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106화 (106/108)

00106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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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를 입고 있지 않다는게 오히려 걸음걸이를 더 여성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크게 했다가도 저절로 놀라면서 보폭을 줄이기를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든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를 의식하게 되고, 마음속으로 눈 앞에 직선을 그어 그 선을 밟으며 걸어가려고 한다.

길을 걷다가도 가끔씩 몸을 비춰 볼 수 있는 유리창이라던가, 번쩍번쩍 빛이 나게 닦인 차를 보면 슬쩍 옆을 보면서 지나갔는데, 그럴때면 정말 걸음걸이가 확실히 달라졌다는게 보였다.

평소에는 좀 당당해보인다고 해야되나, 성큼성큼 걸어다녀서 뭔가 활발해 보이는 걸음걸이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조금 도도한 것 같으면서도 부끄러움 많은 얌전한 새색시 같은 걸음이다.

애초에 걸음걸이 가지고 이렇게 평가하는것부터가 잘못된 것 같지만서도 그 느낌이라는게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왠지 걸음을 작게 하니까 가슴도 덜 흔들리는것 같고.

이젠 헬스장 가는 길도 정말 익숙해졌다. 원래 길치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대충 기억해나가면서 헬스장에 도착한 나는 뒤늦게 트레이너한테 연락을 안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뭐 매일 오전시간에 있는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곧바로 헬스장에 도착하자마자 헬스장 내의 남자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자기 한명만 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보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게 한눈에 보여서 굉장히 부담스럽다.

"아, 가볍네…."

"후욱! 훅! 후욱!"

"100, 101, 102…!"

근육을 자랑하듯이 운동하는 모습이나, 갑자기 무게를 늘리거나 속도를 올려 운동하고 횟수를 크게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헬스장에 틀어져 있는 음악 소리와 비등해질 정도로 활발해졌다. 근데 왠지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남자 손님들 뿐이지만…내 착각인가 싶지만서도 역시 주변을 훑어보면 확실히 늘어나있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평일 오전부터 이렇게 운동하러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

…백수?

뭐 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늘어난 걸 보면서 정말로 내가 헬스장에 오전 시간마다 와서 이렇게 된 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PT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고혁수 트레이너의 PT룸 안에는 이미 손님이 있는건지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리 연락 할 걸 그랬나…일단 밖에서 운동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혹시 지금 막 개인 PT를 시작한건지, 아니면 꽤 지난건지 확인이라도 해 보려고 PT룸의 불투명한 유리문 바로 옆에서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으읏, 하아. 그만해….""

"아직 스트레칭이 덜 돼서 계속해야되는데요?"

"하악…그, 그만…자꾸…그만 눌러."

여자 회원인걸까? 왠지 목소리가 야하다…그치만 왠지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여자고, 심지어 좀 야릇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안도감을 준다. 나만 저런게 아니였구나, 원래 이렇구나 싶어서…역시 개인 PT룸을 따로 해두는 이유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남자친구랑 데이트는 잘 하셨어요?"

"하아…하아…잘…했어."

"아~잘했구나. 좋으셨겠다. 기분 좋았어요?"

"당연한걸 왜물어…."

"네? 뭐 그야…누나랑 같이 일하고있는데 누나가 혹시 안 좋은 일 있었으면 저도 조심해야겠다 싶어서 그렇죠."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읏…."

왠지 목소리가 야릇하다. 근데 여자 쪽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같은데 머리속에서 매칭이 잘 안된다. 누구지?

조금 숨이 찬 상태여서 그런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근데 누나 몸 이렇게 유연한거 남자친구도 그거 알아요?"

"그, 그야."

"누나같이 유연한 사람 나 한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요가 강사여서 그런가? 뱃속까지 유연한거같아요."

"혁수 너 자꾸…하아…."

요가 강사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백아영 강사구나.

나는 뒤늦게 안에 있는 사람이 백아영 강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러면 먼저 PT를 받고있는 손님이 아니라 서로 스트레칭을 도와주는 상황이겠거니 싶어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 잠깐…누구."

"아, 안녕하…세…요."

"앗…."

들어가자마자 후끈하게 뎁혀진 공기가 온 몸에 와닿는다. 요가 매트를 깔아둔 채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백아영 강사와, 그녀의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게 하면서, 두 다리는 무릎을 접은 상태로 허벅지를 양 옆으로 벌리게 하면서, 그 상태로 덮치듯이 온 몸으로 누르고 있는 고혁수 트레이너.

