였다.
그때의 나는 15살이 되어 작년보다 젖가슴도 조금 커져있었고, 키도 조금 커서 꼬맹이 티를 벗어났었다. 나름대로 자신이 붙었던 나는 당당하게 잭에게 달려가서 한껏 과시했다.
당신 덕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라는 감사의 말은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지만 잭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날 보며 키득거렸다.
전과 마찬가지로 잭의 옆에 있던 토마스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로 상관 없었다.
그리고 나서는 한 달 간격으로 잭을 볼 수 있었다.
반년만에 만났던 그날, 자주 보고 싶다는 내 말을 잭이 들어준 것이었다. 물론 내가 바라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잭은 여전히 나를 꼬맹이 대하듯이 대했고, 나는 그런 잭의 태도에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잭을 만난다는 것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내가 잭에게 밥을 사준 적도 있었다. 잭은 괜찮다면서 극구 사양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잭을 보면 볼수록 점점 심장이 두근거리고, 묘한 기분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잭에게 의지하며 마치 보호자가 되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남자와 여자로서 연심을 품었던 것이다.
잭과 만날수록 나는 그 연심을 키워나갔고, 나는 17살이 되던 해에 잭에게 고백했다.
그 때의 나는 가슴도 양 손으로 잡아도 꽉 찰 정도로 컸고, 키도 여자치고는 꽤나 큰 편이었다. 스타일도 좋고, 가슴과 엉덩이도 커서 많은 남자들이 내게 추파를 던졌지만 나는 싹 다 걷어찼다.
잭이 미군이라는 점은 다행이었다.
내가 잭과 계속해서 만나는 것을 본 빈민가에서는 내가 미군에게 몸을 팔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던 것이다. 미군과 관련된 여자에게 손을 대거나 할만큼 간이 큰 놈은 없었다.
물론 식당의 점장이 내게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을 하긴 했지만 사실대로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일하게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좋은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열일곱이 된 나의 고백에 잭은 거절하려 했지만 내가 사귀어주지 않으면 목매달고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치자 그제야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들었지만 잭도 내게 음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보호자처럼 대하던 애한테 손을 대는 것도 그래서 꾹 참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귀기 시작한 우리는 이주일에 한 번 꼴로 만났다. 이미 몇 년이나 만나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만큼 거리낌은 없었다.
사귀기 시작하고 바로 다음 만남에서 나와 잭은 성관계를 맺었다. 처음 하는 섹스는 조금 아프고, 힘들었지만 잭의 어린애같은 표정을 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
섹스가 끝난 뒤 잭은 날 보고 '엄청난 명기'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좋은거야?"
"좋은거지. 젠장,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나와 6살이 차이 나는 잭은 학생 시절 여자친구를 몇 번인가 사귀었다고 한다. 당연히 성관계도 맺었고 말이다.
하지만 나처럼 삽입한 직후 사정을 한 경험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 사정한 뒤에는 조금씩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세 번 사정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 섹스할 때 나는 잭을 마주보며 끌어안았는데, 삽입한 직후 당황으로 일그러진 잭의 얼굴은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싶을 정도였다.
당황하는 표정과 쾌감에 움찔거리는 입가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런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잭은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결국 입을 다물었다.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알몸으로 함께 덮은 이불을 끌어당겼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처음 잭의 물건을 받아들일 때는 아팠다. 나름대로 고통을 많이 겪었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종류의 고통이었다. 동시에 기쁘기도 했다. 잭의 사랑이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섹스가 끝난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잭의 품에 파묻혀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잭 역시도 그런 내가 싫지 않았는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잭의 입가에서는 늘 담배 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잭의 냄새가 싫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만나면서 잭과 나의 생활패턴은 반쯤 정해졌다. 잭은 짧을 때는 일주일, 길 때는 이주일에 한 번씩 일요일마다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잭과 몸을 겹쳤다.
겹치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겹치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잭은 섹스에 익숙하지 않은 나도 즐길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해주었고, 나도 그런 잭의 테크닉에 몸을 맡겼다.
그러던 어느날, 섹스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함께 뒹굴거리던 도중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잭이 말했다.
"뒤로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지나가듯이 나지막이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려왔다.
"뒤?"
