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93화 (93/108)

00093 2부 =========================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 일단 그녀가 말한대로 하나하나 입어본다. 코트를 일단 옷걸이에 걸어서 로커에 넣고 나머지 옷들도 벗다보니 문득 탈의실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팬티를 안 입고 있었으니까.

스타킹을 벗고 혹시라도 누가 들어올까 싶어 먼저 하의부터 입기로 했다. 손에 스포츠브라와 같이 건내준 팬티를 잠시 들고있다가, 아저씨가 오늘은 팬티를 입지 말라고 했으니까…하는 생각에 로커 안에 넣고 레깅스만 입는다.

진한 회색 레깅스에, 상의를 전부 벗고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자 커다란 가슴이 해방이라도 된 것 처럼 약간 커진다. 커진다기보다는 고정되어서 잡혀있다가 풀려나오는 느낌이다.

그 위에 스포츠 브래지어를 하나하나 입어보며 느낌을 확인했다.

브래지어같이 생기지 않은 것도 전부 다 안쪽에 컵이 있어서 속옷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생겼는데, 특이한 점은 라이트를 제외하고는 전부다 브래지어처럼 후크가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였다. X자로 끈이 교차된 옷을 입듯이 착용하고, 손을 안으로 넣어 가슴 위치를 조정해주다보면 조금 조이는 느낌이 들며 가슴이 작아 보인다. 이정도면 한…E? 그정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크지만.

가슴이 커질수록 격한 운동은 피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이렇게 고정해주는 것 까지 완전히 고정해 줄 것 같지가 않은데 어떻게 운동을 할까.

미디움, 하이를 전부 다 입어본 뒤, 가장 맘에 드는걸 하나씩 고르고 미디움으로 입었다. 검은색의 등에 X자로 교체가 되면서 가슴을 잡아주는 형태, 앞부분에 지퍼가 있는 타입이였는데 어깨끈이 넒어서 그런건지 확실히 가슴을 다른 브래지어보다 잘 잡아준다는 느낌이 든다.

뭣보다 지퍼 안쪽은 브래지어만 입은 것 같은데 지퍼를 올리면 그냥 브라탑을 입은 것 같아서 좋았다. 근데 대체 브라탑하고 스포츠 브래지어의 차이가 뭘까.

다 입고 난 뒤 트레이닝 자켓을 걸치고 탈의실 밖으로 나가니 곧바로 헬스장 안에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내 쪽을 향한다. 마치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처럼 탈의실 문이 열리자마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벤치 프레스를 하던 사람도, 버터플라이를 하던 사람도 전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 조금 더 무겁거나 조금 더 빠르게…동물이 구애하는 것 처럼 자신을 보라고 어필하는게 눈에 보여 조금 웃기면서도 트레이너가 한 말이 이해가 된다.

몸매 좋은 여자가 보일때마다 이러면 헬스장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 손님이 더 자주 오고 좀더 열심히 운동하고 더 많이 오게 되면….

그런 생각을 하며 PT룸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입구에서부터 깜짝 놀랐다. 안쪽에서 백아영 강사와 고혁수 트레이너가 묘한 자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솔직히 말해서, 개처럼 엎드린 백아영 강사의 옆에 무릎으로 서서 한 손을 보지 위에, 다른 한 손을 가슴에 대고 있는 모습…민망하면서도 두 사람에게서 전혀 민망한 느낌이 나지 않아 어리둥절하다. 설마 이런 곳에서 그러겠어 싶기도 하고, 조금 생각해보자 오히려 자세를 교정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PT룸 문을 닫고 들어오니 트레이너의 손이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알겠지? 균형을 잡는 자세는 무조건 이렇게 회음부랑 배꼽, 명치가 맞는지가 제일 중요해."

"근데 진짜 제대로 설명 안하면 큰일나겠는데요."

