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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스톤 if (21화부터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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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집의 서재는 다락방에 있다. 서재라고는 해도 자료를 모아둔 방 같은 느낌이고, 다락방이라고는 해도 꽤나 천장도 높고 넒어서 그냥 2층이라는 느낌인데, 대체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를 정도로 다락방은 1층 거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웠다.
"아 형수, 혹시 거기 중국어로 된 책들 중에 일본하고 관계된 책들 있어요?"
"노란색 표지요?"
"그거 제목이 뭐에요?"
도련님이 찾고있는 책을 찾아서 거실로 들고 내려갈 뿐인 작업이지만, 그것도 이런 찜통 더위 속에서 하다보면 끔찍할 정도로 힘든 작업이 된다.
선풍기가 있다고는 해도 서재 안은 구조가 꽤나 괴상하게 되어있어서 한번에 모든 방향에 바람을 보낼 수가 없다. 게다가 바람이 세게 불면 찢어질 정도로 약한 책도 있기 때문에 강하게 틀 수도 없고.
서채는 책을 최대한 많이 넣어보려고 했다는 이유로 도서관처럼 책장이 세워져 있어 마치 E와 三을 방 안에 책장으로 쓰려고 한 것 처럼 갑갑하게 채워져 있다.
문제는 저런 구조이기 때문인지, 선풍기만으로는 바람을 골고루 보낼 수 없는 것도 모자라, 아무리 선풍기를 틀어도 열기가 서재 안에 남게 된다는 점이다.
"저기…도련님, 이 서재 좀 바꾸면 안돼요? 언제 와 봐도 너무 엉망인 것 같은데."
"책이 많아서 어쩔 수 없어요. 원래 이 책장들 다른 곳에 둿었는데, 책장이 너무 많아서 어디 둬도 한 장소에 책들을 다 둘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한 방에 책들을 다 모아보려 하니, 자주 쓰는 방에 책장을 이런식으로 둘 수는 없고, 다락방에 책들을 놓으려니 면적이 적고, 이런 엉망진창 배치가 되었다는 거다.
"후우!"
겨우 스무 권 남짓한 책을 꺼냈을 뿐이지만 이미 내 몸은 땀에 잔뜩 젖어 있었다.
이제 이 스무 권을 들고 내려가서, 잠시 도련님과 책 내용을 살핀 뒤, 잘못 꺼낸 책은 다시 돌려다 놓고 필요한 책은 놔두고. 다시 서재로 와야 한다.
거실로 도련님과 함께 책들을 들고 나간 뒤 땀이 난 이마를 닦자, 도련님이 내 쪽을 보며 말했다.
"형수, 오늘 브래지어 되게 섹시한데요?"
"…도련님, 자꾸 그런 말 할래요?!"
그제서야 옷을 내려다보자, 땀에 잔뜩 젖어서 브래지어가 비추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늬까지 다 보이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 걸 생각하고 그냥 흰 셔츠로 입고왔는데, 에어컨이 망가진 줄 알았으면 속이 비치지 않는 걸로 입고 올 걸 그랬다….
아니, 망가진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오질 않았겠지.
"그리고 그러는 도련님도 다 비치거든요?"
도련님은 도련님대로 땀에 젖어서 안이 다 보이고 있었다.
…꽤 근육질이다. 책만 잔뜩 보는 문학 쪽의 일을 하면서, 무슨 시간이 있다고 저렇게 몸을 만들 수 있는건지.
"아~덥다!"
"앗…."
내 말을 들은 도련님은 갑자기 자기 몸을 내려다보고 씨익 웃더니 땀에 젖은 셔츠를 벗어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젖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올리더니 자랑하듯 상체를 내 쪽으로 보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형수도 그냥 벗지 그래요?"
"도련님!"
"아니 다른 뜻이 있는게 아니라, 찝찝하게 땀에 젖은 옷 입고 하는것보단, 그냥 셔츠라도 벗고 하는게 더 시원하고 편하지 않겠냐는건데."
…도련님의 말 대로 확실히 엄청나게 찝찝하긴 하다.
특히 가슴이 커서 그런지, 가슴 골 사이에 땀이 차오르는데 이게 꽤나 기분나쁘다.
안 그래도 잠깐 화장실에 가서 조금이라도 땀을 닦고 올까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그냥 도련님 옷 하나만 빌려주세요. 나시 있어요?"
"내가 입는건 거의 다 하얀색인데…검은거나 회색은 어제 잘때 입었다가 땀에 젖어서 지금 빨래 바구니에 넣어놨고."
"으…."
