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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 ♀ ♂ ♀ ♂
"으윽…."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기지개를 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금 저혈압인 몸을 나른함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에구구…이건 안 낫는구나."
여자일 때에는 허리 통증이라던가, 목이 굳어 조금 무겁다던가 하는건 전부 다 사라지기는 하는데, 이 몇일간 여자인 채 잠에 들고, 일어나다보니 아침에 약한 것 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섹스하고 일어나서 이런가 보다 했는데…여자일 때에 자고 일어난 적이 그 때 외에는 없고.
그건 그렇고, 이제 4일정도 되는건가? 아니, 5일이던가…? 언제 어느순간 갑자기 몸이 저절로 남자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아직까지는 괜찮은 모양이다.
아니면, 변하는 데에 대한 시간제한은 처음부터 없었다던가.
"아, 하숙집 구했었지…."
여기저기 조금씩 삐친 머리를 긁는 것 처럼 손으로 누르고 비벼대며 일어난 나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가슴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다시 자리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보기 좋아서 좋기는 한데, 진짜 거슬린다 이거.
엎드려서 자기도 힘들고, 똑바로 자면 또 무겁고…옆으로 자면 그나마 좀 나은데….
"흐아아…."
크게 하품을 한 나는 그 자리에서 한번 더 기지개를 키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 말랐나?'
다른 것 보다, 속옷은 자주 갈아입고 싶었기에 나는 일어나자마자 방 안에 널어둔 속옷이 말랐는지부터 확인했다.
본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지저분하게 속옷을 입는다니…그런거 상상도 하기 싫어…!
그런 이유로, 속옷만큼은 하루에 한번씩 갈아입고 있다. 정말 세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이틀정도는 입었을 지도 모르지만…얼마 안 가서 새 속옷을 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나 했겠지.
결벽증에 가까워 보이지만…결벽증 맞다.
부정하지 말고 솔직해지자.
어제는 조금 피곤해서 이후 집주인 아저씨나, 주인 아저씨 아들인 경수랑 얘기를 한다던가 하지 않고 곧바로 잠에 들어서 그런지 몸이 조금 가벼워 진 것 같았다.
조금 덜 마른 것 같지만 이정도면 상관 없나 싶은 속옷을 하나 집어들은 나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잠시 문을 잠그고, 그 자리에서 옷을 벗은 다음 속옷을 갈아입었다.
…브래지어를 차는게 너무 능숙해 진 거 아닐까.
이젠 아침 발기가 없는 아침에도 꽤나 익숙해졌다. 아니, 자지가 없다는 것 자체에 익숙해 졌다고 해야되려나.
속옷을 입고 다시 한 번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나는 빌려 입은 경수의 옷을 다시 입고, 방 밖으로 나갔다.
나가보니, 거실에서 경수가 바닥에 앉아 TV를 보고있는 것이 보였다.
"어…음…."
나는 경수를 보며 인사를 하려고 하다가 존댓말을 해야하나 반말을 해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거의 무조건 존댓말을 하던것도 있고,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저절로 경칭을 사용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잘 잤어?"
그치만 역시 고등학생한테 경칭을 사용하는건 내키지 않아서, 나는 억지로 반말을 써 경수에게 인사하고, 그의 옆에 주저앉았다.
"아…네…."
왠지 대답이 어색하다….
"그…몇살이야?"
"고 1요…."
…고1이면 몇살이더라.
기억이 안난다. 이놈의 수학부적응자 두뇌….
"누나는 몇살이에요?"
"나? 음…스물 두…살?"
스물 한살이면 되겠지 싶었다가 한살을 높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저절로 그렇게 나왔다.
"대학생이에요?"
"음…뭐, 그렇지?"
"어디 대학 다녀요?"
아, 역시나 이 질문인가.
"해외 대학에 유학다니는데…지금은 휴학중."
미리 생각해 둔 거짓말을 하면서 경수쪽을 보니 경수는 내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내 시선을 느끼고 휙 하고 TV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아, 역시 고등학생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건가.
"저기…음, 갑자기 방 뺏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뭐 필요한 거 있다거나, 할 거 있으면 그냥 들어와서 해도 돼. 문 열어둘테니까. 옷 갈아입거나 할 때에는 내가 먼저 문 잠그면 되니까 컴퓨터 할거라던가 하면 그냥 들어가서 해."
