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44화 (4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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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 ♀ ♂ ♀ ♂

"…하아."

그로부터 3일째.

한숨을 쉬며 놀이터에서 그네에 앉은 나는 하루 종일 가방을 메고 다니느라 아파진 어깨를 주무르며 딸기우유를 마셨다.

가슴에 가방을 더하니 앞뒤로 무게가 더해져 평소의 배는 빠르게 어깨가 아파오는 것 같다.

'하숙집이라는게 이런 거였나?'

부동산에 가서도 구할 수 있기는 한 것 같지만 대부분 보증금을 요구하고, 생각보다 비싸고…길을 걸어다니다가 우연히 원룸 30만이니 하는 종이가 붙어있는 걸 보고 연락해보니 보증금 100만원….

정말 우연히 보증금은 있지만 한달 25만원이라는 방을 찾게 되어서 보증금 문제는 집주인과 상의할 생각으로 방금 전 찾아가 봤더니…조금 심할 정도로 좁은데다가 지저분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이 살고있었다.

집 주인 말로는 3일뒤에 나갈 사람이니까 3일만 같이 살면 된다고 하는데…아니, 남자잖아.

그 점을 지적하며 보증금 문제를 대신 좀 어떻게 해줄 수 없냐고 했더니 그럼 3일 후에 내도 된다고 하길래 그래도 그냥 참고 버틸까…싶었는데, 갑자기 눈 앞에 바퀴벌레가 3마리 연속으로 지나가는걸 본 순간 곧바로 나는 집 밖으로 나갔다.

다른건 몰라도 바퀴벌레는 싫다….

그냥 살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침대도 없는 그 방에서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3일만에 보증금 100만원을 번다는것부터 말이 안되긴 한다.

"후우…."

진짜 보증금 없는 집 없을까….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3일 가까이 매일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결국 처음 기차를 타고 도착한 지역에서도 많이 떨어진 곳 까지 와 집을 찾아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괜찮은 곳을 찾아내지를 못했다.

게다가, 어떻게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서 집주인과 얘기를 하려고 하면, 한달만 살고 나간다는 내 말에 다들 내키지 않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고….

'아…가만 생각해보면 진짜 말이 안 되는 생각이긴 하네.'

보증금 없이, 게다가 한달에 25만이라니. 거기에 한달만 살고 나가고.

하숙집같은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고 해도 그게 말이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있지만, 그래도 그게 가장 좋은 조건인데….

'우선 그나마 괜찮은 곳은 3곳정도 찾았는데…으음, 역시 돈이 문제네.'

보증금이 없는 곳만 따로 골라서, 각각 40만, 50만, 38만 하는 곳들을 메모해 두기는 했어도, 역시 돈이 모자라다.

…진짜 몸이나 팔까?

벌써 3일 째, 여자일 때 입는 옷을 한 세트밖에 가져오지 않았다 보니까 속옷은 갈아입고 있기는 하지만 겉옷은 갈아입지를 못하고 있다. 잘 때에는 남자일 때 옷으로 갈아입고 자지만….

"오늘도 여관에서 자야되나…."

그냥 이대로 한달동안 여관에서 살아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3일동안 첫날은 그냥 하루면 잘 곳을 찾겠지 하는 생각에 하룻밤을 새고 하숙집을 찾으러 다녔고, 둘째날부터 여관을 찾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똑같은 여관에서 벌써 두 밤 자고 나왔고….

그냥 여관에서 한달동안 잘까 싶기도 하지만, 역시 그건 좀….

뭣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내가 싼 여관을 못 찾는건가?

계속 이렇게 여관에서 자면 현금이 더 떨어질텐데….

"하이구야…진짜 방법이 없네에에…."

한숨을 쉬며 그네에서 내려온 나는 다 마신 딸기우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큰 길로 나섰다.

처음 오는 곳이라 길이 좀 헷갈린다.

"아…어떡하지 진짜."

