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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로 레벨업-29화 (29/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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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퀘스트(하렘 플레이)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이마를 부여잡았다. 확실한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천사가 내게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텅텅 빈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조금도 관심없지만 정신을 차렸다면 진행을 해도 되겠습니까?"

존대를 하든 욕을 하든 둘 중 하나만 해주면 좋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대답을 포기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녀는 손으로 마법진 같은 것을 그렸다.

"las via only. Sae Eleia Tera Vi "

의미 모를 언어를 중얼거리던 그녀의 손에서 갑자기 새하얀 빛이 나며 긴 양피지가 생성됐다. 그리고는 그녀는 양피지에 적힌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최태훈. 7108번째 플레이어. 능력은 '에로스'님의 주신 권능. 목적은 여자들을 함락 및 굴복시키는 것. 플레이 방식은 레벨 업. 플레이 종료 시 지급되는 보상은 죽었던 '설화'라는 여성을 시간역행시켜 살려내는 것."

그녀가 읽는 것이 내 신상 정보와 에로스라는 신과 계약하며 했던 내용이었기에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왜 이곳에 왔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에로스도 일단은 신이니 이런 대리인을 보낸 것이리라.

'중간점검같은 거라 생각하면 되는건가.'

그런데 보낼 거면 좀 정상적인 인간. 아니, 천사로 보낼 것이지 왜 이런 애로 보낸단 말인가. 그렇게 인재가 없는건가? 고등학교때 배웠던 자문화 중심주의보다 더 심한 자종족 중심주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현재 레벨은...3."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경멸이 깃들었다. 어째서?

"보아하니 이유도 모르는 모양이로군요. 열등종자."

그녀의 차가운 눈길이 나를 향했다. 나는 침묵했고, 침묵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건 당신이 '지나치게 느리기' 때문입니다."

"...뭐?"

아무리 그래도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힘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세 명의 여자를 공략했다. 이 정도면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일텐데. 어째서?

"하아... 이래서 열등종자들이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흔드는 그녀는 솔직하게 말해서 아주 재수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깔아뭉개고 싶다는 생각이 격렬하게 들었다. 전에는 한 번도 품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굴복시키고, 조교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꾹꾹 누르면서 나는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에로스님께서는 대체 이런 열등한 인간에게 무엇을 바라셨던 것인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나를 모멸하는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더니 유난히 '열등'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말했다.

"지금 당신이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만족하는 당신이 한심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을 혐오합니다."

"...뭐?"

"당신이 가진 힘이라면 길가에서 여자 한 명을 잡아서 강간해도 섹스 도중에 호감도를 올려서 공략시킬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 헌팅을 하든, 주변의 여자들에게 들이대든, 무슨 짓을 하든 당신은 충분히 대부분의 여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한 번 말을 끊더니 차갑고, 화난듯한 표정으로 나를쳐다봤다.

"그런데도 당신은 느릿느릿, 어떻게든 레벨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질질 시간을 끌면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마치 여자들과 좀 더 즐기고 싶다는 듯이 말이죠."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나를 그런 눈빛으로 쳐다본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설화를 잊고, 마치 다른 여자들과 질펀하게 놀고싶어서 제대로 공략을 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하는 것이었다.

"웃기지마!"

무의식적으로 고함이 튀어나왔다. 상대는 신의 대리 집행자인 천사였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나는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 내 눈앞의 천사는 나라는 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나에 대한 것뿐이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금 천사가 부정하는 것은 '설화'를 비롯한 서연과 송희 누나. 그리고 유민에 대한 모든 것이었다. 나를 욕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까지 무시당하는 것을 무시하는 것을 참을 정도로 나는 성격이 좋지 않았다.