나 때문에 야동도 못보고 게임도 못하게 됬을 경수를 생각해서 말해주자, 경수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말했다.
"아 그러면 지금 잠깐 좀 할께요."
자기 컴퓨터인데 하룻밤만에 다른 사람한테 허락을 받고 해야하게 됬으니…조금 미안해졌다.
경수는 본래의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컴퓨터 키는 소리를 내고는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까, 주인 아저씨가 애 밥좀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간단하게 해줄 수 있는 식사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며 나는 냉장고를 뒤졌다.
♀ ♂ ♀ ♂ ♀ ♂
"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잘다녀와."
어색한 건지 말을 조금 더듬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경수에게 인사해준 나는 그가 집에서 나가자마자 한숨을 쉬고는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웠다.
"…우선, 주인 아저씨는 아침 일찍 나가고, 나는 이 시간부터는 집에 혼자 있으니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도록 연락을 한다던가 할 시간은 이 때인가…."
오늘은 경수가 학원이 끝나는 시간을 미리 알아봐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접속했다.
경수에게 간단하게 계란말이에 된장찌개를 해주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집 안의 무선인터넷 비밀번호를 물어봐 뒀기에 문제 없이 인터넷에 접속한 나는 접속하자마자 전날 밤에 생각해뒀던 사이트에 접속했다.
결코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사이트가 아닌데도, 가출을 한 여중생, 여고생이라던가 급전이 필요한 여자가 자기 몸을 파는 글을 올리는 사이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몸을 파는 것 말고는 정말로 돈을 벌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카드에서 10만원을 빼내서 낸다…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쓰고싶지가 않았다.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몸을 파느니 카드를 긁겠다고 생각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였다.
…뭐, 어차피 흑인하고까지 한 몸인데 이제와서 하는 생각이 더 크다고 해야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성현이한테 매일같이 대주다시피 했는데 이제와 섹스 한 두번 더 한다고 큰 문제 되겠나 싶기도 했다.
…그러고보니까, 성현이가 있었지 참.
성현이한테 연락하면 곧바로 10만원 정도는 주지 않으려나. 여자일 때 나를 좋아하는 모양이고.
그치만…역시 그건 너무 미안하니까 하지 말자….
"우선…글부터 올려둬 볼까."
3일 안에 10만원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방법이 없었다.
나는 뜸하게 올라와있는 다른 여자들이 자신의 몸을 파는 글을 보고 참고한 뒤, 사이트에 글을 하나 올렸다.
[지금 조건 가능하신 분? 21녀, T메신저, H컵.]
마지막 한 글자는 시선끌기용으로 적어두고, 나는 휴대전화를 닫은 뒤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부모님께 연락했다.
그후, TV를 보며 누운 채 잠시 스트레칭 겸 체조를 하며 시간을 보낸 나는 몇 시간정도 후에 다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봤다.
[23 남, keea1232 연락해~!! 죽여줄테니까!]
[17남, ab324.]
[저거 돼지라서 H컵이라는거 아냐? ㅋㅋㅋ]
[18남, 010-1010-1010 진짜 제발 연락좀….]
[24 남, 12312221a.]
그 밑으로도 덧글이 몇개 더 달려있었다.
음…우선 19세 이상은 다 잘라버리고, 아래부터 골라볼까.
미리 나이 제한에 대해 안 적어놓은 이유는 나이 제한을 적어두면 자기 나이를 속여서 올리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 부러 이것 때문에 따로 다운받아놓은 메신저를 켠 나는 아이디를 만들고, 프로필 사진을 예전에 영호라는 고등학생한테 보낸다고 찍어뒀던 사진중 옷을 입은 채 찍었던 가슴 사진으로 설정해 놓은 뒤, 가장 어린 녀석한테부터 하나하나 연락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성욕을 풀 생각만 하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해서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될 수 있으면 어린 녀석과 하는게 안전할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 어린 애들은 안돼니까…16살 정도부터 할까….
이팔청춘이라고 해서, 딱 성욕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넘칠 때일테니까.
[k121님.]
[네.]
[돈 어느정도 있으세요?]
[3만원요.]
탈락.
[4521w님, 돈 얼마정도 있으세요?]
