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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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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앞의 시계탑. 유동인구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정말 평범하게 그냥 걸어가는 것 뿐인데 노골적이게 느껴지는 시선도 이젠 익숙해졌다. 그냥 길만 거도 다들 쳐다본다. 아주 가끔씩 군인도 보이는데, 정말 눈을 아예 떼지를 못한다.
이상할정도로, 바로 옆에서 남자들이 지나가거나 하는 일은 많은데 여자들은 조금 떨어져서 걷기까지 한다. 여자들은 밀어내고 남자들은 끌어당기는, 남자는 N극이면 여자는 S극이라도 되는건지 나한테 다가 오지를 않는다.
그렇게 시선을 느끼며 시계탑 앞까지 가자, 아침에 봤던 양복을 그대로 입고있는 사람이 보여 걷는 속도를 빨리했다.
약간 뛰면서 시계탑 쪽으로 가자 남자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인다. 출렁출렁 하고 크게 흔들리는 가슴에,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아저씨도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주변 사람들의 시야가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렸다가 깜짝 놀라고 있었다.
"언제 왔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어? 응? 아, 아니. 지금 막 왔지."
"하아…."
목소리만 들었는데도, 순식간에 뱃 속이 뜨거워진다. 어젯밤 일이 떠오르면서 열이 올라온다.
이런 아저씨한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이런 반응을 한다는 게 정말 이상하다는건 아는데도 저절로 몸이 반응해버린다. 앞에 서 있기만 할 뿐인데 여자의 몸이 발정해버린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내 얼굴로 향하는게 느껴졌다. 야릇하게 붉어진 볼에 순식간에 물기에 젖은 눈, 살며시 꼬는 허리. 아무리 봐도 암컷의 얼굴이 분명한데 그 대상은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다. 대체 왜? 하고 의문을 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 하나 둘씩 보이자, 오히려 그게 기분이 좋게 느껴졌다. 나랑 아저씨의 관계를 의심당하고 있다는게 흥분이 된다.
"저기…그럼 어디 갈래요?"
뭐 먹으러 갈거냐는 질문이 아니라 어디를 가고 싶냐는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건지 아저씨가 나이에 맞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솔직히 이대로 그냥 흥분해서 모텔로 가자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젯 밤 처럼 잔뜩 섹스하고 싶다. 섹스를 한다기보다는 섹스를 당한다고 해야하나. 싸고싶은 만큼 보지 안에 정액을 싸게 해 주고 싶다….
점점 열이 올라서, 젖은 눈으로 아저씨를 가만히 보고있자 아저씨는 침을 꿀꺽 하고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얘기좀 하지. 근처에 카페 있나? 아니, 카페보다는 뭔가 좀 둘이 애기할 만한 데로 가지."
"아, 그러면…아까 오면서 보니까 룸카페 있던데, 거기로 가실래요?"
"룸카페?"
"개인실이 있는 카페에요. 안 가보셨어요?"
오는 길에 조금씩 흥분이 되는 바람에, 주변에 있는 가게들을 보면서 망상같은걸 하면서 와가지고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에 여자친구랑 룸카페에 가서 막 다리를 만지거나 이것저것 스킨십을 한 적이 있는데, 카페면서도 카페같지 않은 묘한 공간이였다. 십대들의 일탈장소 같은 느낌이기도 했고.
"음…그럼 거기로 갈까."
"네! 그러면 일단 카페에서…아, 커피 괜찮아요? 분명 홍차같은것도 있을거에요."
"일단 밥 안 먹었으면 거기에서 샌드위치나 케잌 같은것도 시키지. 있나?"
"있을걸요? 요즘 카페면 다 있으니까."
그대로 조금 걷자 얼마 안 되서 룸카페가 보였다. 2층에 위치해 있는 카페로 계단을 통해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 두 명으로 이루어진 점원들이 바쁘게 커피를 내리고 있다가 인사를 했다.
"어서오세요."
"음…저는 모카 핫으로 하나하고, 어떤거 드실거에요?"
"응? 음, 커피는 너무 마셔서 좀 싫은데. 오렌지 쥬스 있구만. 저걸로 하지."
"네, 그거랑 또…케익, 이거 레몬커드 있는 이거 하나만 주세요."
케익은 언제나 옳다. 아주 먼 옛날부터 나는 케익의 노예였다. 이름은 몰라도 모양이나 크림 형태를 보면 맛은 아는 케익이 한두개가 아니다.
