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48화 (4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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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 ♀ ♂ ♀ ♂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울 때 태권도 도장에서 나눠줬던 MVP 카드라는게 생각난다.

원형의 플라스틱 카드 같은 건데, 모아서 던져 날리며 놀고는 했다. 카드 안에는 태권도의 여러 기술이나 자세가 그려져 있어서, 여러 자세들을 쉽게 기억 할 수 있게 해 줬었다.

그 카드에서도 가장 기억에 잘 남는 태권도의 기술이 낭심차기.

실제로 해보니 위력적인 기술이였다. 무섭다.

'지갑 속에 있는 돈은 3만 7천원…그럼 현재 총 재산은 8만 7천원인가. '

기절한 놈을 노래방에 남겨두고 도망쳐 나온 나는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까 도망치는 바람에 원래 받기로 했던 돈을 전부 못 받아서 돈이 부족하다.

…아까 낭심차기를 했을 때 좀 더 세게 차서 저항도 못하게 해 둔 다음 지갑이라도 훔칠 걸 그랬나.

범죄라고는 해도, 지금 돈이 없는 걸 생각하니 그렇게 하지 않은게 후회됬다.

"읏…."

지금껏 왠지 여자가 되는 일이나, 섹스를 하거나 하는거에 거부감이 들지 않고 있었지만, 그런 일을 당해 보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뱃 속에 그런 놈이 남긴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 자체가 역겹다.

혹시 임신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무섭기까지 하다.

'임신 하는 건 아니겠지….'

한달 간 상태를 보려고 한 게 처음부터 내가 임신을 할 수 있는 몸인지 알아보고자 해서 생각한 일이였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아무리 긍정적이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생각 할 수가 없다.

정액이 몸 속으로 들어왔다 생각하니 머릿속이 남자일 때로 돌아 간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껏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바보같고, 황당하게 느껴진다.

정말로 임신하면 어떡하지.

여자가 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이 몸으로 아이를 낳는다면 난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남자인 나는 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윽…."

…흘러나왔다.

나는 생각하던 걸 멈추고 인상을 썼다. 조금 기분 나쁘다 이거….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각이다. 제 멋대로 몸 속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이 기분…굉장히 찝찝하다.

아, 생리하는 여자도 대충 이런 기분인건가? 여기에다가 이 미묘하게 기분나쁜 찝찝함이 시도때도없이 계속되고 통증이 따라온다고 생각하면….

우와, 그건 진짜 기분 나쁘다. 직접 겪어보진 못해서 모르겠지만 굉장히 싫다.

뭔가가 흘러나오는 느낌에 멈춰선 나는 가까이에서 벤치를 발견해 곧바로 앉았다.

아…뭐랄까.

기분 나쁘다. 진짜로, 엄청 기분 나쁘다.

화장실에 가서 빼내 보려고 했지만 손가락으로 아무리 쑤셔봐도 어디 달라붙기라도 한 것 처럼 나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신경 안 쓰고 걸어가려고 하면 조금씩 흘러나오고.

뭐야 이거. 지금 나랑 밀고 당기기 하냐.

피임약도 먹어 두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근데 내 몸에 피임약이 소용이 있기는 할까?

그보다 정말로 내 몸은 대체 무슨 원리로 변하는 거지? TS스톤에 여성호르몬이 가득 들어있다가 핥으면 그걸 먹어서 변하는 건 절대 아닐테고.

…그만 하자. 누가 봐도 오버 테크놀로지로밖에는 안 보이고, 마법으로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는 현상을 내가 해명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생각하는 만큼 시간낭비다.

잠시 앉아있었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걸어가던 나는, 부모님이 건네준 카드와 같은 은행을 발견하고 다시 갈 길을 멈춘 채 그 자리에 서서 생각했다.

'…5만원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카드에서 뽑을까?'

…그것 말고는 지금 상황을 해결할 만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내일까지 돈 내기로 했고.

좋아, 5만원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할까.

부모님께 우선 문자로 현금좀 뽑아두겠다고 문자를 보낸 나는 근처 은행에 들어가 돈을 인출했다.

그러자 잠시 뒤 어머니 쪽에서 '멀리 갔네?' 라는 문자가 왔다.

'…역시 위치 나오는구나.'

만에 하나 찾아온다고 해도 여자인 나를 알아볼 가능성은 없지만, 이걸로 위치가 나온다는 점은 알았다.

