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는 성문화에 대해 무척이나 폐쇄적인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구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들에 비해 스킨쉽의 진도를 나가는게 무척 늦은 편이다.
물론 사람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갑자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느냐 하면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소녀가 바로 그 서구적인 나라의 선두권을 달리는 소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레베카. 우연찮게 바다에 갔다가 관계를 맺게 된 동생 같은 소녀다. 아니, 그녀의 파괴적인 다이너마이트 보디를 봤을 때 소녀라고 말하는 것에는 다소 어폐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내 입장에서는 약간 동생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그녀 역시도 내게 어리광을 부리듯이 계속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오빠'라고 부르곤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특유의 불어 특유의 고고한 발음이 말투에서 배어나오는데 그게 또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이다. 간드러지는 말투에 저런 다이너마이트 바디로 색기를 폴폴 풍기면 어지간한 남자들은 뻑 가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레베카와 했던 섹스들 역시도 꽤나 위험천만한 것들 뿐이었다. 야외 플레이부터 시작해서 그 애, 애널로도 했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내 성적인 판타지를 가장 만족시켜 준 것은 레베카가 아닌가 싶다.
아무런 반항 없이 그런 플레이를 받아들여준 레베카에게 감사를 표하면서도, '처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범한 그녀의 가치관에는 조금 감탄하게 된다.
내가 만약 레베카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그대로 턱을 걷어차고 도망가 경칠에 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나란 놈도 참 본능에 충실했군.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중요한건 내가 오랜만에 레베카와 만났다는 것이고, 나를 마중나온 레베카의 옆에는 레베카의 친구들이 함께 있었다.
레베카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수준의 커다란 가슴과 함께 일렁이는 푸른 눈 혹은 렌즈를 꼈는지 연한 초록빛을 띠는 눈을 가진 여자 둘이었다.
뭐지, 여기는 혹시 한국이 아니라 프랑슨가? 아니면 러시아? 이렇게 속으로 되뇌이는 내게 레베카가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여기! 내 남자친구인 태훈 오빠야!"
그렇게 말하며 내 팔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자신의 가슴골 사이에 팔을 파묻어 버리는 레베카였다.
야시시한 검은색 탱크톱을 입은 레베카의 가슴골 사이에 파묻힌 나는 팔에서 느껴지는 탱글탱글한 가슴의 감촉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 물건이 서기 직전이었다.
이미 반쯤은 껍질이 까지면서 내 똘똘이가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 똘똘이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베카의 친구로 보이는 두 명은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레베카에게 남자친구가 제일 먼저 생길 줄이야."
"나는 적어도 10년은 더 있어야 생길 줄 알았는데."
"레베카는 너무 소녀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키득거리는 그녀들에게 레베카가 볼을 부풀리며 화를 냈지만 그들은 오히려 웃으며 레베카를 놀릴 뿐이었다. 사이 좋구만. 그런데 거리 한 가운데에서 이러고 있으면 상당히 시선이 쏠리는데 말이죠.
지금의 시각은 10시.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꽤나 늦은 시각이었다. 물론 어른들의 시간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 뒷골목 쪽이었기에 망정이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이렇게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면 단번에 시선이 쏠렸을 것이다.
"저는 앨리스에요."
"나는 헬레나야.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는 앨리스는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새하얀 백발의 소유자였다. 당연히 염색을 했겠지만, 염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결이 무척이나 부드러워 보였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자신을 꾸미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새하얀 머리칼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무척 신기하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백발이 작위적인게 아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려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헬레나는 타는 듯한 붉은색의 짧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였다. 어깨에는 장미가 그려진 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어딘가 시원시원하고 잘 놀게 생긴 이미지였다.
뭐랄까, 중학생 때 반에도 꼭 한 두 명씩은 있지 않은가. 남자애들과 잘 어울리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그런 여자애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대로 헬레나가 분위기를 끌고 나갔다.
"근처에 좋은 바가 있는데, 갈래?"
