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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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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한번 우리 과 모임 채팅방에 대고 매일 맛있는 집 소개나 해볼래?"
"내가 왜?"
오늘도 성현이랑 점심식사다.
너무 붙어있는건 아닐까 싶을정도로 나는 성현이랑 자주 다닌다. 지금은 군대에 있는 수영이형이 1학년때는 나랑 거의 매일같이 다니고 매일 밤마다 같이 달리러 나가고, 배드민턴 치고 그랬지만…수영이형이 군대에 간 뒤로는 성현이랑 같이 다닌다.
기숙사에 살았으면 얘랑도 매일 운동하고 할텐데.
워낙에 나도, 성현이도 입맛이 까다롭다보니 맛있는걸 먹고싶다는 부분에서 의견이 맞아서 우리는 매일같이 학교 주변 식당이나, 근처 1시간 내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돌아다니면서 식당이라는 식당은 하나하나 다 들어가서 맛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맛있는 집이 있으면 한동안은 그 집만 가고, 맛없는 집을 한번 가 버리면 그 다음날은 그전에 가봤던 집들 중 가고싶은 곳에 가서 먹고 오고….
일명, 점심 한정 맛집 투어.
"맨날 먹을것만 찾으러 다니잖아. 맛집 소개같은거 하면 그럭저럭 보는사람 많이 생길 것 같은데."
"귀찮기도 하고,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입맛 너무 까다로워서 안돼."
"그런가?"
"식당가서 맨날 조미료 들었나 안들었나부터 보고 국물이 어떻다, 면이 냉동이다, 요리 자체가 조합이 안맞는다, 소스가 많다, 고기를 덜 재웠다…갈비라고 써놓고 목살 내온다 뭐 그런거 따지면서 먹는데 그런거 그대로 소개한다고 올리면 안돼지."
"그렇게 따지면 소개할거 하나도 없긴 하네."
매운 음식을 시켰을때에는 매운맛을 내는 조미료중에 캡사이신이라는게 있는데, 액체형태로 판매되는 그걸 넣으면 매운맛은 쉽게 나지만 맛에 깊이가 없다고 할까…되려 너무 매운맛만 나서 맛의 조화가 깨진다.
미원도, 다시다의 단맛도 맛이야 좋지만 재료 자체를 속일 수 있게되니….
기본적으로 나는 조미료 자체는 화학이건 아니건 맛있다고 생각하고, 중독성 또한 있으며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쓸 법도 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아무 요리에나 다 똑같은 조미료를 넣어놓고 판매하는 식당은 싫어한다.
특히 된장찌게에 캡사이신과 다시다, 미원이 들어간 집은 심했다.
계란찜에도 미원이 있었고…돼지갈비를 시켰더니 다시다 맛이 났다.
어릴때부터 집안에서 조미료를 안 먹고 커와서 그런지 나중에 되서 조미료만 따로 먹어보니 구별이 잘 가게 되었다. 그래봤자 타인보다 구별을 잘 하는 정도지 나도 완벽하게 구별하지는 못한다.
간단한 구별법으로는 물을 마시는 정도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식당에서 뭘 먹든 물을 마시는 사람이 많고 물좀 달라는 사람이 많으면 그 집은 조미료를 많이 쓰는 집이다.
미원, 다시다 등을 쓰면 요리 자체의 나트륨 수치가 높아서 물을 마시게 되니까….
"조미료 자체는 맛있는데…솔직히 미원도 다시다도 맛은 있어. 근데 재료 속이는거나 정성같은게 안 느껴져서 싫은거지."
"가게 자체의 특별한 맛 같은것도 없고…비법이라던가."
조미료를 넣은 음식을 싫어한다는 점에서부터 성현이랑 취향이 맞는다.
식당마다 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즐거운건데, 왜 다들 똑같은 맛으로 통일하려 들까.
그래야 돈이 될 테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서도 아쉽기만 하다.
"아 맞다. 태수야. 돼지고기로 할 수 있는 요리 뭐 하나 추천해줘봐."
"돈까스."
"그거 말고는?"
"너 그 질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지?"
"음…."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요리가 얼마나 많은데….
나는 가끔씩 혼자 요리해먹는 수준이지만 성현이는 집에서 혼자 요리해먹는 일이 잦다보니 지금처럼 할 요리를 추천해주길 바랄때가 많다.
"얼마전에 카레 해먹고 남았는데 할 요리가 없네."
"부위 어딘데?"