레몬 커드가 올라간 타르트를 주문한 나는 그대로 점원이 안내해주는 대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벽이 쳐져있기는 하지만 불투명한 유리는 일부가 투명해서 안에서 뭐가 하고 있는지 보려면 볼 수 있는 상태였고, 벽면은 어느정도 음성 차단은 되지만 완전히는 되지 않는 미묘한 소재였다. 벽이긴 한데 좀 얇다고 해야되나.
반월형의 테이블이 하나 있고, 마찬가지로 C자 모양의 소파가 있는 방이였다. 마주보고 앉다가도 쉽게 바로 붙어 앉을 수 있는 룸이 설계 의도를 짐작케한다.
방 안에 들어가고 점원이 음료를 가져다 주냐, 아니면 가지러 오시겠느냐는 질문을 해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뒤, 아저씨와 대화를 시작했다.
"저, 저기…그…오, 오늘 회사는 어떠셨어요?"
"으응? 어, 뭐…평소랑 같지."
"어떤 일 하는거에요? 프로그래밍 같은거라고 하셨죠?"
"음…그렇긴 한데 나도 사장이긴 사장이라서 그렇게 일하지는 않아. 실적이 중요하지."
"그런데, 사장이면 회사 안 나가도 되는 거 아니에요?"
"민감한 질문이네, 흐음. 솔직히 말하면 안 나가도 되기는 하지. 그런데 나 같은경우에는 일부러 여기 실적 올리려고 출장같은걸 온거라서 어쩔수가 없어. 좀 복잡하기는 한데…뭐, 회사에서 하자는 대로 따라야지."
"사장인데도 마음대로 못해요?"
"희연씨는 아직 대학생이였지? 음…말하자면 너무 복잡해 지기는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사장 위에도 회장이 있지? 그 외에도 이사진들이 있고 한거야."
그 뒤로 계속되는 설명을 대충 들어보니, 계열사 사장인데 어느 회사인지는 비밀이고, 뭔가 프로젝트 때문에 보안차 여기로 내려와서 진행중인걸 실적 올리고 감시 할 겸 자기도 온 거라고 한다. 왜 그럴 필요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내가 회사에 대해서 아는게 워낙 없어가지고 이해를 하려는 기본지식부터가 부족하다.
그러고 보면, 여자인 채로 살면 나는 평생 일 할 걱정은 없지 않을까? 솔직히 이 정도 외모면 어디 왕족이건, 대기업 회장이건 이사건, 그 아들이건 마음만 먹으면 꼬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마음은 없긴 하지만 정말 하려고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데렐라 스토리.
그렇게 회사 얘기를 좀 듣고있자 내 얘기도 물었지만, 보안때문에 자세히 말해줄 수 없다고 하던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나도 자세히 말 해 줄 수가 없었다. 일단 여자인 나는 내 대학에 이름이 없을테고, 어찌보면 부모님도 없고, 가족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말하자면 완전히 없는 사람 같은거였으니까.
지금 당장에라도 경찰한테 걸리거나 하면 난 TS스톤으로 남자로 되돌아가 도망 갈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아, 아하하…그게, 저도 조금 이것저것 말 못할게 많아서…지금 좀 말하기 어려운 상태에요."
"전에 돈 없다고 말한거랑 관계 있어? 부담가질 것 같기도 하고 자랑하거나 할 생각은 없어서 말 안했었지만, 희연씨라면 조금 알아봐가지고 해결해 줄 생각은 있는데."
…주민등록증 같은걸 허위로 발급받는것도 가능하려나?
뭔가 안 될 것 같기도 한데…가만 생각해보니까 이 아저씨 뭔가 얘기하는걸 들어보면 큰 기업의 사장님 같기는 하다.
그 정도 파워면 될 지도 모른다. 한국은 꽤나 빽이 중요한 나라니까. 어느 나라든지 다 똑같지만.
"…나중에 정말 어려우면 부탁할께요."
정말 만약에라도 경찰에 걸릴 일이 생기거나 하면, 아저씨한테 전화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일단은 전화번호를 알아봐야겠지 하고있는데, 아저씨가 뭔가 고민하는 듯이 지갑을 손에 쥐었다 놨다 하더니 지갑을 열고 명함을 건네줬다.
"일단은, 우리 관계가 좀 이상한 것 같기는 한데 정말 뭔 일 있으면 연락해. 도와줄테니까."
