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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 레벨업-62화 (6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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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공략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레베카와 레베카의 아빠, 그리고 유민과 함께 간 곳은 다름 아니라 지하였다. 그것도 지하 3층.

"이런데에 식당이 있는거야?"

내 물음에 레베카가 남자 여럿잡을 순진무구한 웃음으로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 여기 처음오셨죠. 히히,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투숙객들 전원에 제공하는 기본 식사라면 지하에는 전 세계에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들이 낸 지점들이에요. 듣기로는 식당 하나 한달 매출이 수억원이라던데."

"...미안, 나랑은 거리가 먼 이야기야."

그렇게 대답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대단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식당들이 보였다. 맥도날드나 편의점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는 잘 와닿지 않은 이름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기품 있는 양식집이었는데 드물게 중식 집과 일식 집도 있었다.

"그런데, 뭘 먹을거야?"

"응? 오빠는 뭐 먹고 싶은데?"

"난 아무거나."

내 말에 레베카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왜?

"오빠... '아무거나'란 말 여자랑 같이 있을 때 함부로 하지마."

"응? 왜?"

"음... 아니, 생각해보니까 상관없을지도. 아무튼 다른 여자랑 있을 때는 상관없는데 나랑 있을 때는 '아무거나'란 말 하지 마."

"??"

나는 의문이 들었지만 레베카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레베카는 배시시 웃으면서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강아지를 다루는듯한 태도에 살짝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레베카의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참았다.

레베카는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한 양식집 앞에서 멈춰섰다.

"아빠아빠, 오늘 여기서 먹자!"

레베카의 말에 레베카의 아빠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레베카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나를 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식당의 분위기는 단순히 기품 있는 양식 집이 아니었다.

'룸' 형식으로 각각 방이 나뉘어져 있었는데 주변의 조명이나 장식만 봐도 이 식당이 얼마나 대단한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촌티를 내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신경쓰지 않는 척했지만 레베카는 이미 눈치챘는지 쿡쿡 웃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나오는 종업원을 보고 레베카는 손으로 V를 만들며 말했다.

"여기 룸 두 개 주세요~. 둘 다 A코스로요."

"알겠습니다."

종업원은 여전히 수영복차림인 우리를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주문을 받고는 금세 방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뭐?

"레베카, 룸 두 개라니, 어째서?"

"응? 그야 당연히 오빠랑 내가 쓸 룸이랑 유민 언니랑 아빠가 쓸 룸이지."

"아니, 그러니까 왜 룸을 따로 잡..."

내 말에 레베카는 검지를 들어 내 입에 갖다대더니 말했다.

"솔직히 아빠랑 유민 언니가 대화하는건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것 같단 말이야. 응? 우리끼리 놀자고. 이것도 하고."

참고로 레베카는 '이것'을 말할 때 술을 따고 마시는 시늉을 했다. 이상한 생각을 했다면 당장 그만두도록. 하여튼 레베카의 설명에 대충 납득은 했지만 정말로 이래도 되나 생각이 들었다.

나야 좋긴 하지만 레베카의 아빠는...

"OK."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다. 저 사람 정말로 딸을 아끼는게 맞는걸까. 아니면 나는 남자로 신경조차 안 쓰는걸까. 어느쪽이든 걱정이 됐지만 나는 일단 레베카를 따라 룸을 찾아가기로 했다.

유민과 레베카의 아빠는 왼쪽 길로 안내를 받고 나와 레베카는 오른쪽 길로 안내를 받았는데 레베카의 아빠와 함께 룸으로 가는 유민을 보니 왠지 걱정이 들었다.

레베카의 아빠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에이 설마.'

나는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민과 레베카의 아빠가 몸을 섞는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과도한 망상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하던 유민의 모습과, 교수들에게 몸을 팔았다고 하던 유민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너무나도 추악한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유민과 내 관계는 단순한 섹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연보다도 메마른 관계의 섹스 파트너인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했었다.

지난번에는 내가 별 생각없이 약속을 받았지만 말이다. 유민이 그 약속을 곧이곧대로 지킬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빠?"

나는 왜 이렇게 질투하고, 걱정하는 것일까. 유민을 다른 남자한테 뺏기기 싫어서?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오빠~아?"

그렇다면, 나는 유민에게 무슨 말을 해야하는것일까.

"오빠!"

갑자기 내 앞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시늉을 하며 날 바라보는 레베카를 보면서 깜짝 놀란 내가 뒷걸음질을 쳤다.

"우왓! 왜 그래?"

"정말이지~ 정신을 완전히 빼 놓고는.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을 안 했잖아."

"응? 아아... 미안.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

내가 그렇게 말하며 사과하는 시늉을 하자 레베카는 볼을 부풀리며 내게 안겨들었다. 음, 이건 좀 귀엽다.

솔직히 완전히 성숙한 몸매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니 갭이 장난 아니다.

그렇게 툭탁 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룸에 도착했다. 종업원은 음식은 10분 정도 후에 나옵니다, 라고 말하고는 룸의 커튼을 치고 나가버렸다.

...둘 뿐이네.

나는 그제서야 지금 이 상황이 상당히 묘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베카와 말을 하려고 해도 방금 전 내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은 것에 삐졌는지 와인들이 들어있는 통을 열어서는 와인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식탁 위에 와인을 올린 뒤 능숙하게 코르크를 제거하고 내 잔에 부었다. 그리고 나서 레베카는 내게 와인을 건네줬는데 나는 조심스레 와인을 받아서 레베카의 잔에 부어주었다.

