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로 레벨업-72화 (72/199)

72====================

다섯 번째 공략을 시작합니다

--------------------

이름:세미나

성감대:???

공략 랭크: A-

현재 호감도:0%

현재 흥분도:0%

주의 사항: 규격 외 존재입니다.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도망치는 것을 권합니다. 현재 당신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징:요녀(압도적인 성행위 보정으로 복상사시킵니다.)절세미인(압도적인 외모로 남자의 마음을 휘어잡습니다.)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씨...'

순간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정말로 이럴 줄이야. 상대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었다.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확신이 든 것이 있었다. 방금 전 눈이 마주친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것.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분명 그녀는 내게 호기심을 가졌기에 날 바라본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게 호기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없을텐데? 어째서?

"...지연아, 나랑 자리좀 바꿔줄래?"

그렇게 말하는 세미나는 이때까지의 무료한 표정을 지우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덮었다.

세미나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내 앞에 있던 포니테일의 여자가 움찔했다. 뭐랄까, 내 앞의 지연이라는 여자도 세미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소위 말하는 '격이 다르다'라는 것일까.

"...으, 응."

지연이라는 여자는 우물쭈물하면서도 세미나와 자리를 바꿔주었고,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분명하다. 저 여자는 지금 나를 어떻게 하려는게 틀림없었다.

'이 나이에 벌써 복상사하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게다가 흥분도와 호감도가 둘 다 0%. 대체 어떻게 공략을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던 도중에도 옆에 있는 한석과 지훈은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두 녀석 다 내 쪽을 한 번 보고는 불쌍한 표정과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자신들의 앞에 있는 여자들에게 작업걸듯이 친근하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는 고혹적이고도 도도한 표정으로 보였겠지만, 내 눈에는 먹잇감을 사냥하기 직전의 뱀의 눈을 하고 있는 세미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몇 초간의 침묵이 이어지자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조심스레 와인잔에 손을 갖다대서 와인을 입에 한 모금 머금었다. 그렇게 내가 와인의 맛이 어떤지 음미하지도 못하면서 머릿속에서 뇌를 신나게 굴려대는 순간 세미나가 또다시 그녀 특유의 고혹적인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재밌는 분이시네요."

일부러 한 박자 늦게, 와인을 꿀꺽 삼키고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네?"

"후후, 아니에요. 이때까지 미팅에서 만난 남자분들이랑은 뭔가 다른 것 같아서."

그 말에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호기심을 가진 이유를 대충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지연을 바라보려 한 것이 오히려 그녀를 자극한 것이었다.

'제기랄, 그냥 나도 지훈이나 한석처럼 홀린 척할 걸 그랬나.'

"기분탓이 아닐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게 말하면서 쿡쿡 웃은 세미나는 다시 와인을 입에 머금고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보는거냐고 이 여자야. 방금 전에 우리가 올 때만해도 신경도 안 쓰고는 폰만 보고 있었잖냐.

그렇게 내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슬쩍 옆을 쳐다보니 세미나를 제외한 두 명이 세미나의 태도에 살짝 놀란 표정으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들의 태도를 보며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이 세미나라는 여자. 평소 미팅에서는 그냥 핸드폰이나 보면서 관심 없는 태도로 일관했던 모양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자리까지 바꿔가면서 내게 이런 태도를 취해서 놀란 것일거고.

여자들을 따먹으면서 늘어난 것이라고는 눈치밖에 없는 내 신세에 한탄하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할지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여자와 떡치는 것만은 피해야한다. 어떻게든 지훈이나 한석한테 맡기고, 나는 아예 빠지는 쪽으로...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일단은 이 분위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 번 주어진 기회를 노려서 나는 그녀에게서 벗어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앉은 그녀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으로 턱을 괸 채 나를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 척 자연스럽게 지훈과 한석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지훈과 한석, 그리고 다른 두 여자와의 대화에 끼어들자 그녀의 입가가 살짝 일그러졌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대화를 하면서도 계속 그녀에게 곁눈질을 한 나였기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나는 그녀가 내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이야. 내가 그 때 녀석들이랑 싸우는데..."

"어머, 정말요?"

그렇게 몇 분 정도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졌다. 훈훈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정확히는 듣도보도 못한 자신들의 영웅담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지훈과 한석은 헤벌레 웃으면서 두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에 무시하고 다른 두 여자들의 상태창이나 한 번 확인해볼까 했는데 자세히 보니 다른 두 명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했다.

입가가 묘하게 비틀려있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눈치를 보는게 꼭......

나는 그제서야 그녀들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세미나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초조한 것인지 한석과 지훈에게 웃으며 말하면서도 그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세미나는 상당히 심기불편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참고로 어째서인지 그녀 뒤에서 새까만 오오라 같은게 번져 나오는 기분마저 들고 있었다.

제기랄, 대체 왜 그러는거냐.

곧이어 그녀들의 시선이 제발 세미나좀 어떻게 해달라는 것으로 변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세미나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나는 절대 이 여자와 떡칠 생각이 없었지만, 아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이 여자랑 하게 될 거란 직감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후원, 원고료 쿠폰은 연재 속도나 연참 확률을 대폭 상승시킵니다.)

1. 이번화 분량이 적은 이유는 다음화 분량이 조금 길기 때문입니다. 바로 h씬으로 넘어가게 되죠.

2. h씬 분량조절을 잘 못하는 저지만 대충 3편 이상은 나올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요녀랑 절세미인을 가진 여자인만큼...(흐뭇).

3. 세미나는 제가 썼었던 다른 소설의 히로인 중 한 명입니다만 아는 동생이 '세미나'라는 이름을 지어줬을 때 무시했다가 미나...미나... 세미나, 입에 뭔가 감기네. 이래서 결국은 세미나가 되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