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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이 대화가 계속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그거 정말로 의도적으로 그런 거였구나.
…일단은 이전에도 혹시 이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해서 대화창을 위로 쭉 올렸다.
대화 내용을 로딩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고, 계속해서 쉬지 않고 올리다가 나는 문득 한가지 기능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까 이 메신저, 대화 내용을 검색 할 수가 있었다.
아마 내 대화를 했으면…이 H컵누나라는게 날 지칭하는 거 같으니까.
H컵으로 검색을 한 뒤, 가장 위의 대화를 찾아봤다.
[H컵임. 미친;}
{증명.]
[(사진)]
{와 시발, 태그에 쓰인 문자 진짜인가요.]
{나 이런거 처음봄;]
{저걸 지금 경수는 매일매일 리얼타임으로 본다고?]
{저새끼 집 한번 놀러가자. 꼭가자.]
H 컵이라는 말과, 내 브래지어 사진.
아무래도, 내가 없을 때 브래지어를 몰래 가져가서 사진을 찍은 것 같았다.
좀 더 위로 올려보자 내가 경수 집에 온 날의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야 미친; 우리집에 아버지가 대박 미녀 데려옴.}
{새엄마?]
{납치해오심?]
[뒤지고싶냐?}
{트롤아 제발 상황 설명좀 제대로해.]
{야! 뒤! 궁! 이런식으로 해도 이해가 될텐데]
{왜 얘 말은 이해가 안되냐.]
{상황 설명 자체를 못해서 그럼. 주어가 없음.]
[시발 개새끼들. 안믿는다 이거지.}
{증거 없으면 누가믿냐?]
[아 시발, 보여줄수도 없고.}
[아무튼 장난아니야. 진짜 깜짝놀람. 나 내 방에서 쫓겨났는데 존나 심장떨린다.}
[개예뻐. 미침; 연예인 다 개찍어누름.}
{응, 상상~]
{얘 요즘 정신병있냐.]
{경수의 첫사랑=미쿠쨩]
[씨바 너네 다 뒤졌다. 기다려라.}
그대로 경수는 말이 없었고 게임 얘기가 계속되길래 밑으로 쭉 내리니, 사진이 한 장 보였다.
[(사진)]
{???]
{뭐야 이거?]
{뒤태 장난 아닌데??? 어?]
{리얼 팩트라고?? 진짜?]
[내가 몰래찍느라 이렇게 찍었는데 가슴도 장난아니게큼.}
{외국인임?]
[ㄴㄴ 한국인.}
{헐.]
{저게 한국인한테 가능한 허리랑 엉덩이 라인이냐.]
{와 씨발 사진만 봐도 섹시하네.]
{모델이 뭐 놀러옴? 아빠 친구 딸같은사람이야?]
[울집에서 몇일 하숙한다는데? 돈내고.}
{니가 돈줘도 모자랄판인데 돈을 내면서 산다고?]
{미쳤다 미쳤어]
[야 심지어 지금 내 옷 입고있어. 샤워하고나와서 옷 없다고.]
{미쳤다 진짜.]
{너네 아빠가 데려왔다고?]
{야 이게 현실이냐? 경수같은 놈한테 저런 미인이 찾아가서 집에서 같이 산다고?]
{진정해 애들아. 얼굴은 씹창일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어.]
{경수의 백도어도 못알아보는 눈알을 믿지마.]
사진은 TV를 보고 있는 나를 뒤에서 몰래 찍은 사진이였다. 입고있는 옷은 경수한테서 빌린 옷.
그 뒤로 별 얘기가 없어 내리자, 아까 이미지 목록에서 본 샤워하고 나온 모습을 찍은 사진이 보였다.
45도 각도쯤으로 옆에서 찍은 사진인데,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만지면서 양 팔이 위로 올라가 가슴이 강조되어 보이는 사진이였다.
[(사진)]
{미친.]
{경수야 제발 나 소개시켜줘.]
{너 마스터찍어줄께 우리가 다해줄께.]
{야 이거 진짜지? 너 합성같은거 한거 아니지?]
{배경은 분명 내 기억속의 경수 집이 맞는데, 사진은 화보다.]
{미쳤다 진짜.]
[이제 이해하냐? 나 요즘 진짜 미치겠음.}
{ㅇㅇㅇ 인정한다.]
{나같아도 꼴려뒤진다.]
[와 씨바 진짜 얼굴만 봐도 막 존나 막 흥분되서 민망한데 어제는 나한테 관심있는건지 막 게임같이하자고 하더라. 어깨 닿는데 흥분되서 죽을뻔.}
{존나부럽다 씨발.]