자세히 보면 백아영 강사의 두 발의 바닥이 고혁수 트레이너의 골반에 닿아있다. 고혁수 트레이너는 정말로 그녀를 덮치기라도 하는 것 처럼 완전히 올라타서…개처럼 엎드리는 듯한 자세로 백아영 강사의 몸을 내리누르는 중이였다.

두 사람의 민망한 자세에 순식간에 나도 뭔가 봐서는 안 될 장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혁수 트레이너도, 백앙여 강사도 엄청 놀라있고…PT 도중에 사람이 들어오는게 잘못이였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PT받는걸 누군가가 본다면 정말 민망할 것 같다. 뒤늦게 든 생각에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하며 나가려고 하자 고혁수 트레이너가 갑자기 나를 불러세웠다.

"아, 오셨어요? 잠시만요 지금 백아영 강사님 수업전에 조금 웜업 도와드리는 중이라서요."

"뭐어? 너 지금 무슨, 하악…."

고혁수 트레이너가 깜짝 놀라는 백아영 강사의 위에 완전히 올라탄다. 진짜로, 완전히 올라탄 채로 온 몸으로 깔아뭉개듯이 하는데…정말 저 자세대로라면 아무리 옷 위라고는 하지만 두 성기가 맞닿아 버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있으니, 고혁수 트레이너가 마치 허리를 흔드는 것 처럼 온 몸을 위로 올렸다가 다시 무게를 싣기를 반복한다. 그럴때마다 백아영 강사는 흑, 흐윽 하는 작은 숨소리를 내고. 고혁수 트레이너는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계속하면서 상체만 들더니, 하체는 무게를 백아영 강사에게 무게를 실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했다.

자세 때문인지 들어진 상체 사이로 둘의 하체가 맞닿아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예상대로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다….

"조금 민망하죠? 미리 연락해 주셨으면 정리하고 기다렸을텐데."

"아, 죄송해요…깜빡하고."

"백아영 강사님은 요가를 하시다보니까 너무 유연하셔서 혼자서 스트레칭 하기가 힘드셔가지고요. 지금 하반신 스트레칭 도와드리는 중인데 거의 다 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아, 네에."

갈아입을 옷이 어디있는지 몰라서, 둘의 스트레칭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옆에 윗몸일으키기대에 앉으려고 했는데 저렇게 둘 다 몸이 낮아진 상황이면 혹시 치마 안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져서 그냥 벽에 등을 대고 가만히 서있었다.

"하나, 둘, 셋, 넷."

고혁수 트레이너가 그대로 구호를 붙히며 몸을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백아영 강사가 두 다리를 벌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있다. 지금 상황이 민망한건지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도 트레이너의 밑에 깔린 채로 눈을 치켜떠 내 쪽을 바라본다. 그런데 뭔가 잘못 본 것 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입을 살짝 벌린다.

대체 갑자기 왜 저러는걸까? 표정이 굉장히 이상해져서, 힘들어하는건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된다.

"하아아…하아아…."

"후우~잠깐 쉬고, 일단 김희연 회원님 옷부터 찾아드릴께요."

"아, 네에."

숨을 헐떡이면서 두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백아영 강사를 놔둔 채 트레이너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일어선다.

…발기해 있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게 허벅지 안쪽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정말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대하고 있어서 혼란스럽다.

둘 다 열심히 운동했을 뿐인데 내가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는건가?

"…응?"

고혁수 트레이너가 그대로 내게 다가오다말고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위 아래로 스캔하듯이 본다. 갑자기 왜 저러지? 뭔가 의심하는 듯한 눈빛이다.

"왜요?"

"아뇨, 음…아. 전에도 이 옷 입고 오신적 있으시죠? 어디서 본 것 같은 옷이라서요."

"에? 네…."

그러고 보면 처음 올 때도 스웨터를 입고 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저런건가.

"비싼 옷이에요? 좋아하는 옷인가."

"스웨터를 좋아해서요."

"음…저기, 있다가 한장만 찍어도 될까요?"

"네?"

"아뇨, 예뻐가지고…나중에 선물할 일 생기면 생각해보게요."

조금 갑작스러웠지만 옷을 칭찬하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래도 좋은 옷이고, 아저씨가 사준데다가 나도 마음에 드는 옷이였으니까. 비싼 옷이다보니까 선물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트레이너가 웃는 얼굴로 내 어깨를 손으로 툭툭 쳤다.

일단 나가자는 사인이라고 알아듣고, 불투명한 유리 문 앞까지 가니 트레이너가 문을 열어준다. 먼저 밖으로 나가고 그대로 트레이너도 따라 나오는 것 같더니 갑자기 PT룸 안으로 고개를 밀어넣으며 그 사이에 조금 진정이 된건지 가만히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는 백아영 강사에게 말한다.

