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59화 (59/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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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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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가슴때문에 섣불리 뛸 수가 없어서 가볍게 걸어서 기차역에 도착한 나는 기차역 앞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두리번거렸다.

분명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 보니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내가 먼저 도착해서 아직 안 온건가 하는 생각을 한 순간, 등 뒤에서 한 남자가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걸어나와 내 앞에 섰다.

"음…진짜 바로 알아보겠네."

"아, 안녕하세요."

방금 전 까지 채팅을 하던 상대라는 사실은 그가 한 말을 듣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채팅방 최연장자라고 할만한지, 40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에 조금 인텔리적인 느낌이 나는 그는 염색을 한 티가 조금 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안경을 쓰고 회사에서 잠깐 나온건지 와이셔츠에 양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약간 뱃살이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젊어보인다. 너무 채팅방 최연장자라는 칭호만 생각했던건가.

"하하, 실제로는 처음 보는데 설마 여자일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네, 심지어 이렇게 엄청난 미인일거라고는 말이야."

"아, 아하하…음, 저도 생각보다 이렇게 젊어보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네요."

"젊어보인다니, 이거 너무 칭찬하는데?"

채팅에서 만나던 상대를 실제로 만난다는 어색함이 좀 느껴진다. 그래도 이미 목적은 점심식사로 정해져 있기에 곧바로 걷기 시작하고 길을 나란히 걸어가며 대화를 하자 조금이지만 어색함이 풀어져갔다.

"채팅창에 그렇게 말하고 가길래 대체 어떻게 알아보라는거지 했는데, 이건 확실히 못 알아보는게 이상하겠네."

채팅창에 나오기 전에 우리 둘 다 서로 인상착의를 설명했는데, 나는 그냥 간단하게 옷차림을 설명하고 '그 옷을 입은 사람중에 가슴이 큰 사람이 있을거에요. 그냥 보면 눈에 띌거에요.' 라고만 말을 하고 나왔다.

정말 그 말 밖에는 설명할 만한 말이 없다. 내 외모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해야할까…뭔가 적절한 단어다 싶은건 가슴이 무지 크고, 섹시하고, 엉덩이도 큰데 좀 꼴릿하다 뭐 이런 단어일텐데 그걸 아무리 절제해서 말해도 몸매가 좋다…라는 설명이 되어 버리니 뭐라 말해도 자화자찬이 되어 버린다.

특징이긴 한데 너무 머리속에서 이미지하기 힘든 설명이 되 버리니, 그냥 가장 눈에 띄는 특징으로 가슴을 말할 수 밖에.

"이거 내가 너무 좋은 경험 하는거 아닌가? 이 나이에 이런 미인하고 점심에 둘이 식사라니."

"아내분한테 들키면 큰일나는거 아니에요?"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구만. 회사 부하들한테 안보이게 조심히 다녀야겠어."

그러고 보니 장난삼아 말하긴 했는데 이런 문제도 있긴 했다. 남자면 몰라도 여자랑 단둘이 식사라니. 심지어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여기는 출장 같은거여서, 집이 이곳에 있는 거는 아니라는 모양.

정말로 아내한테 출장가서 첩이라도 만든거냐는 오해 받는 건 아닐까.

식사에 꼬드겨져서 나오긴 했는데 역시 괜히 나왔는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생각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쏙 들어갔다.

"…여기 비싼데 아니에요?"

"미인이랑 식사하는건데 이정도는 와야지."

여기 분명 예전에 한번 와봤을때 메뉴 하나가 2~3만원정도는 했던 것 같은데.

남자일때 여자친구 생일날 큰 맘 먹고 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점이다.

점심 식사로 이런데를 온다니.

이 아저씨, 얼마나 돈이 많은거야.

"아니 그래도 좀 부담되는거 같은데."

"응? 아니아니, 부담 가질 거 없어. 평소에도 이정도는 먹으니까."

이런 가게를 평소에도 가는겁니까.

생각보다 돈 많은 아저씨 인 것 같다.