"그래서 보통은 꼬리뼈 쪽에 손 올리거나 아랫배에 올리긴 하는데, 정말 제대로 봐 줄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설명을 제대로 해 주거나 아니면 기술이 좋아야지."

"솔직히 아랫배에 손대도 허리가 살짝 틀어지는 사람도 있다보니까…."

뭔가 모르는걸 물어보고 있었던 건지 내가 들어왔는데도 백아영 강사가 일어서면서 말을 계속한다. 그녀는 그대로 내가 왔으니 나가려는 것 처럼 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스트레칭을 조금 하더니 입구쪽에 있던 나를 보며 말했다.

"잘어울리는데요? 근데 실내에서 자켓은 운동 잠깐 쉬고 있을 때 빼고는 안 입어도 되는데,"

"어…그래도 속옷이잖아요."

"괜찮다니까요, 여기에서 파는건 브라탑이랑 다를 거 없어요. 브라탑인데 스포츠 브라처럼 입을 수 있는 걸 사장님이 잘 모르니까 스포츠 브라라고 적어놓은 것도 있고."

그런건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자가 말하는거니까 맞는 말이겠지 하면서 왠지 자켓을 벗으라는 것 처럼 말하는 것 같아 벗고나니 그녀가 마치 남자처럼 감탄사를 흘렸다.

"와아~진짜, 너무 섹시하시다. 혁수 고생좀 하겠는데?"

"네? 트레이너가 왜요?"

"그게 그야…."

"아이고, 빨리 가요. PT해야돼요!"

그녀가 하려는 말을 트레이너가 끼어들어 못 하게 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네가 날 말릴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 처럼 고혁수 트레이너를 한번 노려보더니 귓속말을 하는 것 처럼 가까이 다가와서는 귀에 대고 말했다.

"아무래도 남자니까, 당연히 트레이너여도 어쩔 수 없이 반응하는게 있죠."

"아, 좀!"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인데다가 귓속말을 하는 척 하면서도 전혀 작게 말하지 않아서 트레이너도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내 앞으로 그가 다가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어내며 PT룸 밖으로 쫓아냈다.

트레이너는 그대로 문을 닫고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방금 있었던 일은 잊어버리라는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말했다.

"그러면…일단, 혹시 뭔가 목표같은거 있으세요?"

"목표요?"

"네, 보통 운동할때 목표를 다들 하나씩 잡거든요. 여자분들같은경우에는 보통은 살 빼고싶다, 몸매 관리쪽으로 또 힙업하고싶다, 가슴이 커지고싶다, 허리가 가늘어지고싶다거나 하고…그리고 하반신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고싶어하는 분도 많죠. 이런분들같은 경우에는 이제 조금 목적이 또 따로 있는 분들."

"다른 목적요?"

"음…근데 지금 회원님 같은 경우에는 가볍게 운동하자는 쪽이니까, 혹시 신경쓰이거나 조금 관리받고싶다 이런거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밤 아저씨에게 여성상위를 연습하라고 들으면서부터, 아무래도 직접 움직이다보니 어디에 힘이 부족한지, 어디가 힘든지가 크게 느껴졌는데 이왕 헬스장에서 운동하게 된 거 하반신 운동이랑 팔에도 조금 근력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다리 힘이 부족한 것 같았는데, 평소에는 크게 못 느꼈는데 확실히 직접 위에 올라타 보니 부족하다는게 느껴졌다. 뭣보다 자지 넣으면 자꾸 힘이 빠질 것 같아서 힘들기도 하고.

좀더 아저씨랑 기분좋게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에 헬스를 한다는건 너무 변태같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어차피 하반신 운동을 하고싶다고 하는 정도로 그런 속내를 알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했다.

"하반신 위주로 조금 근력이 좀 생겼으면 싶은데…."

"음…힙업하고, 다리 좀 더 예쁘게 라인 만들고 싶으신거에요? 다이어트가 아니라 근력?"

"네."

잘은 모르겠지만 트레이너가 알아서 잘 알아들었겠지 하며 말하니, 그가 잠시 혼자 생각하는 듯 하다가 말했다.

