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5 2부 =========================
"하, 하아…하아…."
소리가 난 것 뿐만 아니라 빨판처럼 끈적하게 손바닥에 달라붙는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억지스럽게도 트레이너가 못 들었기를, 못 느꼈기를 바라며 가만히 일어서서 기다리자, 트레이너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러고는 두 눈으로 손바닥을 확인할 시간도 주지 않고 열심히 한 것을 칭찬해주는 것 처럼 어깨에 손을 올려 주무르며 말했다.
"잘하셨어요, 어때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엄청 힘들죠? 막 달라붙을정도로 땀이 나시네."
"아, 네헤. 진짜로 그래요…별 거 아닌 것 같은데."
땀이 잔뜩 나서 그런지 모르는구나. 다행이다….
숨을 고를 시간을 준 트레이너가 곧바로 요가 매트에 눕고 다시 힙 레이즈를 시킨다. 이번에도 방금 전 처럼 손바닥을 내밀었는데, 이번에는 손바닥에 배가 닿을 정도로 올리면 되는데다가 아무리 가슴에 가려진다고 해도 그 정도 높이면 잘 보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위치를 찾고, 배를 가져다 댈 수 있었다.
아까랑 똑같은 동작을 하면서, 손바닥에 보지를 가져다 댄 것도 어디까지나 자세를 가르쳐주는 것 뿐이였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게다가 힙 레이즈를 하면서는 하반신을 아슬아슬하게 볼 수 있어서 지금 레깅스를 입고있는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정말로 땀에 흠뻑 젖어있어서 트레이너의 말대로 땀이 달라붙은거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조금 반응하기는 했지만, 젖을 정도는 아니였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찰싹 달라붙은 레깅스 때문에 보지 모양이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것 같아 몇 번이고 힙 레이즈를 하며 확인해본다. 그런데도 자세 때문인지 보지살이 보이기보다는 그 바로 위의 치골이 보여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그만."
"하아아~."
"그럼 잠깐 쉬고, 이제 운동 끝내고 코브라 자세 들어갈께요."
그렇지만 만약 내가 상상하는대로 보지 형태가 보인다고 하면 트레이너가 뭔가 반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이 묵묵히 자기가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자 안 보일 거라는 생각이 커진다.
설마, 아니겠지. 정말 보인다면, 눈치 챘다면 벌써 뭔가 반응이 있었겠지.
묵묵히 자신의 할 일 만을 하는 모습에 신용이 생긴건지,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를수록 점점 진정된다. 마지막으로 힙 레이즈를 끝낸 몸을 엎드리게 하고, 트레이너가 곧바로 코브라 자세를 가르쳐준다.
바른 자세로 엎드린 채로 두 손을 지면에 대 상체만을 쭉 뻗는 자세. 허리가 펴지는 기분이 들고, 뜨겁게 달궈져 있는 몸에 닿는 요가 매트가 시원해서 기분 좋다.
잠시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고 나자 트레이너가 다음 자세로 다운 독이라는 자세를 시킨다.
"이거는 어깨랑 팔, 다리에 좋고, 척추 스트레칭도 하면서 허리 통증에 좋은 자세에요. 하반신 운동 하면서 허리에 무리가지 않도록 하려고 하는거고, 굉장히 기본적인 자세거든요? 익히기도 굉장히 쉬우니까 나중에 혼자 하셔도 되고요, 이대로 제가 그만이라고 할 때 까지 자세 유지하시면 되세요."
"네에."
두 손은 바닥을 짚고, 두 발을 약간 벌려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를 최대한 들어올린다. 쭉 뻗은 상체와 하체가 지붕처럼 삼각형이 되게끔 만든다.
그대로 트레이너의 말대로 가만히 있자, 트레이너가 앞쪽에 서있다가, 옆에서 봤다가, 뒤쪽으로 가더니,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잡아당긴다. 좀 더 허리를 들어올리라는 뜻인가 싶어 발을 좀 더 위쪽으로 올려 엉덩이가 더 높이 들어지게끔 한다. 그랬더니 자세가 잘못된건지 트레이너가 허벅지에 손을 대더니 양 옆으로 살짝 벌린다.