[아, 누나 ㅜㅠ 저 진짜 동정인데ㅠㅜ 한번만 떼주시면 안돼요?]
탈락.
[5232a12sd1님, 돈 얼마정도 있으세요?]
[헐, 돈 받아요?]
[급전이 필요해서 한번만 하는거라가지고….]
[급전이 뭐에요?]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요.]
[음…지금 전재산이 10만원인데….]
음…괜찮으려나?
[어디 사세요?]
[저….]
상대가 사는 곳을 대충 말해주자 나는 머릿속으로 거리 계산을 했다.
음…될 수 있으면 가까웠으면 했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하고는 조금 멀다.
나는 상대에게 내가 내렸던 기차역을 말한 뒤, 그곳으로 올 수 없냐고 물었다.
[헐…멀다.]
[직접 제가 왔다갔다 하면 좋은데…진짜 지금 돈이 급해서 그럴수가 없네요.]
[…전재산이 진짜 딱 10만원인데.]
…이동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10만원을 다 받을 순 없나.
10만원 딱 됬으면 좋았을텐데, 한명 더 찾아봐야 하는걸까. 아니면 따로 돈을 더 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할까….
우선 대답을 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찾아 연락해보자.
잠시동안 이 사람 저 사람에 연락해 본 결과, 얼마 되지 않아 한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직접 생각해봐도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약속을 잡은 나는, 조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멍한 기분이 되면서도 황당해하며 메신저를 닫았다.
'…바본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리 프로필 사진이 가슴 사진으로 되어있다고 해도 너무 노골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식의 장난을 치는 상대에게 걸린거면 교통비만 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가게될텐데, 대체 왜 저렇게 처음 대화한 사람을 믿고 오겠다고 하는걸까.
서로 얼굴을 마주본것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집의 주인아저씨도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 지금 내가 집에 혼자 있는데…귀중품을 훔쳐가거나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걸까?
내가 그런 일을 하지는 않을거니까, 괜찮겠지만서도…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잘 믿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진짜 바본가….
나같으면 우선 전화로 목소리 확인좀 해야겠다고 할텐데. 아니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본인이라는 증거를 보일 수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던가.
뭐 나는 수고로울 거 없으니까 좋은게 좋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를 한명 더 찾으려 하고있던 나는 문득 영호가 생각났다.
해외에 나가있을 때, 메신저로만 했지만 꽤나 많이 대화를 했었는데….
…가끔 말하는 걸 보면, 집안이 꽤 돈이 있는 애 같았는데. 지금 내가 하자고 하면 곧바로 어디든 오지 않을까?
그치만 뭐랄까, 좀 안 내킨다.
[좀만 깎아주면 안돼요? 저 학생인데.]
나는 탈락을 먹였던 한 사람이 계속해서 메세지를 보내오는 걸 보고 곧바로 수신거부를 먹이면서 생각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몸을 판다는 생각을 하고, 지금처럼 망설임 없이 곧바로 팔려 드는 것 부터가 좀 이상하기는 하지….
…근데 몸을 팔아서 돈을 충당한다는 쪽으로 생각하면, 주인 아저씨한테 한번 대 주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그랬다가는 한달동안 주인아저씨의 성노예 비슷한 걸로 살아야 되게 될 지도 모르니까, 그만두기로 했다.
망상이 과한 것 같기도 하지만…이 집에는 여자가 없는 모양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겠지.
…혹시 나 되게 위험한 집에 하숙하게 된건가.
본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싶다….
"하아…."
그 뒤, 내일 만날 약속을 잡은 나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냥 성현이한테 연락할까.'
우선 저질러두고 봤지만, 영 내키지가 않는다.
차라리 레즈비언한테 팔 걸 그랬나? 그게 거부감은 덜 들 것 같은데.
'…내가 진짜 여자도 아닌데 이러는 것도 좀 이상하지.'
가만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온다.
사기죄라고 하면 사기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남자한테 몸을 팔다니.
"우와, 생각해 보니까 이거 웃기네…."
섹스를 하려고 보니, 상대가 사실은 남자였다는걸 알면 어떤 기분일까.
상대가 갑자기 섹스 하던 도중에 사실 나 트랜스젠더야 라고 말한다던가….