"앗, 네 고맙습…."
명함을 받으며, 읽어보니 상상도 못한 기업이 적혀있었다.
어라? 이거 분명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말해도 유명한 대기업 아니였나?
어라라, 이상하다.
뭔가 직함이 많다. 평범한 명함하고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게, 커다랗게 대기업 로고가 박혀있고 밑에는 다른 회사들 로고로 보이는것도 좌라락 있다. 그리고 직함은 사장, 대표, 대리인 어쩌구저쩌구. 뭐지, 명함이라는게 이렇게 자기소개서 같은 거였나.
"이게 업무용 전화고, 혹시 안 받으면 이 전화로."
그렇게 말하면서 볼펜으로 다른 전화번호를 명함에 적어줬다. 뭐지? 뭔가 나 무지막지한 사람하고 대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데.
이런 사람이 왜 그런 채팅방에서 그러고 놀고있던걸까. 막 허허허 여고생 팬티라 나도 참 좋아하지 같은 말이나 하고 놀고.
이 사람의 직위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로 가능할 것 같은데. 백만원으로 여고생 뺨을 때리며 '팬티 벗어.' 라던가.
아,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봐 채팅방에서는 무슨 일 하고, 어떤 자리에 있는지 말 안 하고 다니는건가.
"그러고보니까 희연씨는 전화같은것도 안 들고다니고, 지갑도 들고다니는걸 못 봤는데…백 같은 것도 안 들고있고. 뭔가 이유같은게 있나?"
"아, 음…아하하. 집이 어려워가지고?"
말하고 보니 이것만큼 말도 안 되는 답변이 없다. 집이 어려운데 유학생이라니. 그게 말이 되나.
"음…."
그런데 그 황당한 말을 듣고 아저씨는 뭔가 생각할 게 있는건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 도중, 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유리문을 열며 남자 점원이 주문했던 카페모카와 오렌지 쥬스, 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곧바로 나갔지만 시선이 계속 내게 고정되어있다. 이 사람 아까 분명 안쪽에서 열심히 커피 내리고 있고 여자 점원이 주문을 받아주고 커피 내가고 했던 것 같은데 설마 일부러 온건가?
가만히 뭔가 생각하고 있던 아저씨는 오렌지 쥬스를 한모금 마시고 내려놓더니,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있는 내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어제는 미안했어, 내가 할 말이 없네."
"…에?"
"내가 자제를 했어야 하는건데, 술에 취해서 그런건지 너무 흥분해가지고 실수를 한 것 같아."
…실수?
그게 실수? 어 그러니까. 나를 잔뜩 괴롭히고 매달리게 해서 몇번이고 절정에 보내가지고 미쳐버릴 것 같이 해준게, 잔뜩 질내사정 하고 자지 박아달라고 조르게 한게 실수…?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라서 대답을 못 했다. 왜 사과를 하는거지? 아니, 사과를 하는게 맞나…?
"굉장히 희연씨가 민망할 법한 말을 시켜가지고는 동영상도 찍었었는데…원한다면 삭제해 줄께. 내가 괜히 희연씨가 꽃뱀이 아닌가 하는 의심만 해가지고, 그것도 미안하고."
"아, 아뇨…그게, 어…시, 실수…아하…꽃뱀…어…."
제대로 대답도 하지를 못했다. 눈을 마주칠 수도 없을 만큼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되서 시선을 피하고 있다가 한번 시선을 돌리니 뚫어질 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가 보인다. 관찰이라도 하는 듯한 눈빛이다.
그런데 꽃뱀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꽃뱀이라니.
뭔가 있을 법하다 싶은 이해도 가지만, 아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시금 들어보니 좋은 기분은 아니였다. 이해 할 수는 있지만….
"저기, 어…괜찮아요. 아저씨가 납득 할 때 까지 삭제 안해도. 불안해가지고 찍었던거잖아요? 충분히 이해해요."
"흐음…."
그런 내 대답에 아저씨는 또 뭔가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오렌지 쥬스를 한번 더 마시고는 물었다.
"일단은말이야. 내가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희연씨는 어떻게 하고싶어?"
"네?"
"내가 결혼 한데다가, 딸까지 있는건 희연씨도 아는 사실이지. 그렇지?"
"네…."
"우리 관계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는거 알지?"