점점 갑갑해 져서 그런지 혼잣말이 자꾸만 나온다.

돈이라는게 이렇게까지 중요한 거였나…절약하고 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숙박비 문제로 제대로 잘 곳도 없는 상황이 되어있어 보니 돈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노숙할까?

정 하려고 하면 못 할 것도 없다. 아무 빌딩 공중화장실이나 들어가서 변기 위에 앉아서 앉은 채로 자도 되고. 피곤하기야 하겠지만…아니면 24시간 카페같은 곳 없으려나. 그런 곳에서 자면 안될까.

민폐같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돈을 더 쓰면 한달동안 머물 곳을 찾는게 더 어려워 질 게 뻔하다. 돈을 더 아껴야 잘 곳을 찾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질텐데….

역시 몸을 팔아야 하나.

"끄응…."

처음에 든 생각이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무슨 불법 업소에 가서 몸을 판다는 얘기가 아니라 인터넷의 특정 사이트를 서핑하다보면 가끔 보이는…그, 가출한 미성년자가 돈이 없어서 몸을 하루 판다거나 그런 류의….

'하아….'

한 숨이 절로 나오기는 하지만, 정말 그 방법밖에는 생각이 나지가 않았다. 카드를 그냥 긁어 버리는 방법도 있을 지는 몰라도 그건 정말 했다가는 곧바로 집에 끌려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까…게다가 위치까지 알려져 버릴 지도 모르고.

카드는 불안해서 사용할 수가 없다.

정말 몸을 판다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뭐, 나도 암암리에 그런 글이 올라오는 사이트 정도야 알고는 있으니 거기에 글이나 올려볼까?

요즘은 전화번호같은게 필요하지 않은 메신저 아이디만 툭 올려놓고, 그걸로 서로 합의를 본 뒤 만나는 식으로 섹스를 하는 것 같았다.

'으음….'

내 몸을 팔면 얼마정도 할까? 5만원…? 7만원?

솔직히 나 정도라면 20만원은 넘게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역시 그건 너무 비싸겠지….

10만원도 힘들지도. 내 사진같은걸 보내주거나 해서 상대가 할 마음이 들게 하면 모르지만.

…한다고 하면, 나이 많은 사람보다는 어린 애들이 나으려나…그래도 경험이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니 비교적 빨리 쌀테고. 그러면10만원은 어렵겠지? 아무래도 애들이니까.

"으으음…."

정말로 진지하게 몸을 파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번 해서 5만원이라도 벌 수 있으면 진짜 나쁘지 않은 거래인 것 같은데….

문제는, 상대 쪽에서 과연 내 말을 들어줄까 하는 점이겠지. 콘돔을 끼고 하자고 해도 그렇게 해 줄지도 모르는거고, 몰래 빼 버릴 수도 있고.

'7만원 정도에 판다고 치면, 한 3명 정도한테만 해도 여유가 생길텐데.'

정조관념이라던가 그런게 거의 없어서 그런지, 별로 몸을 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되려 괜찮은 방법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아, 입으로만 하고 5만원 받는건 안되나? 가슴으로도 해주면….아니, 상대쪽에서 입으로만 해서 만족하지는 않겠지…'

현금이 40만 정도만 되도 우선 숙박시설은 걱정 할 필요가 없어진다. 아까 둘러본 곳 중에서 보증금 없이 월 40만원 한다는 곳은 맛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밥도 제공해 주긴 하는 것 같았고.

한 번만 싸고 끝낸다고 하면…섹스 하는데에 아무리 길게 걸려도 1시간 걸리기가 힘들겠지. 이동시간까지 따지면 2시간 정도 걸릴까? 그러면 하루 한 4명쯤 한다고 하면, 최소 5만일 경우 20만. 7만정도일 경우 28만, 10만일 경우 40만….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상대면, 10만원은 가뿐하게 줄 것 같기도 하지만…아니, 나 정도면 잘하면 20만도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역시 그러면 아무래도 기교라던가, 그런 문제로 섹스를 굉장히 오래 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아니, 밤에 만나서 밥도 사주고 호텔도 잡아주고 할 수도 있나?

