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로 레벨업-73화 (7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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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공략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걸어야할까 고민했지만 고민이 길지는 않았다. 깊게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그녀의 마음에 들만한 주제를 꺼낼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옆에서 느껴지는 두 명의 시선이 너무나도 따갑다.

'평소 세미나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구만.'

굳이 비유하자면 유민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솔직하고 살갑게 굴어주는 유민쪽이 더 좋긴 하다만. 유민은 처음부터 나를 의식한 것에 비하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세미나는 그야말로 다른 사람들을 '사람이 아닌 벌레'를 취급하는 것 같았다.

무관심, 무료함으로 일관하던 태도나 들려오는 소문. 그런 것들이 그녀의 성격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녀는 내가 이때까지 보지 못한 이질적인 존재였다.

애초에 이 게임을 시작할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긴 하지만 말이다. 애초에 천사랑 신도 나오는데 이 정도의 이질적인 사람 한 명 는다고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그래도 상태창이 정말 말도 안되긴 하지만 말이야.'

호감도와 흥분도가 둘 다 0%인 건 처음봤다. 공략을 하라는건가 말라는건가? 그리고, 랭크가 자그마치 A-다. 껑충 뛰어버린 랭크만 봐도 그녀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더러 지금 눈 앞에 있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만 봐도 보통의 사람들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대체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지경이었지만 일단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면서 그녀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에 집중하자.

"하하, 그건 그렇고 세미나씨는 평소에 뭘 하면서 지내세요?"

보통 남자애들이라면 적당히 그녀의 외모를 칭찬하거나 하는 말을 하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느끼한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적당히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런 말을 했는데 그 말에 그녀의 실로 '악귀'같은 표정이 풀리고 흥미로워 하는 표정이 잠시. 그리고 곧이어서 악동같은 표정이 그녀에게서 나타났다.

"흐음~ 그냥 오늘처럼 학교에서 적당히 시간 때우다가, 당신같은 남자들이랑 좀 놀다가 섹스하고, 그렇게 보내는 거죠 뭐."

다소. 아니, 엄청나게 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지훈과 한석의 입이 다물어졌다. 참고로 세미나의 옆에 있던 두 여자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특히 '섹스'라는 단어를 말할 때 주변에 있던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쿨럭거리면서 기침을 해댔는데 아무래도 이쪽의 대화를 훔쳐듣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이들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앞에 앉은 세미나는 킥킥거리면서 조소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볼수록 왠지 모를 위기감이 암습했지만 나는 그런 감정을 꾹 참았다.

그 이후로 어떤 대화가 이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확실한 것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나는 그녀의 페이스에 말린 채 그녀가 잔뜩 따라주고 있는 와인을 마셔댔다는 것 뿐이다.

사실 그녀와 대화하는 것보다는 술이나 마시는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있었지만 사실 궁금한건 따로 있었다.

내가 술에 취해서 쓰러진 척하면서 그녀라도 그냥 가지 않을까, 가지 않는다면 어떤 태도를 보일까.

대충 이런 생각이었다. 물론 아이템 창에서 '상태 이상 치료제'를 구매할 준비를 한 채 말이다. 술을 마시거나 생체기가 나면 상태 이상에 걸렸다고 뜨곤 했는데 이 상태 이상 치료제라는 걸 마시고 나면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정신이 멀쩡해졌다.

확실히 아이템이 좋긴 좋단 말이지. 정말로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튼 처음에는 나만 혼자서 연신 와인을 마셔댔는데, 지훈과 한석도 분위기를 탄 것인지 내가 붓는 와인병을 뺏어가서는 자신의 와인잔에 잔뜩 부어댔다.

"야...잠깐."

당황한 내가 말리려 했지만 녀석들은 이미 부어라 마셔라를 해대면서 자기들끼리 와인을 마셔대고 있었다. 동시에 두 녀석의 앞에 앉아 있던 두 여자의 입가가 살짝 굳었다.

'저 녀석들은 대체 뭐하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두 여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래서는 연기도 뭣도 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두 여자가 고개를 저으면서 어딘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태도를 보며 나도 속으로 안도했다.