"혹시 그 말씀하시는게 허리랑, 골반 운동도 하고싶으세요?"

"허리랑 골반요?"

"네, 허리, 골반,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복부 약간. 이렇게 하고싶은거 맞으시죠?"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하반신만 운동하면 균형이 안맞을테니 허리랑 골반도 같이 하는건가? 이런 쪽 지식이 전혀 없다보니 모르겠지만, 말을 듣고 보니 허리랑 골반도 운동을 해야 제대로 몸을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하~아, 그러면요 일단 스트레칭 하고, 운동은 안 어렵고 기본적인 걸로 하면서 제가 마사지 해 드릴께요. 기본적이라고 해도 제대로 하면 충분히 효과 볼 수 있는 자세들이고 마사지랑 자세 교정하면서 코스 짜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네,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전날 있었던 스트레칭이 떠오른다. 깃털을 올려놓듯 가벼운 터치, 그러면서도 가끔씩 자세를 교정하며 꾸욱 눌러주는 느낌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아까 백아영 강사한테도 한 걸 보면, 그리고 그 반응을 보면 당연한 일이고, 전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쪽이 아닌 것 같다고는 생각한다. 심지어 아까 보면 보지 위에, 가슴에 손을 올리기도 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동안 요가매트가 전부 다 깔리고 트레이너가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몸에 닿는 손길에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최대한 무시하려고 애쓴다. 백아영 강사의 보지 위, 가슴에 손이 놓여져 있었던 모습이 떠오르며 당연한 거니까 이상하게 반응하면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대로 전날과 같이 스트레칭을 하며, 똑같은 자세에 똑같은 접촉이 이어진다. 역시 당연한거구나 하면서도 결국 엉덩이 위에 손이 닿는 자세가 되자 긴장해버린다.

"응?"

그때, 트레이너가 엉덩이에 손을 올리더니 정말로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스윽 스윽 하고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깜짝 놀라며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이 뜨거워진다. 혹시 팬티를 안 입은걸 들킨건 아닐까?

"왜, 왜요?"

"…아뇨, 계속할께요."

다행히 들키지 않은 것 같다. 트레이너는 그대로 내 허리를 잡고, 허리 스트레칭을 시키기 시작했다.

천천히 두 팔을 깍지 낀 채 앞으로 향한다. 두 다리를 어깨 넒이로 벌려놓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트레이너가 바로 뒤에서 딱 붙은 채 허벅지가 밀착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두 손으로 허리를 꽉 잡고있어, 정말로 앞에 벽만 있고 벽을 손으로 짚기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섹스를 시작할 것만 같은 음란하기 짝이 없는 자세였다.

그대로 트레이너가 허리를 양 옆으로 움직이게끔 한다. 한번 이미 해봤기 때문인지 처음만큼 어색하고, 야릇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접촉이 좀 많기는 하지만 평범한 스트레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대로 허리를 다시 피고 다음 자세를 하려는 그때, 내 등을 트레이너가 손으로 눌러 일어서지 못하게 했다.

"잠시만요, 지금 보시면 자꾸 자세가 이상해지고있거든요. 허리좀 더 뒤로 빼주시겠어요?"

"네? 어, 어떻게요?"

"음…좀더 엉덩이를 뒤로 내민다는 느낌으로, 지금 상체가 너무 앞으로 가셔서 제가 허리 잡고 균형 잡아드리고있는데 이건 자세가 그럼 지금 제대로 안 잡히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럼…이렇게요? 꺄악!"

트레이너의 말에 엉덩이를 살짝 뒤로 내민 순간 레깅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불에 데인 것 처럼 허리가 펄떡거리며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려는 내 몸을 트레이너가 두 손으로 꽉 잡고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앗…!!"

"어휴…괜찮으세요?"

"네, 네에…."