헬레나의 말에 레베카와 앨리스가 찬성했고, 나 역시도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했기에 그녀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도착한 바의 이름은 '루미너스'였다.
바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질 무렵 우리는 바의 안쪽에 빈 자리를 안내받았다.
레베카와 헬레나가 내 옆에, 그리고 앨리스가 나를 마주보게 앉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앨리스는 묘한 눈웃음을 쳤는데,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한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우선 입가심도 할 겸, 뭐부터 마실까?"
그 말에 앨리스와 레베카가 이구동성으로 '생맥'을 외쳤다. 그 말에 헬레나는 생맥 1000cc를 네 잔 주문했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1000c를 주문하는 것을 본 나는 헬레나와 앨리스가 상당한 술고래라는 것을 짐작했다.
아니, 서구에서는 이 정도가 입가심인가?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내 주량에 대해 별로 자신이 없다. 남과 술을 마실 기회가 거의 없었을 뿐더러, 지금은 플레이어의 권능에 의해 술에 잘 취하지도 않았으니까.
곧바로 나온 시원한 생맥이 거품을 내며 탁자 위에 올려졌고, 헬레나를 선두로 해서 앨리스와 레베카까지 셋 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생맥을 입에 머금었다.
레베카의 경우에는 맥주 줄기가 살짝 흘러 그대로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 사이로 떨어졌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야해보일 수가 없었다. 실제로 바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의 시선은 이 쪽에 주목되고 있었다.
한 번에 4분의 1가까이 잔을 비운 헬레나는 '캬아!'하고 시원하게 외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야 이거! 오랜만에 마시는 생맥은 정말 죽여주네!"
어딘가 살짝 꼬인 발음 중간중간에는 내가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도 섞여 있었다. 적어도 프랑스어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생맥을 홀짝이던 나는 앨리스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벌써?'
혹시 술에 약한건가 싶었지만 앨리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다시 맥주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뭐, 알아서하겠지.
"그럼, 지금부터 심문 들어가겠습니다!"
말없이 맥주잔을 비우는 앨리스와 달리 헬레나는 술이 들어가더니 완전히 흥이 올랐는지 나와 레베카를 가리키며 물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아무래도 레베카와 내 만남에 대해 궁금했던 모양이다. 레베카의 눈치를 슬쩍 보자 레베카는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말해도 된다는 뜻이겠지.
"바다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
내 말에 헬레나는 '휘유'하고 아저씨같이 휘파람을 불며 웃어댔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더욱 거리낌이 없어진 것 같았다.
"그럼, 두 사람은 어떻게 이런 관계가 된거야?"
"태훈 오빠가 어떻게든 한 번 날 꼬셔보려는 쓰레기들을 쫓아줬거든."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슬쩍 붙이며 내게 몸을 밀착하는 레베카에게서 묘하게 달콤한 향기가 풍겼다. 달콤한 체취와 함께 이미 잔을 거의 다 비워 달아오른 얼굴, 거기다 계속해서 내 팔에 닿고 있는 풍만한 가슴까지.
내 인내심이 한계를 향해 달려가거나 말거나 헬레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했고, 레베카와 나는 번갈아가며 적당히 대답했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대화가 이어지는 도중에도 앨리스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레베카와 나를 묘한 시선으로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바라만 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슬쩍 허리를 숙이듯이 몸을 뒤로 빼며 자신의 가슴골 사이를 적나라하게 내게 보여주며 어필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부분을 볼 때마다 내 똘똘이가 빳빳하게 굳은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탁자 밑에서 내 똘똘이는 완전히 부풀어 올라 있었다.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잔뜩 커져 있는 내 물건을 탁자 덕에 아무도 보지 못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내 물건에 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부드럽지만 약간 어색한 감각. 누군가의 '발'이 내 가랑이 사이에 닿고 있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헬레나와 레베카를 쳐다봤지만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레베카는 확실히 아니었고, 헬레나 역시도 저 자리에서는 내 가랑이에 발을 뻗기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설마?'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전과는 달리 딱 봐도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팔꿈치가 미세하게 들썩이는걸 봤을때 지금 내 물건을 발가락으로 간지럽히고 있는 것은 앨리스가 분명했다!
