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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략을 시작합니다.
지훈이 떠나간 뒤, 그녀는 섬뜩하면서도 달콤한, 실로 모순적인 목소리로 나한테 속삭였다.
"선.배. 저한테 뭔가 하실 말 없으세요?"
귓가에 그 말을 속삭이는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살면서 선배라는 호칭을 이렇게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했다.
"그, 그러니까... 지난번에 내가 도망쳤던건 그..."
변명하려다가 머리가 점점 새하얗게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거짓말은 98%의 진실에 2%의 거짓을 섞는게 좋다고 하지만 지금 내 인생 자체가 순도 100%판타지가 아닌가.
같잖은 19금 에로겜의 주인공같은 역할이 지금 내 인생이었다. '네 성욕이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도망갔어'라고 말했다가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소녀가 정말로 날 잡아먹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다.
내가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리자 그녀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갑자기 내 팔에 자신의 팔을 끼우며 팔짱을 꼈다. 내 팔은 자연스레 그녀의 흉부위에 겹쳐졌고, 팔꿈치 주변에서는 풍만한 촉감이 실시간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야, 요즘 애들은 원래 이렇게 발랑까진건가? 아니,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던 내가 스킨쉽에 너무 쪼잔하게 구는건가? 이건 마치...
'연인이나 할 것 같은 행동이잖아.'
나는 부드러운 감촉에 입꼬리가 움찔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그녀의 가슴에서 팔을 빼내려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팔로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그날, 제가 얼마나 상처받았다고요.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적어도 오늘 하루 정도는 봉사해주세요."
"...넵."
나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캐물어주지 않는걸 감사히 여겨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묵묵히 그녀와 팔짱을 낀 채 걷는데 주변의 다른 남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이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보며 수근거리는게 들려왔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서연이 아깝다. 남자가 돈이 많은 건 아닐까. 이런 대화들이 작게 들려왔다. 말하는 당사자들은 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하겠지만 다 들린다.
심지어 그들 중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뭐, 난 학교에서도 매일 체육복이나 후드만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제대로 차려 입고 꾸민건 처음이니 못 알아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말이 심하잖아.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서연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게 제가 지금까지 받아왔던 시선이었어요. 남자들이 갈망하고, 여자들은 질투하고. 솔직히 저 정도면 그럭저럭 이쁘고 가슴도 크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질 못했다. 그녀 역시도 자랑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듯이 말했기에 트깋나. 결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더욱 세게 내 팔을 끌어안아 느껴지는 감촉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겠지?"
"아무튼. 저는 수십 번도 넘는 훈남이나 모델한테 헌팅을 받았지만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었어요. '이 사람이다' 싶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거든요. 불과 며칠 전까지 저는 그런 느낌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어요."
어라? 설마 이거.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배를 지하철에서 만난 순간 느낀거죠.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다' 싶은 느낌을.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닿아있는 것만으로 흥분...이 아니라 충족감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맞구나. 나 때문이구나.
"그래서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헌팅이란 걸 했는데 선배가 도망가버리셨잖아요. 얼마나 놀랐는데요."
이 애는. '에로스의 손'의 효과인 '발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 번도 사랑이란걸 해보지 못해서일까.
'발정'과 '사랑'을 착각하다니.
내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데 그녀는 그런 내가 믿지 않는다고 생각한건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제가 얼마나 자존심에 상처입었는지 아세요? 집에 가서 몇 번이나 거울을 보면서 저한테 뭐가 부족한건지 생각했다고요."
"아아,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그녀를 다른 여자애들과 똑같이 생각했다면 절대 못할 행동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쑥맥중의 쑥맥'이었다. 덧붙여서 허당 속성 까지 있었다.
"엣? 뭐하시는거에요?"
내가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자 움찔하면서도 손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쓰다듬으니 정말로 강아지 같구나.
"아니 그냥... 뭐랄까. 귀여워서?"
내 말에 그녀가 움찔했다. 덧붙여서 갑자기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알림창이 갱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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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서연
성감대: 귀,가슴, 허벅지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58%
현재 흥분도:51%
특기:만년발정Lv2(일반인들에 비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수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그녀의 연인은 고생좀하겠네요.)