"자, 그럼 일단은 옷부터 갈아입으시고…아 맞다. 강사님."

"후우…네에? 저요?"

"저 있다가 뭐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뭘 말이에요?"

"음…전에 말한거요. 전에도 도와줬었는데 알죠? 좀 도와주세요~."

"그걸 왜 또…."

"에이, 제가 술 살께요. 오늘 술 한잔! 어때요? 술 좋아하시잖아요? 남자친구가 술을 별로 못해서 제대로 못 마시는것 같던데."

"아니, 제가 언제 그런…남자친구가 왜 술을 못해요? 완전 애주가에요."

"애주가인거랑, 술을 잘 마시는거랑은 또 다르지~. 그리고 내가 말하는 술은 또 그런 소주 작은병으로 홀짝거리는게 아니라, 양주로 큰병. 마실거면 제대로 마셔야 진짜 즐길 수 있죠. 소주로 취하는거랑 양주로 취하는건 다르잖아요?"

"아, 그, 그건…그…."

"오늘 취할때까지, 오케이? 좋은걸로 알고 있을께요 그럼?"

곧바로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문을 닫고 나온다. 얘기를 들어보니, 백아영 강사는 술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음…나 같은 경우에는 그냥 딱 즐길 정도로만 마시자는 타입이여서 그렇게까지 취할 정도로 마시는건 좋아하지 않는데 뭐 사람 취향이니까.

그보다 역시 둘 다 공적이 아닌 사적 관계로도 사이가 되게 좋구나.

그대로 사무실로 가서, 옆에 세워진 옷걸이에 걸려있는 내 옷을 트레이너가 건네줬다. 다른 옷들도 있는걸 보니 아무래도 나 같이 돈을 받고 헬스장에 오는 다른 손님이 있는 것 같았다.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역시. 이런것도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인건가.

"음…남이 PT받는거 보니까 어떠세요? 좀 민망하죠?"

"아, 네. 조금…그러네요."

그대로 옷을 받아서 가려는데 트레이너가 사무실 안에서 말을 걸었다. 머리속에 방금 전에 봤던 민망한 자세가 떠오르며 할 말이 없어진다.

분명 닿았는데…나랑 할때도 조금 닿긴 했지만 아까 전 처럼 노골적으로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백아영 강사가 나한테 보여서 민망해 하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던 걸 보면 역시 당연한 것 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까 개인 PT룸을 따로 하는것도 있기는 한데, 오해도 많이 받거든요. 일단 다음부터는 오시기 전에 꼭 연락 주시고, 오시고 나서도 혹시 안에 사람 있으면 아까처럼 들어오지 마시고 노크하시거나 저한테 연락 주시겠어요?"

"네,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하실 것 까지는 없어요. 다행히 백아영 강사님이셨으니까 저희 둘 다 이럴수도 있는걸 아니까 문제는 없거든요. 근데 다른 회원님이 받고있는데 들어왔다 하면 굉장히 문제가 커질수도 있으니까요. 아, 그러고보면 전화번호가 없구나…번호좀 주시겠어요?"

트레이너가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을 내밀면서 자연스럽게 번호를 요구해와서, 나도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기보다는 연락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순순히 적어주니, 곧바로 내게 전화를 걸어서 벨소리가 울리는걸 확인했다.

"지금 걸린 연락처로 나중에 혹시라도 아까처럼 PT룸에 먼저 사람이 와있다 싶으면 연락해주시고요. 아…그리고 지금 아까 말씀드린거,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아, 네."

미안한 마음에, 그리고 사진 정도야 벗은 사진도 아니고 옷을 다 입고있는 사진이니 문제될 것 없다 싶어 허락했다. 곧바로 트레이너가 핸드폰을 높이 들어올려서 가만히 서있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한 손으로 V자를 만들어주었다.

그게 웃긴건지 트레이너가 엄청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고있다. 대체 왜지…나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억지 웃음이긴 했는데 그렇게 웃긴 표정이 나온걸까.

"네, 그러면 옷 갈아입고 와주시고요. 저는 먼저 PT룸에서 백아영 강사님하고 얘기좀 하고있을께요. 아, 맞다…그리고 옷을 좀 바꿨거든요."

"옷을요?"

"네, 전에 운동하실때 땀이 좀 많이 나셨죠? 그래서 좀 더 얇은걸로 찾아드렸어요."