자세 때문에 시선이 내 다리 사이로 향하고 있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별 다른 이상한 일 없이 손을 대고 조정을 하자마자 바로 손을 떼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잠시 후, 트레이너가 두 손을 조용히 바지 안쪽으로 집어넣더니, 자세를 고치듯 움직이고는 손을 빼내는 것이 보였다.
그때, 약간이지만 바지 위로 자지 형태가 드러났는데 진짜로…아까와는 달리 거의 완전히 발기해 있는건지 빳빳하게 서 있는 기둥이 똑똑히 보였다.
정말로, 엄청…크다.
그치만…어쩔 수 없는거니까. 생리적인 현상일 뿐이고, 저렇게 됬는데도 티 내지 않으려고 몰래 조정하고 자기 할 일을 해 주고 있는거니까 이해해줘야 한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시선을 위로 향해 요가 매트를 바라보며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자 잠시 후 트레이너가 그만이라고 말하고, 나는 그대로 기어가듯 움직여 무릎을 꿇고 앉은 뒤, 요가 매트 위에 편하게 앉았다.
"수고하셨어요, 그러면 이제…음. 마사지를 해 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땀에 많이 젖으셨으니까.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오시면 제가 간단하게 마사지 해 드리고 끝낼께요. 괜찮으시죠?"
"아, 네. 좋아요."
"네, 그러면 샤워하시고 오셔서 불러주세요."
나도 지금처럼 땀에 푹 젖은 상태로 마사지를 받고 싶지는 않아서 트레이너의 의견의 동의하고, 그가 건네준 트레이닝 자켓을 입으려다 말고 조금 몸에 가득 찬 열기를 식히고 싶다는 생각에 팔에 걸쳤다. 그대로 PT룸을 나가자, 곧바로 헬스장 내의 남자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잔뜩 땀에 젖어서 몸에 착 달라붙는 옷만 입고, 브라탑을 입어도 도드라져 보일 정도의 거유에 매끈하게 뻗은 다리, 요염한 느낌이 나는 가느다란 허리. 하트 형태로 예쁘게 힙업된 커다란 엉덩이. 머리카락도 얼굴에, 가슴에 달라붙은 채로 샤워실로 향하는 모습을 뒤늦게 헬스장 안의 거울로 힐끔 보고 나니 잔뜩 부끄러워져서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탈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탈의실 문을 닫자마자 로커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켓을 벗고 브라탑을 벗으며 들어간다. 곧바로 안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레깅스를 벗자 후끈한 열기가 가득 피어오른다.
"으아…."
달콤한 체취, 진짜로 말도 안 되지만 달콤한 향이 난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면 땀에서 과일향같이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걸까….
늘 궁금했지만 오늘은 운동을 하고 와서 그런지 그 정도가 훨씬 더하다. 땀냄새가 날까봐 민망할 일은 없어서 좋지만 역시 신기하다.
"응?"
샤워실로 들어가자마자 샤워기 물을 튼 나는, 미지근한 물이 나와 물줄기를 피했다.
그대로 따듯한 물이 나올때까지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봐도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아 이상해하다가, 샤워실 안에 적혀있는 '운동 후 미온수로 샤워해야 하는 이유' 라는 걸 읽은 뒤, 머뭇거리며 샤워기 물을 몸에 맞기 시작했다.
뭔가, 따듯한 물이나 차가운 물보다는 딱 인체에서 조금 더 온도가 높은 물이 좋다고 하는 것 같다. 진짠가? 난 찬물로 샤워하는게 좋다고 들었는데.
"흐…아아…와…."
몸이 잔뜩 달아있었기 때문인지 미지근한 물인데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서 몸을 씻다가 익숙하게 샤워기에 비누를 올리는 곳에 손을 내밀었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데도 없다.
…비누가 없어?!
뭐지…이 헬스장은 비누도 안 주는건가. 좀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부터는 직접 씻을 거 가지고 다녀야되나.
비누로 머리도 감고 다 하려고 했는데…어쩔 수 없이 물로만 씻고 나와 샤워실 앞에서 수건으로 몸을 닦은 나는 익숙하게 헤어 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말리려다가 아무리 스위치를 켰다 꺼봐도 헤어드라이어가 켜지질 않아 어리둥절했다.