현재 상태:발정 직전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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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발정 직전?'
순간 서연의 머리를 쓰다듬던 내 손이 멈췄다. 그걸 이상하게 여긴 서연이 내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그러고보니 그녀한테 내 손이 닿은지 3분은 한참 전에 지난거 같은데. 이거 조금 위험한거 아닌가?
"아니... 이건 좀 이상한 질문이긴한데. 괜찮을까?"
그렇게 말하며 내가 서연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그녀의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내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는 순간 어째서인지 그녀의 다리가 떨리며 살짝 휘청거렸다.
"무, 물론이죠."
지금까지의 당당한 태도와 달리 움찔거리면서 마치 부끄러움을 참는듯한 서연도 귀여웠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변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서연을 볼 뿐이었다.
"혹시, 지금 막 가슴이 터질듯이 두근거린다거나 하지 않아?"
"그런데요?"
"그럼, 그..."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하기를 주저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공원까지 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말을 여자애한테 해야하나 싶었던 것이다.
"야, 야한생각이라거나 드는건 아니지?"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서 푸쉬쉭하는 김이 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덧붙여서 그녀의 흥분도가 수직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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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서연
성감대: 귀,가슴, 허벅지
공략 랭크: C
현재 호감도:61%
현재 흥분도:67%(지금 당장 당신을 덮쳐도 이상하지 않아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길!)
특기:만년발정Lv3(일반인들에 비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수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그녀의 연인은 고생좀하겠네요.)
현재 상태:발정
(Lv증가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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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혹시 방금 그거 플래그였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연이한테 수치 플레이를 시킨건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달라붙었다.
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그녀와 입술이 맞닿아 있었고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든 채 눈에는 눈물까지 살짝 머금고 있었다.
그녀도 나도 처음이었기에 기교도, 테크닉도 없었지만 그녀가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나는 퍼스트키스의 감촉보다도 이 뒤의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통탄했지만 그럴틈도 없이 그녀는 더더욱 깊게 내 머리를 손으로 감은채 입술을 겹쳤다.
격렬하고도 부드러운 키스였다. 첫 키스가 레몬향이라는 것은 완전히 개소리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운 좋게도 지금 우리가 있는 벤치 주변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점심 시간이니 밥을 먹으러 간 것이리라.
그렇게 한참을 입술을 겨치고 나서야 '푸하'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뗀 그녀는 요염함을 넘어서 색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흐트러진 복장에 상반되는 청초해 보이는 외모가 더욱 더 나를 자극했고, 나 역시도 참는것은 한계에 가까웠다.
'범하고 싶다'
그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게임도, 공략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머리에서 사라졌다. 그녀를 내것으로 만들고, 안아서 굴복시키고 싶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가 이끄는 손대로 여자화장실에 따라들어갔다.
"하아...하아."
문을 잠그고, 비좁은 화장실 칸 안에서는 옅은 혈향이 풍겼다. 아마 누군가가 생리를 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쓰기도 전에 서연이 다시 한 번 내게 입을 격렬하게 맞추며 부풀어오른 바지에 손을 가져다댔다.
풍만한 가슴이 심장에 닿고, 입으로는 혀를 섞으며, 아래로는 서연의 손이 천천히 내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것을 쓰다듬었다.
그야말로 황홀하다면 황홀한 상황에서 이때까진 멍청이처럼 빼기만 했던 나도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거칠게 손을 뻗어 한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음부에 손을 가져갔다.
손이 닿는 순간마다 그녀가 움찔거리면서 혀를 더욱 깊게 섞어왔다. 그렇게 그녀의 음부를 쓰다듬는 순간, 알림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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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퀘스트
퀘스트 이름:마성의 손을 가진 남자
퀘스트 내용:손만으로 그녀를 가버리게 해보자.
퀘스트 조건:손을 제외한 다른 것을 사용할 경우 퀘스트 실패.(단,키스는 제외)
퀘스트 보상:8000p,투자 가능한 스텟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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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슬슬 진도를 빼야 될 것 같아서 전개를 빠르게 해봤습니다. 원래는 조금 뒤에 넣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지금 당장 이런 씬이 쓰고 싶어 미치겠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것 같네요. 운 좋으면 내일도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