확실히, 얘기를 듣고 만져보니 전에 입던 거랑은 느낌이 달랐다. 색도 바뀌어 있어서 전에는 회색이였는데 지금은 검은색이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왠지 스타킹 같아보였는데, 손으로 만져보니 좀더 미끌미끌하다고 해야되나. 스포츠 의류 특유의 촉감이 느껴진다.

"땀 배출도 잘되고, 땀자국같은것도 안보여서 여성회원분들이 굉장히 추천하는 의류에요."

"아하…감사합니다."

다른것보다 땀자국이 안보인다는게 맘에 든다. 그건 운동을 해서 어쩔 수 없는 흔적이라고는 해도 왠지 민망했으니까.

곧바로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에도 탈의실에 여자는 나뿐이였다.

남자들은 저렇게 많은데! 어째서 미녀 한명이 없는걸까…그렇게 생각하면서 옷을 벗었지만, 치마를 내리자마자 내가 팬티를 입지 않았다는게 떠올라 여자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근데 정말 왜일까. 단순히 남자들이 좀 더 시간이 널널하고 백수가 많은걸까? 아니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는걸까.

전에 왔을 때와 같은 옷으로, 타이즈만 바뀐 채 입고 나가자 이번에도 주변의 시선이 엄청나게 쏠린다.

러닝머신, 자전거, 바벨…여러 운동기구들이 갑자기 빠르게 돌아간다.

그걸 보고 있었더니 나도 저걸로 운동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운동기구? 헬스기구? 말하려고 하니 무슨 명칭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계속 하겠다는게 아니라 하나씩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였다.

나는 전력질주를 하는 것 처럼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는 남자들을 보고, 다음에 오면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면서 PT룸으로 들어갔다.

"하아…하아…그러니까, 아, 알았다구…알았으니까…할게…."

"아, 오셨어요?"

들어가자마자 또 조금 당황했다. 아직도 백아영 강사가 PT 룸 안에서 트레이너가 뭔가 하고있다.

완전히 엎드린 채…뭘까? 백아영 강사의 등 위에 완전히 밀착해서 올라타있다. 그러니까, 샌드위치를 포개는 것 처럼…백아영 강사의 자세 그대로 위에 한층을 더 쌓듯이 엎드려있다.

두 팔은 위로 쭉 뻗고, 두 다리는 살짝 벌린 채 양 옆으로 벌리면서 엎드려 있는 자세로 뭔가 말하고 있던 백아영 강사를 내버려두고 고혁수 트레이너가 고개만 위로 올려 내게 인사했다. 대체 뭘 하는걸까 하며 안으로 들어오니, 백아영 강사가 흠칫 놀라고 고개를 꺾어서는, 길게 몇번 한숨을 내쉬는 것 처럼 심호흡을 하더니 땀에 젖어 있는 얼굴로 내 쪽을 바라봤다.

"아, 안녕하세요…죄송해요 제가 조금, 혁수씨한테 웜업좀 도와달라고 해서."

"안녕하세요. 아니에요, 제가 연락 안 하고 왔으니까."

"잠시만요, 이제 마지막이라서…혁수씨, 좀더 무게좀 실어주실래요?"

"네에."

백아영 강사의 말에 곧바로 트레이너가 힘을 빼고 강사의 등 위에 온 몸을 밀착시켰다. 그대로 엎드린 상태로 트레이너의 몸을 들어올리는 것 처럼 들썩이면서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올리더니, 상체는 지면에 딱 붙힌 채 엉덩이만 치켜든 자세가 되었다.

"하아…조금 자세가 민망하죠? 커플 요가라고 아세요?"

"들어는 봤어요. 혹시 지금 하고계신건가요?"

"음…조금 달라요. 비슷하기는 한데 지금은 고양이 자세 하면서 고 트레이너가 좀더 효과가 생기게 몸으로 눌러주는거에요. 운동할때 무거운거 드는거랑 비슷해요. 이러면 근육도 좀 더 팽팽하게 당겨지고, 제대로 자세 조정만 해주면 정말 효과도 좋고…."

그냥 올라타는 것 만으로? 완전히 몸을 밀착시켜서, 백아영 강사 위에서 또 고양이 자세를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트레이너를 보면서, 정말 그런 건가 싶었지만 둘다 프로고, 백아영 강사는 여자여서 그런지 맞는 말 처럼 들렸다. 남자가 이랬다면 장난치는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여자인 백아영 강사가 운동도 아닌데 이런 자세를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대로 부들부들 하고 허리가 떨리기 시작하자 상체를 내린 상태였던 백아영 강사가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린다.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 고양이 자세의 정자세가 되어서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린 채 내게 시선을 맞춘 백아영 강사가 역시 조금 민망하긴 한건지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민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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