그렇게, 반쯤 꽐라가 된 두 녀석을 보니 이번 미팅은 공쳤다고 생각하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약간 아쉽기도 했다. 뭐, 그래도 과유불급이라고, 벌써부터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는 없다. 좀 더 천천히...

'복상사는 싫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여자에게 눈짓을 한 뒤 완전히 탁자에 엎어진 두 녀석을 툭툭 치면서 부축했다.

"그럼, 죄송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네, 안녕히가세요."

"다음에 뵈요."

두 여자가 배시시 웃으면서 나를 배웅했고, 나는 그런 그녀들을 보자 확실히 그녀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하고 상냥한 하나, 그리고 도도하면서도 배려심 있는 지연. 둘 다 굉장히 끌리는 여자들이었다.

게다가 방금 상태창으로 확인해봤는데 둘 다 굉장히 정상적인 성벽과 호감도를 가진 여성들이었다. 둘 다 공략 랭크가 B이하. 적어도 세미나처럼 정기를 빨려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연락처라도 받아서 다음 기회에 한 번 데이트라도 하고 싶지만...

'이번에도 지훈이랑 한석이 녀석 따라와서 간신히 온 거고, 저 정도 외모의 여자들이 나랑 또 만나줄리는 없겠지.'

모인 스텟을 외모에 투자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하고 나는 두 녀석을 일으키며 부축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약간 싸늘하고도 교태 섞인 목소리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어머, 지금 뭐하는거에요?"

아니, 정말로 머리가 지릿거리면서 어지러운 감각이 들었다. 머리가 마비되고,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 드는 목소리였다. 말하자면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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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랭크 세미나로부터 '위압'과'유혹'이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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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은 세미나의 말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가, 유혹은 이성보다 본능이 우선시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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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속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세미나를 마주했다.

"제 친구들이 좀 많이 취한 것 같아서요. 오늘은 이만 데려다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자리까지 만들었는데 그냥 가버리는건가요? 저, 바람맞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세미나는 교태섞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눈은 나를 잡아먹을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세미나의 눈동자에 나는 순간 몸이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저 말투, 부드러워 보이지만 사실상 거의 협박조가 아닌가. 어떻게 해야하지? 빌어먹을. 그렇게 3초 정도 생각을 하던 나는 결국 포기하고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아이템을 사용하던가 하면 되겠지. 설마 죽기야 하겠어.

"알겠습니다. 대신 제 친구들은 택시라도 태워서 집으로 보내겠습니다."

"좋아요."

내 말에 만족스러운듯이 웃는 세미나를 보니 당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별 수 없었다. 약한게 죄지. 제기랄.

그렇게 내가 두 녀석을 부축해서 가게를 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두 녀석을 구겨넣은 뒤 집으로 보내자, 세미나가 하나와 지연에게 다가가 말했다.

"하나야, 지연아. 너희도 따라와."

"응?"

"...왜?"

세미나의 따라오라는 말에 두 사람이 살짝 경직되더니 몸을 오들오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같이 가다니, 당연히 두 사람도 보낼 줄 알았는데.

".......싫니?"

세미나가 눈웃음 지으면서. 실상은 싸늘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자 두 사람이 황급히 동의했다.

"으, 으응! 그럴리가!"

"...갈게."

'혹시 모텔에 가는게 아닌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세 명이 함께 갈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 거라면야 나야 얼마든지 찬성이다. 이 두사람이랑 친해질 기회기도 하고, 나중에 몰래 연락할 수 있게 연락처라도 얻어둘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 때는 외모 스텟을 잔뜩 올려서 공략해줄테다.

세미나도 아름답긴 하지만 그건 비정상적인. '인외'의 아름다움이다. 감히 넘볼 수 없다고나 할까. 사실 복상사 당하기 싫다는 마음이 가장 크긴 하다만.

나는 세미나가 어디로 갈지 궁금해하며 얌전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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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 주기가 약간 불규칙하네요. 최대한 빨리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빨리 종강이 왔으면... 그래야 맘 놓고 겜하고 글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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