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89화 (89/108)

00089 2부 =========================

"가, 갑자기 뭐에요…."

"아니, 가만히 있길래 키스하고 싶어져서…."

"으…."

섹스를 하고, 입으로 해도 키스만큼은 지키고 있었는데, 어이없게 뺏겨 버렸다.

그런데도 싫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점이 조금 충격이였다. 진짜로, 싫기는 커녕 오히려 흥분되고, 좀 더 하고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 열기가 양쪽 귀를 가득 채우고 고막에 막혀 새어나가지 못하는 것만 같다. 그대로 키스를 하면 귀에서 입까지 내려와 주지 않을까 싶은 기분.

목 안쪽에서부터 뱃속에 불이라도 지핀 것 처럼 자꾸만 열기가 올라와 가득 찬다. 얼굴이 빨개져서 포개진 손을 움찔거리자 아저씨가 다시 한 손으로 이번에는 내 얼굴을 잡아서 돌리게 하더니, 또 키스한다.

"후아, 하…쯥, 하아."

아쉬운 듯이 짧게 한번, 입술이 떨어지고 나자 머리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진짜,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걸까.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키스라는 최종 방어선이 나의 남성성을 지켜주고 있는 것만 같았는데, 그게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것만 같았다.

섹스는 기분 좋으니까 해도, 어디까지나 오락 같은 거라고 여기고 조금이나마 롤 플레잉 기분이였던게, 키스만큼은 안된다고 생각해오며 쌓아왔던 최종 방어선이, 철로 만든 벽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불만 지피면 녹아내릴 얼음벽이였던 것 마냥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핸드백 안에 용돈 조금 넣어놨거든? 아침밥 먹고, 놀고 싶은데서 놀고있어."

"에? 아, 네에…."

"그럼 이따가 볼까?"

"네, 네에."

잔뜩 상기된 얼굴로 차에서 내리니, 아저씨가 차를 몰고 갔다.

가만히 차도를 바라보며 서 있는 나를 사람들이 몇번이고 쳐다보고 지나간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머리속에 가습기라고 켜 둔 것 처럼…아니, 주전가 같은 거라고 끓이고 있던 것 처럼 뜨겁고 습한 증기가 가득 차있다.

핸드백을 든 채 멍하니 서 있던 나는 잠시 후에야 정신이 들어서 마른 세수를 하면서 길을 걸었다.

"우와아아아아…."

대체 뭐지 그건, 진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더라, 생각이 안 날 정도다. 뭐지, 대체 이게….

한번 열기가 머리를 싹 훑고 지나가니까 머리속이 백지 상태로 돌아간 것 처럼 아무 생각도 안난다.

…진짜 무슨, 머리속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기라도 한 것 같다. 입 안에서는 방금 전의 혀가 입 안을 핥는 감촉이 환각처럼 남아서 사리지질 않고, 약간의 향수 냄새도, 손의 열기도 전부 다 억지로 묶어버린 것 처럼 몸에 남아 지워지질 않는다. 아직 사라지지 않는 감각들이 계속해서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일깨워주며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방해하는 것만 같다. 정말 다른 생각을 못 하겠다. 이것도 일편단심이라면 일편단심일까?

'으…안돼, 정신 차리자.'

한 손으로 얼굴을 세수하듯이 한번 훑었다.

조금이지만 열기가 지워지는 것 같다.

그제서야 내가 내리게 된 시내 주변을 살펴봤다. 역 주변은 경수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기도 했고, 아저씨랑 만날 때면 약속장소에서 만나자마자 같이 바로 식사하러 가거나 아니면…다른 걸 하거나 해서 제대로 둘러 본 적이 없었다.

큰 도시랑은 달라도 그래도 나름 개발중인 도시 같은 느낌은 나는 곳이여서, 의외로 있을 건 다 있었다. 버거킹이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시골에는 없는 것들이 다 있다고 할 수 있지.

