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30화 (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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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 ♀ ♂ ♀ ♂

[하아앙…잭! 아아앙!]

우왓, 야해.

완전히 성인용으로, 성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처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결합부가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야하다.

야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건 사실 처음이다. 그만큼 내가 영화를 잘 보지를 않았으니까.

로맨스는 별로 좋아하지를 않아서 그런지 내용도 화면도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대충대충 보고있었는데 갑자기 야한 장면이 나와서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사실은 영화 자체를 보기보다는 성현이가 무슨 짓을 하지 않을까 그 행동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 짓도 안해서 조금 심심했다.

보통 여자랑 영화관에 오면 손 잡으려 들거나 하지 않나?

난 전에 여자친구 있을 때에는 다리도 만지고 허리도 만지고 목도 만지고 했는데.

아, 가슴도 살짝 만졌지.

성현이와 나는 커플석에 앉아있었는데, 왜 그런지 도통 이놈이 접근하지를 않았다.

커플석이길래 앉는 순간 곧바로 '아, 이녀석 이거 노리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 만지려 들까? 각오해 둬야겠다…하고 있었는데, 아무데도 안 만진다.

내가 너무 그런 생각만 하는건가.

[하악, 하아앙…하앙! 아앙!]

그건 그렇고 영화배우 목소리 야하다, 배우가 저런 목소리를 내다니. 오오…잠깐이지만 표정도 잡아준다! 이건 꽤 꼴릿한데.

슬쩍 성현이의 자지 쪽으로 눈을 돌리니 발기해있다.

건강하구만!

"김성현씨, 김성현씨."

내가 작은 목소리로 성현이의 어깨를 툭툭 치며 부르니 성현이가 내 쪽을 본다.

"건강하시네요."

"읏…."

성현이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건지 흠칫하더니 갑자기 다리를 꼬았다.

로맨스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아흐응…아흥…하아앙….]

영화 분량에 비하면 정말 짧은 시간동안 나온 섹스씬이 끝나고,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침대 위에서 숨을 헐떡이며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이 나왔다.

아, 좀더 나오지….

더 놀려줄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후로 섹스씬은 나오지 않았다.

역시 로맨스는 재미없어….

그래도 성현이한테는 재미있었다고 말해주자.

첫 데이트니까 뭐….

…응?

잠깐만, 섹스씬 보니까 생각났는데…나 분명히, 성현이한테 말 안더듬으면 섹스해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깜빡 잊고 있었다. 전에 말 더듬었을때 한번 봐주기로 했으니까 아직 유효했었지.

어, 잠깐만…성현이도 설마 그걸 생각하고 날 부른건가?

성현이가 그걸 잊을리는 없으니, 그런게 분명하다.

'우왓, 잠깐만. 얘 오늘 말 더듬은 적 없나?'

그러고 보니 너무 자연스러워서 잊고있었는데, 아까부터 말 더듬은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대화를 많이 했는데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평소 내가 알고있던 성현이를 생각해봤을 때 기적이라고 할 만할 정도였다.

오늘 날 부른 이유가 말 안더듬을 자신이 있어서 부른건가?

그, 그러면 그 말은 결국 얘는 오늘 나랑 섹스할 생각으로 불렀다는 말이 되는데….

…전혀 생각 안하고 있었어!

갑자기 심장이 뛴다. 어떡하지, 진짜 그런건 생각 안하고 왔는데.

방금 전 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영화가 눈에 안 들어온다….

어, 어떡하지.

♀ ♂ ♀ ♂ ♀ ♂

영화는 꽤 오랫동안 상영되었고, 스토리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결말은 훈훈하게 끝난 것 같았다.

영화 내용은 뭐가 뭔지 기억이 안난다…별로 재미있게 본 것도 아니였고, 보다가 중간부터 섹스 생각만 하게됬고….

오늘 속옷 조금 야하게 입고 온 것 같은데. 오해하지 않으려나. 건방지게 그런 오해 하면 가만 안둬….

새로 산 속옷이 조금 야할 뿐이니까!