레베카는 거칠게 와인잔을 잡고는 벌컥벌컥 와인을 마셔댔다. 그리고 몇 분 동안,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고 올 때 까지 레베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와인을 마실 뿐이었다.

음식이 나올 때 즈음에는 레베카의 얼굴이 완전히 붉어져서는 누가봐도 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고 종업원이 나가자 레베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오빠. 내가 왜 화난지 모르지."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레베카는 연신 와인잔에 담긴 술을 마셔댔다. 꿀꺽,꿀꺽하는 소리가 나를 자꾸만 책망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와인 한 잔을 다 비운 뒤 레베카가 입을 열었다.

"오빠도 한 잔 마시세요. 나만 마시면 그렇잖아요."

그 말에 나는 조심스레 와인잔을 입가에 가져다대고 천천히 맛을 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향이 내 코를 간질이고 약간은 달달하고 씁쓸한 맛이 내 혀를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레베카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처녀에요."

"푸웁!... 쿨럭, 쿨럭."

나는, 정말로 만화에서나 보던 것처럼 입에 머금고 있던 와인을 내뿜었다. 어떤 말을 할까 했는데 너무나도 뜬금 없는 말이 나왔다는 놀라움과 그런 성적인 농담(?)때문이었다.

"꺄아, 진짜로 뿜었어."

그러면서 킥킥 거리는 레베카를 보자 나는 그제서야 레베카가 나를 놀리기 위해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쿨럭... 레베카, 그런 장난은 치지 마. 깜짝 놀랐잖아."

내가 휴지로 흐른 와인을 슥슥 닦으면 그렇게 핀잔을 주자 레베카가 술에 풀린 입가를 살짝 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아뇨, 농담 아닌데요?"

"...응?"

내가 순간적으로 굳어지자 레베카는 완전히 취한 듯한 목소리로 투정하듯이 말했다. 참고로 레베카는 지금 가슴을 탁자 위에 올린채 반쯤 엎드려 있었는데 유난히 가슴골이 부각되고 있었다.

"오빠도 정말이지 눈치가 없네요. 제가 앞장서서 룸을 두 개 잡은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거야 네가 방금..."

"에이, 그거야 당연히 거짓말이죠."

내 말을 자르고 나를 힐끗 쳐다보는 레베카는 몽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오빠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빠는 다른 생각이나 하고있고... 자존심에 상처입었어요. 이래봬도 저 꽤 예쁘지 않나요?"

그렇게 물어오는 레베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엄청 예뻐."

"그런데 왜 절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하는거에요? 보통은 두근거리거나 저한테 뭔가 달콤한 말이라도 해줘야하는거 아니에요?"

미안한데 내가 그런거에 쥐약이라 말이다. 하지만 레베카의 기분을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다.

레베카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자꾸만 다른 생각을해져서 삐졌다는 거겠지.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네. 대신, 제가 납득 할 수 있는 이유여야 해요?"

"응."

그렇게 대답한 나는 레베카에게 약간 부끄럽지만 방금 전 유민과 레베카의 아빠가 함께 가면서 했던 생각을 말했다.

물론 유민이 이전에도 다른 교수들과 몸을 섞은 적이 있다는 것은 숨겼다.

단지 유민이 권력이나 인맥에 집착해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까 싶었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레베카는, 내 말을 듣고 폭소했다.

"푸하하하! 크큭... 오빠, 진심이에요?"

"내, 내 나름대로는 진지했다고..."

"흠, 아마 오빠가 상상하는 일은 안 일어났을거에요. 우리 아빠는 성상납이나 그런거 엄청 싫어하시거든요. 우리 엄마 일편단심이시라. 그리고 유민 언니도 오는 길에 연신 오빠랑 나를 힐끔거리는거보니까 오빠한테 푹 빠진 것 같던데요?"

"응? 유민이?"

"네에~ 어찌나 오빠를 쳐다보는지, 제가 다 부끄러웠다니까요. 아주 깨소금 커플이네요. 으이그, 오빠도 정말이지. 자기한테 호감 있는 여자한테 여자 상담을 하다니, 제가 아니었으면 뺨 한 대 맞아도 할 말 없을걸요."

깨소금 커플이라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나는 레베카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아직 커플은 아니야."

내 말에 어째선지 레베카의 눈이 살짝 반짝거렸다. 어째 그 모습이 살짝 위험해보였다.

"흠, 그렇단 말이죠?"

그러고는 탁자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레베카는 천천히 내게 다가오다가 갑자기 털썩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아무래도 다리가 풀린 것 같아서 부축해주기 위해 몸을 숙여 레베카의 팔을 잡으려 하는 순간.

레베카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얼굴을 들이대더니 그대로 내게 키스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과, 달콤한 향이 맴돌았고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었다.

잠깐동안의 키스가 끝나고 입을 뗀 순간, 레베카가 요염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럼, 제가 오빠 여친이 되도 문제가 없는건가요?"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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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천, 원고료 쿠폰은 연참의 근원.

2. 글쓸 때 들을 좋은 음악 있다면 추천좀 해주세요.

3. 레베카와의 씬은 두 편 정도...?(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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