게다가 그녀는 능숙하게 발가락 사이에 내 바지의 지퍼를 끼워 천천히 끌어내렸다. 그리고 팬티 사이로 빠져나온 내 물건이 껄떡대며 바지의 지퍼 사이로 빠져나오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크윽."
맨발바닥으로 민감한 귀두를 천천히 간질이는 앨리스의 테크닉에 방금 전까지 레베카의 체취덕에 발기해 있던 물건이 그대로 정액을 싸지를 것처럼 꿈틀댔다.
그건 그렇고 앨리스는 대체 뭐 하는 여자인걸까? 보통 발가락으로 저런 짓을 하려다가는 오히려 다리에 쥐가나서 쓰러지는게 일반적일텐데 그녀는 무척 자연스럽게 내 물건을 꺼내 애무하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 내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반응하자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더욱 가학적인 미소를 짓는걸보니 진성 새디스트인게 분명했다.
앨리스는 양발을 뻗어 내 물건을 사이에 끼운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손으로 대딸을 치듯이 발을 움직이는 앨리스의 테크닉에 나는 호흡이 흐트러졌다.
바에서 이런 짓을 했다가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잔뜩 흥분한 것을 참고 있었던만큼 곧바로 사정해버리고 싶다는 욕망, 레베카가 아닌 앨리스와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뒤섞여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헬레나는 또 다시 위험한 질문을 던져댔다.
"그건 그렇고, 두 사람! 그건 했어?"
그렇게 말하며 엄지와 검지를 벌려 그 사이로 다른 손의 검지를 쑤셔넣는, 다소 외설적인 손짓을 하는 헬레나의 행동에 레베카가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지! 우리 태훈 오빠꺼는, 댑따 크거든?! 게다가 테크닉도 으읍..."
완전히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소리치는 레베카의 잔에는 압생트가 담겨 있었다.
생맥을 마시고 나서 레베카의 요청에 따라 주문한 술이었다. 나도 한 잔 마셔봤지만 지독했다. 도수가 40%가 넘는 술이니 당연한가.
잔뜩 취해 말하는 레베카의 입가에서는 달짝지근한 살구냄새가 맴돌고 있었다.
레베카가 더 이상 말하는 것을 손으로 틀어막은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앨리스가 방금 전 레베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흐음~'하고 콧소리를 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부드럽게 물건을 비벼대던 발가락의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졌다. 귀두를 더듬으며 어서 정액을 토해내라는듯이 내 물건을 간질이는 앨리스의 테크닉에 나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귀두를 간질이다가 다시 발을 내려 불알을 발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자극하기도 하고, 발로 이런 플레이까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앨리스는 유연하게 내 물건을 자극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해오며 능숙하고, 사정을 조절하는데 익숙해진 나였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손으로 하는 것보다 더한 배덕감과 함께, 부드러운 발가락이 내 약점을 찾듯이 간질이며 사정을 재촉해대고 있었다.
귀두를 부드럽게 훑는 것부터 시작해서 위아래로 물건을 흔들며 자극을 주고, 불알을 애무하며 어서 정액을 싸지르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헬레나의 섹드립과 함께 완전히 달아오른 레베카가 나를 갑작스레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고, 농후한 키스를 하는 순간 앨리스의 발 역시도 이전에 없을 정도로 강하게 내 물건을 자극했다.
레베카의 부드러운 입술에서 나는 살구향을 맡는 것과 함께, 나는 앨리스의 발 테크닉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사정했다. 다행히도 클래식 음악 소리가 내 사정 소리를 묻어주었고, 레베카와 키스를 하며 사정 직후의 몸이 떨리는 감각을 숨길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지는 '쥐어짜내지는' 느낌이었다. 섹스를 하다보면 '사정을 위해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감각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서로를 느끼며 하는 섹스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방금 전 내가 한 사정은, 그야말로 욕망을 이겨내지 못한 채, 조금의 사랑도 없이 그저 욕망만을 갈구하는 사정이었다.