…아니면 혹시 내가 돈이 없는건가?

식당에 들어가니, 점심시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보통 레스토랑은 저녁에 가지 않나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자마자 커플로 들어온 걸로 보이는 사람들중 몇몇 남자들이 내 쪽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여자친구한테 그러다가 혼나요. 내가 아는데 생각보다 여자들이 그런 눈치가 빠르거든….

점 내에는 뭔지 모를 클래식 음악같은게 작은 소리로 흐르고 있는데…이게 생각보다 소리가 작지가 않다.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둘에서 세 테이블 정도 떨어지면 잘 안들릴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따라 걸어가며 레스토랑 안쪽으로 들어가자, 조금 개인실 같이 칸막이가 쳐져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사방이 다 막힌게 아니라 삼면이 막혀있어서, 뭔가 좀 더 프라이빗한 느낌이 드는 곳이였다.

자리에 앉자, 점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주고 갔다. 뭔가 시선이 나한테 오래 머물렀다가 아저씨를 보고, 다시 내 쪽을 보는 걸 보니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확실히 뭔가 안 어울리는 조합이긴 하다. 딱 봐도 나 만한 딸이 있을 거 같아 보이지는 않는 아저씨에, 그렇다고 연인 관계로는 보이지 않는 나이차니까.

그냥 채팅방 친구같은 느낌으로 점심식사나 하러 나온 거였지만, 한국인 특성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분명 머리속에서 음란한 관계라고 망상하겠지, 뭐 불륜이나 스폰 관계나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 채팅방 친구라고 생각하는것도 이상하긴 하다. 누가 처음 본 사람을, 심지어 아저씨랑 젊은 여자 조합을 그렇게 생각할까.

"이걸로 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내가 먹을 메뉴까지 전부 주문해버리고 메뉴판을 돌려주자 점원이 테이블에서 멀어졌다. 그러자 아저씨도 뭔가 점원의 시선에서 느낀 게 있는 건지 나를 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음엔 다른데로 가지."

…그러고보니까 이 사람을 내가 뭐라고 호칭해야 하는걸까. 아저씨밖에는 호칭이 딱히 생각나지가 않는데.

식사가 나올 때 까지 잡담을 하다보니 채팅방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애초에 이 아저씨랑은 채팅방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다, 그대로 2년정도동안 계속 채팅해온 사이니 서로 아는 얘기도 꽤 많다.

"그런데 진짜 깜짝 놀랐어, 설마 여자였다고는 생각을 못해가지고."

"아, 아하하하…음, 그렇죠? 사람은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는 모르는거죠."

"아직도 이상하다 싶은건 정말 여자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는거야. 실제로 보니까 확실히 남자같이 털털한 면이 있네."

문제는 내가 계속해서 남자로서 채팅하다보니 도무지 앞 뒤가 안 맞는 얘기들도 있다는 거였다. 일단 말투나 호응하는 것 자체가 여자로서는 보기 힘든 호응도 있었고, 대화 내용도 여자들이 모를 법한 내용도 많았고.

"…내가 이젠 여자인걸 알았다보니 좀 말하기 곤란하기도 하네."

"아니아니, 그냥 예전처럼 대해주셔도 돼요. 괜찮다니까요?"

"너무 성희롱을 많이 했지. 미안하네 이거."

…하긴, 입으로 빨아주면 시간당 2만원같은건 여자한테 할 소리가 아니긴 하지.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거고, 내가 특이한 경우니까. 나로서는 그냥 그전처럼 대해줬으면 한다. 어색한 사이가 되고싶어서 만난게 아니라 그냥 좀 만나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채팅에서 친한 사이였기도 하고, 단순히 밥 한번 같이 먹는 생각으로 나온거니까.

이렇게 만난걸로 어색한 사이가 되는건 좀 싫다.

그런 말을 하자, 아저씨도 동감하더니 궁금한걸 물어왔다.

