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8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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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멜로디로 잠에서 깨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실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샤워를 하러 들어가니 잠시 뒤 아저씨가 따라 들어와 같이 씻었다.
진짜, 너무 당연한 것 처럼 되 버렸다.
어젯 밤의 흔적 때문에 호텔 시트가 잔뜩 널브러져있어서 조금 민망했지만, 호텔 직원이 원래 이런 일을 하는거라고 생각하면서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하며 머리를 드라이하며 의도적으로 손으로 살짝 꼬아 컬을 넣어본다.
진짜 대체 이 머리는 무슨 구조인지, 이것만으로도 컬이 생긴다. 잠깐 약하게 생기는게 아니라 찰랑찰랑하면서도 그 형태가 고정되는 식으로. 말이 되나 이게.
나야 편하니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제와 다르게 약간 곱슬머리가 되게끔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는다. 민트색의 레이스가 들어간 브래지어와 속옷도, 갈색의 짧은 주름치마도, 베이지색 스웨터도 전부 아저씨가 어제 사 준 옷이였다.
마지막으로 핸드백에, 새로 사준 핸드폰까지….
양말도, 신발도…진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저씨가 사준 물건으로 도배되어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뒤에서 바라보면서 정장을 차려 입은 아저씨가 뭔가 내가 지금 자기가 사준 옷만 입고있다는 것에 소유감? 독점욕? 같은거라도 느끼는 건지 되게 만족스러운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대로 뒤에서부터 나를 끌어안더니, 약간 까칠한 수염을 목에 댄다.
"회사 가기 싫다…."
"우왓! 면도! 면도 안했죠!"
"음? 차에 전기면도기 있어서, 그걸로 하려고 하는데."
"까칠까칠해…."
우와, 이 느낌 진짜 으으으
손으로 턱을 막았더니,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한 손에 넥타이를 들고 눈 앞에 들어올렸다.
"매줘."
"네, 네. 이리 줘요."
익숙하게 넥타이를 매주고, 꾸욱 눌러서 목을 약간 조이자 답답한 듯이 아저씨가 넥타이 틈에 손가락을 넣어 약간 느슨하게 한다.
근데…왜일까.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뭐지?
음…뭐지, 뭐가 달라진거지.
아, 잔주름이 사라졌다. 약간 보였었는데.
"관리 받았어요?"
"무슨 말이야?"
처음 봤을 때 부터 나이랑 안 맞는 동안이여서 진짜 관리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는데, 관리하면 주름도 없어지는구나….
연예인들이 늙지 않는 이유가 있었어.
어제 산 물건들을 양 손에 들고 나가자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직원이 짐을 대신 들어주며 따라왔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받고 사는구나 싶어서 신기하다.
그대로 아침 식사를 호텔 안의 식당에서 간단하게…아저씨가 출근해야 하지만 않았어도 앉아서 하나하나 먹어봤을 텐데 아쉽게도 그럴 시간이 없어서 정말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나왔다.
차 트렁크에 짐을 다 싣고 나자, 아저씨가 능숙하게 주차된 차를 빼내고 운전하기 시작했다.
"일단 짐은 다 차 안에 두고, 어디 내려줄까? 회사 끝나면 연락할테니까 그때 어디서 잘 지 찾아보자고."
"음…그러면, 시내? 그냥 시내 돌아다니면서 놀고있을께요."
"희연씨 전에 채팅방에서 한국에는 잠깐 온거라 또 나가야된다고 했었지? 그렇게 오래 있을 건 아니다보니까 원룸같은걸 구하기는 힘들거야. 장기 투숙이여도 괜찮겠어? 아니면 같이 살까?"
"네에?! 같이 살다뇨…그러다가 가족이라도 오시면 어떡해요."
"그게 문제긴 한데…음,"
아저씨는 뭔가 내 상황상 호텔이나 모텔 같은 곳에 방을 구해 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곳에서 재우는게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모텔이 어때서…아니, 확실히 호텔보다 조금 야한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숙박도 할 수 있는 숙박업소인데.
그리고 사실 생각해보면 매일 밤마다 아저씨랑 섹스하니까 모텔이 더 편하다….
"그리고 그냥 방 구해주는것보다 모텔이 더 좋아요…매일 할거잖아요."
"으, 음…그러네."
생각한걸 그대로 말했더니, 아저씨도 나의 엄청난 설득력을 느낀건지 모텔 장기투숙으로 마음을 굳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가만히 차를 타고 가며, 나는 어제 확인 못한 아이폰 7을 이것저것 설정해보고있었다. 우와, 요금제가 데이터 무제한이야. 핸드폰으로 영화도 볼 수 있겠다.
원래 내 핸드폰보다 훨씬 좋은 기종이다보니 익숙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일단 가장 필수적인 메신저부터 깔고. 아, 아저씨 번호 벌써 등록되있네. 유호열이라고 적혀있다. 이름 바꿔야지.