길을 걸으면서 알게 된 건데, 힐끔힐끔 나를 훔쳐보는 남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노골적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사람도, 먼저 앞서갔다가 뒤돌아보는 사람도 있다.

조금 이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시선이 꼭 가슴에만 고정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였다. 다리나 엉덩이 쪽에 가 있는 사람도 있고, 내가 조금 걸음이 빠른건지 걸을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을 보는 사람도 있고, 흔들리는 치마 쪽을 보고있는 사람도 있다.

부드럽게 컬이 들어간 머리카락에서 얼굴쪽을 보고 완전히 넋이 나가 있는 사람도 있는데…음, 진짜 솔직히 말해서 뭔가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장면같다.

솔직히, 기분 좋다거나 웃기다기보다는 이정도까지 되니까 무섭다. 무슨 매혹 마법 같은것도 아니고.

예전하고 다른점이 있다면 나 자신이 생각해도 옷 입는 센스가 없는 내가 대충 사 입은 옷을 대충 입고 다녀서, 몸매가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머리도 대충 말리기만 했다고 하면 지금은 아저씨때문에 좀 더 꾸미는데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사 준 옷들이 예쁜 옷 위주기도 한데다가 머리도 조금 만져보고 나왔다는 것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에 여러 장식을 한 장신구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확실히, 도로에 세워진 차 유리창에 얼굴이나 몸을 비춰보니 좀 더 여자같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예쁘긴 한데 좀 선머슴 같은, 털털한 느낌이 났다고 하면 지금은 뭔가 당당하다고 해야되나 도도하다고 해야되나? 아니, 도도하다고 하기엔 좀 그렇고…예전보다 좀 더 정돈 된 느낌이 든다.

조금 차에 얼굴을 여러 각도로 비춰보고 있는데, 선팅이 된 창문 안에서 갑자기 빛이 터져나왔다.

갑자기 뭐지? 해서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창문을 자세히 보니 차 안에서 남자가 조수석 쪽으로 몸을 내밀면서 나를 찍고있었다.

그리고 나한테 촬영하는것을 들켰다는것을 알아챈건지, 창문을 열며 말했다.

"탈래?"

"…네?"

"차에 관심 있는거 아니야? 진짜 재미있게 놀아줄 수 있는데."

…이건 무슨 신종 또라이지?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 같아서 무시하고 가니, 남자가 차에서 급하게 내렸다가 잠시 멈춰서있다가 다시 탔다.

예전에도 헌팅은 자주 당했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당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이것도 헌팅이긴 한가?

그보다 대체 헌팅은 왜 하는걸까. 아니, 한다고 해도 뭐 대사가 저럴까.

그런데 그 뒤로도 아저씨 회사가 끝날때까지 어딜 가서 놀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걸어가고 있었을 뿐인데 몇번이고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고 별로 대단한 말도 아니였다. 아저씨가 핸드백에 용돈 넣어놨다고 해서, 간단하게 삼각김밥하고 음료수를 먹을까 해서 편의점에 가니까 점원이 잠깐만 기다려 달라더니 계산하지도 않은 초코우유를 주면서 웃는 정도.

근데, 아저씨가 용돈이라고 준 돈이 생각보다 많았다. 핸드백을 열자 마자 5만원 지폐가 이정도면…10장은 그냥 넘는 것 같으니까 20장은 될 것 같은데.

편의점 알바생도 초코우유를 주면서 뭔가 말하려다가, 내가 핸드백을 열고 5만원권 사이에서 한장을 꺼내서 주니까 조용히 돈을 거슬러줬다. 그것도 계산해면서 일부러 손을 잡고 돈을 거슬러 주려고 한다거나 그런 정도.