나 같은 경우는 트랜스젠더라고 하기엔 좀 어려울 것 같지만 남자라고 말 하기만 해도 남자 입장에서는 엄청 불쾌할 것 같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보통은 그렇지도 않겠지.
'…대출이라도 할까?'
사채라는건 어떻게 쓰는걸까?
뒤늦게 생각난거지만, 사채도 꽤나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양심적으로는 좀 문제가 있을 지 몰라도 돈을 빌린 사람 본인인 나를 찾는건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을테니까.
한 1억정도 빌리고 남자로 돌아와서 잠적하면…절대 못 찾겠지.
그치만 역시 그건 좀…안 내킨다.
이미 몸을 팔겠다고, 살 사람도 대충 찾아놓은 상태라고는 해도 따로 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태가 될 테니 돈을 벌 방법이 따로 있는지 정도는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콘돔 사오라는 말을 안 써뒀는데, 알아서 다 사오겠지…?
…사올까?
왠지 안 사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콘돔 끼고 하는것보다 생으로 하는걸 좋아할 게 당연하니까. 할 때가 되서 콘돔이 없다는 말만 하고 억지로 하려 들 수도 있겠지.
'내가 사 가야하나….'
왠지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내 상황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치만 그래도 역시 카드를 긁을수는 없다.
…반대로 긍정적이게 생각해보면, 겨우 한번 싸게 해 주는 정도로 하루만에 10만원 넘게 벌게 되는거라고 생각할수도 있는게 아닐까.
10만원 벌기가 얼마나 힘든데…그걸 겨우 하루만에….
여자라는게 조금 비겁하게 느껴졌다.
섹스할 수 있을 때 마음대로 섹스할 수도 있고, 돈까지 받을 수 있다니….
사실, 남자도 할려면 할 수 있기는 하기는 하다.
게이나 아줌마한테 몸을 파는 거라면….
…역시 조금 불공평한것 같다.
♀ ♂ ♀ ♂ ♀ ♂
그날 밤, 학원에 갔다 온 경수에게 인터넷좀 하려고 하는데 컴퓨터좀 쓸 수 없냐고 묻자 경수는 왠지 맘에 안 내키는 듯 한 모습으로 새 계정을 만들어 내가 컴퓨터를 쑬 수 있게 해 주었다.
참고로 경수가 쓰는 본래의 계정은 비밀번호로 잠겨있다…분명 야동같은게 있어서 이렇게 한 거겠지.
[근데 다들 정말 돈이 급한 상황인데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나는 컴퓨터를 경수에게 빌려 쓰게 되자마자 해외에 있을 때부터 자주 들어가던 사이트의 채팅방에 들어가서 물어보았다.
혼자서 고민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는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했고, 익명성이 보장되기도 하니까…괜찮은 방법이겠지.
[응? 돈 없으면 안 쓰고 말지.]
[아니…뭐 쓰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돈이 있는데 돈이 없다던가…학비라던가 집세라던가.]
[매춘.]
[성매매.]
[사채쓰세요.]
[다들 돈 없을때 그렇게 해결해 오셨나봐요?]
농담 말고 진짜로 도움이 되는 얘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후로도 계속해서 장난 치듯 말도 안되는 수단으로 돈을 벌라는 말들 사이사이로, 한 사람이 그나마 진지하게 조언을 해 주기 시작해 나는 다른건 제쳐두고 그 사람의 대답만 확인해 보며 대답했다.
[몰카 찍어서 파세요.]
[폐지 줍기.]
[뭐…방세가 없어서 급하다고 하면 집에서 돈좀 보내달라고 하지?]
[장기매매도 있음.]
[만약 그게 안되면요?]
[친구한테 빌리면?]
[강도.]
[도둑질.]
[튼튼한 게이한테 청년막 판매하세요.]
[아 조용히좀!]
장난으로 말한 것 들은 제쳐두고서라도…집에서 돈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친구에게 빌리는 방법은 좀 어렵다.
지금 내가 돈이 필요한 이유부터가 이런 일로 카드를 긁을 수가 없어서인데…게다가 친구에게 빌리는 방법이라고는 성현이밖에 대상이 없는데에다가, 성현이에게 그렇게까지 하기도 미안하고.
[음…그것도 안되면요?]
[포기해.]
역시 그 두가지를 제외하면 다른 방법은 없나….