여기는 헤어드라이어까지 망가진 건가? 비누도 없고…이상해서, 전기 코드가 꽂혀있는 부분을 보니 이상하게도 자판기처럼 동전을 넣는 구멍이 보였다.
거기에 적혀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100원에 3분'
"뭐야 이게…."
생각보다 여자가 씻는 곳이라는건 불친절한 곳이구나….
대체 왜 이런걸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머리도 수건으로 최대한 말린 나는, 락커 앞에서 다시 올때 입었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누가 들어오진 않을까 싶어 팬티 없이 팬티 스타킹을 신고 치마를 먼저 빠르게 입는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익숙하게 브래지어를 차고, 셔츠를 입고 단추를 잠근 뒤 옷 안에 들어간 머리를 밖으로 꺼낸다.
레깅스랑 팬티 스타킹이랑 착용감이 굉장히 비슷해서, 왠지 갈아입지 않은 것만 같은 느낌까지 든다.
마사지를 받고 갈 거라는 생각에 코트는 팔에 걸치고, 운동할 때 입었던 옷들은 트레이닝 자켓으로 보자기처럼 싼다.
…다른건 다 땀에 젖어있는데 스포츠용 팬티만 건조해서 이상하긴 했지만, 이렇게 감싸서 주면 한번에 그냥 세탁하겠지.
마지막으로 내가 입기로 결정한 브라탑 두개를 마저 들고, 남은 의류는 반대쪽 손에 든 채 탈의실을 나섰다.
다시 집중되는 시선, 운동량이 급격히 상승하는 헬스장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PT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PT룸 문 밖에서는 불투명한 유리여서 안이 흐릿하게밖에 보이지를 않았는데도 트레이너가 없는 것 같아 문을 열고 들어가 봤는데 안에 트레이너가 없었다.
일단 안에 손에 들고있던 옷들을 내려놓고 어디로 갔나 찾던 나는, 요가 룸 안에서 백아영 강사와 같이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문을 조용히 열려고 하다가, 문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손을 멈췄다.
"…아무튼, 난 시키는대로 다 했고, 해줄것도 다 해줬어? 이제 전에 얘기한건 없는거야?"
"하하, 그래도 누나 술마시면 또 못잊는거 아니에요?"
"너어? 자꾸 그래?"
"뭐 전 누나랑 마시는거면 언제든지 좋으니까 내킬때 말해요. 오늘 당장이라도 좋으니까."
"어머, 얘봐? 나 아무리 그래도 다른여자 대신 되긴 싫거든?"
"에이, 누나는 누나죠. 난 그리고 누나 엄청 좋은데? 유연해서."
"그, 그만하랬어?"
얘기하는 도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잠시 기다리면서, 조금 대화를 듣고 있었다. 적당한 시기에 끼어들어서 트레이너를 부를 생각이였다.
"근데 진짜 부럽다. 돈많은 아가씨라는게 뭔지 알거같아. 진짜 뭔가 순진하고, 예쁘고…부러워. 근데 그게 자연이라니…."
"자연이에요?"
"그럼 누가 불편할 정도로 키워? 인정하기는 싫은데 자연 맞아."
"이야…어쩐지. 근데 진짜 엄청 순진하더라구요. 너무 순진해서 막…."
"적당히해, 너 그러다가 소문나?"
"에이, 소문 안낼거면서."
연애 얘긴가? 둘이 굉장히 친해보인다. 역시 공적인 관계만으로 끝나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슬슬 들어가서 부를까 말까 하고있는데, 백아영 강사가 트레이너의 허리를 꼬집는 모습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 사람이 대화를 하다가 멈추고, 내 쪽을 바라본다.
"너 근데 아까 한 말 진짜야? 끈도 없었다고?"
"네, 진짜 아무것도 없던데요? 깜짝 놀랐다니까요. 안그래도 저도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려고요."
"…대체 뭐지? 아, 나 진짜 모르겠어…몰라! 너 알아서 해 이제…아! 김희연회원님."