그야 안다. 그런거야 당연히 다 이해하고 있다. 애초에 연애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뭘 원하는건지 확신이 없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아저씨는 가만히 앉은 채 두 손을 깍지끼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말했다.
"후우…일단, 나도 회사에서 고민을 좀 많이 해봤는데말이야. 우리 일단 서로에게 솔직해지자고. 솔직하게 대화해보자."
"에? 네…."
"일단 나부터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복잡한 심정이야. 희연씨랑 이러면 안 될 것도 알고 그럴 나이가 아닌것도 아닌데, 솔직히 오늘 하루 종일 희연씨 몸만 생각했거든."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다. 솔직히 말한다는게 이런 의미였던건가? 마치 말로 애무를 하기 시작하는 듯한 노골적인 말에 나도 모르게 두 다리를 비볐다. 그대로 아저씨는 자신의 입장을 내게 계속해서 설명해줬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데 난 솔직히 우리 둘이 연애를 한다거나 하는건 어렵다고 생각해. 일단 내 입장이 있지. 나로서는 희연씨랑 그렇게 된다면 환영이지만 희연씨 입장에서도 힘들테고."
갑자기 말을 끊고싶어졌다. 대기업의 사장이나 회장이라는건 보통 사회 사람들 모르게 삼처사첩을 두며 사는게 아니였었나? 궁금해지긴 했지만 그런걸 대 놓고 물어 볼 수야 없다.
"그렇다고 나도 우리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하는걸 바라지는 않아.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말하기 전에 우선 희연씨 생각부터 들어보지. 괜히 내가 말하면 강요하는 것 처럼 될테니까."
"어…저는…."
나는 일단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기로 한데다가 정말 입에 발린 말이라기보다는 뭔가 정말로 나를 배려해서 내가 원하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였다. 자신의 의견과, 자기가 원하는 요구를 말하면서도 내 입장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 사실이 왠지 조금 마음이 편해지게 되서 생각하고 있는 걸 그대로 말할 수 있었다.
"솔직히…저도 아저씨 입장 다 이해해요. 아내분도 있고, 따님도 있고…남자니까, 가장이니까 이런 일로 가정을 잃고 싶지는 않겠죠. 꽃뱀이라고 의심하는것도 그래서 이해 할 수 있어요. 연애라던가 그런것도,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정말 솔직히 말하면…저도 연애는 별로 원치 않구요."
"흐음."
"저기, 저도 조금 어제 일로 관계를 끊는다거나 하는건…그러니까 연락을 끊는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해요…저희 만난거야 얼마 안됬지만 채팅에서 무지 오래 얘기했잖아요? 그런것도 있고. 그러니까, 나이는 차이나지만 친구 같은 느낌이고."
"그렇지."
"그리고…솔직히 제 잘못도 없는건 아니니까요. 가슴 보여준것도 어찌보면 제가 아저씨 흥분시킨거고, 거절도 안했고…오히려 시키는 대로 다 했고…."
"…음."
"…아저씨는 어떡하고싶어요?"
말하다 보니, 결국 나도 도중에 내 의견을 말할 수가 없게 되버렸다. 민망하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 할 수가 없었다. 가정이 있다보니 앞으로는 그런 일 만들지 않도록 하지 하고 대답할 예정이였는데 내가 하고싶다고 한다거나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정말로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건지 확신이 없다보니 내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몸은 저절로 달아오르고 있다. 한 방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몸이 저절로 반응해 뜨거워진다. 완전히 발정나 버린 암컷의 반응이다. 질문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섹스를 하고 싶다고 말해주길 바랬다. 성욕을 내 몸에 풀고 싶어한다고 말해줬으면, 그 쾌락을 또 맛보여줬으면 하는 욕망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 처럼, 나를 관찰하듯 보던 아저씨가 망설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앞으로도 희연씨랑 섹스하고싶지."
"하, 하아…."
섹스.
확신, 확정적이게 말해 버렸다.
앞으로도, 나랑 섹스하고 싶다. 지금까지 했던 질문이나 대화같은건 다 소용 없었다. 그냥 하나 마나 상관없는 대화. 아내가 있던지 딸이 있던지 상관이 없다. 상관 없이 나랑 섹스하고 싶다는 주장. 나랑, 나에게 자지를 박아주고 싶다는 의미.