쓰러지려는건 막았지만, 그 덕에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제대로 하반신이 밀착되어서 트레이너의 자지가 느껴진다. 어디까지나 내 균형을 다시 잡아주려는 것 처럼 그대로 움직임 없이 밀착된 채 가만히 있는 모습에 애써 다시 자세를 취해보려 하지만 엉덩이에 느껴지는 열기가 점점 신경쓰이고, 신경이 집중되 결국 맥박이 치는 진동마저 느껴질 정도가 되자 흠칫흠칫 하고 몸을 떨게 되 버린다.

아까, 백아영 강사도 말했지만 이런건 당연한거니까…나도 이해는 하지만. 그리고, 트레이너도 최대한 자신이 발기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기에,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도 민망한 자세에, 너무도 밀착되어있는 하반신에 자꾸만 자세가 흐트러진다.

결국 자세를 취해 보려는 것을 그만두고 떨리는 목소리로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저, 저기…닿고 있는데…."

"아, 죄송합니다.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어떻게 신경을 안쓸까. 진짜로 엄청 커서. 엄청 뜨거워서 자꾸만 신경이 집중되는데.

혹시나 내가 또 균형을 잃을까봐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 처럼 허리를 꽉 잡고 있는 손과, 엉덩이에 밀착되어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트레이너의 뜨거운 자지를 애써 무시하며 겨우 자세를 취하자 그제서야 두 손을 놓아준다.

결국 평정심을 잃고 트레이너의 몸을 잔뜩 의식하게 된 채 스트레칭이 계속됬다. 허벅지를 최대한 벌린 채 무릎이 90도가 되게끔 하고 허공에 앉는 자세를 취하면서, 순간 머리속에 팬티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혹시라도 레깅스 위로 보지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민망하기 짝이 없는 고민을 하며 시선을 내려 애써 확인해보려 하지만 커다란 가슴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보이지 않기만을 빌며 다리를 벌린 채 조금씩 몸을 위 아래로 움직인다. 트레이너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등 뒤에서 뻗어진 두 손은 다리에 놓여져있었다.

점점 벌어진 다리가 신경쓰여 조금씩 다리를 오므리자, 트레이너가 갑자기 내 앞으로 오더니 한숨을 쉬며 무릎을 잡고 두 다리를 억지로 벌려버렸다.

"다리 좀더 벌리세요. 더, 더, 그렇죠. 그대로 위 아래로 하나, 둘, 셋, 넷…."

"읏, 읏, 응, 흣."

대체 어딜 보고있는걸까…가슴에 가려서 트레이너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내 앞에 쪼그려 앉은 트레이너가 허벅지를 두 손으로 잡아 벌리며, 계속해서 위 아래로 몸을 흔들게끔 시킨다. 보이지도 않는 시선이 마치 레깅스만 입어 훤히 그 라인을 드러내는 보지에 향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이 머리속에 가득해지며 점점 몸이 뜨거워진다.

거울이라도 있으면 상황을 알 수 있기라도 할텐데, 지금 이 자세를 하면서 정말로 보지의 형태가 드러나지는 않는지 알기라도 할텐데, PT룸에 거울이 없어 알 수가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따른다.

겨우 스트레칭을 끝냈는데, 갑자기 트레이너가 안 좋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멈춘다. 다음 자세를 시켜주지 않아 의문을 가지면서도 민망한 마음을 추스릴 수 있다는 생각에 숨을 내쉬던 나는 잠시 후 트레이너가 하는 말에 조금 당황했다.

"민망하세요?"

"네?"

"지금 제가 스트레칭을 시켜드리는데, 자꾸 긴장하고계시거든요. 이러면 스트레칭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근육을 풀어주려고 하는건데 계속 긴장해있으면 풀어지지가 않죠. 혹시 제가 자세 교정해드리는게 민망하세요?"

"죄, 죄송해요."

