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49화 (49/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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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첫날에 게임하고 있었던걸 떠올려서 한 질문인데, 역시 한국 애들은 다 lol아니면 스타 크래프트만 하는걸까….

"음…딴건?"

"던파랑, 서든이랑…."

…제길.

뭔가 내 취향이랑 맞는 게임을 해야 이야기를 이어가기라도 하지…어째 전부 다 나는 제대로 해 본적도 없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민우놈이 맨날 쉬지도 않고 하자고 한데다가 이기면 놀리고 욕하고, 지면 다시하자면서 화내고 해서 안하게 됬고, 던파는 그냥 안했고, 서든은 FPS에 재능이 없어서 안하고, 롤이라고 축약해서 불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은 처음 소문 듣고 게임하려고 했더니 시작하자마자 들어간 방에서 욕을 죽어라 먹고 안 하게 됬다.

"다른 게임은 안해?"

"하긴 하는데, 친구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걸 많이하죠."

"으…그런가?"

"누나도 혹시 게임 하세요?"

그래도 게임을 화제로 꺼낸건 정답이였는지, 경수가 아까처럼 어색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게 질문했다.

"옛날엔 좋아했는데…요즘은 잘 안해."

"뭐 했었어요?"

"음…."

나는 경수에게 내가 했었던 게임들을 기억나는대로 말해주었다. 격투게임, RPG, 레이싱 게임 등….

"…게임 하는게 되게 남자 같네요?"

"뭐…응, 그렇지."

그럴 수밖에 없지. 당연히.

"근데 격투게임 좋아해요?"

"어? 응."

방금 말한 것 중에서 격투에 관련된 게임이 많았던 것 때문인지 경수가 물어봤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격투게임은 좋아한다. 격투게임중에 하나는 해외 서버에서 꽤 유명했기도 했고.

한국에도 있는 게임인데, 유학나가있는동안 해외 서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해외 서버에서 랭커들하고 맞붙고 다니고, 승률은 80~90% 근처에서 놀고…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한 것 같은 게임이였다.

"어떤 격투게임 좋아해요? KOF 해봤어요?"

"그건 당연히 해봤지. 옛날부터 있었던 건데…지금 몇까지 나왔어? 내가 마지막으로 해본지가 좀 되서 모르겠다."

"몇탄까지 나왔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가장 마지막께 뭐였더라…아, 저랑 한판 할래요? 저 컴퓨터에 있는데."

"응?"

어라, 대화가 이런 쪽으로 흘러가게 되는건가…?

기술도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오래되긴 했지만, 한판 해볼까….

왠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대로 나는 경수와 같이 지금은 내 방이 되어있는 경수의 방의 가,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켰다.

의자는 거실에서 하나 더 가져왔지만 키보드는 하나뿐이여서 조금 불편한데다가 손도 자꾸 맞닿거나 했지만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여서 나는 손으로 타닥 타닥 하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내며 외쳤다.

"앗! 위험하다!"

"아! 그거 쓰지 마요!"

나는 내 캐릭터의 체력이 너무 없어가지고,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키를 전부 다 눌러서 경수가 아예 못 움직이게 만들었다.

키보드가 키 입력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점을 이용한 꼼수다!

…그치만 결국 졌다.

"뭐야 너…왜 이렇게 잘해?"

"저도 격겜 좋아해가지고 맨날 했거든요."

경수가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걸 보니 자존심이 상했다.

제길…꼼수까지 썼는데 지다니.

되게 잘한다…자꾸 콤보를 걸어대서 키 입력 꼼수로 억지로 콤보를 끊게 하고, 필살기도 못 쓰게 방해했는데 지다니….

진짜 비겁하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 아까 너무 비겁했던 것 같아."

"그러니까 그거 하지 마요."

"특별히 그렇게 해 줄께."

그치만 안 쓰니까 정말 손도 못 쓰고 죽는다.

왜 이렇게 잘해!

KOF라는게 원래 이런 게임이였나…? 싶을 정도로 잘한다.

"…딴거 할래요?"

"…응."

결국 내가 불쌍해 보이기라도 한건지 경수는 게임을 끄고, 두명이서 협력하며 하는 형식의 게임으로 바꿨다.

근데 이것도 너무 잘한다.

…내가 잘하는 게임으로 켜주면 내 쪽에서 손도 발도 못쓰게 가지고 놀아줄 수 있는데 비겁하게 자기가 잘 하는 게임만 키다니.