"희연씨, 아주 매력적인 여자야. 몸매도 좋고 얼굴도 아름답고. 색기가 넘친다고 해야되나? 그런데도 뭔가 남자를 잘 모른다고 해야되나, 아직 여자가 뭔지도 모르는 듯한 순수함이 남아있고. 그런데도 신기하게 남자에 대한 이해심은 넘치지. 남자한테 인기 많지? 많을 수 밖에 없을거야. 정말 나도 희연씨 같은 여자가 있다는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무슨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이상적인 여성 같아."
정곡을 찌르는 듯한, 저절로 움찔해지는 말들이다. 완전히 나의 상황을 파악하고 말하는 건가 생각되버리는 평가에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가 반대로 이번엔 내게 질문을 던졌다.
"희연씨는 어때? 나 같은 중년이랑, 가정도 있는 사람인데도 괜찮겠어?"
나이 든 사람인데도, 가정이 있는데도, 아내와 딸이 있는데도 나와 섹스하고 싶냐는 질문.
지금까지 한 대화를 통해, 나는 아무런 보답도 바랄 수 없었다. 연애도 아닌, 그저 나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말 뿐이였다.
그저 나랑 계속해서 섹스하고 싶다. 이기적이게, 분명 앞으로도 자신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게 전처럼 내 의지로 섹스를 한다는 영상같은걸 찍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과 섹스를 하고싶냐고, 그런 아저씨에게 순순히 다리를 벌려주겠냐고.
정상적인 여자라면 절대로 허락 할 리가 없다. 정말 그 섹스를 한번 겪어보고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도 머리속이 섹스로 가득 찬 것 처럼 그 생각만 나게 되 버린 여자만 아니라면, 암컷이나 다름없는 여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승낙 할 리 없다.
하지만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한숨, 아저씨의 입에서 저절로 새어나온,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그 숨소리 하나에 곧바로 분위기가 변했다.
"…몇가지 물어보자. 희연씨는 정말로, 나랑 지금 대화했던 내용을 다 이해하고도 좋다는거야?"
"…네."
"난 집사람이랑 딸 일이면 희연씨보다 우선할거고, 희연씨는 나랑 관계를 다른사람한테 무조건 비밀로 해야돼. 임신은…내가 정관수술을 해서 걱정할 일 없을 테지만, 그런만큼 난 할 때마다 콘돔같은것도 안쓰고, 질내사정도 마음대로 할거고. 희연씨가 뭐 다른 남자친구 사귀거나 한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람하고 연애해도 계속 섹스를 요구할거야. 그냥 우리 관계는 이전같이 지내면서도 섹스하는 사이처럼 된다고 생각하면 돼. 그래도 좋아?"
끄덕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자궁이 뜨겁다, 엉덩이가 땀에 젖을 것만 같이 열이 느껴진다. 섹스 프랜드. 섹스 파트너 같은 내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관계, 부담없이 예전처럼 지내면서도 잔뜩 기분좋아 질 수 있는 쾌락적인 엔터테인먼트 관계.
그때, 아저씨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내가 지금 왜 출장 나와있는지 알아?"
"에? 아뇨…모르겠어요."
"집사람하고 사이가 안 좋거든. 내가 성욕이 좀 많은 건 알지? 젊을때부터 그랬는데, 조금 변태적인 성향이 많아."
나는 갑자기 시작된 집안 얘기에도 가만히 앉아 듣고있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흥분됬다. 성욕이 많고, 변태적인 성향. 성욕이 많다는건 알고있었다.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는 느낌이였으니까. 그치만 변태적인 성향이라니? 전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었는데.
"집사람이 좀 많이 보수적이지. 그런데 나는 굉장히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람이다보니까 지금 딸애 낳고, 조금씩 집사람이 나이 들고 나서 조금은 성에 개방적이 된 것 같아서 내가 원하는게 뭔지 얘기했다가 그대로 틀어졌어. 어떻게 그런 변태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을수 있냐면서, 범죄자 같다고 해야하나 이해를 못 해주더군. 그게 계기로 집사람하고는 관계도 못 가지게 되고, 딸애만 보면서 성욕은 잊고 살았지."
"네…."
"솔직히 말하면, 쉽게 말하면…난 희연씨를 흔히 말하는 암캐로 만들어 보고 싶어."
움찔 하고, 몸이 떨린다. 암캐? 암캐라니. 단순한 단어일 뿐인데. 그냥 말일 뿐인데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를, 나를 암캐로 만들고 싶다는 말. 그저 단순한 성희롱 같은 말일 뿐인데.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할 지가 예상되어 숨이 막혀왔다.