연락처에 유일하게 등록된 이름을 아저씨로 바꾸고 있었더니, 당사자가 옆에서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오늘 초대남말인데."
"네에?"
"괜찮겠어? 이렇게 정말 하루도 안 쉬고 불러도? 무리하는거 아니지?"
무슨 의미인지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다. 뭐가 괜찮냐는거지….
"나야 솔직히, 희연씨가 한국에 계속 있는게 아닌걸 알다보니까 급해져가지고 계속 이것도 하고싶고 저것도 하고싶고 한데, 그런거 자꾸 다 받아주려고 무리하는건 아닌가 해서."
"그런게 걱정되요?"
"아무래도 그렇지. 어제 처음으로 그런 쪽에서 다른 사람 불러서 잠자리 가진건데, 뭔가 마음 정리할 시간같은거 필요하진 않아?"
전혀, 진짜 네버 낫씽 필요 없다. 놀라울 정도로. 오히려 진짜 놀랄 정도로 기분 좋았어가지고 처음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게 되고 있는 상황인데.
아저씨가 원하는 거니까 아저씨한테 미안해 할 것도 없고, 오히려 아저씨가 막 흥분하는거 보면 나도 흥분되고 기분 좋고, 나한테 해준게 너무 많다보니 이렇게라도 나도 뭔가 해주고싶고, 그리고 뭣보다 진짜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아서 나도 이젠 조금 기대도 된다. 다음엔 얼마나 흥분될까 하고.
…아저씨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긴 한데, 애초에 다른 남자랑 섹스한다고 해서 아저씨한테 미안해 할 관계같은것도 아니고.
그치만 그게 음…진짜로 이런거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꽤 이해된다. 아저씨 성벽이 이런거니까 어쩔 수 없는거잖아? 그리고, 그게 나도 기분 나쁘거나 그렇지도 않았고 오히려 엄청 좋았으니까.
이런걸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까 실제로 섹스할 때의 속궁합도 무지 좋다…그래서 내가 이렇게까지 되 버린 것 같지만, 정말로 속궁합이 좋다.
"전혀요, 음. 솔직히 이상한 말같긴 한데, 처음에는 저도 좀 긴장되고 아저씨가 좋아하니까 한다는 생각이 컷는데 어제 너무 좋아서 더 하고싶…은게 아니라 으으음…뭐라고 해야되지이."
아, 이게 참…진짜 뭐라고 설명 할 수가 없네….
"그리고 어제 하고 오늘 하는것도…솔직히 저도 아저씨 원하는거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받아주는게 없는 건 아닌데, 걱정 안 해줘도 돼요. 그게…음…."
진짜 뭐라고 말을 해야 될 지 모르겠다. 나도 좋은데, 아저씨가 좋아하는걸 봐도 좋고, 섹스도 좋고, 어제는 엄청 기분 좋았고, 초대남 같은 것도 그렇게 크게 거부감 드는 건 아니고, 오히려 아저씨가 원하는 거니까 해주고 싶고, 근데 그게 이제는 나도 좀 호기심이 생기게 된거고. 사실 매일매일 초대남 부르고 싶다고 해도 난 괜찮고…머리속의 생각을 정리해서 상대가 이해하도록 말해준다는게 이렇게 어려운거구나.
"아…그러니까! 아저씨가 저 아저씨 취향대로 조교해버린다고 했잖아요. 지금 잘 조교되고 있는 상태에요. 그러니까 그런거 걱정 하지 마요."
…말하고 보니 말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맞는 말 같기도 한데.
"크큭, 크크크크…."
"웃지마! 웃지 마요?! 왜 웃는건데요! 나 진짜 방금 어떻게 말해야될지 엄청 고민해서 정리해서 말한건데, 웃지 마요! 아니, 운전하면서 웃지 마요 진짜로, 위험하잖아!"
웃으면 내가 엄청 창피해지잖아! 그리고 진짜로 운전하면서 웃다가 고개를 몇번인가 옆으로 돌려서 무서웠다.
나도 내 나름대로 아저씨가 미안해 할 것 없다고 하려고 한 말이였는데 계속 나만 보면 웃고 그래서 삐질 것 같았다. 이 정도로 삐질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정도로 넒지도 않다.
얼마 가지 않아 시내에 도착해 아저씨가 도보 옆에 차를 멈춰세웠다. 그때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 내 손을 잡더니, 왠지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젊어진 것 같은 얼굴로…아니, 잠깐만.
문득 시야 구석에 아저씨가 딸과 둘이서 찍은 것 같은 사진이 들어왔다. 사진을 보고 아저씨를 다시 보자, 진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진짜로 젊어진거 같은데?
어? 뭐야 이거? 잠깐만, 응?
진짜로, 확실히 알겠다. 아까는 조금 위화감 정도만 들었는데 정면에서 눈을 마주치자 정말 확실히 느껴졌다.