카드를 지금까지 쓰지 않은 건, 부모님께는 나도 한화를 환전하지 않고 모아뒀던 돈이 있으니까 그걸로 여행하고 카드는 정말 돈이 없을 때만 쓰겠다고 해뒀으니 괜찮을 지 몰라도 이미 쓴 이상은 계속 안쓰면 이상하게 여기려나….

혹시 모르니까 나는 부모님께 '지갑을 넣은 가방을 여관에 두고 카드만 들고 나와서 밥을 먹었는데 식당에서 카드계산이 안되서 뽑았다' 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지어서 문자로 보냈다.

…여자로 지내면 날이 갈수록 거짓말만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조금 양심에 찔렸다.

그건 그렇고, 위치가 나온다는걸 안 이상 카드는 역시 쓰지 않는게 좋겠지.

우선 급한 불은 끄게 될 수 있는 것 같다는 것만 생각하자.

그나저나 피임약은 얼마 정도 하는걸까.

마침 가까이에 약국이 있어 안으로 들어간 나는 점원이 여자였기에 이런 걸 사기에는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피임약의 가격을 물었다.

"처방전 주세요."

"저기…그, 없이는 안 되나요?"

"병원 가셔서 처방전 받아오시지 않으면 저희도 함부로 약 못 내드려요. 사후피임약은 부작용때문에 특히 더 그렇고요, 병원에서 처방전 받으신 뒤에 다시 와 주세요."

…구매 자체를 거부당했다.

돈도 없는데다가, 나는 신분증 같은 것도 없다. 병원 같은 곳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태다.

보통은 이런건 그냥 주지 않나 싶어서 한번 따져볼까도 싶었지만, 피임약 안 팔아준다고 뭐라 하는것도 좀 창피했다.

약국에서 나온 나는 하숙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그냥 우선 상태를 보기로 하고, 뭔가 걸리는 게 있으면 바로 남자로 변해버리면 되지 않을까.

…궁금해졌는데, 질내사정을 당한 뒤 남자로 변하면 대체 그 정액은 어디로 가는걸까.

음식을 먹고 나면 남자일 때에도 여자일 때에도 배가 불렀다. 즉, 뱃 속에 있는 건 다른 곳으로 가거나 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나는 아랫배를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아…머리야."

풀리는 일이 없다. 편하게 돈 벌어야지 하고 생각한게 잘못이였던 걸까.

일이 이렇게까지 되다니….

"하아…."

한숨을 쉬면서도 빨리 샤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나는 걸음을 빠르게 하며 하숙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여자가 되면 왜 그런지 신체 능력이 좀 좋아진다. 남자일 때보다 운동능력도 좀 더 좋지 않을까?

다만, 가슴이 커서 뛰거나 할 수는 없지만…뛰면 아프다. 아주 못 참을 정도는 아니지만 진짜로 위 아래로 양 옆으로 마구 흔들리면 뭐라고 할까, 피부가 당긴다고 해야하나 근육이 당긴다고 해야하나…아무튼 아프다.

운동능력에 있어서 가슴이라는 패널티 때문에 밸런스가 조정된 것 처럼 신체 자체의 수치는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다.

"읏…."

그치만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자꾸만 다리 사이로 뭔가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는 한 시라도 빨리 몸을 씻고 싶어졌기에 조깅하듯 달리기 시작했다.

가슴은 팔짱을 껴서 뭔가를 감싸 들어 올리듯 하는 걸로 고정시킨 상태다.

이렇게 하고 뛰면 안 아프겠지.

♀ ♂ ♀ ♂ ♀ ♂

"후우…!"

하숙집에 돌아오고 보니 아무도 없길래 우선 씻고싶다는 생각에 곧바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물을 틀자 가장 처음에는 차가운 물이 나왔지만, 곧바로 따듯한 물로 변했다. 적당히 온도를 맞춘 나는 빗줄기처럼 떨어지는 물을 머리에 맞다 말고, 샤워기를 들어 다리 사이에 댔다.

이러면 나오지 않을까.

"으…."

타일 위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계속해서 샤워기를 다리 사이에 대고 있었더니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이게 샤워기 자위구나.

자위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질 내는 깨끗하게 씻어내고 싶었다. 샤워라기보다는 질 세척을 하고싶었다.