브래지어랑 세트로 사면 할인하길래 그냥 샀는데, 팬티가 조금 야하다. 양 옆쪽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디자인이라서…흰색만 입을때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내 몸이 워낙 야하게 생겼다 보니까 이런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색기있어 보인다.

브래지어는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영화관을 나와 식사를 하러 가면서도 계속 섹스 생각만 났다. 어디서 하려는 거지? 설마 호텔이라던가…그러고보니 향수 냄새도 조금 나는 것 같아…진짜로 엄청 멋 부리고 나왔구나.

정말로 진짜 그냥 친구랑 영화보러 나오는 감각으로 나왔는데…섹스 약속도 까먹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나니 자꾸만 섹스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이렇게 갑자기는 좀 그런데…으으, 왜 내가 그걸 까먹고 있었지.

제발 오늘 말 더듬어주기를…말 더듬게 놀래키거나 당황시키거나 할까 싶기도 하지만 역시 그건 너무 심하다.

솔직히 조금 감탄하기도 한다.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벌써 말 더듬는걸 이만큼이나 고쳐온거지? 매일같이 대체 뭘 했을까….

머릿속에서 성현이가 거울을 보며 혼자 말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도 매일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혼자서 말하고…말을 더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성현이처럼 말을 더듬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꽤 노력해야 고쳐지겠지. 발표할때만 되면 긴장해서 체할 정도로 자기 주장을 하는데에 예민한 애니까.

뭐라고 해야할까, 조금 기특하다.

그렇게 나랑 섹스를 하고싶은건가? 싶어서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진심이 느껴져 버리면 나도 각오해 두지 않으면 안돼겠지…으으…싫다아….'

역시 방해는 하지 말자 싶으면서도 말은 더듬어 줬으면 싶어진다.

제발 한번만 더듬어라! 한번만! 절대 안 놓치고 딱 지적할테니까! '땡! 다음 기회에!' 정도로 또 다음으로 미뤄 버리면 되겠지.

식당 앞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그런 생각만 했다.

"여기가 되게 유명한 만두집이더라고요."

"비싸 보인다…."

성현이가 데려온 곳은 상당히 비싸 보이는 식당이였다…만두집이라면서 왜 식당이 5층이나 되는거야?!

바깥에서 보기만 해도 굉장히 비싸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니 더 놀라게된다.

인테리어가 굉장히 고급스러운데다가…이렇게 큰 식당인데 오픈 키친이다.

오픈 키친은 정말로 자신있는 집이 아니면 잘 못한다. 그만큼 위생에 신경쓰도 자기들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다 보여줘도 괜찮다는 거니까.

주방 자체를 손님들에게 공개해버린다는건 별 의미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도…나는 굉장히 긴장된다.

이렇게 큰 식당인데 오픈 키친까지 할 정도면 가게 자체가 자신있습니다! 하고 말하고 있는거나 다름없는데….

성현이가 정말로 마음먹고 나를 데리고 온 것 같다….

"이거랑, 이거…이걸로 주세요. 음료는 이걸로."

게다가 메뉴도 벌써 정해놨어!

미리 답사해둔거냐?!

"아, 혹시 차 싫어해?"

"아니, 괜찮은데…."

"오렌지쥬스나 뭐 다른거 마시고 싶으면 시켜. 차 싫어하는 사람도 많더라."

성현이가 차를 시킨 이유는 잘 알고있다. 아마 지금 시킨 요리들에 딱 어울릴만한 차로 시킨거겠지.

원래 요리마다 각각 이거다! 하는 음료가 하나씩 있다. 프랑스였나? 서양 요리에서는 마리아주라고 하는것 같은데. 가만 살펴보면 어떤 요리든 그 음료와 같이 먹고 마시면 맛이 더 잘 느껴지고 맛있어지는게 하나씩 있다.

…근데 정말로 음식에 딱 맞는 차까지 시킨거면 얼마나 열심히 알아본걸까.