그 말에 갑자기 죄책감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로 이 사람은 다른 생각 안 하고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일하고 있는데, 나는 아저씨가 팬티 입지 말라고 시킨걸 지킨다고 안 입고 이러면서, 그게 신경 쓰여서 민망해하고 손 닿을때마다 긴장하고….

왠지 진짜로 나 혼자만 변태같은 행동을 하면서 열심히 일 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한 마음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사과하자, 트레이너가 윗몸일으키기 대에 앉으며 말했다.

"죄송하실건 없어요, 사실 처음 이렇게 집중적으로 자세 교정받고 관리 받으면 이러기도 하는데…솔직히 조금 민망한건 맞죠?"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니 트레이너가 뒷머리를 긁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솔직히…음, 저도 잘못한게. 아까 넘어지실까봐 잡아드렸는데 저랑 닿으니까 그 후부터 엄청 긴장하시더라구요. 맞죠?"

"네."

"일단…그건 죄송합니다."

순순히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한다. 뭔가 개운해지기보다는 내가 잘못한것 같다는 생각이 더 커지기만 한다….

"아까 백아영씨가 자세 가르쳐주는거 보셨죠? 이게 가르쳐주고, 자세 잡아주다보면 조금 민망한 부위에 닿을 수 밖에 없어요. 균형을 잡아 주는 경우에는 아까같은건 회음하고 명치, 가슴 정중앙이 딱 1자가 되게끔 해줘야되는데 그걸 잡아주고 제대로 잡혔나 확인하려다보면…그래서 PT룸이 이렇게 따로 있는거구요."

"아, 네에."

진짠가? 이렇게 따로 하는 이유가 그런거구나…하면서도, 민망한 곳에도 손을 대는게 조금 납득이 간다. 몸의 중심선을 맞추기 위해서라니.

"그리고, 저도 남자다보니까 솔직히 말씀드릴께요. 반응을 할 때가 있는데…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미친것도 아니고 문제 생길 일 없고, 오히려 아까 같은 상황에서는 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제가 회원님보다 훨씬 무겁다보니까 회원님이 밑에 깔리시면더 다치실수도 있다보니까 제가 꽉 잡은거였는데 그게 지금 회원님을 너무 긴장시킨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진짜로 무슨 일이 왜 일어난건지, 명백하게 설명하고 사과하니까 조금 긴장되었던 것도 풀리고 오해였구나 싶어져 경계심도 옅어진다. 트레이너는 그런데도 일단 지금은 스트레칭을 하기보다는 나랑 친밀해 지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건지 내게 앉으라는 듯이 자신의 바로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나는 시키는 대로 같이 윗몸일으키기대 위에 앉았다. 그러자 트레이너가 내 쪽으로 손을 뻗더니, 손을 뻗다 말고 멈추며 말했다.

"일단, 스트레칭은 아니긴 한데 제가 좀 손을 대고 있어도 될까요?"

"네?"

"너무 제 손에 긴장하시니까 조금 익숙해 지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회원님도 저한테 손 대고 있으시고. 괜찮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다리 위에 천천히 올려놓는다. 허벅지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진 손을 통해 트레이너의 근육이 느껴진다. 엄청 탄탄하고, 뭔가 촉감이…좋게 느껴진다. 왜일까, 여자여서 그런가?

"아, 만져 보고 싶으시면 만져보셔도 되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렇게 운동하는거 다 이럴려고 운동하는거에요. 여자가 다리 만질때 막 신기해하고 감탄하는거 보려고."

그 말에 손을 몇번 움켜쥐어보니, 돌처럼 단단한 근육이 만져졌다. 일부러 만져 보라고 힘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 트레이너의 손도 내 다리 위에 올려진다. 허벅지 안쪽으로 곧바로 올려진 손에 흠칫 놀라면서도, 어디까지나 익숙해 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애써 침착한다.

그대로 서로 손을 다리 위에 올려놓은 채로 트레이너랑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원래 이런거 회원하고 하면 안되거든요, 지금은 회원님이 너무 긴장하셔서 하는거니까 따로 말하진 마세요?"