…하게 될 거라고 생각되는 시간 같은걸로 보면 그냥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음, 그치만 가만 생각해보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랑 호텔에 간다거나 할 경우 몰래카메라 같은거에 찍힐 수도 있지 않나? 아니, 그 점은 내가 미리 조사해 두면 되나…게다가 되려 한번 해서 많이 버는게 나을지도 모르고….

"흐으으음…."

우웅-, 우웅-

그렇게 진지하게 몸을 판다면 어떻게 팔아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액정을 보니, 첫째날에 들렸었던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온 진동이였다.

우선 괜찮은 집을 찾거나 하면 미리 전화번호를 획득해 두거나 하고 있었는데, 보증금 없이 월 50만인 집이 있다고 하길래 나중에 봐서 연락할 일이 있으면 해 보려고 저장해 뒀던게 기억이 났다.

'뭐지…?'

부모님 쪽에서 온 전화인 줄 알고 등에 맨 가방을 내려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변하는 물을 꺼내려던 나는 가방을 다시 매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여보세요? 얼마 전에 방 구하던 사람 맞죠?]

"아, 네…안녕하세요."

전화 상대는 머리가 조금 벗겨진 안경 쓴 아저씨다.

인상이 좋은데다가 친절해가지고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때 잠깐 다녔던 교회의 목사님 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는데, 말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존칭을 해 주다 보니 왠지 더 목사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방은 구했어요? 아직 안구했으면 방좀 하나 소개시켜줄려고 하는데….]

"아, 저기…제가 보증금이 없는 집을 찾고있는데…."

[아, 그래요. 내가 아가씨가 너무 참해보여가지고 기억에 남아서 연락해준거에요. 보증금 없고, 30만원이면 한달 괜찮다고 하네요. 근데 혼자서 딱 사는게 아니라서…]

"보증금 없이 30만원이요?!"

지금까지중에서 제일 좋은 것 같다?!

깜짝 놀라 전화를 향해 큰 소리로 말하니, 전화 너머로 안경 아저씨의 목소리가 이어져 들려왔다.

[아…생각이 있으면 집주인하고 서로 얘기를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이 집주인이 내 친구인데, 방금 막 하숙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와서, 이 집주인이 하숙집 하는것도 처음이고, 주인하고 집도 같이 써야되는데….]

"아…근데 제가 지금…당장 쓸 수 있는 돈이 30만이 안되서."

[…얼마정도 있어요?]

잠깐 지갑을 살펴 본 나는 금액을 말해주었다.

[흐음…혹시 나중에 돈 들어올 일이 있다거나 한건 없어요?]

"…이, 일 주일 정도만 있으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안될까요?"

[흠…잠깐만 기다려보세요.]

말하면서도 일주일은 너무 긴가 싶었지만, 우선은 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말하고 보니, 상대쪽에서 잠시 대화를 멈췄다.

역시 일주일은 너무 길었나!

염치없었나!

긴장한 채 무슨 말이 날아올까, 기다리고 있었더니 전화 너머로 수화기를 들어올리는 듯 한 소리가 들리고는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3일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아, 괜찮으면 여기로 좀 올 수 있나요? ]

"바로 갈께요!"

곧바로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 잠깐만 더 기다려 달라는 전화를 하면서 버스기사를 재촉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들뜬 마음으로 이동했다.

♀ ♂ ♀ ♂ ♀ ♂

"…음, 그럼 우선은 20만원 받고…3일 내에 10만원 더 줄수 있지?"

"아, 네. 집에서 그때쯤에는 생활비를 보내준대서…."

"젊은 아가씨가 고생이 심했겠구만. 뭐 전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기라도 했어?"