그 뒤로도 별로 필요 없는데 계단 내려가는데 옆에서 손 잡아드릴까요? 하고 묻는다던가, 올라갈때에는 밑에서 바싹 붙어서 따라오는 남자라던가…소매치기인줄 알았는데 계단 밑쪽에서 올려다보면서 팬티를 훔쳐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뒤늦게 치마를 입고있다는게 생각나서 엄청 부끄러워졌다. 보폭도 줄어들고, 뭔가 아저씨가 아닌 사람이 치마 입은걸, 다리가 노출된걸 보고있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민망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번호를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런 사람은 진짜 양반이였다.

"저기…저 D대학 다니는 김동우라고 합니다. 진짜 아까부터 봤는데, 너무 예뻐서 제가 진짜 한눈에 반해가지고, 용기 한번 내본건데…번호좀 주시면 안될까요."

부끄러하면서도 전화기를 내밀면 그나마 거부감은 들지 않았으니까, 예의도 있어서 정말 번호 정도야 싶기도 할 정도였고.

가르쳐주지는 않아서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돌아갔지만.

좀 이상한 사람으로는 일부러 부딪히더니,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사과의 의미로 커피 한잔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진짜 바로 드는 생각이 '뭐지 이 미친놈은?' 이였다.

그보다, 진짜로 그냥 걸어가고 있을 뿐인데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많다. 벌써 4명째다. 예전에는 딱 보면 엄청 예쁘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슬쩍 지나가도 휙 하고 돌아볼 정도의 차이가 있는건가.

겨우 옷 제대로 입고, 치마 입고 머리 조금 만졌을 뿐인데….

왠지, 시선이 너무 느껴지니까 조금 무섭다. 걸음걸이도 점점 뻣뻣해지고 자꾸 주변을 신경쓰게 된다.

뭐랄까, 손 하나 드는것도 누가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

아저씨한테 예뻐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옷을 사줬으니까 입는게 예의인 것 같아서 제대로 입고 나왔는데, 다음부턴 조금 적당히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글라스라도 쓸까.

일단은 어디든지 좋으니까 실내로 들어가는게 좋을 것 같다 싶어서, 마침 눈 앞에 보인 쇼핑 센터 건물로 들어갔다. 의류 종합상가? 들어가보니 깨끗하긴 한데, 전문적으로 이런 걸 운영하는 백화점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내가 왜 여기로 왔지?'

바로 근처에 pc방 간판이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 어느순간 보니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평소의 나를 생각해보면 목적 없이 절대로 혼자서 들어와서 놀만한 그런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옷에 크게 관심도 없었고, 지금은 여자 옷에는 그래도 좀 관심이 있지만 몸에 맞는 옷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어느순간인가 반쯤 포기했으니까. 찾으면 운이 좋은거고 없으면 없는거고.

일단, 적어도 국산 의료 매장에는 어딜 가 봐도 맞는 옷이 거의 없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조금 돌아봤지만 역시나였고, 시착 거부까지 당했다.

허리가 맞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옷이 늘어날 것 같으니까 뭐, 파는 옷이 팔지도 않았는데 못 입게 되면 아되니까 당연한 얘기겠지.

그치만 입어봐도 되냐고 물어봤을때 사이즈를 묻는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여기고 저기고 진짜냐면서 가슴 밑쪽에 손을 대서 몸매를 확인해 보는건 그만 해 줬으면 좋겠다. 그것때문에 여자친구랑 같이 온 것 같은 남자나, 남자 직원 눈이 계속 쫓아다닌다.

맞는 옷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정말로, 어깨가 맞다 싶으면 가슴이 안맞고, 가슴이 맞다 싶으면 허리랑 어깨가 안맞고, 허리를 맞춰 입으려 하면 가슴때문에 옷이 늘어날 수 있으니 시착 금지고. 사실 그냥 큰 옷을 사면 입을 수야 있었지만 그렇다고 밖에서 입지도 못하는 편하기만 한 큰 옷을 사기는 싫었다. 편해서 좋긴 한데 전혀 예뻐 보이진 않는다. 그런 집 안에서 편하게 입을만한 옷은 그냥 남자일 때 입던 옷중 큰걸 입으면 되니까 필요 없다.