"누나 게임 잘하네요."

그런 입에 발린 말 해도 하나도 기쁘지 않거든.

제길.

오늘 뭔가 액이 끼인 날인가. 왜 이러지.

게임 큐브는 없는건가. 스마브라로 덤빈다면 이 놈이 9명 있어도 이겨 줄 자신이 있는데.

참고로 내 주캐릭터는 루이지다.

"아, 죽었다."

그래도 게임을 하고 있자니,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어서 그런건지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기분이 풀리자 이번에는 다른 걸로 기분이 나빠졌다.

이 자식, 메탈슬러그를 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탱크나 낙타를 나한테 다 양보하다니.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이런 쓸 데 없는 배려는 굴욕이다.

그래도 탈 거지만.

"아! 누나 태클좀 그만해요."

"크흐흐…축구는 태클로 시작해서 태클로 끝나는거야."

축구 게임을 하게 되자 나는 이런 쪽의 스포츠 게임에는 특히 약했기에 우선 태클만 익힌 뒤, 골을 넣는 것은 포기하고 선수 학살을 즐기기 시작했다.

5명쯤 부상시킬 때 쯤 되니 점수는 0:5 가 되어있었다.

훗, 점수 따위…쓰잘데기 없는 것.

나는 살을 주고 뼈를 치겠다!

"누나 축구 할 줄 모르죠?"

"응."

결국 0:7로 졌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게임하는 도중에 나한테 좀 유리한 일이 생긴다 싶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보면 꼭 내 가슴 쪽을 보고있는데…안 들킬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키보드가 하나인 만큼 서로 가까이 붙어서 게임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노골적일 정도로 내 가슴을 내려다 보고 있다.

"쯧."

역시 고등학생은 건강하구나. 같은 생각을 하니 불쾌한 일이 머릿속에 떠올라 작게 혀를 찼다.

아, 이런. 경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는건 좀 이상하지….

마침 게임을 하다가 내가 실수를 한 순간이여서 그런지 경수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게임을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니, 집주인 아저씨가 귀가했는지 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 다녀오셨어요."

"응? 어어, 그래."

꽤나 늦은 시간인데, 아저씨는 무슨 일을 하는걸까.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늦은 시간에 퇴근한다.

궁금하긴 하지만, 그런 것 까지 물어 볼 필요는 없겠지.

나는 곧바로 아저씨에게 10만원을 건넸다.

"응? 아아, 그래. 집에서 돈은 보내줬나봐?"

"아, 네."

"수도세랑 전기세는 나중에 봐서 계산해 줄 테니 그때 줘."

"네…."

역시 수도세 같은것도 내야 하는건가. 학교 기숙사에 살 때는 안 내고 살았기도 하고 별로 말하는 것도 없길래 혹시나 했는데….

잘 생각해 보면…아니, 잘 생각 할 것도 없이 원래는 수도세 같은건 어느정도 내야 하는게 당연하겠지.

"너무 밖에서 고생하지 말고, 돌아 갈 수 있을 때 집에 돌아 가 보고 그래."

"네…."

왠지 사연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말이다.

아저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을 대충 벗더니 팬티 바람이 되서는 거실에서 TV를 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옷 좀 입으라고요!"

"아니 이게 어디서 아버지한테 큰소리야?"

경수는 아저씨가 팬티바람이 되자 창피한건지 큰소리를 쳤고, 아저씨는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건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와, 싸움 났다. 라고 생각했더니 잠깐 다투다 말고 경수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싸움이 끝났다.

버릇처럼 방 안에 들어가 문을 닫은 것 같았지만, 그 방은 지금은 내가 묵고 있는 방이였다.

거기로 들어가면 안돼지!

나도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데…선수를 뺏겨 버렸다.

…어딘가로 자리를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잠깐 거실에 앉아서 아저씨와 같이 TV를 보기로 했다.

아저씨는 하필이면 내가 제일 관심이 없는 스포츠 부류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야구 방송이다.

"살 만은 해?"

"네? 아, 네. 괜찮은데요."

"그래?"

…갑자기 말을 거시나 싶었지만, 대화는 이걸로 끝.

그 뒤로 침묵이 이어지자 너무 어색해가지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진 나는 결국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아저씨는 무슨 일 하세요?"

"무슨 일 하긴 뭘 해?  막일이나 하지."

…난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걸까.

