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H로 레벨업-10화 (1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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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략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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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퀘스트

퀘스트 이름:인형의 마음도 녹일 수 있다.

퀘스트 내용:눈앞의 여자는 타인에게 차갑게 마음을 닫은 상태. 하지만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녹일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뿐! 그녀의 호감도를 올려보자!

퀘스트 조건:하송희의 호감도가 40%이상이 될 것.

퀘스트 보상:10000p,투자 가능한 스텟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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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생각보다 정상적인 퀘스트였다. 그것도 흥분도가 아니라 호감도를 올리는 일. 이런 퀘스트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일단은... 어디보자.'

나는 눈앞의 하송희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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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송희

성감대:없음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24%

현재 흥분도:1%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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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골 때리는 창이었다. 성감대가 없고 흥분도가 1%라는건... 정말로 금욕적, 아니 그걸 넘어서 성적인 욕구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공략이 가능하기는 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나는 송희와 대화를 계속했다. 그렇게 대화를 계속하다보니 주말에 책을 추가로 구입할거라는 하송희의 말에 나도 모르게 '같이 가겠다'라고 말해버렸다.

반쯤은 빈말이었고, 나는 그 말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차가운 뱀이 내 등을 핥는듯한 섬뜻한 기분이 들었다. 움찔. 나는 그 이유를 내 앞의 여자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딱히 말투나 어조가 바뀐 것도 아니고, 그녀의 표정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바뀐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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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송희

성감대:없음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7%

현재 흥분도:1%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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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전만 해도 순조롭게 올라가서 40%를 목전에 뒀던 호감도가 갑자기 급하락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같이 가는게 싫은건가? 그런 것치고는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잖아!

"...참고로, 도서부는 아직 신입생이 하나도 없어서 부원은 너랑 나 뿐이야."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나도 조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면 어딘가 덧나는건가?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옆에 놓여있던 창들 중 '상점'을 클릭한뒤 그 메뉴들 중 '만능 키워드'를 클릭했다.

지난번에 봤던 만능키워드의 설명은 분명 '빙빙 돌려말하는 여성이 말하고 싶은 본질을 5개의 키워드로 알려드립니다.'였다. 지금 이 상황에 가장 필요하다고 볼 수 있었다.

만능 키워드의 가격은 자그마치 7000p였지만 지금 여기서 쓰는걸 망설였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기에 나는 곧바로 키워드를 구매했다.

그리고 금빛의 창이 생성되며 글자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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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 '단 둘' '데이트' '서연' '사귀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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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키워드를 하나하나 확인한 나는 그제서야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혹시, 서연이 때문에 그러는거야?"

내 말에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태도에 끄응하고 머리를 붙잡고 설명을 시작했다. 반의 진실과 반의 거짓을 섞어서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서연이랑 나는 사귀는 사이 아냐."

사귀지는 않지만 일단 몸을 여러번 섞었다.

"그냥 친한 선후배관계지."

글러먹은 후배의 정신과 몸을 재교육(이라 적고 조교라 읽는다)해주는 참된 선배 관계다.

"딱히 내가 다른 여자랑 주말에 책사러 가는 것정도로 뭐라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서연은 친구들한테 끌려서 여행을 갔으니 말이다. 내가 이렇게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겠지. 그 녀석, 나한테 절대 바람피면 안 된다고 당부 하면서도 '뭐, 선배라면 안심이지만요. 풋.'이렇게 비웃었다고!

아무튼 내 열변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물었다.

"정말?"

"물론이지."

거짓말은 하지않았다. 다만, 진실을 숨겼을 뿐.

"헤에...그런데 며칠 전에, 둘이서 화장실에서 같이 나온건 왜야?"

그녀는 작게 탄성을 터뜨리더니 갑자기 카운터 펀치를 찔러왔다. 어라? 분명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는데 어째서 하송희가...

'아.'