"음…그런데 내가 궁금한게 있는데, 전에 채팅방에서 전 여자친구랑 있었던 일을 굉장히 자세하게 얘기했던 적 있지 않나?"

"아…음…."

섹스 썰 콘테스트라는 막장 콘테스트 말이로군. 말하자마자 생각났다.

누군가 한명이 섹스 얘기를 해서 남자 특유의 그 자신의 섹스 경험담을 얘기하는 병신짓이 터져서, 굉장히 자세하게 내가 전여친과의 섹스를 묘사한 적이 있었다.

"…여자 좋아하나?"

"…어, 음…어…."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되지?!

어, 좋아하긴 하는데?!

근데, 어라? 난 지금 여자…응??

게다가 남자랑 섹스도…응? 어, 그러니까.

"아니 음, 좋아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 하지만, 그냥 궁금해서 말이지. 음, 그렇다면 역시 전여친이라는 말은 레즈비언이라는 얘기인가."

"아니 저기, 오해거든요?"

어라~? 말이 맞기는 한데, 난 레즈비언인건가? 뭔가 이상한데.

그러고보니 난 여자랑 섹스하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넵! 하고 딜도를 들고 푹푹 쑤셔줄 수 있긴 한데 난 레즈비언인걸까?

그치만 남자일 때 남자랑 섹스하라고 하면 절대로 싫다. 여자일 때에는…음…기분 좋으니까 좋지만.

…응? 대체 난 뭘까. 바이섹슈얼? 그거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

그냥 여자인 나는 완전히 별개로 생각해야되는건가?

"그리고 음, 원래 대하는대로 대해달라고 하니 말하는건데, 아무리 채팅방이라도 해도 여자가 보지 핥는 기술 능숙해지려면 어떡하냐고 물어보는건 좀 어떤가 싶…아하, 그렇군. 그래서 남자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던거였나?"

"아니아니아니, 잠깐만요. 여기 레스토랑이에요. 그런 말…."

"뭐 어떤가, 채팅방 얘기도 할 것 생각해서 일부러 이 자리에 앉은건데."

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가 여자라는 사실에 이것저것 궁금한걸 물어보려고 이런 자리로 앉은건가.

이해는 되지만, 할 말이 없다. 내가 채팅방에서 한 병신짓이 너무너무 많아서…크윽, 레즈비언이라니.

그렇게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에 대해서 여자인 나로서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자.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일단 단호박 스프로, 호박죽하고는 좀 다르게 짭짤한듯 달달한데 위에 생크림이 있어서 좀 진한 맛이 나는 스프가 나왔고, 스프를 천천히 먹고 있자 스파게티가 나왔다.

나는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라고 했는데, 특이하게도 무슨 기다란 국자같은 그릇에 작게 담겨서, 내가 아는 카르보나라와는 달리 노란 빛의 스파게티였고, 아저씨 쪽은 명란젓에 김치라는 뭔가 쇼킹한 조합의 스파게티였다.

이어서 연어 샐러드에, 모짜렐라 치즈와 바질, 토마토가 있는 뭔지 이름을 까먹은 메뉴.

…뭔가 많지 않나?

"많으면 남기고, 부담 가지지 말고 먹지."

대화를 하면서 안건데, 뭔가 프로그래밍 쪽에서 유명한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지금은 무슨 프로젝트를 하느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에서 여러가지로 복지를 많이 지원해준다는 모양이였다. 자기가 핵심인물 같은거라 식사비도 팍팍 지원해주고 휴가도 팍팍 준다고.

회사에서 일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정말로 그게 가능한건가? 프로그래밍 쪽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그런 부서가 아닌가…?

아, 근데 이거 맛있다. 노른자가 따뜻한 면에 아주 살짝 익은건지 좀 깊은 맛이 나는데, 치즈도 굉장히 맛있다. 조금 신경을 써서 여성스럽게 천천히 조금씩 먹고있는데 그냥 입에 부어넣어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먹다가 조금 느끼한가 싶으면 연어 샐러드를 먹고, 다시 한입. 진한 맛이 상당히 괜찮다.