"아주 심한 짓은 안하겠지만, 변태적일 수 있다는 얘기야. 정말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이 많을거야. 난 희연씨랑 섹스를 하는 관계인 동안 희연씨를 그런걸, 남자들이 막 원하는걸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암캐같은 여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 아직 제대로 남자도 모르는, 제대로 여자가 되지도 못 한 희연씨를 완전히 섹스밖에 모르게."
조금도 거를 것 없이 내뱉어지는 변태적인 요구, 성욕이 귀를 간질인다. 이런 것도 받아들일수 있겠냐는 듯한 말. 정말 마지막으로, 싫다면 돌아가라고 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승낙해줬으면 하는 모순적인 의미가 담긴 말.
평범한 여자라면 분명 거절했겠지. 아무리 섹스에 미쳐도 저런걸 승낙 할 리가 없다. 암캐로 만들겠다고, 섹스밖에 모르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변태적이고도, 마치 자신에게 복종하겠냐고 묻는듯한 질문 아닌 질문.
그런데도 이해해 버린다. 남자로서 이해해 버린다. 어떤 말인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다 받아주는 성욕을 받아주는 대상이, 완전히 자지에 길들여진 암컷이 되라는 말.
"평소에는 그냥 예전처럼 대할거지만, 섹스에 관련된 건 완전히 내 취향대로 만들어 줄 거야. 희연씨,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잊을 수 없게끔 완전히 그냥 표시당하는거라고. 난 질내사정도 마음대로 할테니까 정말 절대 못 잊을테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몸도 내가 입맛대로 만들테고. 잘 생각해봐. 희연씨 아직 대학생이였지? 예쁘고, 내가 아니여도 멋진 남자 잡고싶은대로 잡을 수 있는 여자야. 한가지 더 말해주자면, 난 희연씨 독점할 생각 없어. 어쩌면 다른 남자하고도 하게 될 수도 있어."
"네…."
"그래도 괜찮겠어?"
정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말이였다.
다른 남자랑도 섹스 할 수도 있고, 완전히 암컷으로 길들여 놓는 데다가, 남자친구는 사귀어도 되지만 연애중에도 섹스는 해야된다. 정관수술을 했다고는 해도 마음대로 질내사정해서, 보지 안에 자신의 정액을 채워넣을 것이고, 나는 이 모든 걸 아무한테도 말해서는 안된다. 아저씨를 위해서 비밀로 해 줘야 된다.
변태같은 아저씨의, 성욕 처리용 애완동물.
그런거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다른 미친 여자라면 몰라도 적어도 나는 절대로 그런걸 승낙해선 안된다. 그건 이미 즐기는걸 넘어섰다. 섹스를 즐기는게 아니라, 섹스에 미친거나 다름없다. 미친 것 이상이다. 애초에 현실에 일어나는게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도, 뜨거워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저절로 입이 움직인다. 붉어진 얼굴에, 커다란 눈은 반쯤 감겨서 시선을 밑으로 향하면서도 입 안은 끈적한 침이 가득 채우고, 아무런 접촉 없이 말 뿐인 애무에 보지는 이미 뜨겁게 젖어있는게 느껴진다.
저절로 고개가 한번, 두번….
마지막으로 세번, 끄덕여졌다.
"후우…."
한숨과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있을 수 없는, 거절하는게 당연한 말이였다. 이걸 승낙한다는건 내 스스로 암컷이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해도 좋다는 정복자에 대한 항복 선언. 아니, 항복을, 무저항을 넘어서서 제발 가져가 달라고 매달리는 거나 다름 없다.
그런데도 숨이 거칠어진다. 기대해버린다. 몸의 흥분이 멈추지 않는다. 뜨거운 열기가 보지를 잔뜩 녹여버린다. 음란한 향기가 룸 안을 가득 채운다.
"희연씨."
가만히 앉아, 혼자서 뜨거워진 몸을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아저씨가 결국 정적을 깨고 말을 걸었다.
"지금부터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서 네 발로 걸어와. 그리고 입으로 내 바지 지퍼 물어서 내려."
그리고 아저씨는 내게 처음으로 부탁이나 요청이 아닌 말을 했다.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복종의 의미나 다름없는 행동을 요구하는 명령이였다.
============================ 작품 후기 ============================
2시간뒤 등교입니당...자러갑니닷..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