"어? 아, 샤워 다 끝나셨어요?"
뭔가, 긴장한 듯한 모습이다. 뭐지? 혹시 사내 연애라도 몰래 하고있는건가?
"아, 죄송해요. 샤워 다 하고 왔는데…혹시 제가 방해한거면 나가있을까요?"
"네? 아뇨아뇨! 저희 전~혀 그런 사이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그냥 친한 누나 동생 사이에요."
"음~솔직히 저는 엄청 좋아하는데, 백아영 강사님이 남자친구가 따로 있어요."
"혁수씨, 자꾸 오해할만한 말 하지 마시죠?"
"우와! 자자, 회원님 빨리 가죠. 마무리 해야죠."
또다시 허리를 꼬집는다. 고혁수 트레이너는 그걸 피해 도망쳐 오듯 내게 다가오고는 친밀하게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룸 밖으로 기차놀이하듯 나를 밀어내며 나갔다.
곧바로 옆에 PT룸으로 들어가자마자 트레이너가 바닥에 둔 옷들을 보더니 한 곳으로 치워놓는다.
"자, 그럼 누워보세요."
요가 매트 위에 눕자, 트레이너도 바로 옆에 편하게 앉아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진 다리에 손이 닿을때마다 스윽 하고 묘한 소리가 나면서도, 스타킹의 착용감이 레깅스랑 비슷한데다가 아까 전 까지만 해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이곳 저곳을 만져지며 자세를 교정받았기 때문인지, 어색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대로 두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는 치마 안쪽으로 약간 들어가지만, 과하지 않은 정소에서 멈추며 다시 내려가기를 반복해 어느순간부터인가 믿고 몸을 맡긴다. 근육을 꾸욱 눌러주자 피로해진 근육에서 묘한 느낌이 들어 머리가 멍해지며 힘이 풀린다.
"샤워하고 오시면 근육이 어느정도 긴장이 될거에요. 근육통 심해지지 않게 해드리는건데, 많이 풀어드려도 운동 효과가 줄어드니까 너무 많이는 말고 적당히 풀어드리기만 할께요."
"네에~하아~~."
기분좋다. 난 왜이렇게 안마를 좋아하는걸까. 사실 누구나 다 안마를 좋아하지 않을까? 안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없지 않을까.
뭔가, 누군가가 몸을 기분 좋게 만져주는게 굉장히 좋다. 야한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내가 풀 수 없는 몸의 피로를 풀어준다는게 굉장히 좋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거여서 그런지 더더욱 좋은 것 같기도 하고…몸을 완전히 맡긴 채 다리를 주물러지던 나는, 커다란 가슴에 눌려 숨쉬기가 조금 불편한것도 잊고 길게 숨을 내쉬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리 한번 쭉 벌릴께요."
"네…네??"
그대로 안마를 하던 트레이너가, 운동을 할 때 고관절을 풀어줬던 것 처럼 허벅지 안쪽을 잡고 양쪽으로 다리를 꾹 누르며 벌린다. 얌전히 다리를 벌리다가 지금은 레깅스가 아니라 팬티스타킹만 입고있고, 다리를 벌렸다가는 스타킹 밑으로 보지가 훤히 보일거라는 생각에 깜짝 놀라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트레이너의 무게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결국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치마가 다리를 따라 쭉 걷어올려지며, 허벅지가 활짝 벌어진다. 팬티를 입지 않은, 검은색 스타킹만 반투명하게 가리고 있는 보지가 트레이너의 앞에 훤히 드러난다.
급하게 두 손을 뻗어 다리 사이를 가리자, 트레이너가 그제서야 알아챘다는 듯 두 손을 떼냈다. 혹시 본건가? 봤나?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졌지만 도저히 내가 팬티를 입지 않고 있는걸, 스타킹 밑에 반투명하게 보이는 보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말 없이 다리 사이를 손으로 가린 채 걷어올려졌던 치마를 끝을 잡고 끌어내리자, 트레이너가 곧바로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깜빡…아까 스트레칭 해 드렸던 거 생각나서 실수로."
"에? 에, 엇…."
"그…보진 않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진짜, 하…제가 딴 생각 하다가."