결국 그냥 아이쇼핑이 되서 돌아다니고있었다. 의외인건 아이쇼핑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아, 이 옷 입을 수 있으면 예쁘겠다 이런거.

…진짜로 점점 생각하는게 여자처럼 변하는 것 같아.

"어?"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가장 위에 층에 올라가니 뭔가 특이한 층이 있었다. 헬스장이랑 운동 용품이라고 해야되나? 스포츠 웨어를 파는 곳이 합쳐져있어서 스포츠 웨어만 슬쩍 봤는데, 순간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보니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E~H컵 대응 스포츠 브래지어?'

대체 이게 뭐지 해서 자세히 읽어보니까, 스포츠 브래지어라는 것 같았다. 브래지어가 맞나? 어디서 들어 본 것도 같은데.

옆에 보니 브라탑이라는 것도 있다. 마네킹이 입고 뛰는 자세로 자세가 만들어져있는데 이건 확실히 인터넷이나 TV에서 많이 봤던 기억이 났다.

근데 보기에는 둘이 별로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걸까.

가만히 보고있었더니, 계산대 쪽에서 남자 직원이 걸어왔다.

"어서오세요, 혹시 헬스장 등록하시러 오셨나요?"

"아…그냥 보고있었는데, 혹시 이거 설명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이런게 처음이라서…."

브라탑하고 스포츠 브래지어를 가르키면서 묻자 점원이 당황했다. 뭐지? 이거 파는 점원 아닌가?

"저, 죄송합니다…그게, 지금 여자 직원이 오늘 출근을 안해서, 제가 여성 상품은 잘 몰라서 설명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조금 더 얘기를 들어보니, 헬스장을 크게 해가지고 스포츠 웨어 샵을 같이 운영하면서 헬스장 직원을 스포츠 웨어 샵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쪽으로도 하고있어서, 전문 매장같이 세세하게는 모른다는 것 같았다.

판매를 하는 상품에 대해서 직원이 자세히 모른다니 황당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좀 물품들이 잡다해 보인다고 해야되나, 여러 메이커들이 막 섞여있었다.

"어, 죄송합니다. 저보다는 코치님이 더 잘 아실텐데, 불러드릴까요?"

"코치님요?"

"네, 트레이너님…."

그렇게 말하더니,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멋대로 가더니 저 멀리에서 벤치 프레스을 하고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내 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 여성 의류 관련된걸 물으니 많이 당황한건지 어느새인가 얼굴도 붉어져있고, 아마도 트레이너라고 생각되는 남자는 운동을 정리하고 몸을 일으켜서는 내 쪽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옆의 직원에게 뭔가 물어보는 듯 대화하다가, 내 쪽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어서오세요, 좀 들으니까 이 스포츠 브래지어랑 브라탑이라는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시다구요?"

"아, 네."

뭔가 근육질이다. 진짜로 이게 몸이 좋다는거구나 하고 생각할만한 그런 마초적인 체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체형은 아니지만 조금 멋있기는 했다. 여자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느끼기에 멋지다는 거였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반팔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있고, 옷은 꽤 땀에 젖어있었는데 땀냄새는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보니까 데오도란트 같은거라도 미리 뿌려둔걸까?

"사실 저도 여성 스포츠 의류를 제가 입어본게 아니다보니까 자세한 거는 잘 모르는데요. 그나마 아는건 일단 이 스포츠 브라는 안에 입는거고 브라탑은 그냥 이것만 입기도 한다는거?"

명찰을 보니 트레이너 고혁수라고 적혀있다. 그는 목에 걸친 수건을 손으로 쥐더니, 땀이 닦인 손으로 브라탑과 스포츠 브래지어를 꺼내서 나한테 건네줬다.