"아…음…네, 비슷…하죠."

뒤늦게 부동산 쪽으로 가 집주인이라는 사람을 소개받은 나는 집주인 아저씨와 밥을 먹고 있었다.

…밥 먹었냐고 묻길래 아직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밥을 사준다면서, 설랑탕 집으로 끌고왔다.

어디 험한 곳에서 일하기라도 하는건지 피부가 검게 타있는 4~50대 정도의 아저씨였다.

"근데 진짜 괜찮어? 남자 둘 사는 집인데 아가씨가 와도…."

"음…괜찮아요 뭐. 그런거 크게 신경 안쓰니까."

"젊은 아가씨가 그럼 안돼지."

부동산에서 대화를 좀 나누며 들어보니, 집은 상당히 좁은 데에다가 내가 자게 될 곳은 원래 그 집의 아들이 자던 방이고, 집주인 아저씨는 아들하고 안방에서 같이 자던가 거실에서 자게 되는 것 같았다.

운이 좋은건지, 사람이 굉장히 좋아 보였는데. 부동산 집 아저씨가 말이 많은건지 집주인 아저씨에게 쓸데없는 소리좀 그만하라는 말을 들을때까지 집주인 아저씨의 집안 사정을 얘기해줘서 어떤 집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부동산 아저씨가 젊은 아가씨 데려가니까 새장가 가는 기분이냐고 집주인 아저씨를 놀려댄 걸로 봐서는, 이혼을 했거나 집사람과 사별한 쪽의 가정인 것 같다.

집 주인 아저씨는 무슨 일인지까지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아침 일찍 나거서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직업인 것 같았고, 그런데도 집도 그리 큰 집이 아닌 모양. 오늘은 무슨 일로 일이 일찍 끝나서 친구 만날 겸 부동산에 갔더니,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나한테 전화를 하게 되어버렸다는 것 같다.

…운이 좋은걸까? 좋은거겠지. 30만에 1달 하숙에, 화장실도 있고 난방도 되고 침대까지 있는데다가 주방까지 있다니까.

조금 걸리는 점이라면 남자 둘만 있는 집에 여자가 하숙하러 간다는 점일까.

아들이라고 하는 애는 이제 고교에 막 입학한 고 1인것 같았는데, 무슨 일로 급히 돈이 나갈 일이 생겼는지 한달만 하숙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친구인 부동산 주인 아저씨에게 말해서, 나한테 연락이 온 것 같았다.

집이 좁다 보니 하숙생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은 해도 하지는 못한 것 같은데…운이 좋았다고 해야하나.

TV도 있는 것 같고, 세탁도 되고, 바퀴벌레도 없다는 것 같으니…조금 기대된다.

큰 집은 아닌 것 같지만.

"근데 아가씨는 뭐, 일하는거 있어?"

"아…학생이에요."

"지금 방학 아녀? 왜 집에 안가고 하숙집을 찾아?"

"음…지, 집안 사정으로."

내 말에 주인 아저씨는 원래 그런 얼굴인지 처음 만날 때부터 조금 화난 것 같이 굳어있는 얼굴로 내 쪽을 보더니, 수저를 내려놓고 물을 마시고는 말했다.

"집에는 들어갈 수 있을 때 들어가. 가족은 볼 수 있을때 봐둬야되는거야."

"…네."

왠지 혼난 것 같다….

"근데 짐은 그게 다야?"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인지, 주인아저씨는 계속해서 내게 이것저것 질문해왔다.

"아, 그게…사, 사정이 좀 있어서…아하하…."

아무리 사정이 있다고 해도 가방 하나만 메고있는 하숙생은 무리가 좀 있지.

내가 생각해봐도 그렇다.

"뭐 가출이라도 했어?"

"그건 아닌데…그,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해야하나…."

급하게 생각난 거짓말로 변명하자 아저씨는 대충 소매치기라도 당했다고 생각한건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식사를 계속했다.