{야 저새끼랑 앞으로 겜 같이하지마.]
{근데 저정도면 무슨컵임?]
{가슴 존나커.]
{원래 가슴 크면 돼지 아니냐? 저거 진짜 무슨 서양야동에서 보던 몸 같은데.]
{오진다 진짜.]
[나중에 몰래 브래지어 한번 찍어본다.}
{미친 ㅋㅋㅋㅋㅋ]
{범죄자새끼 ㅋㅋㅋ 힘내라!!!]
{우리를 위해!!]
{모두를 위해!! 가라 경수!! 우리의 에이스!]
{에이스!!]
{역시 우린 경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지!]
…이래서 여기에서 H컵 누나라고 불리게 된거였구나.
그런데 대화 내용을 읽어보니, 생각보다는 멀쩡하다. 뭔가 강간하고 싶다 따먹고 싶다 이런 말이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는 사람이다보니 조금 조심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화내용을 슬쩍 훑어보면서 쭉 내렸는데, 어느날인지 조금 위험해 보이는 내용이 나와있었다.
[시발. 미치겠다.}
{ㅇ?]
{뭐]
{말.]
{주어 생략하지 마라.]
[아 씨발 진짜 존나 따먹고싶어.}
{???]
{얘 왜이럼.]
[하 시발 진짜 존나 따먹고싶다 존나섹스하고싶다.}
[하 나도 질싸하고싶다 진짜.}
{야 왜 갑자기 왜이러냐.]
{모름;]
{H컵 누나하고 사니까 성욕 폭발해서 미칠거같나봄.]
{어제 누나 집에 안들어온다고 존나 딸쳤다매. 근데 왜저래.]
{덜쳤나봄.]
{H컵누나 H컵 출렁이는거 보고 다시 쌓임]
[아 시발 진짜. 씨발 존나 씨발….}
{아니 씨발거리지 말고 설명을 해.]
[하….}
[그런게 있다….}
{이새끼 진짜 왜저럼?]
{미쳤나봄]
무슨 일 있었던건가?
내가 밖에서 집에 안 왔던 날 다음날이라는데, 집에 없는 동안 뭔가 일이라도 있던걸까.
갑자기 왜 이러는건지 나도 궁금해져서, 천천히 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계속해서 썰 풀듯이 대화하는 내용만 갱신되서 있다가 읽어 볼 생각으로 무시하고 있던 최근 대화창에 스치듯 경수가 채팅을 친 것이 보였다.
[존나 이상하네.}
[이 대화방만 읽지않음 표시가 안뜸.}
{폰 바이러스 먹은거 아님?]
[몰라, 왜이러지?}
깜짝 놀란 나는 일단 대화창을 나가고 메신저도 끄려다가, 메신저도 끄면 메신저를 언제 껐다는 메세지는 핸드폰으로 보내진다는게 생각되 킨 채로 뒀다.
그대로 메신저 대기창에서 대화 내용을 계속 살피면서 보니까, 잠시 뒤 그냥 서버 오류같은걸로 생각한 건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치만 이미 나는 더 읽어 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얘기를 요즘 계속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한번 이상하게 생각하는 메세지를 보고 나니 훔쳐보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조금 오싹하다고 해야하나.
계정을 로그아웃 하고 원래 계정으로 돌아가 다시 채팅이나 하려다가, 나는 로그아웃 하면 메신저도 꺼지는 게 아닐까 싶어져 일단 사용자 전환을 해서 채팅방에 다시 들어갔다
[네 지금 막 대화내용 보는데 뭔가 이상하긴 해요.]
[뭐임. 진짜 뭐 탐정같은 직업이신가? 흥신소?]
[꺼림칙하기보다는 뭔가 좀 수상함.]
[일단 메신저 훔쳐본다는거부터 좀….]
[어, 들어오셨네.]
그런데 채팅방에 들어가니, 아까 원격제어를 해 줬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뭔가 얘기를 바쁘게 하고있었다. 접속하기 이전 대화 내용은 알 수가 없게 되어있어서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채팅방을 보고있자, 깜짝 놀랄만한 말이 쳐졌다.
[근데 무슨일로 메신저 훔쳐보시던 거에요?]
[네?]
뭐지?
여기서 왜 그걸 알고있지?
깜짝 놀라서, 혹시 해킹 툴이라도 심어진거 아닌가 하고 불안해서 일단 백신 프로그램부터 돌리려고 했더니 갑자기 마우스가 다시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채팅창에 저절로 글자가 쳐졌다.
[백신 안키셔도 돼요. 원격제어 안 끄셔가지고 본거니까.]
…할 말을 잃었다.