"만져보세요, 평소에 입으시는 옷하고 다르죠? 저도 요가 가르치는 선생님한테 들은건데, 이게 안쪽에 가슴을 잡아줘서 운동하기 좋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네? 시간은 왜요?"

"여유 좀 있으시면 실제로 한번 착용해보시는게 빠르실 것 같아서요. 지금 마침 저희 헬스장이 남자밖에 없는 시간대라 자세히 설명해 드릴 분이 없네요."

덩치에 안 맞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가 노골적이게 내 몸을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았다. 마치 아무런 흑심 없이 어디까지나 트레이너로서 몸을 확인하는 거라고 말이라도 하려는 듯이 턱을 만지면서 몸을 살펴본 그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이런 의류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평소에 운동하는걸 좋아하시나보네요? 지금 옷을 입고 계셔서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다리만 봐도…이야~진짜 감탄이 그냥."

조금 성희롱적인 발언도 어디까지나 몸에 대한 평가라는 생각에 성희롱 같은 느낌이 덜하게 느껴진다. 그보다는 헬스 트레이너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칭찬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이게 얘기하는게, 평소에 입는 속옷은 막 움직이면 가슴이 흔들려서 아프거나 한데 이걸 입으면 흔들림도 적고, 이 흔들리다보면 인대에 무리가 가는데 그것도 방지해줘서 나중에 가슴이 쳐지는것도 막아준다고…아, 저는 이 이상은 몰라서 설명을 못해드리겠네. 한번 입어보세요!"

"어, 그래도 돼요?"

"네네, 괜찮습니다. 김코치! 여자 락커 열쇠좀 하나 가져와줘!"

고혁수 트레이너가 외치자 아까 그를 불러왔던 남자가 카운터로 가더니 락커 열쇠를 하나 들고왔다. 그리고 트레이너는 내게 열쇠를 주더니, 부담 가지지 말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나를 스포츠 웨어 매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자자, 사이즈 골라서 한번 입어 보세요. 아, 지금 치마 입고 오셔서 그대로 움직여보시긴 힘드시겠네. 밑에도 이 스포츠 웨어로 나온 속옷이 있는데 여기에서 고르시고, 위에는 여기, 브라탑으로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저희 헬스장이 또 냉 난방을 제대로 해주다보니까 추울 걱정도 없고, 움직이면 열도 나고 이게 하나만 입으면 된다고 해서 다들 편하다고 하더라구요. 아, 혹시 좀 부끄럽다 하시면 헬스장에서 대여해드리는 트레이닝 자켓 있는데, 제가 몰래 빌려드릴께요. 그리고 레깅스가 요즘 유행이거든요? 여기 이거 사이즈 맞춰서 한번 골라 보시겠어요?"

"어, 으음, 아, 네에."

뭔가 순식간에 쉴 새 없이 말을 하면서 내가 입어보는게 당연한 것 처럼 되 버렸다.

입어보고 싶긴 했고, 괜찮으면 사 볼 생각도 있어서 나야 좋긴 한데 뭐랄까, 과도한 친절이 부담스럽다.

어차피 입어 보는 것 뿐이라는 생각에 내 사이즈를 찾아서 고르자, 왠지 옆에서 트레이너가 숨을 삼키는 소리를 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싶어 바라보니 두 눈이 내 쪽을 향한 채 조금 밑을 향해있었다.

…뭐지?

뭔가 의상하긴 했지만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어서 무시하고 레깅스까지 전부 다 고르고 난 뒤 트레이너를 보며 묻자 그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저기, 탈의실은 어디에요?"

"아, 아아. 다 고르셨어요? 저쪽에 여자 탈의실 적혀있는거 보이시죠? 저기로 가셔서 이 락커 열쇠에 번호적혀있는부분 센서에 대시면 문 열립니다."

트레이너가 말한 곳으로 가서 시키는 대로 하니 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거, 두 번째로 여자 탈의실 들어가 보는거 아냐?!