곧바로 사과하는 모습에 조금 안심했다. 그런가…못 봤구나. 다행이다.
보고 저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표정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정말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이여서, 나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자마자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흐, 흠! 괘, 괜찮아요…실수하신거죠?"
"아…진짜 죄송합니다. 저기…그, 죄송한데 이건 백아영 강사님한테는…."
그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트레이너가 백아영 강사한테 마음이 있는건 아닐까 짐작하고 있던 생각이 확신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 대한 안도감이 생긴다.
하긴, 백아영 강사면 나도 두근두근할정도로 예쁘고, 그렇게 티도 냈으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바로 옆에 있는데 일부러 다른 여자한테…그것도 본지 두번밖에 안된 회원한테 이런 짓을 하진 않겠지. 게다가 전문가고, 밖에는 다른 손님도 있는데…내가 나가서 비명지르면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이런 일을 일부러 할 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어보였지만 그래도 그가 면목이 없는건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진짜 죄송합니다. 저기, 다음부터는…그냥 샤워 하기 전에 마사지 하도록 하죠. 또 실수할까봐 걱정되네요."
"아, 네에,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실수한거니까…사과 안하셔도 돼요."
"하아…네, 그러면. 아…일단 오늘 운동할건 그럼 끝났는데, 바로 돌아가시나요? 시간 괜찮으시면 제가 사죄의 의미로 뭐 커피나, 음료수나…."
"아뇨,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뭔가 사주고 싶다는걸 두번인가 거절하고 나서야 그가 더 이상 권하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한 건지 말을 바꿨다.
"음…그러면 제가 다음에 오실때 마실 거를 좀 준비를 해둘께요. 운동하는데에 좋고, 맛있는 걸로."
"네, 그럼 그렇게 해요. 감사합니다."
우와, 다음에는 음료수까지 주는건가. 돈도 하나도 안 쓰고 오히려 받는 쪽인데 이렇게까지 서비스해준다니.
왠지 신기하다. 예쁘게 태어나면 이렇게 좋은 일이 많구나…근데 이건 조금 너무 심할정도로 사는게 편한 거 아닐까.
사과를 받으며 PT룸에서 나오자 백아영 강사가 트레이너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본건지 요가룸에서 나와 다가왔다. 그러더니 서로 눈빛으로 뭔가 대화하는 것 같아 백아영 강사도 남자친구가 있다고는 해도 아예 마음이 없는건 아니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트레이너가 두 손에 들고있던 내 브라탑하고, 운동하고 난 옷들을 감싼 트레이닝 자켓을 손에 든 채 헬스장 입구까지 따라오며 배웅한다. 바로 옆에는 백아영 강사가 따라오더니 헬스장 입구에서 내게 친밀하게 말했다.
"어때요? 고혁수 트레이너 잘 가르쳐주는거 같으세요? 자세를 되게 정확하게 가르쳐주려는게 조금 결벽증 같이 있어서 피곤하지는 않으세요?"
"네, 굉장히 음…자세를 자세히 가르쳐주시더라구요. 맞아요."
"아니…결벽증이라니. 백아영 강사님이 나한테 자세 조금이라도 틀리면 맞는다고 해놓고."
"제가 언제요?"
백아영 강사가 또 허리를 꼬집으려 하고, 고혁수 트레이너가 그걸 피하려고 하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뭔가 미묘한 러브라인 같은게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예전엔 이렇게까지 타인의 연애사에 관심이 가진 않았는데…이것도 여자가 되서 생기는 영향일까.
"운동은 어떤거 가르쳐줬어요?"
"어, 그…바이킹? 스쿼트랑 힙…힙 리프팅?"
"바이킹 와이드 스쿼트요? 그리고 힙…힙 리프팅…뭐지."
"힙 레이즈."
"아하, 힙 레이즈?"
…왜 난 힙 리프팅이라고 생각한거지.
그대로 백아영 강사가 트레이너랑 둘이서 서로 운동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역시 직업이다보니까 이런 쪽에 관심이 많구나. 나한테 그 운동이 맞을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쪽을 보면서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정말로 제대로 가르쳐 드렸어요?"