반면 천사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호오, 그럼.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아니. 틀리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인정할 생각도 없지. 네가 본 관점에서의 나는 나태하고, 절박하지 않아 보였을지 몰라도 나는 내 소원 때문에 다른 사람을 상처입한다거나 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이 세계는 '질서'가 어긋난 세계입니다. 당신이 무슨 짓을 한다 하든 그리 변하는 것은 없어요. 뭣하면 인간계의 모든 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설정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저 마음이 동하는 것 뿐이다. 나 자신의 추악한 소망 때문에 다른 사람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그녀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설령 내 소원을 이루는게 늦어진다 하더라도, 그건 내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야."

"......흠."

그녀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양피지를 꺼내들며 말했다.

"하지만 이 속도로는 예상보다 훨씬 늦게 게임이 끝나게 됩니다. 에로스 님은 당신을 아끼는 것 같으니 상관없어 하시겠지만... 이 제가 그것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턱을 추켜 올리면서 고고하고도 도도하게 말했다. 왠지 지금이라면 그녀의 발 밑에 조아리고 발을 핥아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이 그렇게 들었다는 거다. 절대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니, 내기를 하도록 하죠."

"내기?"

"그래요. 아주 간단한 내기입니다. 아, 당신의 상황에서 말하자면 퀘스트일까요."

방금 전보다는 살짝 나아진 그녀의 말투에 내가 귀를 기울였다.

"당신이 저를 24시간 안에 굴복시키면 당신은 이때까지 해왔던 방법대로 여자들을 공략해도 됩니다. 단, 굴복시키지 못할 경우. 당신은 제가 추천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줘야겠습니다."

"...잠깐잠깐, 방금 말한 '굴복'이라는건 혹시."

설마 싶지만 천사가 해도 되는건가?

"당연히 섹스입니다. 당신히 할 줄 아는거라곤 그 별 볼일 없는 물건을 놀리는것 뿐이니까요.  완전히 축 늘어져서는 비실비실한데다 작기까지. 여태까지 용케도 다른 여자들과 했군요."

"이건 하도 해서 이런거거든! 그리고 내 물건은 지극히 정상이야!"

작다거나 비실하다거나, 그런 말을 진심으로 하면 나라해도 상처받는단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이 일은 '특별 퀘스트'로 간주해서 당신이 절 굴복시킬 경우 2레벨을 업. 실패할 경우 모든 스텟을 5감소시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모든 스텟을 5?"

내가 이때까지 죽어라 해서 모은 스텟을 죄다 날려먹는단 소리였다. 세상에 맙소사.

"왜요? 겁난다면 지금이라도 제 말대로 공략을 하면 됩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입가에 경멸과 깔봄이 섞인 비웃음이 걸렸다. 그 표정에 울컥한 나는 고민않고 수락했다.

"...수락한다."

저 도도한 척 하는 얼굴을 완전히 망가뜨려 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영창했다.

"An enlightened decision."

그녀의 말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을 황금빛의 아우라가 흐르더니 갑자기 산산조각나며 사라져버렸다.

"...뭐야?"

"열등한 당신의 수준에 맞춰서 에로스님에게서 받은 제 특수능력을 없앤겁니다. 물론 '천사'로서의 종족의 우월한 점은 있지만 그 정도는 능력으로 극복하세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24시간 안에 열심히 해보세요. 뭐, 불가능하겠지만."

그렇게 그녀의 재수없는 말투에 짜증이 폭발직전에 이른 나는 더 이상 이 여자를 이성적으로 대하는 것을 그만뒀다.

"아아 그래. 그럼 이제부터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거지?"

"네, 하지만..."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그녀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았다. 중요한 건 그녀가 방금 '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그녀의 입을 막은 채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제발 그만둬 달라고 애원하게 해줄게."

유민과 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나는 한 번 찍은 애를 절대 봐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내 모든 포인트와 스텟을 써서라도 그녀만큼은 반드시 타락시킨다.

"그럼, 진득하게 놀아보자고."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가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다음화 태그: 속박, 귀갑, 조교, 미약, ahegao.

주인공 S모드 돌입! 내일 운 좋으면 한 편 더 올리는걸로.

아, 제목이 조아라의 높으신 분들의 권고에 의해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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