데이빗하고 호텔에서 수영장에 갔을 때가 머리속에 떠오른다. 전에는 정말 아줌마만 잔뜩 있었는데, 이번에는 혹시 예쁜 여자가 있지 않을까?

나는 갑자기 긴장되어서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탈의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치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하긴, 헬스장 안에도 사람이 꽤 적었고, 지금 시간이 상당히 이른 시간이다보니까 이 시간에 평범하게 직장에 가 있는 직장인들도, 학생이나 그 외 신혼 유부녀 등도 없는 것 같았다.

아까 본 바로는 지금 헬스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왠지 백수가 아닐까 싶거나 운동 열심히 하는구나 싶은 남자 몇명이 다였다.

그런 시간이다보니까 여자 직원들도 아직 안 온 걸까.

차라리 아줌마들 몸 보며 여자 탈의실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열쇠에 맞는 번호의 락커를 열고 옷을 벗어 안에 비치된 옷걸이에 걸어 정리한 뒤, 핸드백도 안에 넣고 들고 온 스포츠 웨어로 갈아입어 보았다.

"으으음…."

뭔가, 이…브라탑이라고했나? 브래지어 입는 방법이랑 달라서 좀 어떻게 입어야 할 지 모르겠는데….

크다보니까 조금 안으로 넣기 힘들다. 원래 이런 식의 옷인지 약간 조여들면서 가슴을 잡아주는 느낌이였는데, 생각보다 조금 갑갑하다고 해야되나, 그렇다고 그렇게 갑갑한 건 아니고 조금 압박감이 느껴지는 정도?

열심이 손을 놀려 브라탑 안의 가슴을 정리해 입은 나는 스포츠 여성 이너웨어 팬티라고 적혀있는 팬티로 갈아입고, 회색 레깅스까지 입었다.

뭔가, 약간 느낌이 왔다.

아, 이거 늘어났다…이거 분명 이제 나 말고는 못입어.

딱 엉덩이까지 올린 순간 옷이 쭈욱 늘어나면서 내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왔다. 이건 사야겠네….

그리고 브라탑도, 이것도…사야되겠지?

뭔가 그냥 입어만 보라고 해서 입어봤는데, 스포츠 웨어니까 좀더 유연성 있고 복원력도 좋겠지 했지만. 갑자기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막 들기 시작했다.

한번 사람 몸에 맞춰지면 그 형태를 기억해주는 그런 첨단 기술이 적용되어있지 않을까?

일단, 입은 모습을 좀 봐야겠지 싶어서 트레이너가 건네준 헬스장 회원용 트레이닝 자켓을 위에 입고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탈의실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트레이너가 내가 나오자마자 나를 보더니 입을 쩌억 벌렸다.

나는 내 나름대로 헬스장 거울에 몸을 비춰보고 있었다.

"…이거 좀 야한거 같은데."

뭔가 생각보다 훨씬 엄청 야하다.

레깅스나 브라탑을 마네킹이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노출이 심한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정도까지 야할거라고 생각은 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야하다.

레깅스가 하체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도 그렇고…한번 슬쩍 트레이닝 자켓의 지퍼를 내려서 앞부분을 열어보니, 커다란 가슴을 겨우 감싸 모아서 가슴골이 브라탑 위쪽으로 모여지며 나와 가슴골이 진하게 생겨져있다.

왠지 운동복을 입었다고 생각하니까 머리를 묶어보고 싶어져서, 컬이 살짝 들어간 머리를 모아서 뒤로 묶듯이 손으로 잡아보니 꽤나…음….

엄청 야한 운동선수 스타일 컨셉의 av배우같다.

뭔가, 생각하고 너무 다르다. 몸이 워낙에 야해서 그런가…거기다가 왠지 그렇게 딱 잡아주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나때문에 늘어났을테니 사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훨씬 별로일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일단, 실제로 어떤지는 봐야 할 것 같아서 제자리에서 줄넘기를 넘듯 뛰어보니, 갑자기 생각이 확 바뀌게 됬다.