이 아저씨, 너무 대답하기 곤란한 말들만 해서 대화 하기 힘들다.

대체 막일은 뭐 하는 일이야.

"에잉…."

응원하던 팀이 점수를 빼앗기기라도 한건지 아저씨가 혀를 차고는 어깨가 아픈 것 처럼 한 손으로 어깨를 몇 번 주물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앉아있다 말고 무릎을 세운 채 걸어서 아저씨의 등 뒤로 갔다.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솔직히 말해서 집주인 아저씨에게서 점수를 좀 땄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뭣보다 돈이 없고.

집주인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는 나를 잠깐 보더니, 내게 어깨를 내밀었다.

"주물러 주면 나야 좋지."

곧바로 나는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안마는 특기다. 뭐라고 해야하나, 만지면 저절로 감이 온다. 여기가 뭉쳤구나, 이 정도로 세게 주무르면 되겠구나 하고.

사람마다 만질 때 근육의 촉감이 다른데, 만지다 보면 어디가 어디에 비해 뭉쳐있는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주무르다 보면 상대가 어느정도 세기로 주무르면 통증을 느끼는지, 시원해 하는지도 반응에 따라 알 수 있다.

이래 보여도 군대에 가면 선임한테 안마병사로 지명당해서 매일같이 고생할 거라고 제대한 사촌한테 언제나 들어오던 몸이다.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야매 안마술이지만 그래도 꽤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안마를 조금 해 보니 어깨도 어깨지만 등 쪽이 꽤 굳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바닥에 엎드리라고 해 등을 주무를 수는 없으니 계속해서 어깨를 주물렀다.

"어~좋다…어디서 배우기라도 했나?"

"네? 아뇨, 배우지는 않았는데."

"잘하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듯, 나도 칭찬에 약한건지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만져보니 어깨보다는 목이 더 많이 굳은 것 같아 목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몸에서 힘을 빼는건지 등을 점점 구부렸다.

"아가씨가 아귀 힘이 좋구만."

"자, 자주 들어요. 그런 말."

힘은 남자일 때랑 별 차이가 없다보니, 여자 치고는 센 편이다.

특히나 악력은 센 편이여서, 목을 주무를 때 딱딱하게 굳어있길래 조금 힘을 준 게 너무 준 모양이다.

아저씨는 내가 하는 안마를 가만히 받고 있더니, 야구 경기가 끝나자 TV를 끄며 말했다.

"우리 아들보다 아가씨가 낫구만. 힘들지? 가서 쉬어."

"아, 네."

마침 안 그래도 슬슬 손이 피곤해 지고 있던 참이여서 나는 곧바로 안마를 멈췄다.

…수도세 같은거 안 깎아 주려나.

아저씨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을 자려는 거겠지.

나도 거실에 혼자 있을 수도 없고, 피곤해서 그런지 슬슬 졸려졌기에 방으로 돌아갔다.

"저기…문좀 열어줄래?"

방 문이 잠겨있었기에 문을 두드리니 잠시 후에 문이 열렸다.

컴퓨터가 켜져있고, 게임 화면이 보이는걸 보니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방은 지금은 내가 머물고 있긴 하지만 원래는 경수 방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숙하고 있다고는 해도 내가 남의 방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는요…?"

"어…주무시는 것 같은데. 아직 안 자게? 내일 학원은?"

"이 판만 하고 잘께요."

우와, 나왔다. 누구나 다 하는 변명. 이 판만 하고 잘께요.

정말 한 판만 하고 잘 수 있을까…나도 한 판만 더 하는 생각에서 밤을 새 버린게 한 두번이 아니였는데.

어찌되었든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침대 위에 누웠다. 원래 주인은 눈 앞에 있지만, 하숙하는 동안은 내 침대나 다름 없다.

"하…아암. 아…혹시 만화책 같은거 있어?"

원래 방 주인은 경수인데 내가 자고싶다고 쫓아내는 것도 미안해서 게임을 끝내는 동안 만화책이나 보기로 했다.

경수는 온라인 게임 도중이였던 것 같은데도 자기 캐릭터가 죽는걸 내버려두고 나한테 만화책을 찾아줬다.

…생각해보면 좀 만화같은 상황이긴 하다. 미인 여대생 거유 누님이 하숙생으로 찾아와 오밤중에 단둘이 한 방에서! 라니. 무슨 일본 야동 각본도 아니고.

부럽다. 나도 그런 상황에 한번 처해져 보고 싶다….