하얀색 나시는 입어봤자 잠시 뒤면 지금하고 똑같은 상태가 될게 분명했다. 아니, 오히려 노출이 더 많아져서 심해지면 심해져도 나아지진 않겠지.
"됐어요!"
"아니 뭐…싫음 말고."
도련님은 화장실 쪽으로 가 세면대에서 물을 틀더니, 그대로 머리를 한번 시원하게 감기 시작했다.
이 집은 지하수를 퍼 올리지만, 지하수라는게 굉장히 시원해서 보고만 있어도 나도 따라서 머리를 감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저건 어찌보면 남자만의 특권…지금 나는 머리가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니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도련님은 머리를 감고 난 뒤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수건을 찾으러 가더니, 물기도 제대로 안 말린 채 거실로 나오고는 내게 말했다.
"뒤 돌아 봐요, 땀 닦아줄테니까."
"내, 내가 닦을께요."
"에이, 어차피 벌써 다 비춰 보이는데 뭐 어때. 돌아 봐요."
"으…."
그 말대로다. 게다가 등의 땀은 내가 닦고 싶어도 제대로 닦지도 못한다.
납득이 갈 만한 말이였기에 도련님 쪽으로 등을 돌리자 도련님은 곧바로 내 셔츠 안으로 손을 넣더니, 수건으로 옷과 등에 묻은 땀을 닦아 주었다.
"앗 차거…!"
"시원하죠?"
수건의 일부분은 찬 물로 적셔온 상태였는데, 그 때문인지 차갑긴 해도 기분이 좋았다.
도련님이 등의 땀을 다 닦아주고 나자 나는 수건을 받아서 이번엔 도련님에게서 뒤돌아 선 채 가슴 사이의 땀을 닦아내었다.
찬 물로 적셔진 부분이 차가워서 기분 좋다….
도련님은 곧바로 거실에 옮겨노은 책들을 살피기 시작했고, 나도 따라서 외국어로 된 책을 도련님에게 그 자리에서 번역해주며, 필요 없는 책과 필요한 책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류가 끝난 뒤, 필요 없는 책들을 들고 다시 서재로 올라가고는, 아까와 똑같은 작업을 계속했다.
"하아…덥다…."
셔츠를 입은 채로 일하는 나는 계속해서 상체를 드러낸 도련님을 생각하자 나도 그냥 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되지도 않아 땀에 젖어 찝찝해진 옷이 기분나쁜데다가, 바람이 불 때에면 셔츠에 막혀 시원함이 줄어드는 점이 자꾸만 옷을 벗고 싶게 만들었다.
…북풍과 태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후우…."
더운 나머지 나는 단추를 하나 푸르고 일을 계속했고, 도련님을 따라 다시 한 번 거실로 내려갈 때 쯤에는 단추를 또 하나 풀러 커다란 가슴의 골짜기가 맨 살로 보일 정도가 되었다.
팔락팔락팔락
"하아…."
도련님은 거실에서 같이 앉아 책을 정리하다 말고 책 사이에서 책받침을 발견하고는 내 쪽으로 부채를 부치듯 부쳐주기 시작했고, 나는 바람이 기분 좋았기 때문에 도련님 쪽으로 눈을 감은 채 계속 해 달라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도련님은 계속해서 부채를 부치더니, 점점 노골적일 정도로 가슴 쪽으로만 집중적으로 바람이 가게끔 만들었다.
"…도련님."
"여기 안 더워요?"
"덥긴 한데 거긴 부치지 마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중에 혼자서 부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섯 번 쯤 반복했을까.
내 셔츠는 정말로 이젠 땀인지 옷인지 모를 정도로 잔뜩 젖어서, 벽에 닿으면 그대로 자국이 날 정도가 되었고, 단추도 두 개 밖엔 잠기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하아…더워…."
"형수, 이것만 하고 샤워하고 오늘은 쉴까요?"
"네에…찬성…좋아요…."
샤워 할 생각까지 하고 온 게 아니였기에 갈아입을 옷 같은 것도 없었지만, 우선은 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더워서 어지러울 정도로 지친 나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책장에서 책을 뽑아 내용을 대충 살피고, 다시 집어넣고 하는 것을 반복했다.
외국어로 된 책들 중에서 도련님이 말하는 책을 찾아야 했기에 몇 번이고 반복되는 작업이였고, 읽었다가도 도련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다시 집어넣어야 했기에 지루한 작업이였지만 오늘은 이게 마지막이였으니 힘 내서 하고 있었다.
"하아아…."
그리고 책을 꺼낸 뒤 다음 책장으로 이동하려다 말고 앞에 보이는 책장 뒷편에 손을 댔다가 너무 시원하길래 잠깐 기대듯 달라붙은 순간에 일이 터졌다.