일단 나는 뭔가 갑자기 꺼림칙해져서, 원격제어를 끈 뒤 채팅창에 글을 썼다.
[아니 왜 그걸 안나가고 계셔요.]
[나가려고 했는데 솔직히 님도 뭐 뒤지신다고 하길래 저도 궁금해서 그냥 보고있었죠.]
[워워 싸우지 말아요.]
[무슨 상황인지 솔직히 보고도모르겠기는 한데, 싸우진 맙시다.]
뭔가 갑자기 화가 나서 말했지만, 상대쪽이 자기는 아무런 잘못된 짓을 하지 않았다는 듯한 태도여서 약이 올랐다.
나쁜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더니, 훔쳐보는동안 나도 훔쳐봐질줄은 몰랐다. 내가 훔쳐봐졌다기보다는 똑같은걸 같이 훔쳐보게 된 거였지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대화 내용을 보니, 뭔가 나쁜 쪽의 대화보다는 조금 이상한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뭐 탐정일 하시는건가요? 뭔가 막 미안한 얘기긴 한데 엄청 흥미진진한데.]
[강간범 잡으려고 대기타시는거? 고딩애들 집단강간.]
[와 시바, 요즘 고딩 존나부럽네. 장난아니당.]
[말조심하세여, 지금 실제 상황임.]
[죄송.]
뭔가 내가 흥신소 일 같은걸 하고있는걸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설명만 들어보면 도촬이나 뭐 자고있는 사진같은걸 막 찍었다는건데 이거 뭔가 사건 아니에요?]
[강간사건일수도 있을 거 같은데.]
[본인은 아니죠?]
[본인 아닐듯, 남자시랬잖음.]
[실은 여자일지도 모르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하면 상당히 소름돋는데. 몰래 도촬당하신거잖음. 바로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알아서 하시겠죠. 그리고 대충 얘기 들어보면 가족이 그런건 아니고 뭔가 다른 집에 하숙하시는 분 일인 거 같은데 저분 유학생이잖아요.]
[한국 들어오셨잖아요.]
[근데 한국 오면 집에서 부모님 뵙지 왜 하숙을하겠음?]
[그리고 저분 되게 이 채팅방 원로멤버신데 남자 맞는걸로암.]
[성별보다 일단 무슨 일인지가 중요한듯.]
[아니아니, 다들 좀 제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
왠지 너무 관심을 받는게 불안하다고 해야되나. 잘못을 했다보니 찔리는게 있어서 더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하자, 채팅방의 열기는 금새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병신같지만 서로 지킬 건 지키는 매너가 계속해서 이 채팅방에 오게 되는 이유였다. 서로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니 더 얘기하지 말자고 하고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른 얘기를 시작하자, 내 얘기로 잠수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그대로 대화 주제를 옮겨서 오랫만에 채팅창 로그를 빠르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 도중, 나한테 1:1 채팅 신청이 왔다, 방금 전 원격제어로 훔쳐본 사람이였다.
[어…일단 죄송합니다. 그렇게까지 불쾌해 할 줄은 몰랐습니다.]
[네.]
[일단 변명이라도 하자면 저 나름은 저도 처음엔 사용자 전환하면 원격 꺼지는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계속 켜져있어가지고 뭐 설정이 이상하게 되있나 해서 보고있다가.]
[메신저 키시길래 원래 그냥 저도 끄려고 했는데 대화내용이 이상해서.]
[신경쓰여서 보게됬네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걸 근데 왜 채팅방에 말하시죠?]
[죄송합니다 진짜 그건 잘못했습니다.]
사과를 하고 있는데도, 기분이 풀리지가 않았다. 뭔가 개인적인 공간을 굉장히 침해당한 기분.
그런데 문득, 내가 한 짓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자 경수한테 무지 미안해졌다. 그와 동시에 미안해 할 일이 없지 않나 싶기도 했다. 경수도 나한테 한 짓이 있는데….
[어…일단 그래도 자세히는 말 안했습니다. 그냥 원격 안꺼졌는데 사용자 전환해도 계속 보인다고 하고. 메신저 보고있는데 대화내용이 수상하다고 하고, 무슨 고등학생 애들같은데 여자 한명이 채팅방에 도촬되있고 그렇다, 분위기가 뭔가 좀 범죄느낌 난다 정도.]
[그게 자세히가 아니라구요?]
[진짜 죄송합니다. 저도 분위기 타서 그만.]
그렇다고 말은 해도 역시 불쾌하긴 했다.
이 채팅방에서 처음으로 진짜 불편하고 싫은 사람이 생긴 것 같았다.