"점심이라 좀 가볍게 먹는게 좋을 거 같아서 여기로 왔는데, 다음에 먹을때는 저녁으로 좋은데에서 먹는 건 어떨까?"

"앗, 네. 좋아요."

저녁은 더 좋은거라니! 대체 이것보다 좋다는건 뭘까? 스테이크? 스테이크인건가! 아니면 회인가?!

…응? 잠깐만, 저녁을 먹는다는건 다음에도 또 만나자는 뜻이잖아.

어라, 뭔가 굉장히 능숙하게 말려들어간 기분이 없지않아 드는데.

"맛은 어때요?"

"좋아요, 무지 맛있어요."

뭐 어때, 맛있으면 장땡이지.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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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씨, 오늘 즐거웠어요. 그럼 다음에 또 채팅방에서 연락하고."

"네, 다음에 뵈요~"

디저트로 레스토랑에서 아포가토를 시켜 먹으며 여러가지 대화를 했다. 내 이름이나 나이. 채팅방에서 했던 얘기를 가지고 레즈비언이냐고 물었던 건 조금 고민 끝에 결국 레즈비언이 아니고, 평범하다고 말을 했고, 그러자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봐 없다고 대답했다.

그 뒤로는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없을 수 있냐며, 자기가 결혼만 안했어도 고민도 없이 들이댔을거라던가, 그 외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것인지랑 내가 대학에서 대충 뭘 배우고 있는지.

마지막에는 역시 채팅방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채팅방 멤버들은 의외로 몇번인가 정모를 해서 만난 적이 있는 모양이였다.

여자는 나 말고도 있긴 하지만, 정모에 잘 나오지 않는다며, 한국에 온 김에 한번쯤 만나보는것도 재밌을 것 같지 않냐는 물어봤는데 음, 확실히 만나보면 재미는 있을지도. 문제는 그 순간 채팅방 멤버 모두에게 나는 여자로 알려진다는 점일까.

일단은 채팅방에서 여자라는걸 아는건 아저씨만으로, 비밀로 하기로 해뒀다.

그리고 다음에는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약속. 나야 얻어먹는 입장이다보니 조금 미안했지만, 어차피 다 지원해주는 비용이라고 해서 염치 불구하고 받아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만나기를 잘 했다고 해야하나. 매너있다고 해야하나. 대화하면서 질문이나 단어선택까지도 날 신경쓰는게 느껴지는게, 너무 과하지도 않은데 배려심이 느껴져서 무척이나 편안했다. 조금 대화 내용에서 성적인 얘기가 약간 있긴 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편했다고 해야되나, 내가 여자라는걸 알고 나서도 그대로 대해주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좋았다.

일단은 회사로 돌아가봐야 하는 입장이니 헤어졌는데, 처음에 어색함은 사라지고 어느새인가 좀 더 얘기하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내가 요즘 대화가 통하는 상대하고 얘기하는게 고픈걸까? 하숙집에서는 경수랑 대화가 살짝 안 맞기도 하고, 집주인 아저씨도 좀 무뚝뚝한 스타일이니까.

왠지 분위기에 탔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오길 잘 한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내가 요즘 돈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다며 괜찮다는데도 억지로, 어디까지나 억지로 쥐어준 5만원!

아이 신나라.

돈이 생겼다는 사실에 뭘 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러고보니 입을 옷이 좀 부족하긴 하다는 생각에 쇼핑을 하러 가기로 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시착은 조금…."

문제는 여기도 옷을 시착해 볼 수가 없다는 점, 가슴이 커서 옷이 늘어난다는 말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자 점원의 눈이 내 가슴을 향하며 말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뭔가 굉장히 부러워하는 눈길이다. 으음, 실제로 이렇게 크면 전혀 그런 눈빛 못 할텐데. 뭐든지 적당한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큰게 좋긴 하지만, H컵 정도먼 너무한 크기다. 실제로 요즘 어깨가 조금 당기는 느낌이였다. 안마를 막 받고싶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결국 지금 계절에 입을만한 옷은 스웨터밖에 없다. 어느정도 늘어나도 괜찮고, 몸에 달라붙는걸로 스타일이 사는 옷이기도 하고.