"어, 어?! 어어어?! 도, 도련니임!!"
"우, 우와앗! 우와앗…!"
와르르르르르!! 파라락! 파락!!
그리 세게 기댄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새도 없이, 책장이 그대로 앞으로 넘어가 버리며 도미노처럼 책장 세 개가 넘어가 버린 것이다.
완전히 넘어가는 일은 급하게 일어선 도련님이 넘어가려던 책장을 잡아 세우며 막았지만, 두 책장 안에 있었던 책들은 전부 다 떨어져나오고, 페이지가 구겨진 것도 보였고, 맨 끝의 도련님이 넘어가는걸 막은 책장은 윗 부분의 책들이 두 칸 정도 다 떨어져 내리고 아래쪽은 반 정도 나와 버렸다.
"형수! 그 맨 뒤에 책장좀 우선 세워줘요!"
"네, 네!"
덥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로 놀라 몸이 차갑게 식은 나는 도련님이 말하는 대로 곧바로 책장을 잡아 세우고, 다음은 대체 뭘 해야 하나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도련님은 자기 쪽으로 와서 잠깐 책장좀 잡고 있어달라고 말했고, 내가 그대로 책장을 잡고 있자 도련님은 두 번째 책장 밑에 깔린 책들을 대충 치우더니 책장을 제대로 일으켜 세웠다.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 나는 도련님의 일을 돕겠다고 왔는데 오히려 망쳐버린데다가, 자료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는 사실에 겁이 들었다.
"아…이거 큰일났네."
"도, 도련님…죄, 죄송해요…."
"아…괜찮아요, 형수 안 다쳤어요?"
"죄송해요…저, 정리 할께요!"
곧바로 바닥에 널부러진 책들을 정리해서 하나하나 탑을 쌓듯 정리하기 시작하자 도련님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고는, 잠시 바닥에 널부러진 책들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거 참…음…그래도 책들만 있는 책장이 넘어가서 다행이네. 파일 끼워둔 책장 넘어갔으면 정리 할 생각도 안났을텐데."
"도…련님은 내려가서 쉬세요…! 제자리에 다시 다 정리 해 둘 테니까…."
뒤늦게 아무리 그래도 조금 기댄 정도로 그 무거운 책장이 넘어간 건 좀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지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고 싶을 뿐인 생각이였다.
땀에 젖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계속해서 책으로 탑을 쌓으면서 급하게 정리하던 나는 도련님이 한 말에 손을 멈췄다.
"아 형수, 괜찮으니까 우선 좀 씻고 해요."
"그래도…."
"어차피 이거 오늘 하루 한다고 다 정리 못 할 것 같으니까…우선 씻고 하죠? 나도 좀 씻게."
아…일 냈다….
이걸 대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본 도련님은 잠시 뒤 내 옆에 쪼그려 앉더니 말했다.
"그만 해요, 이거 어차피 다 정리해도 나중에 또 다시 하나하나 꺼내보면서 책 찾아야 할 수도 있는데. 그냥 이 참에 아직 안 본 것들 읽어보고 넣으면서 하는게 나을 것 같으니까."
"…네."
순순히 정리하는걸 멈추고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자 도련님은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형수, 오늘 여기서 잘래요? 그럼 밤 까지 하면 내일이나 모레 쯤에 정리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그치만…."
"어머니께는 내가 잘 말할테니까. 괜찮겠어요?"
"…그, 그러면…."
거절 할 수가 없는 말이였다.
잠시 뒤, 도련님은 전화기를 꺼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고, 전화 도중 내 쪽으로 다가와 내게 전화기를 건넸다.
[아가, 책장 넘어갔다며? 안 다쳤니?]
"아, 네…죄송해요 어머님…."
[네가 죄송할게 뭐있니, 주혁이 얘가 실수로 넘어트린건데. 아이구…안 다쳐서 다행이다 얘.]
"…네?"
[주혁이도 일이 바빠서 아가 없으면 정말 힘들 것 같다니까, 아가가 힘들겠지만 주혁이좀 도와 줄 수 있어?]
"아…네, 네. 어머님."
[그래, 애 걱정은 하지 말고. 애가 참 얌전하다 얘. 애가 아빠 안닮고 엄마닮았나보다.]
잠시 뒤 전화를 끊고 보니, 아무래도 도련님이 자기가 책장을 넘어트린걸로 해 준 것 같았다.
"저…도련님, 죄송해요…."