그것도 레베카와 입을 맞추면서 다른 여자의 발로 가버린 것이다!
실로 지독한 농담이었다.
솟구친 정액들이 요도에서 흘러나오며 물건을 타고내려오는 것과 함께 나는 앨리스의 발에 내 정액이 잔뜩 튀었다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야 사정 직전까지 계속해서 내 물건을 자극해댔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그녀의 새하얀 발은 지금 내 백탁액으로 얼룩져 있을 것이다.
꿀꺽, 침을 삼키며 레베카와 계속해서 혀를 섞었다.
여전히 달콤한 살구향을 풍기며 어린애처럼 달라붙어 오는 레베카의 혀를 나는 부드럽게 달래 주었다.
딥 키스를 하는 레베카와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앨리스는 심통이 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왼발로는 내 불알을 주물럭거렸고, 오른발로는 요도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을 문질러댔다.
방금 막 사정하고도 한창 민감한 상황에서 전해지는 쾌감에,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은 채 레베카와 혀를 섞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어지는 키스가 끝날 때 즈음에는 나는 반쯤 혼이 나가 있었다.
사정 직후의 허탈감과 함께 주변의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는지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물건을 다시 바지 안에 집어넣고 지퍼를 잠궜다. 참고로 헬레나는 탁자에 엎드린 채 완전히 뻗어있었고, 레베카 역시도 몽롱한 표정으로 나에게 달라붙었다.
결국, 그나마 제정신인 사람은 앨리스 밖에 없었다.
"이 둘의 집이 어딘지 알아?"
"알기야 알지만..."
그렇게 말끝을 흐리며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앨리스가 혀로 붉은 빛의 입술을 핥았다.
"지금 두 사람을 택시태워 집까지 보내는 것보단, 가까운 모텔에서 하룻밤 자는게 훨씬 싸게 먹힐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다가오는 앨리스의 표정을 본 순간 나는 뱀 앞의 개구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포식자의 눈을 한 앨리스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죠."
솔직히 헬레나나 레베카 같은 미녀를 혼자 택시태워 보내는게 약간 걱정되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내가 레베카를 바래다주고, 앨리스가 헬레나를 바래다주면 되긴 하겠지만...
"후훗, 왜 그러시나요?"
'저 여자가 그래줄리가 없지.'
분명 '아아, 술에 취한 여자 두 명을 버러시는건가요~'이러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각각 왼팔과 오른팔에 헬레나와 레베카를 부축한 채 조심스레 바를 빠져나갔다.
내가 계산을 하려했지만 레베카와 헬레나 두 사람을 부축한 상태라 지갑을 꺼낼 수가 없었기에 앨리스가 카드를 꺼내 계산했다.
"미안, 술 값은 나중에..."
"이 정도는 괜찮다구요? 저희 집은 그럭저럭 잘 사는 편이니까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쿡쿡 웃은 앨리스는 완전히 꽐라가 된 레베카와 헬레나를 보며 어딘가 아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미소였다.
앨리스는 나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열린 그녀의 입술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저와 레베카야 유복한 가정에서 살아왔지만, 헬레나는 저희와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살아왔어요."
세 명 다 유복한 집안의 자제들인줄 알았는데, 그런게 아니었나?
당장 레베카만 봐도 외교관의 딸이고, 앨리스 역시도 태도 하나하나에 기품이 흐르는게 어딘가의 부잣집 딸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했지만 말이다.
슬쩍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반쯤 정신을 잃은 헬레나의 모습이 보였다. 살짝 탄 구릿빛 피부와 함께 어깨에 새겨진 문신은 확실히 어딘가의 고상한 아가씨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헬레나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앨리스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앨리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전의 어딘가 아련해 보이는 미소를 지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것은 아마 앨리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힘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