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로 레벨업-131화 (131/199)

00131 아이돌 공략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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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밀월 관계'

이때까지 당신이 공략한 여성들은 '섭리'를 흔들지 않는 존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당신이 공략하게 될 여성의 경우, 당신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그녀의 인생 자체를 비틀거나,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힌트를 찾아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고, 다른 이들한테 들키지 않도록 공략하세요.

그녀의 호감도 상승에 따라 보상이 차등지급됩니다.

이번 퀘스트에 한해 '아이템 사용'이 봉쇄됩니다. 당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퀘스트를 클리어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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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작스레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멍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 공략을 하며 이런 경고형의 퀘스트를 본 적은 없었다. 특히, '에필 퀘스트'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때까지 봤던 퀘스트는 스페셜 퀘스트 뿐. 에픽은 그 상위호환일테니 분명 그보다 중요한 뭔가일 것이다.

특히.

"...'개인 공략'을 위한 퀘스트라."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개인 공략을 위한 퀘스트였기 때문에 나는 다소 진지하게 임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까지 알림창이 이렇게나 진지하게 창을 띄운 적이 없었던만큼, 이번 퀘스트는 무척이나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의 식사에서 최대한 힌트를 찾아내기로 결심한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 디너 약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준비할 것은 없었다. 저녁 초대에 어울릴만한 옷을 루시에게 추천 부탁했고, 루시는 집에 있으면서 홈쇼핑과 잡지로 익힌 지식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내가 봐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옷을 입힌 루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도 루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했다.

이 정도 옷이라면 어떤 레스토랑이든 적어도 무시당할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루시가 준비해준 옷을 입고, 나는 지갑에 수표를 몇 장 챙겨넣은 뒤 그 '모자녀'에게서 온 문자의 위치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꽤나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는데, 그녀가 예약을 해놨으니 내 이름을 말하면 웨이터가 안내해줄 것이라고 했다.

'절대 자기 이름은 말 안하네.'

대충 두 가지 경우가 짐작됐다.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곤란하다는 것.

첫 번째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가 '범죄자, 혹은 전범'일 경우다. 뭐, 그녀의 행동이나 태도로 봤을때 그런 사람으로 보이진 않으니 사실상 무의미한 선택지다.

두 번째는 그녀가 '보안이나 연예인같이 비밀을 유지해야 할 경우.' 그래, 이 쪽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알림창에도 떠 있었으니 말이다. 내 행동이 그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녀를 공략하는 것을 들킬 경우, 어떠한 스캔들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집이 텅 비어있던 것 역시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일종의 수단인지도 몰랐다.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그녀가 찍어준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도착한 레스토랑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고급스런 곳이었다.

분명 사진으로 봤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건 완전 금수저들이나 올 법한 레스토랑이 아닌가.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고, 대기하고 있던 웨이터가 내게 물었다.

"예약 하셨나요?"

"네, '최태훈'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하던데요."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살며시 눈웃음지으며 안내를 하는 웨이터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보니 고급스런 식기 위에 올려져서 나오는 코스요리를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이 딱 봐도 명품이란 것을 알 수 있는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섹시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우아하게 식사하고 있었기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이쯤되니 모자녀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입니다. Vip 석이라 다른 손님들은 오지않을거고, 잠시 후 셰프가 직접 요리를 내올 겁니다. 그럼, 부디 즐거운 식사되시길."

도착한 곳은 레스토랑의 최상층인 4층이었다. Vip석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다른 사람들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창가에 배치되어 있는 탁자를 향해 걸어갔다.

뚜벅, 뚜벅 내가 걷는 소리를 들었는지 여전히 모자를 쓰고 있던 모자녀가 고개를 돌렸고, 나는 슬쩍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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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성감대:???

공략 랭크:B+

현재 호감도: 20%미만

현재 흥분도: 10%미만

주의 사항: 다른 사람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쉽게 알아차립니다. 주의하세요. 이성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들이대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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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이때까지 그녀를 '모자녀'라고 불렀던 이유는 간단했다. 상태창에 이름이 떠오르질 않았으니까. 이때까지 이런 일은 없었기에 더욱 당황했었다. 적어도 이때까지의 상태창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태창조차도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었다. 호감도와 흥분도를 비롯해서, 이름도 그렇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공략은 사실상 온전히 내 몫이었다.

물론 스킬이야 사용할 수 있으니 별 문제는 없다고 해도, 평소보다 공략에 비해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아이템이랑 상태창이 둘 다 무력화됐으니 말이다.

나는 약간은 갑갑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조심스레 그녀의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모자녀는 나를 확인하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지난번에는 감사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살짝 웃으며 별 것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알림창이 하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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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신의 겸손함에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거리를 좁히고 싶지 않아합니다. 그녀와 대화를 통해 접점을 유지하는게 앞으로의 공략에 키워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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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냐.'

그래도 상태창이 아닌 알림창은 제대로 작동되는걸 보니 속으로 조금 안도했다. 최소한의 도움이나 길잡이 역할정도는 해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여자한테 다른 남자가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걸 박살낼 자신은 있어도(이것도 게임 시스템 덕분이긴 하지만) 사실상 처음 보는 여자한테 들이대며 애프터를 신청할만큼의 달변은 가지지 못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순간 셰프가 나와서 에피타이저를 세팅했다. 향긋한 냄새와 함께 나온 스프와 간단한 빵을 먹으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건네야 할 말을 생각했지만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분명 나와의 관계를 좁히고 싶지 않아한다고, 그리고 정체를 숨겨야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노골적으로 접근하거나, 애프터를 신청하면 거절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착실히 거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가야했는데, 그럭저럭 거리를 두면서 접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했다.

나름대로 머리를 쥐어짜내서 만족스러운 결론이 나오자 나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부드러운 식감의 빵과, 향긋한 향의 스프를 먹으니 공복감이 자극되는 것 같았다.

슬쩍 모자녀를 쳐다보니 그녀는 무척이나 우아한 자세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런 곳에 한 두번 온게 아닌 것 같은 그녀의 행동에 다소 움츠러 들었다. 지난번의 그 주택도 그렇고, 그녀는 딱 봐도 무척이나 잘 사는 집안의 사람인 것 같았는데, 과연  공략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이성에게 관심없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녀의 인생 자체가 변해버림'

'아이템과 상태창의 무력화'

정말이지 방법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그녀가 입을 먼저 열었다. 아직 메인 디쉬가 나오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남아서 이 시간동안 침묵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네?"

그녀의 갑작스런 말에 내가 반문하자 그녀가 자신의 모자를 손으로 만지면서 말했다.

"이 모자요. 사실 이런 자리에서까지 모자를 쓰고 있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거든요. 물어보시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 말도 없으셔서요."

"상대가 싫어하는데 굳이 간섭하고, 참견하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을 중시한다. 정확히 말하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는 것이지만 말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남을 배척하거나 비꼬는 행위는 결국 자신을 깎아먹을 뿐이라는 것은 중학생 때부터 익힌 상황이었다.

"...그런가요, 확실히. 태훈 씨는 조금 독특하시네요. 아, 물론 좋은 의미로 한 말이에요."

그녀의 그 말에, 나는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나를 연인으로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친근한 남자사람' 정도로 생각하는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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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연 주인공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2. 집컴이 후져서 이번편은 피시방에서 적었는데 피시방 키보드가 망가진 자리에 앉는바람에 조금 힘들었네요. 키보드가 뒤가 아니라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피아노 치는 것마냥 자판을 눌렀다는...

3.아, 안 쓴지 며칠이나 됐다고 H씬 쓰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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