"에이, 괜찮다니까. 형수, 우선 씻고 밤에 다시 하지? 밤엔 그래도 찬 바람도 좀 더 불테니까."
나도 우선은 찬 물로 머리좀 식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순순히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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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면서 손으로 옷과 속옷을 대충 빨고, 드라이기로 빠르게 말린 나는 샤워실 안에서 옷을 다 입은 뒤 밖으로 나왔다.
도련님은 샤워실 앞에서 장난치듯 의자에 앉아 내가 나오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 처럼 휘바람을 불더니, 옷을 입고있는 모습을 보고는 불평 아닌 불평을 했고, 잠시 뒤 샤워실로 들어가 허리에 수건만 두르고 나왔다가, 1층에 도련님 방으로 가서가는 옷을 입고 나왔다.
그 뒤 밤동안 함께 정리를 하다 말고 시간이 2시에 가까워지자, 도련님이 슬슬 잠을 자자고 했기에 나는 그제서야 생각이 난 것을 물었다.
"저…도련님, 전 어디에서 자면 돼요?"
이 집은 잠을 잘 곳이라고는 도련님 방 밖에 없었고, 거실에도 소파 같은 건 없었다. 도련님 방이라고 부르고 있는 안방에야 침대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다 있지만.
참고로 집 구조는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곧바로 거실이 있고, 안으로 쭉 들어가면 화장실, 화장실을 가는 길에서 좌회전을 하면 주방, 주방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방이다.
그 안방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잘 곳이 없다. 거실은 거실이라기보다는 회의실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고.
"형수는 그냥 내 방에서 자."
"…도련님."
"아니 왜 혼자 오해하고 그래? 형수가 내 방에서 자고, 난 그냥 주방 바닥에 이불 깔고 자면 되지."
더 이상 추궁하기에는 서재에서 책장을 넘어트린 일 때문에 기운이 없었고, 샤워 한 후에 다시 일을 해서 그런지 옷이 땀에 젖은데다가 힘도 없었기에 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도련님이 안방에서 주무세요, 제가 주방에 이불 깔고 잘테니까."
"그럼 안돼지, 어떻게 내가 형수한테 그래? 그런 짓 했다간 어머니랑 형한테 얼마나 욕을 들으라고."
"말 안 해요."
"어허, 됐다니까. 침대에서 편하게 자. 안에 선풍기도 있으니까 틀고."
"그래도…."
결국 몇 번의 설득을 시도한 결과 아무리 말을 해도 도련님은 내 말을 들을 것 같지가 않았기에 내가 안방에서 자게 되었다.
"그럼 도련님, 안녕히주무세요."
"형수도 잘 자."
안방에 들어온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웠다가, 옷이 땀에 젖었다는 것이 생각나 잠시 고민하다 말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안방의 문을 잠근 뒤 셔츠와 치마를 벗고 방 안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수건으로 몸의 땀을 닦았다.
그 뒤 선풍기를 틀고 침대에 누운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책장을 쓰러트린 것이 맘에 걸려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하아아…."
몇 시간이 지났을까, 뒤늦게 잠이 들 것 같을 때 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몽사몽으로 문이 열렸나 싶으면서도 가만히 누워있던 나는, 다시 문이 닫히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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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조금 늦게 일어난건지, 잠에서 깰 때 쯤에는 이미 도련님이 식사를 하라며 깨우고 있을 때였다.
"형수! 밥 안 먹어요?"
"우, 으으음…."
대충 기지개를 켠 나는 밤 사이에 마른 셔츠와 치마를 입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 문을 열었다.
문은 큰 소리 없이 조용히 열렸다.
'…어라?'
어째서인지 위화감이 들은 나는 왜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 싶은 것인지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형수, 아직 자요?"
"아, 일어났어요!"
거실로 나가보니 도련님은 벌써 상을 다 차린 상태였다.
"아…도련님, 이런건 제가 해야되는데…."
"어차피 집에서 맨날 형 밥 해줄텐데 오늘정도는 남이 한 밥 드세요."
"어제도 그렇고…죄송해서 어쩌죠…?"
"어허, 괜찮다니까 자꾸 그러네."
아침밥은 된장찌개, 계란말이, 계란찜, 김 정도로 간단히 차려져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식사 뒤, 곧바로 다시 정리를 시작한 나는 점심 즈음이 되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진 폭염에 옷이 또다시 어제처럼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단추 두 개는 이것만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여전히 풀지 않고 있었지만, 가슴골도, 배꼽도 다 보일 정도로 노출이 심해져 있는 상태였다.
"아…덥다!"
"…어?!"