배와 목 쪽에 이불하고 베개를 깔아 가슴이 몸에 눌려 아파지는 일을 방지한 나는 침대에 엎드린 채 만화책을 보면서 게임이 끝나길 기다렸지만, 역시나 경수는 한판을 끝내고도 다시 새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다려 보자는 생각에서 읽기 시작한 만화책도 점점 글자가 안 보일 정도로 졸려올 정도가 되자 읽을 맘이 사라졌다.

"경수야, 게임 아직 안 끝났어…?"

"어…진짜 이 판만 할께요."

…뭐, 저 나이때는 게임이 생명이니까. 적당히 하다가 졸리면 자겠지.

그 뒤로 좀 더 버텨보려고 했지만 학교에서 수업이라도 듣는 것 처럼 정신이 가닥가닥 끊길 정도가 되자 나는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끝나는 걸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그냥 먼저 자는게 나을 것 같다.

♀ ♂ ♀ ♂ ♀ ♂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불은 내가 자다가 걷어 찬 건지 발이 뻗어져 있는 장소에 놓여져 있었다.

잠버릇이 나빠진 건가. 그러고 보니 조금 기분 나쁜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무슨 내용이였는진 기억 안나지만.

"으으…배 시려."

자면서 이불을 걷어 차고 셔츠도 조금 올라간 모양인지, 일어났을 때에는 배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배탈이 날 것 같아 나는 잠시 이불을 끌어당겨 배 위에 덮고있다가, 적당히 몸이 따듯해 졌을 때 다시 잠들었다.

…일어났다가 이불을 덮고 그대로 다시 잠들지 않는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눈을 감고 조금 더 잔 나는 핸드폰 알람이 울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주인 아저씨가 시킨대로 경수한테 밥을 해 줘야 한다.

왠지 30만원을 다 내고 나니 할 필요가 없는 일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하긴 해야겠지….

닫혀있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거실에 이불이 깔려 있는 것이 보였다. 경수는 내가 잠든 뒤 거실로 나가 잔건지, 거실에 누워 있었다.

아저씨는 벌써 일 하러 나간건가?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한 나는 머리를 대충 묶어 정리하고, 자는 동안 흐트러진 속옷도 바로 입은 뒤 화장실에서 나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제와 별 다를 게 없었다. 집주인 아저씨가 새로 뭔가 사 오진 않은 것 같다.

…계란말이랑 콩나물 국을 해볼까.

지금 냉장고 안에서 보이는 재료로 생각나는 메뉴는 이것 외에는 딱히 없다.

콩나물 국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는 것 자체는 쉽지만 콩나물의 비릿내를 없애면서도 맛을 그대로 내는게 정말 어렵다.

조금이나마 맛있는 콩나물 국의 비법을 알려주자면, 냄비 뚜껑에 있다.

…알고 있어도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맛이 좌우되기에 별로 소용이 없지만. 참고로 내가 콩나물 국은 맛있게 할 확률은 50%다,

적당히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더니 경수가 일어났다.

"아…."

"일어났어?"

"어…네."

왠지 분위기가 어색하다…게임 하면서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경수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면서 머리도 감은건지 젖은 머리로 나왔다. 그 사이에 요리를 끝낸 나는 식탁 위에 상을 차려놨고, 의자에 앉아 경수가 앞에 앉기를 기다렸다.

"어…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은 콩나물 국이 잘 됬다.

어떠냐! 맛있지!

경수를 보며 반응을 확인해 보니, 경수도 맛있어 하는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국이 없어졌다.

흐흠!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깨끗하게 먹어주는 것 만큼 좋은 칭찬이 없다.

깨끗해진 그릇을 보니 왠지 기분 좋아….

"…잘 먹었습니다."

"아, 내가 치울께."

경수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가 식사를 끝낸 그릇을 싱크대에 놓은 뒤, 안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는 집을 나섰다.

어차피 식사 뒤에는 내가 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해야 되니, 그냥 내가 치워도 상관 없는데.

"잘 갔다와."

"어…다녀오겠습니다."

경수가 집을 나가고 난 뒤 나는 설겆이를 하며 생각했다.

…역시 뭔가 어색하지 않았나.

어제 조금 친해졌나 싶었더니, 고등학생이라서 부끄러워 하는건가?

그건 그렇고,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당분간 뭘 하고 지내야 하는걸까.

…진짜 뭘 하고 시간을 보내야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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