두 손으로 벌리면서 물을 쏘아 넣어 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본 나는 충분히 씻어 낸거 같다 싶자 그 때부터 다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씻었으면 괜찮지 않을까…싶어지자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아직 여자인 채로  생활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한번 남자로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이번 처럼 한 달 동안 여자로 있어 볼 만한 기회는 많지 않다. 방학 기간인 지금이 아니면 수업 때문에 해 보고 싶어도 불가능하고,

이번 기회에 장기적으로 여자인 채 생활하면 부작용은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이 임신이 가능한지도 알아보고 싶으니 될 수 있으면 남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혹시라도 남자로 변한 순간 여자인 몸에서 무엇인가가 리셋된다고 하면 시간 낭비만 한 게 될 수도 있으니까.

지금껏 매일같이 여자에서 남자로, 남자에서 여자로 변해 보면서도 단 한번도 생리라는걸 경험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점에서 나는 내 몸이 임신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혹 가능한 몸이라면 왜 생리를 하지 않았을까.

생리를 한다면, 여자인 내 몸에는 난자가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혹시 하지 않는다면….

"…꿀꺽."

살짝 기대 해 버린다.

솔직히 말해서, 질내사정 자체는 기분 좋았다. 뜨거운 게, 세차게 깊숙한 곳을 톡, 토옥 하고 건드리는 그 느낌….

설명 하기가 힘들 정도로 부끄러운 느낌이지만 기분 좋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임신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서 거부감이 들지만, 사정 당한 그 순간 만큼은….

"후우…."

진정하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기분으로 머릿속을 비운다. 뭔가 다른 것을 열심히 떠올린다.

꽃 한 송이를 머릿속에 꽃잎 하나하나, 결까지 그려넣는 것 처럼 다른 생각에 집중하며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맞았다.

가만히 머리에 물을 맞고 있었더니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조금 안심이 되자 어떻게든 기분을 풀고 싶어진 나는 긴 머리에 샴푸를 한 뒤 마음대로 모양을 내고 놀았다. 잠시 길어진 머리 모양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어 보며 논 나는 샤워기로 샴푸를 씻어내며 생각했다.

'앞으로는 하숙집에서 매일 밥 먹고 지내야겠네….'

남은 현금은 3만 7천원, 이걸로 한달동안 살 수 있기는 할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10만원은 해결했으니,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샤워를 마친 나는 긴 머리를 수건으로 물기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까지만 닦아내고 나서, 그대로 목에 수건을 걸친 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 언제…왔어?"

"아…방금 전에요."

샤워하고 나오니 경수가 샤워하는 사이에 귀가한건지 거실에 앉아있었다.

나는 거실에 TV를 틀어둔 채  내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경수를 보고  나는 샤워를 하고 난 뒤 안에서 입고 나온 옷을 내려다보며 경수에게 말했다.

"아, 옷 좀 빌려 입었는데…괜찮아?"

참고로 속에는 노 브라에 노 팬티다. 오늘 입고 나갔던건 강제로 당하는 거나 다름없이 입에 넣어졌을 때 가슴 위로 내 침이 좀 흘러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고,  도망칠 때 땀이 난 것도 있어서 세탁기에 넣어버렸으니까.

속옷을 따로 화장실에 들고 가서 입고 나오는 방법도 있지만, 경수가 샤워하는 사이에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질 않아서 씻고나서 방에 들어가 입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뭐, 저야 괜찮은데…."

솔직히 옷을 빌려입는게 꽤나 미안하다. 남자 옷이라서 크고 넉넉하겠지 하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이쪽은 되려 거유라는걸 증명하고 싶기라도 한건지 가슴 부위가 늘어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조여서, 혹시 이거 이대로 늘어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든다.

멀쩡한 옷을 못 입게 만들어 버리는건 아닐까.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옷이 생기면 딸감으로 쓰려나?

그건 그렇고, 역시 평범한 티셔츠는 가슴 때문에 배 부근이 붕 떠서 조금 춥다…왠지 배꼽이 보일 것만 같다.

아무래도 노브라에 노팬티여서 그런지, 좀 신경쓰여서 방에 들어가 속옷을 제대로 입은 뒤 다시 나온 나는, 경수가 여전히 TV만 멀뚱멀뚱 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자 그 옆에 앉았다.

'…뭔가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이왕 하숙하게 된 거, 한달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지내는 것보다는 대화 정도는 하고 지내고 싶다.

뭣보다 기분 전환을 좀 하고 싶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성격에 안 맞기도 했고…뭔가 할만한 대화 없을까.

"저, 저기…전에 게임하고 있었지? 무슨 게임 좋아해?"

"네? 아…롤하고 스타요."

하필이면 내가 꼭 못하는 게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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