그럼에도 더위를 참고 있던 내 앞에, 도련님은 잠시 1층으로 내려가더니 바지마저도 벗고 왔고, 이제는 사각팬티와 삼각팬티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사각인데도 몸에 딱 달라붙는 팬티만 입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도, 도련님…반바지라도 입고 오세요."
"그거 입어 봤자 얼마 안되서 또 땀으로 젖을텐데, 그냥 빨래감 늘리기보다 이거 하나만 입는게 나을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아, 형수도 나도 어차피 이런거 부끄러워 할 나이는 아니잖아? 그리고 형수면 가족인데 뭐 어때."
"으…."
그대로 팬티만 입고있는 도련님과 계속해서 일을 하고있자,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입고있는 셔츠가 신경이 쓰였다.
도련님도 팬티밖에 안 입을 정도인데, 그냥 나도 벗어버릴까….
셔츠에서 땀 냄새 너무 나는 것 같고…그냥 이거 제대로 빨아 버리는게 나을 것 같은데.
벌써 다 비춰 보이는데 벗으나 마나 아닌가? 게다가 도련님 말대로 도련님이면 가족이고….
"…잠깐만요."
결국 아무리 생각해봐도 벗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1층으로 내려가 셔츠를 벗고 다시 올라왔다.
이미 볼 만큼 본 상태인 하늘색의 브래지어만을 차고 온 내 모습에 도련님은 눈을 크게 뜨더니 입꼬리를 올린 채 웃으며 말했다.
"이야! 형수 보기 좋네! 이야아…!"
"빠, 빨리 정리 해요…."
"이야…우리 형수 이렇게 보니까 가슴이 진짜 장난 아닌데? 형수때문에 내가 요즘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봐도 다 안 예뻐 보인다니까."
"도련님, 자꾸 그러면 셔츠 다시 입을거에요."
"겨우 좀 시원해보이게 됬는데 그걸 다시 입는다고? 지금 형수 보고 아까 전 모습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덥다!"
힐끗 도련님의 팬티를 보자, 아까는 순대처럼 돌아가는 듯 한 모습으로 튀어나와 있던 곳이 일 자로 펴져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졌지만, 이미 땀에 젖어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벗으나 마나였고, 맨 살에 부딪혀 오는 찬 바람이 기분 좋았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책장에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 형수. 거기 있는거 필요한 책들이니까 꽂으면 안돼요."
"아, 네."
필요한 책들도 잘 찾아서 한 곳에 모아두고 있었다.
우웅-, 우웅-
정리를 하는 사이에 도련님이 어느새인가 세탁기에 내 셔츠를 넣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잠시 식사를 할 겸 쉬는 시간에도, 정리가 끝나 밤이 된 뒤에도 계속해서 상의는 브래지어만 입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도련님도 내 모습을 그리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고, 나 또한 시간이 좀 지나자 익숙해졌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도련님, 저 도련님 옷 좀 빌려 줄 수 있어요?"
오히려 내 브래지어와 팬티에서 땀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입고 있던 옷들을 모두 세탁 할 생각을 하기까지 했다.
도련님이 순순히 내게 세탁을 끝낸 검은 나시와 반바지를 빌려주었기에 나는 오전,오후에는 여전히 브래지어에 치마를 입은 채로 책들을 정리하다가, 밤이 되었을 때에는 샤워를 한 뒤 도련님이 빌려준 나시와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
그리고, 속옷들과 치마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이야, 형수 지금 노팬티 노브라야? 너무 야한거 아냐?"
"도련님 자꾸 그럴래요?"
드럼 세탁기여서 내용물이 보이는 탓에 도련님이 현재 내 상태를 곧바로 알아채었다.
책들은 결국 하루 종일 한 결과 다 정리 할 수 있었고, 남은건 내일 조금 더 살펴보고, 자료들을 정리하는 일 뿐이였다.
책장을 넘어트렸을 때에는 이게 삼일 안에 될까 싶었지만 도련님도 도와주니 빠르게 처리 할 수 있게 되어서 1시를 조금 넘었을 때 정리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었다.
…찢어진 책도 몇 권 보였기에, 내일 그 책을 테이프로 붙히고, 급한대로 대충이라도 수리해 놓기로 했다.
"형수 먼저 자, 난 조금 있다가 이거 다 돌아가면 건조시켜놓고 잘테니까."
"아, 고마워요."
"뭘, 내가 고맙지. 형수 속옷 만지게 해주는데."
"도련님!"
그래도 나는 내 속옷을 만지는 정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방 안에 들어가 전날처럼 문을 잠그고 잠에 들었다.
다행히 책들을 다 정리할 수 있었기에 안심을 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잠이 잘 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