제발 그냥 입을 헹굴 용도로 시킨거면 좋겠다. 쓰거나 신 맛은 입 안을 헹구고 다음 요리를 맛볼때 좋으니까.

잔뜩 긴장해버려서 가만히 앉아있으니 성현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으윽, 빨리 아무거나 말 하란말야. 말 더듬으라고!

"…맛있어."

나중에 나온 만두를 먹어보니, 엄청 맛있었다.

뭐야 이거. 새우 슈마이? 슈마이가 원래 이랬나? 뭐 이렇게 맛있어?!

옛날에 100년정도 된 유명한 명가에 가서 먹었던 만두만큼은 아닌 것 같지만 한동안 맛있는 만두를 안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다!

게다가 이제 생각해보면 여자랑 데이트하는데에 만두집은 굉장히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한입에 먹을 수 있으니 깔끔해서 좋고, 먹다가 옷이 지저분해지거나 하기도 힘들고.

왠지 음식 자체는 너무 맛있어서 행복한데, 그만큼 성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무거워진다….

"아, 여기 소룡포는 안쪽에 국물이 있으니까 조심해서 먹어. 뜨거워."

"어?! 이게 그 소룡포야? 나 진짜 옛날에 한번 먹어보고 여기저기에서 오래 찾아봤는데도 이런 소룡포 없길래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왓, 감동.

이거 진짜 오랫만이다. 소룡포는 소룡포인데 피가 좀 더 얇고 안쪽에 어떻게 넣었는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 육수가 들어가있다. 한입에 넣으면 혀 위로 육수가 쫘악 퍼지면서 전율이 일을 만큼 맛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뜨겁기 때문에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이거 먹고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다녔었는데!

"근데 이거 국물 어떻게 넣는걸까?"

"만두소 자체에 육수를 많이 넣는다던가?"

"그러면 국물이 나오기보다는 안쪽에서 고기가 풀어져서 연하게 되기만 하겠지. 국물이야 안쪽에 차오르겠지만 지금처럼 식감이 나오진 않을 것 같은데…젤라틴으로 굳혀서 넣었다가 같이 찌는거 아냐?"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느낌이 다르지 않아?"

어떻게 만든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만두 안에 국물을 넣어둘 수 있는걸까? 혹시 주사기로 찔러서 찌익 하고 넣는건가?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정말 어떻게 만드는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맛있어!

가슴의 무게를 잊을 정도로 맛있어!

"하아아아…배부르다…."

"조금 앉아있다 갈까?"

"응…지금 바로 움직이기 싫어…."

맛잇는걸 먹었더니 졸려진다. 아, 행복해….

…아, 아니지, 아니지!

기, 김성현 이 악랄한 것…! 맛있는걸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내 약점을 노리다니…!

제길, 좋아 인정해주지…노린건 아니겠지만 이번엔 점수를 아주 제대로 땃어…!

그 증거로 오늘 성현이가 돈을 꽤 많이 쓴 것 같기도 하고, 나도 기분도 좋은데 그냥 섹스해 줘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그치만 너무 행복해…뭐야 이거, 혀가 너무 기분좋아….

식사를 하고나서 또 먹고싶다고 중독성을 느끼는 것보다는 만족스러운게 너무 좋다.

딱 먹고 만족할 정도로 맛있는게 진짜 요리지!

그게 내 미식론이다.

"잠깐만, 나 계산하고 올께."

"으응…나 좀 앉아있을께."

너무 맛있게 먹어서 움직이기도 싫다….

…앗, 오늘 나도 돈 좀 보탤려고 했는데!

벌써 성현이는 멀리 가서 계산을 하고있는 것 같다. 으윽, 나가면서 주자….

시끌시끌한 식당 안에서 나는 온 몸에 힘이 풀리는 것 처럼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워서 상 위에 상체를 기대고 한손으로 턱을 괴었다.

이대로 잠들 것만 같아….

…근데 저쪽에서 내 쪽으로 전화기를 향하는데 혹시 도촬하고 있는건가?

자의식 과잉이야 자의식 과잉…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까.