내 반문에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라, 그렇게 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잭이 설마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그냥 해본 소리야.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내 표정을 본 잭이 덧붙였지만 나는 잭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잭은 이때까지 내게 무언가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잭이 나를 챙겨준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잭의 기대를 부응시켜 주고 싶었다. 일종의 선물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래도... 좀 부끄럽네.'
결국 잭은 그날 더 이상 그쪽과 관련된 화제를 꺼내지 않았고, 나 역시도 묻지 않았다.
그걸 대신해서 나는 휴일에 빈민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는 시장에 가서 '애널 비즈'라는 걸 사왔다.
자그마한 플라스틱 공처럼 생긴 것들을 줄줄이 엮어놓은 끈이었는데, 이걸 살 때 상인의 눈이 끈적하게 내 몸을 훑어보는게 기분나빴다.
'하지만, 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그렇게 결심한 나는 조심스레 따뜻한 물로 음부와 엉덩이를 깨끗하게 씻었다. 평소보다 몸을 씻는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모두 닦은 나는 평소 입는 셔츠 하나 만을 걸친 채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스스로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거부감도 있었지만 잭의 얼굴을 떠올리니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꽤나 유연한 몸 덕분에 어렵지 않게 애널에 손을 뻗은 나는 조심스레 검지를 밀어넣었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었던대로 윤활제 역할을 해줄 젤을 살짝 발랐는데도 따끔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동시에 따끔한 고통과 함께 느껴지는 묘한 삽입감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조금 더 넣어서 천천히 구멍을 풀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떻게 됐는지는 내가 직접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항문이 평소보다 조금 넓혀져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묘하게 엉덩이에 바람이 통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벌름거리는 내 항문을 상상하자 자동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이건 잭을 위해서야... 절대 내가 변태라서가 아니야.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던 나는 조심스레 옆에 놓여있던 애널비즈를 집어들었다.
작은 구슬들이지만 적어도 내 손가락만한 굵기정도는 됐다. 저걸 넣는다고? 정말?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메아리쳤지만 결국 나는 조심스레 엎드린 채 애널에 애널비즈를 넣기 시작했다. 제대로 볼 수가 없이 처음에는 몇 번이나 미끄러져 안 들어가졌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나는 간신히 넣을 수 있었다.
처음 구슬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그 다음부터는 조금 수월했다. 하나, 둘, 셋. 3분의 1만큼의 길이인 네 개까지 밀어넣자 엉덩이에서 명백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엉덩이에 꽉 차있는듯한 느낌. 잭의 물건이 들어왔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감각에 나는 몸을 떨었다. 나도 모르게 괄약근이 부들거리면서 멋대로 애액이 흘렀다.
나 자신이 변태같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고 애널 비즈를 조금씩 밀어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3분의 2인 8개까지 밀어넣자 나는 정말로 항문에 잭의 페니스를 삽입당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잭의 것보다는 짧고 굵기도 얇았지만 이 감각은 실제 섹스를 하는 것과 꽤나 유사했다.
조심스레 애널비즈를 잡고 살살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자 장내의 벽을 긁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앙♥"
약간의 따끔한 고통과 함께 짜릿한 쾌감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애널비즈를 잡고 있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고작 3분의 2를 넣었을 뿐인데 전부 다 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무서워서 그만뒀다.
조심스레 애널비즈를 천천히 밀어넣었다 뺏다를 반복하자 저릿저릿한 감각이 뇌를 관통했다. 마치 해로운 약물을 주사받는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잭과 처음 섹스를 했을 때처럼 시작은 힘들지만 결국 중독될 것만 같은 감각에 나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엉덩이로 느끼다니. 변태가 따로 없었다.
결국 나는 애널비즈로 계속해서 장벽을 긁어내며 한 번 더 절정에 이르렀다.
나는 사용한 애널비즈를 천천히 꺼내(꺼낼 때도 한 번 약하게 가버렸다.)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기가 남지 않도록 닦고 나서야 몸을 씻었다.
샤워를 하며 드는 생각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변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잭이 내가 이렇게 준비해온걸 알면 좋아해줄까? 였다.
사실 내가 변태라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나를 잭이 좋아해주느냐였다.
설레는 마음을 끌어안은 채,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