[전당포에 뭐 맡기고 빌리는것도 되지 않아요?]
[돈 없으면 아르바이트 하시지.]
[구걸이 벌이가 그렇게 좋다던데.]
수중에 있는 물건을 파는 방법도 있었구나.
…그치만 딱히 지금 내게 팔만한게 없다. 집을 나올때 가지고 나온거라고는 옷하고, TS스톤하고, 핸드폰과 지갑 정도니까.
속옷이라도 팔까. 중고 속옷이 변태들한테 의외로 잘 팔린다고 하던데.
[근데 혹시 돈 없어서 이런거 물어보는 건감?]
[…네.]
[얼마나 필요한감?]
[10만원 정도요.]
[얼마 안하네?]
[빌려주시게요?]
[성별 바꾸고 와서 하루 2시간씩 내 물건을 입으로 해 주겠다고 하면 주지.]
채팅방 안에서야 TS스톤을 가지게 되기 전 부터 접속하던 곳이니 남자로 행세하고 있지만…지금 내가 정말로 여자가 되어있다 보니 순간 깜짝 놀라 소름이 돋았다.
농담으로 한 말 같지만 조금 무섭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건 아닐까.
[시급 2만원.]
[…남자한테 이러고 노는거 아내분이 아셔요?]
[하하하, 내 마누라는 내가 이러고 노는거 참견 안한다네.]
부럽다.
그건 그렇고 역시 다른 방법은 없나…딱히 이렇다 할 만한 아이디어가 없구나.
'…돈만 받고 튈까?'
TS스톤을 들고가서, 잠깐 화장실좀 간다고 하고 남자가 되어서 도망치면 어떨까?
상대쪽에서도 경찰에 신고하기는 난감할테니까,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째 자꾸 비도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철컥!
"으음…."
그 후 잡다한 얘기를 나누며 채팅을 하고 있었더니, 방문 바깥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곧바로 채팅방을 열었던 기록을 지우고, 인터넷 창을 꺼둔 뒤 나가보니 집주인 아저씨가 문 앞에 서서 신발을 벗고 있는것이 보였다.
"아, 다녀오셨어요."
"으응? 어…그래, 아직 안 자고 있었나?"
아저씨는 그 직후 내가 나온 방과 거실쪽을 보더니 말했다.
"거실 불은 누가 켜뒀어?"
"아…제가…."
"방 안에 들어가있는데 안 쓰는 불을 켜두면 안돼지."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다….
아저씨는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옷을 벗어던지고 팬티바람이 되더니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주방으로 갔다고 해 봤자 집이 그리 크지 않아서 현관, 주방, 거실이 전부 다 한 곳에 모여있는 느낌이다.
"아껴서 써. 다 받지는 않아도 전기세, 물세도 받을거니까."
…집주인 아저씨의 말 한마디로 필요한 돈이 더 늘어났다.
그래도 저건 나중에 내도 되겠지….
"밥은 먹었나? 뭐 불편한건 없고?"
"아, 네."
"집어서 돈은 언제 보내준다고 그래?"
"…내, 내일이나 모레에 보내 준대요."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마시던 물을 냉장고에 도로 집어넣더니 화장실을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그 앞에 멈추더니 피곤한 듯 반쯤 감겨있는 눈으로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잘때는 문 잘 잠그고 자. 애 숨어들어간다."
"에…음…아, 네에…."
…농담이겠지.
"아, 아니…설마 그러겠어요? 에이."
황당해서 살짝 웃으며 말하자 아저씨는 여전히 농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얼굴로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들어갈듯 말듯한 자세로 말했다.
"원래 저 나이때의 남자새끼는 부모한테 의심받아도 아무 말도 못할 나이여."
"…에, 에이. 그건 좀 아니죠. 그리고 나이 먹어도 그런건 똑같지 않아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그런 생각 드는게 남자라는 말도 있는데."
"나이먹으면 저절로 못할 때가 오게 되있어."
아저씨는 그 말을 끝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버렸다.
서, 설마 이 아저씨….
'…집주인 아저씨를 꼬시는 방법도 안되겠네.'
할 마음은 없었지만,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있던 나는 어째서인지 화장실에 들어간 아저씨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나도 언젠가 저런 고개숙인 남자가 될 수도 있는걸까….
…정력에 좋은 식품이 뭐가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