벤치에 앉아있던 그 여자가 하송희였나! 서연이 재촉해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분명 그 분위기와 짧은 단발. 인상착의가 흡사하다. 책을 읽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제기랄, 이거 빼도박도 못하잖아.

거짓말인 것을 아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가장 빠르게 진실을 토해내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아는 나는 머릿속으로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적당히 둘러댈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 그 날은, 서연이랑 나 둘 다 제정신이 아니라서 좀 일이 있었어."

그 일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작품들을 읽어대는 송희니 말이다. 나는 쪽팔려 죽을 것 같은 것을 억누르면서 간신히 그녀의 눈을 마주쳤는데, 한순간 그녀의 눈길이 한없이 부드러워 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하네. 사실은 적당히 둘러대고 거짓말할 줄 알았거든."

"...하하."

"혹시나해서 말해두자면 너희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거랑 나오는 것 둘 다 봤었어."

나는 속으로 둘러대지 않은 나 자신을 격하게 칭찬했다. 잘했어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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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송희

성감대:없음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52%

현재 흥분도:3%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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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000p가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투자 가능한 스텟이 2 지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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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딜봐서 C랭크야!'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았다간 골로갈 뻔했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도 모자라서 성감대도 없고, 흥분도도 거의 안 오르는 여자애를 무슨 수로 공략하란거냐고.

심지어 며칠 전 퀘스트 완료 추가 보상으로 획득한 '에로스의 페로몬'의 효과를 발동 시켜도 저 정도라니. 초보자 보정이 사라졌다곤 해도 너무한 수치다.

대충 읽었을 때는 반경 2m내의 사람들의 흥분도를 조금씩 올려준다고 적혀 있었는데 정말로 조금이었다. 나중에 제대로 효과를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그럼, 전화번호 좀 알려줘. 나중에 연락할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핑크색 핸드폰을 내게 건냈다.

"전화번호도 방금 전에 신청서에 적었...."

"확인하기 귀찮아."

"네."

나는 그녀의 핸드폰에 내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돌려줬고 그녀는 저장 버튼을 누른 뒤 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럼, 오늘은 이제 갈거야?"

"그러려고. 슬슬 날도 어두워지고."

내가 그렇게 가방을 챙겨서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내 팔을 잡고 말했다.

"내일도 올거야?"

"어...시간이 날 것 같긴한데. 문은 늘 열려 있는건가?"

"그럴리가. 자, 여기 열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내 손에 작은 열쇠고리를 쥐어줬다. 피카츄가 달려있는 귀여운 열쇠고리였다.

"고마워."

"너도 오늘부터 정식부원이니까. 참고로 네가 부부장이야."

"두 명 밖에 없는 동아리에 부부장은 무슨."

애초에 내가 오기전에는 송희 혼자였을텐데 동아리가 존속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뭔가 특별한 방법을 쓴 것 같지만 내가 그런것까지 알아둘 필욘 없겠지.

"그럼 갈게."

"그래, 잘 가."

나를 배웅해주는 송희에게서 처음만났을 때의 느슨함은 사라져있었고 다른 여자애들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물론 표정은 그대로지만 말이다.

그렇게 문을 열고 동아리실을 나간 뒤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송희가 잊은게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나 너보다 한 살 많아. 무용학과 3학년이거든."

쾅. 하는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정신이 멍해졌다. 어라? 그럼 난 방금전까지 선배를 상대로 말을 놓고 치근덕거린건가?

'동기가 아니었어?!!'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다시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에서 잠근 것인지 열리지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문 너머에서 송희. 아니 송희 선배가 키득거리고 있는 광경이 보이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는 사랑입니다. 슬슬 본격적인 수라장으로 가게 되겠군요. 후후. 아,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분 정말 감사합니다! 첫 쿠폰이라 굉장히 감동 먹었습니다. 다른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에요. 이제 고작 10화인데 선작이 250을 넘어서 300을 향해 가다니. 늘 과분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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