더 이상 채팅을 하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아져서, 나는 일단 오늘은 그만하기로 채팅방을 나가려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한 가지 궁금한걸 물어봤다.
[혹시 저 없는동안 찾는 사람 없었나요?]
[다들 찾았는데요?]
[그 얘기 그만하자니깐요.]
[죄송요.]
[아뇨 그거 말고, 그 최연장자 아저씨 혹시 들어왔었나요?]
[아뇨.]
그 말을 끝으로 채팅방을 나가면서 생각했다.
뭔가, 아저씨랑 접점이 정말 채팅방밖에 없구나….
평소에는 핸드폰 번호가 남자일 때 나와 곂쳐가지고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번호를 주거나 하지 말자는 생각이였는데,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싶어진다.
저녁에 만나기로 하기는 했지만, 일정한 장소에서 계속 만나고 있다고 해도 한명이 먼저 나와버리면 계속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거나 하는 상태였다.
지금까지는 그냥 채팅방에서 대화하고 만나기로 해서 나갈 뿐이였지만, 막상 채팅방에 없으니 연락 할 수단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았는데…왠지 모르게 연락이 안 된다는게 마음에 걸린다.
있다가 만나면 번호 물어볼까….
모니터를 통해서 시간을 확인한 나는 아직 시간이 꽤 남긴 했지만 채팅과 경수의 메신저를 훔쳐보는동안 시간이 꽤나 많이 지났다는걸 확인하고, 일단 아침에 먹었던 식사를 데워서 똑같은 메뉴로 먹은 뒤, 집 안을 대충 청소하고 세탁물을 걷어 개는 등, 집안일을 했다. 싸게 묵는 만큼 이런걸 도와 주기로 해서 그런지 이젠 어디에 뭘 해놔야 될 지 막힘이 없었다.
그러고도 더 이상 할게 없자 나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미리 나가있자고 생각하며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로 다시 한 번 씼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게 있어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에 필요한 것을 검색했다.
'여자 긴머리 드라이….'
그냥 대충 입기만 해도 이상할 정도로 예뻐가지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여자인 몸을 꾸미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간단한 거였지만, 나도 모르게 지금보다 좀 더 예쁘게 보일 수 있으면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약간 곱슬인 머리를 사이트에 나온 걸 따라하며 드라이를 하자, 신기할 정도로 쉽게 컬이 만들어진다. 이게 가능한가? 대체 내 여자 몸의 머리카락이라던가, 이런저런 것들은 뭘로 되어 있는 거지? 뭔가 여러가지로 완벽하다는 요소가 다 섞여있는 느낌이 든다.
컬을 했는데도 전혀 머리가 상한 느낌은 안 들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윤기가 흐르는 찰랑이는 머리 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있었다. 처음 해본 거였는데도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 얼굴이 너무 예뻐서 그냥 다 잘 된 것 처럼 보일 뿐인가?
그것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뭘 입을지도 고민 끝에,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으로 전에 샀던 베이지색의 박스티에 청바지를 입어봤다.
박스티가 원래 이런 옷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슴이나 배 쪽은 약간 붙으면서도 팔 부분이 조금 품이 넒은 느낌이였다. 아래쪽으로도 긴 부분은 바지 안으로 넣고, 반쯤 접힌 부분이 겉으로 나오게 해서 입었다.
커다란 가슴 밑으로 뭔가 옷의 라인이 쳐지듯이 생겨서 조금 뚱뚱해 보인다는 느낌도 드는 것 같긴 한데….
다른 옷을 입을까 싶기도 했지만, 아저씨랑 만날 때 너무 스웨터랑 셔츠만 입었던게 신경쓰였다. 이게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그건 내가 패션 센스가 꽝이라서 그런거지, 다른 사람 눈에는 좋아 보일지도 모르지 않을까?
어깨가 보이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쇄골 정도는 보이고…그나마 마음에 드는 점은 조금 얇은 옷감인데도 헐렁헐렁한 느낌이라 브래지어 라인이 보인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이였다.
옷을 이렇게 입어보고 저렇게 입어보고 하고있으니 또 시간이 지났다.
거울을 보며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박스티에다가 청바지, 늘 신는 스니커즈. 약간 컬을 준 옆머리는 어깨까지, 뒤쪽은 날개뼈 정도까지 오는 머리카락. 화장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여자들이 화장한 것의 몇배는 더 예쁜 얼굴. 음, 이정도면 됬겠지.
슬슬 나가 봐도 될 것 같아졌기에 나는 현관문을 나서고 문을 잘 잠궈 놓고 늘 아저씨와 만나던 장소를 향해 가며 생각했다.
'…역시 그냥 스웨터 입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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