"아, 네."

"그런데 회원님은 하반신 운동 하려는 이유 혹시 있으세요? 남자친구 있으시다고 했죠? 혹시 남자친구한테 잘보이려고?"

"그, 쵸오? 일단 그게…."

"아, 역시. 여자도 하반신이 엄청 중요하니까요. 남자친구 엄청 부럽네~."

조금 긴장이 풀어지자, 정말로 언제부터인가 다리 위에 손이 올라와있는게 괜찮게 느껴졌다. 나도 손을 대고 있기도 하고 따로 손을 움직이는 것도 없이 올려져만 있다고 생각하니 나중에는 조금 움직이거나 해도 몸이 움찔거리는 일이 없어졌다.

진정이 되고 나자 지금 상황이 황당하게 느껴졌다. 내가 여자도 아니고 남자 상대로 이렇게 긴장하다니. 심지어 남자 손이 닿는 것 뿐인데 그렇게 움찔움찔 거릴게 어디있다고. 섹스하는것도 아닌데.

도중부터 어디까지나 동성을 상대하는 마음을 가져보려 하며 긴장을 풀려 하자 정말로 잠시 후에는 트레이너의 다리 위에 올려두었던 손에 느껴지는 감촉도 이성적으로 좋다기보다는 그냥 몸 좋네 정도로만 생각됬다. 트레이너의 손이 다리를 살짝 쥐기 시작할 때에도 그냥 마사지 하는 것만 같다고 여겨질때 쯤, 완전히 침착해진 듯 평소처럼 긴장이 풀린 얼굴을 본 트레이너가 이젠 여기도 괜찮겠지? 하는 눈빛으로 손의 위치를 바꿔 등 위에 올렸다. 그대로 손이 허리를 향하고 쓰다듬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조금 민망하다 싶어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 전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트레이너님은 여자친구 없으세요?"

"네? 전 왜요?"

"아뇨, 혹시 백아영 강사님하고 사귀시는건가 해서…."

"아아~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냥 친한 누나동생? 엄청 친한 누나동생 정도? 같이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가긴 하는데 사귀는건 아니에요."

…그렇게 친한데 정말 그냥 누나 동생일까? 직장 동료 정도로 끝나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더니 트레이너가 조금 노골적인 애기를 꺼냈다.

"그리고 제가 여자친구를 좀 잘 못사겨요. 여자로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에? 왜요?"

"음…이런 말 좀 야한 얘기긴 한데 어차피 다 성인이니까. 제가 그게 좀 커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더니, 가벼운 얘기를 하듯 그냥 넘겨버렸다. 동성으로서는 아무렇지 않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성으로서는 조금 긴장되어서 두 가지 기분이 섞여 좀 뭐라 말하기 힘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보니까 여자가 보통 딱 사귀고 어느정도 지나서 자려고 하면 둘중 하나더라구요. 못 잊거나 아예 피하거나. 근데 여자는 크면 남자가 좋아하기만 하지 그럴 일은 없잖아요?"

"그렇…죠?"

그러면서 내 가슴을 가리켜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내려갔다. 확실히…그런데 자지가 크면 아예 피한다는 건 뭘까? 정말로 못 넣을 것 같아서 그러는걸까…?

조금 호기심이 생긴다.  진짜 엄청 큰 자지…대물이라는건 대체 어떤 기분일지….

"자, 그럼 다시 계속할까요?"

"아, 네."

어느정도 긴장이 풀렸다고 생각한건지 트레이너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진 상태인 것 같아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하면서, 그가 손을 대도 그냥 자세 교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헬스장 파트가 제일 쓰기 힘든듯합니다...헬스에 대한 지식이 제대로 없다보니 어렵네요.

참고로 pt는 절대 저렇게 변태적이지 않습니다.

다음편을 써야 대충 헬스장 파트가 설명이 될텐데, 일단 피곤해서 이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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