'…왠지 취조당하는 것 같아.'

눈 앞에 있는게 설렁탕이 아니라 돈까스 덮밥이였다면 더 그런 느낌이 났을텐데.

그건 그렇고…설렁탕이 조금 짜다.

"요리는 잘 해?"

"아, 조금은…."

탕수육 까지는 만들 줄 안다. 갈비찜은 조금 힘들고….

갈비찜도 만들 수는 있지만 맛있게 하라고 하면…자신 없다.

"음…미안한데, 괜찮으면 아들 아침밥좀 해줄 수 있어? 장은 내가 시간 날 때 봐두면 되니까, 아침밥좀 먹여줬으면 좋겠는데."

으엑.

혼자 사는 김에 늦게자고 늦게일어나며 살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아들 아침밥이라니…지금 방학 기간 아닌가?

"저기…지금 방학이죠…?"

"애가 10시쯤부터 학원에 가니까, 그때 챙겨 주면 돼."

학원이냐.

…방학을 했는데도 오전에 일어나야 한다니. 조금 불쌍하다.

그래도 10시 정도면…뭐, 그럭저럭 일어나기에도 괜찮은 시간인가.

그치만 역시 조금 귀찮은데….

"아가씨도 같이 밥 먹고 해. "

"네."

그치만 재료는 다 사준다는 것 같고, 식비를 아낄 수 있으니…어쩔 수 없나.

"아, 그리고. 혹시 애가 아가씨 속옷같은거 훔치거나 하면 말 해."

"…네."

…얼굴 표정에 너무 변화가 없어서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 ♂ ♀ ♂ ♀ ♂

"열쇠는 내일 복사해다 줄테니까, 내일은 어디 나가지 말어."

밥을 먹고 조금 낡아보이는 주인아저씨의 차를 타고 오니, 조금 오래 되 보이는 빌라에 도착했다.

문에 열쇠를 꽂고 돌리는 모습에 요즘 시대에…? 하고 순간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았다. 장판이 검게 타 있다거나 그런걸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고…벽지가 조금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녀오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 바로 옆에서 이 집 아들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방은 저기인가….

"그래, 경수야. 이리 나와 봐."

"잠깐만요~"

우와, 이건 어느 집을 가도 똑같구나…잠깐만요라니.

주인아저씨는 한동안 경수라고 불린 애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건지 직접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는 곧바로 현관에서 우회전해 목소리가 들린 방으로 들어갔다.

"이놈이…또 게임질이야?"

"아까전까지 숙제했어요."

"게임 몇시간했어."

"아, 아직 킨지 1시간도 안됬어요."

"앞으로 30분만 해."

"아~."

"아는 뭐가 아야? 됬고 얼른 나와 봐."

"왜요?"

"어허!"

…어디서 많이 듣던 대화가 들리고, 경수라는 애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현관에 가만히 서 있던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흠칫하면서 눈을 크게 뜨더니 순간적으로 내 몸을 위 아래로 훑어보는게 보였다.

…남자의 본능인가.

"…누, 누구세요?"

"인사해."

"아, 안녕하세요…."

"…누구에요?

주인아저씨의 말에 고개를 숙여 인사한 나와 달리, 경수는 대체 왜 갑자기 여자가 있는건지 이해가 안 되는 것 처럼 주인아저씨를 보며 물었다.

"하숙생."

"하숙생요?"

"그래, 알았으면 있다가 네 방좀 치우고, 필요한거 안방으로 가져가."

"갑자기 하숙생은 왜요?"

"어허…!"

주인아저씨의 말에 경수는 갑자기 입술이 삐쭉 튀어나오더니 내 쪽을 힐끔 볼 때에는 그 삐쭉 튀어나왔던 입술이 한순간 들어가면서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내내 투덜거렸다.

"아, 갑자기 뭐에요…내 방에서 자요?"

"그럼 니 방 말고 어디서 자라고?"