"제대로 가르쳐 줬어요. 자세 완전 완벽, 1cm도 안틀리게, 확실하게."
"음…수상한데."
"아, 진짜 안믿네…김희연 회원님, 한번 해주실수 있어요?"
"에? 네?"
"아~힙 레이즈는 말고, 바이킹 와이드 스쿼트는 제대로 가르쳐줬나 한번…."
"무슨소리야! 치마 입으셨는데!."
"아! 아, 죄송합니다."
깜짝 놀랐다…다른것보다 진짜로 나도 해야되나 하고 다리를 살짝 벌리면서 서다가, 치마 입었단 얘기를 듣고 나서야 나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에 놀랐다.
진짜로 아직 치마가 익숙하지가 않구나…거기다 팬티스타킹까지 입으니까 뭔가 더 입은 것 같아서 자꾸 치마를 입고 있다는걸 까먹는다. 미니스커트에 가깝다 보니까 다리를 움직이는것도 오히려 바지보다 더 개방적이고…솔직히 아직도 좀 어색하다고 해야되나, 치마를 입고 있다는 기분이 안든다.
"아, 근데 강사님, 혹시 오늘 시간 되세요? 남자친구랑 데이트 언제에요?"
"왜요? 모레…만나기로 했는데."
"오늘 끝나고, 딱! 이거 한잔. 콜?"
"…오늘요?"
갑자기 트레이너의 손이 백아영 강사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조금도 뿌리치지 않고 오히려 얼굴이 붉어지더니, 그 직후에 내가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처럼 고혁수 트레이너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아하하, 저는 그럼…가볼께요 오늘 감사합니다."
"아, 네! 다음에 혹시 언제 오실 생각 있으신가요?"
"음…올때 연락드려도 되요?"
"네, 제가 이번 분기 오전 담당이여서 오전에는 언제든지 오셔도 되고요, 오후에도 오시고 싶으신 날이 있으시면 미리 연락 해 주시면 시간을 좀 조정해두겠습니다."
트레이너에게 인사를 하며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오는 모습을 보고 밑으로 내려갔다. 천천히 내려가며 머리속으로 스쿼트 자세를 그리면서, 확실히…도움이 되게 많이 될 것 같은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위 쪽에서 둘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지?"
"와…진짜 아까랑 상태가 똑같네?"
뭔가 또 다른 얘기를 하고있는건가, 백아영 강사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는데…사이가 되게 좋아 보이다 보니 저절로 둘 사이를 응원하게 된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이미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는 점심 먹고 나서 좀 더 지나면 퇴근할테니 먹고나서 미리 모텔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운동도 제대로 하면서 허리 흔드는걸 연습하면 정말 빨리 배우겠지…전에 입으로 하는건 엄청 오래걸렸지만 이번엔 진짜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상가를 나가다 말고 뒤늦게 잊고 있었던게 떠올라 핸드백 안을 뒤졌다.
"…사놓고 머리 안묶었네."
운동할때 머리를 묶으려고 샀던 머리끈을 손에 쥔 채 머리를 묶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샤워하고 나온 머리가 아직 덜 마른 것 같아서 일단은 두고 다음에 올때 묶자고 생각하며 머리끈을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아, 있다가 아저씨 만날 때 묶는것도 괜찮겠다.
============================ 작품 후기 ============================
2부 시작부분을 좀 수정하고나서 올리려다가..(매춘이 아닌 다른 것을 하는것으로 수정할 생각) 그냥 올립니다. 수업 들으면서 보니 그런거 수정할 시간도 없이 바쁠 것 같네요.
1화를 수정하면서 복선을 좀 더 잘 보이도록 깔아놨는데, 주인공의 이상형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여자...남자의 망상이 구현화된 듯한 만화속의 미소녀...
그걸 보고, 현재 상태를 확인하면 왜 이렇게 됬는지 어느정도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
+TS스톤은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부르는 것 뿐, 사용하는 사람을 여자로 바꿔주는 되는 돌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
토요일, 일요일때 하루종일 써 볼 생각입니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시간이 된다면 저번처럼 하루에 한 120kb정도 쓸 수 있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