새치같은게 드문드문 보였는데 전혀 보이지 않고, 자잘한 주름이 없어진 것 뿐만 아니라, 피부가 전체적으로 정말로 젊어져있다. 어제 만났을 때와 비교하는게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했을때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외모를 생각해보면 뭔가 고생을 한 것 처럼 사진 속의 얼굴보다 좀더 나이들어보였는데, 지금은 비슷한 정도다.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랑 만나면서 그 잠깐 사이에 젊어졌다고밖에는 생각 할 수 없었다.
뭐지? 진짜 무슨 채음보양인가…?
진짜로, 이건 관리로 어떻게 되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싶다. 내 손을 덮고있는 손만 봐도 전에는 좀더 힘줄이 튀어나와보였는데, 지금은 피부가 좀 매끄러워진 느낌이 든다. 전에는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였다고 하면 지금은 초중반정도로 보인다.
'대체 뭐지? 혹시 진짜 젊어진거라면, 나랑 섹스하는 남자는 젊어지는건가?'
그러고 보면 말투도 뭔가 요즘 아저씨 같지가 않다. 처음 봤을때는 진짜 아저씨같이 그렇구만 같이 얘기했는데 요즘은 날이 갈 수록 말투가 젊어 보이는 것도 있고. 아니, 이건 상관 없나? 그냥 나랑 지내니까 말투가 젊어지는 걸수도…그러면 그냥 젊어 보이는 것도 말 그대로 채음보양 같은 것 뿐일까?
아니 그게 아니라, 생각해보면 그런 정도로 설명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어제 밤에만 해도 생각해보니, 아저씨 몸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했고. 전에는 조금 나이에 비해서 몸이 좋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정말로 몸이 좀 좋은 정도. 건강해진다고 해야되나…그러고 보면 나랑 하는 남자들은 전부 다 정액을 사정하는 양이 엄청났는데, 그게 뭔가 건강하고 관련이 있거나 한 건 아닐까. 어, 혹시 정력이 좋아지는건가?
뭔가, 갑자기 내가 변하는게 정말로 여자가 맞기는 할까 싶어진다. 혹시 여자는 여자인데 인간은 아닌 뭔가가 아닐….
"읍?!"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내 입술에, 갑자기 아저씨의 입술이 닿아 눈을 크게 뜬다.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냥 평소처럼 끌어안으려는 건 줄 알았는데, 머리속이 문득 든 생각에 가득 찬 사이에 어느새인가 입술까지 닿아있었다.
그런데 깜짝 놀라면서도 뿌리치기는 커녕 갑자기 머리속이 뜨거워진다. 다시 한 번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고개를 젖히는 모습에 저절로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가 위로 젖혀진다.
"후, 후응…흐…쪽."
"하아…쯥…."
농후한 어른의 키스, 혀가 입 안으로 들어오며, 기다란 혓바닥을 간질이면서 끌어올리자, 나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버린다. 그대로 입술이 길게 내밀어진 혀를 살짝 오물거리고는, 다시 집어 삼키듯 입술을 맞춰온다. 숨이 막힐 것만 같아지면서, 머리속이 멍해진다.
긴장했던 몸이 이완되면서, 눈에 물기가 가득해진다,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것 처럼 뱃속이 스위치가 들어오듯 찌잉 하고 울리고 입 안에 침이 고이면서 단 맛이 맴돌기 시작한다.
"후, 후아, 하…."
천천히 입이 떨어지고 나서야 아저씨의 얼굴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니, 왠지 점점 심장이 빠르게 뛴다.
왜 이러지…진짜로, 진짜 갑자기 여자가 된 것 처럼 몸이 반응한다. 여자긴 했지만, 정말 엄청나게, 진짜 나 지금 여자구나 하는걸 머리속에서 마구 새겨 버릴 정도로.
조금, 두근거린다. 까칠한 수염도 전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몸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자극으로만 느껴졌다.
'아…이거, 첫키스….'
뒤늦게, 여자일 때 키스한 게 처음이라는게 떠올랐다. 남자 상대로 하는 키스는 처음이구나 하면서도 전혀 이상한 기분이 안 들었다.
마치 원래 이게 당연한 것 처럼, 진짜로 완전히 처음부터 여자였던 것 처럼 반응해버리면서, 멍하니 번들거리는 입을 벌린 채 아저씨의 손에 덮힌 손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 작품 후기 ============================
애초에 2부는 처음 시작할때 말했듯 여자인 채로 오래 있으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이였습니다.
지금와서 얘기하자면 그게 함정이지만요.
힌트는 1화 등을 수정하면서 예전에는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거의 없으나마 했던 힌트가 이제는 어느정도 있습니다만, 사실 나머지 화도 수정을 좀 해야 복선이 보여서 지금 내용으로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을수도 있습니다.
그런거 신경 안쓰시고 읽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이 소설 자체가 처음 쓸 때부터 딱히 스토리가 크게 상관 있는 내용은 아니였습니다만, 주인공의 변화하고는 조금 상관이 있는 정도밖에 안됩니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건 사실 그런게 아니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