다만, 문제는 스웨터를 이미 4벌정도 사뒀다는게 문제지. 뭔가 다른 옷을 사고싶은데….

확실히 가슴이 크면 옷을 사 입기 힘들다. 원피스 같은 건 내가 좀 싫고.

치마잖아 치마. 치마는 역시 좀 아니다.

고민 끝에 베이지색의 박스티라는걸 하나 샀다. 이거 대체 왜 박스티라고 하는걸까?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복시한 스타일이여서 박스티라니, 복시라는게 뭔지 모른다 나는.

뭘 입어도 끝내주게 소화되는 몸이니까 뭐 사실 상관은 없지만.

옷을 사고 난 뒤 이왕 나온 김에 지리도 좀 파악하다 갈까 해서 동네를 돌아다녔다. 어느새 저녁이 되자 학원이 끝나고 돌아다니는건지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지나가면서 내 가슴과 엉덩이 쪽에 시선을 고정시키다가, 지나쳐 가자마자 시끄러워지는게 몇번이고 보였다.

…청바지에 셔츠만 입어도 이런데 좀 더 노출이 있게 입으면 어떻게 될까 조금 궁금하다.

어느정도 주변 지리를 파악하고 집에 들어가자, 경수가 돌아온 건지 현관에 놓여진 신발이 보였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방 안에서 뭔가 굉장히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키보드 치는 소리랑, 뭔가 의자가 끌리는 소리? 또 게임하고있나?

학원 끝나고 오자마자 게임이라니…하는 생각과 함께 방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다녀왔…어."

"아, 오, 왔어요."

…뭔가 어느새인가 익숙해진 수컷의 냄새는 여자일 때 무척 예민하게 구별이 간다. 게다가 조금 붉은 기가 있는 얼굴에, 약간 땀이 난 듯이 열기가 느껴지고, 결정적으로…티가 안나게끔 위를 향하게 한 것 같지만 툭 튀어나와있는 바지. 바지 옆부분은 약간 내려가있어서, 급하게 올렸다는 티가 난다.

발기해있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자마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 으, 응. 왔어."

뭔가 갑자기 무지 미안해져서, 일단 자연스러워 보이게끔 방에 옷을 사온 가방을 놓자마자 거실로 나온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 사이 경수는 방 안에서 잠시 더 있는가 싶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조금 미안해졌다.

경수가 화장실로 들어가는걸 확인한 나는 다시 방 안으로 돌아가, 화장실에 간 사이 편한 옷으로 갈아입자는 생각에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입다가, 컴퓨터 모니터를 봤다.

아무것도 없이 바탕화면이 커져있는 모니터.

…이건 뭐, 더이상 말 할 필요도 없다. 게임을 하고있었으면 게임이 켜져있었겠지.

"…응?"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 주변을 보던 나는, 의자 밑에서 뭔가 눈에 익은 걸 발견하고, 허리를 숙여 의자 밑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웠다.

"…이게 왜 여기있지?"

[https://avimeo.com/74g98d6&&&&&    686asjt68]

모텔 이름이 적혀져있는, 뭔지 모를 쪽지.

분명 내 청바지 않에 넣은 채로 그냥 벗어 뒀던 것 같은데…벗고 널어두다가 떨어졌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일단 모텔 이름이 적혀있다보니 경수에게 보이는건 괜히 망상을 부추겨서 좋지 않을 것 같아, 가방 깊숙한 곳에 TS 스톤을 넣어두고 번호 자물쇠로 잠궈둔 주머니를 열고 쪽지를 넣어두고 잠궜다.

위이이이이잉

그리고 잠시 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세탁기가 도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위이이이이잉

세탁기 안에는 여러가지 세탁물이 들어있다...

위이잉이ㅣ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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