"아…."

경수는 불평하다가도 딱히 답이 없다는 걸 자신도 알고있기는 한건지 더 이상 투덜거리지 않고 방 안에서 계속해서 짐을 나르기만 했다.

"도와드릴께요."

"아, 됐어. 아가씨는 저기 그냥 앉아서 TV보고 있어."

낯설은 공기에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아서 경수가 짐 옮기는걸 돕겠다는 말을 하자 주인아저씨가 쓰읍 하고 입에서 소리를 내며 말렸다.

…얼굴이 좀 화가 난 것 처럼 생긴 아저씨여서 그런지 조금 무섭다.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앉아 아저씨가 틀어준 TV를 보고 있으니, 작게 말 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컴퓨터는 어떻게 해요?"

"냅둬."

"아…."

"뭐가 또 아야? 또 게임질이나 하려고 그러지!"

"저, 저기…! 그냥 컴퓨터 할 일 있으면 들어와서 해도 되니까…!"

괜히 나 때문에 싸우는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결 국 참지 못하고 옷 같은것도 그냥 방에 뒀다가 가져가서 입으라고 하고, 잠만 따로 자도 괜찮다고  '젊은 아가씨가 그러면 안돼지.' 라고만 하는 아저씨를 겨우겨우 설득해서 어떻게 짐 같은건 대충 방 안에 둬도 돼니까 들어오기 전에는 꼭 노크를 하고 들어가라는 정도로 타협안을 낼 수 있었다.

…왠지 피곤하다.

"그…전 그냥 잠깐 살다 가는거니까 손님이라고 하면 손님이고, 너무 폐 끼치는 것도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 써 주시지 않으셔도 되요. 원래 아드님 방을 제가 뺏어버리는 거나 다름 없는데 미안하잖아요."

"…젊은 아가씨가 교육을 참 잘 받았구만."

주인 아저씨는 그대로 안방에 들어가더니 잠시 후 팬티바람으로 나왔다.

"아버지! 옷 입어요!"

"아니, 이게 뭐 어때서 그래? 맨날 입던 거구만."

"아씨, 창피하게!"

"너도 맨날 팬티만 입고 살았으면서 뭘 그래?"

"아 그래도…."

"잘보이고 싶으면 너나 잘보여, 내 나이에 뭐 부끄러울게 있다고…뭐 세탁할 것 있으면 화장실에 세탁기 있으니까 돌려. 저놈이 아가씨 속옷 안 움쳐가게 조심하고."

"아, 좀!"

"아, 아하하…."

…이 아저씨,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결국 싼 값에 하숙집을 구하기는 구했으니 운이 좋은건가.

솔직히 학교 다닐때 내 기숙사 개인실보다도 작은 것 같은 방이였고, 여관보다도 작지만…뭐 이게 어디야.

그래도 나름 괜찮은 집에 묵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우선 급한대로, 옷부터 세탁했다.

세탁이라고 해봐야 몇 벌 되지도 않으니 한번에 다 세탁기에 집어넣어 버리고, 세탁하는 동안은 경수의 옷을 좀 빌려 입을 수 없을까 하고 아저씨에게 묻자, 경수는 왠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내게 큰 옷을 내밀었다.

"…가방 잃어버렸다더니 옷도 잃어버렸어?"

"네? 아, 네."

맞다, 나 짐이 적은 이유가 가방을 잃어버려서 그렇다고 해 뒀었지.

깜짝 놀라며 긍정하자, 주인아저씨는 잠깐 내 쪽을 보더니, 다시 팬티바람으로 거실에 누운 채 TV를 보는것을 계속했다.

…생각해보니까 진짜 나같이 수상한 애를 잘도 하숙생으로 받아줬구나.

게다가 보증금도 없고, 돈도 부족하면 나중에 더 내도 된다고 해주고, 밥도 사주고….

어라…가만 생각해보니까 굉장히 좋은 집에 하숙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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