"어? 우와?"

뛰면 뛸 수록 감탄하게된다. 가슴이, 가슴이 진짜 엄청 안흔들린다.

뭐지? 이렇게 안 흔들릴 수 있나? 감도가 약하긴 한건지 뛰거나 해도 진짜 죽어라고 아프진 않았지만 아프긴 했는데 이건, 어…느낌이 있긴 한데 통증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정도? 진짜, 안정감이라는게 이런 거구나.

이정도면 막 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지, 진짜 단거리 달리기 하듯이 뛰면 못 버틸수도 있겠네.

일단 줄넘기 하듯 뛰는 정도는 하다가 멈춰도 멀쩡했다. 컵 같은것도 그렇게 가슴 형태에 맞춰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딱 모아주는 느낌이였는데 자리에서 벗어나거나 하는 정도도 적었고.

이것이 스포츠 웨어, 인체공학의 힘인가….

"어, 어떠세요? 한번 입어 보고 실제로 움직여보니까?"

"우와, 이거…이거 좋아요! 우와, 신기해."

뭔가 가슴은 구속됬는데 그 대신 신체 전체의 해방감이 늘어난 것만 같다. 이야, 가슴이 이렇게 해로운 거였구나! 그보다 거유여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신이 나서 거울에 가슴을 비춰보며 브라탑이 어떤 형태이길래 이럴 수 있는지 관찰하고 있었더니, 왠지 거울에 비쳐진 모습에서 뭔가 이상한게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헬스장 안에 있는 남자들이 전부 다 나를 보고있었다. 정확하게는 지금은 나 말고는 다 남자들밖에 없었으니까 헬스장 사람 전체가.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보니 다들 갑자기 자기가 할 걸 하는 척을 한다. 그런데 뭔가 동작이 크고 힘이 세 보인다. 허세라도 부리는 것 처럼.

일단, 이건 사야지. 사고 딴데 가볼까 해서 웃는 얼굴로 트레이너를 보니 트레이너가 갑자기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잠시만 와 주실수 있을까요?"

"네?"

"조금 권유하고 싶은게 있는데, 잠시만 PT룸으로…."

"…권유요?"

"아, 이상한게 아니고…여기서 말씀드리기는 그런데 이 옷 전부 다 공짜로 드리고, 오히려 헬스장에서 돈도 드릴텐데…잠시만."

…이상한게 아니라고 하는데 뭔가 들을수록 이상하고 수상해 보인다.

그래도, 설마 이런 곳에서 뭔가 일이 터지겠어, 거기다가 꽤 친절하게 옷도 설명해줬는데….

그리고 솔직히, 공짜에 돈까지 준다는 말이 조금 혹해서 따라간 나는 PT룸이 뭔가 헬스장 사무실은 저렇게 부르나 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걸 알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되나, 개인 헬스장 같은 느낌의 방이였다.

바닥에 매트? 요가매트 같은게 깔려있고, 아령이랑 윗몸일으키기 대 같은 간단한 운동기구만 있는 작은 방.

심지어 입구는 유리문이였는데, 유리도 불투명했다.

들어가자마자 헬스장 전체에 틀어져있던 음악소리가 크게 줄어들은게, 방음 설비같은거라도 되어 있는 것 같다. 뭔가 개인실 같은곳으로 끌려온 것 같아 더 수상해져서 도망가야되나 비명지를까 하고있는 내게 왠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리는 목소리고 트레이너가 말했다.

"…헬스장 회원 가입 안하실래요?"

"네?"

============================ 작품 후기 ============================

잘 모-> 잘 모르는데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있다가->이따가 수정했습니다.

처음 탈의실을 가본 줄 안다-> 데이빗하고 가봤던 걸 확인하고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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