뭐 도촬하건 말건…평소라면 좀 꺼려졌겠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진짜 음식에 양귀비나 아편같은거라도 넣었나. 너무 기분 좋다.

뱃속이 절정에 오르는 기분이야….

…이 비유는 조금 아닌가.

어찌되었던간에 마지막에 나온 탕도 맛있었고, 차도 맛있었고…그냥 다 맛있었다.

시간이 너무 금방금방 가는 것 같지만…밥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져있었다.

영화도 꽤 오랫동안 봤고, 식당까지 오는데에도 시간이 꽤 오래걸렸으니까…게다가 식사시간도 꽤 걸렸고.

…근데 여기는 식당이라기보단 레스토랑이라고 해야하는 걸까…만두같이 딤섬밖에 없어가지고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딤섬 레스토랑?

그래도 진짜 이렇게까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보는건 오랫만이다.  아, 졸려….

진짜 그냥 이대로 순간이동해서 샤워하고 자고 싶을 정도로 기분좋다.

근데 여기 얼마나 비싼걸까. 성현이가 이런데에서 남한테 밥을 사주거나 할 만큼 재정에 여유가 있었나….

이번에도 조금 무리했겠지. 요즘 남자인 내가 같이 밥먹으러가자고 하면 '미안한데 얼마동안만 사주면 안돼냐? 나 이번에 돈을 좀 아껴야된다.' 라면서 돈도 잘 안썼으니까.

역시 친구보다는 섹스인가…남자인 나한텐 그렇게 돈 없다고 해놓고, 그게 다 여자인 나한테 사주려 한 거였다니.

기분이 조금 묘하다. 기쁘기도 한데, 배신감도 드는게….

나는 슬슬 움직여야지 싶어서 벗어뒀던 코트를 걸치고 성현이가 서있는 계산대 쪽으로 다가갔다.

"얼마 나왔어?"

"아, 어…이정도?"

지금 이거 말 더듬은걸로 치면…안돼겠지.

성현이가 내밀어준 종이를 보니 한국돈으로는 한 6만원정도 나온게 보였다.

…역시 비싸다. 먹은 양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가격이다.

한끼에 이 정도나…게다가 영화관 갔던거랑 성현이가 오늘 하루종일 낸 교통비를 합하면 한국 돈으로 10만원은 넘지 않을까….

…그냥 먹고 튀고싶지만, 내 양심이 그걸 허락하지를 않는다. 으아, 가격 괜히 봤다…이정도나 사줬으니 되려 섹스를 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도망가도 별로 문제도 없고, 도망갈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여자한테 그런걸 당한적이 있다보니 그렇게 되면 어떤 기분이 되는지 잘 알고 있어서 그러기도 미안해진다.

게다가 지금까지 한번도 말 안더듬은 것도 있고….

자꾸만 섹스를 해 줘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가는점이 싫지만, 으으음….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진짜 노력했다는 점이 눈에 확 보이니까 상을 줘야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이상한건가.

"어디 또 갈곳 있어?"

"음…별로 없는데, 이제 밤이고."

게다가 일부러 나랑 섹스 하고싶어 한다는걸 티 내지도 않는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사실 몇번이고 내 가슴이나 엉덩이 쪽을 힐끔거리는걸 눈치챘으니 그런 마음이 있는건 확실한 것 같지만 입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진짜 괜찮아 졌잖아.

내가 보기에도 나름 성공적인 데이트다. 내가 대화 주제를 맞춰줬다고는 하지만 하루종일 대화 자체도 재미있게 했고.

오늘은 마음속으로 '성현아, 그건 아니지….' 싶은 것도 별로 없었고.

진짜 열심히 했다는게 느껴진다.

으음….

으, 으으음….

…해달라고 하면 그냥 당해줘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게 밖으로 나와 성현이와 거리를 걷고있었는데, 성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대로 나를 보더니, 심호흡을 한다.

"후우…후…저기, 희연아."

"으, 응…?"

"…우리…집…갈래?"

우, 우와앗….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진짜 나 오늘 성현이랑 섹스해 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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