"등심이였나 안심이였나…."
카레 또 해먹으면 안돼나.
카레는 뭘 넣어도 맛있어지는 신의 음식이다.
"고기감자조림 해먹던가. 얼마전에 애니메이션 보니까 고기감자조림 나오던데."
"일본 요리지 그거? 해먹어봤는데 꽤 맛있더라. 근데 그거 소고기로 만드는거다."
그랬나?
성현이는 그 뒤로도 요리 대화를 계속했다.
"야, 너 근데 참 기름 온도 알아본다고 젓가락으로 물 떨어트리는 방법 아냐."
"그거 하지마라…끓는 기름에 물 넣으면 위험하다."
"진짜?"
"기름 엄청 튀는걸로 알고있어. 기름에 물 들어가면 원래 그래. 그리고 반죽 떨어트린다, 재료를 넣어보고 가라앉았다가 떠오르면 몇도다, 이런저런 말들 많이 있는데 그냥 다 하지 마. 중화요리에서는 그냥 나무젓가락을 넣어서 끝에서 올라오는 기포를 보면 안다고 하는데 그냥 기름 온도계를 하나 사. 그게 훨씬 안전하고 싸게 먹혀."
"흐음."
기름 온도를 알아보는 방법은 나도 몇번 시도해봤지만 위험해서 그만뒀다.
그냥 불 세기로 대충 파악하면서 감으로 튀기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프로도 아니니까.
"오, 나왔다."
"괜찮은 것 같은데?"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니 시켰던 요리가 나왔다.
오늘은 만두 전문점에 왔으니 슈마이, 소룡포 등을 하나씩 시켜봤다.
성현이도 나도 처음 와보는 식당에 가면 우선은 간단한걸로 시키고 맛이 없으면 나가서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운다.
식당 주인한테는 미안하지만, 가끔씩 보면 정말 더 먹느니 차라리 햄버거를 사먹겠다 싶을정도로 맛이 엉망인 음식도 많다.
오늘은 10점 만점에 8점 정도일까…위생상태도 괜찮은 것 같고, 인테리어도 조용한 색채에 목재로 되어있어서 요리에 잘 맞는 것 같고, 요리 자체도 꽤 맛있어 보인다.
"잘먹었다…."
"오늘은 내가 살께."
식사가 끝나고 요즘 얻어먹기만 했으니까 내가 돈을 내려고 했다.
서로 얼마를 사줬느니, 누가 얻어먹었느니 그런건 따지지도 않고 기억해 두지도 않는데다가 같이 밥을 먹으면 대부분 더치페이로 끝내지만 가끔 이렇게 한명이 사주거나 하기도 한다.
돈을 빌린 적이 있거나, 생일이거나, 아니면 상대가 생활비가 거덜나서 돈이 없거나…얼마전에 얻어먹은게 있다거나.
그런데 내가 계산을 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성현이가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나를 제지하면서 지갑을 꺼냈다.
"아냐, 오늘 좀 부탁할 것도 있고. 내가 살께."
"뭔 부탁?"
"계산하고."
뭐지?
성현이가 나한테 부탁을 한 적은 없으니 불안하기보다는 궁금하다.
민우 개자식 같은 경우엔 맨날 부탁부탁부탁 친구다 형제다 의리다 가족이다 서로 도와야 한다 하면서 이것저것 부탁해와서 부탁이라는 소리가 나오면 곧바로 짜증부터 나지만….
웬만해서는 죽을 것 같아도 자기 선에서 일을 끝내려던 놈인데 대체 뭔 일로 부탁을 하려는 걸까.
계산을 하고있는 성현이를 뒤로하고 식당 밖으로 나가 기다리자 성현이가 식당을 나왔다.
"오늘 수업 있냐?"
"저녁에 하나 있다."
"흐음."
수업이 있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건가.
나는 내 스쿠터 뒤에 성현이를 태우고 도로로 나서 천천히 달렸다.
식사 뒤 아무런 예정도 없으면 내가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 주고 간다.
기숙사쪽에서 과 대표들끼리 회의가 있다고 하면 그냥 기숙사 쪽으로 태워다주고…뭐, 나도 어차피 내 방에 돌아가야되니까 가는김에 태워다 주는 셈이다.
오늘은 수업이 있다고 하니까 학교로 되돌아간다.
"어디로 가? 우리 과 건물?"
"그래야지. 아니면 네 방 갈까?"
"내방 더러워서 안됀다니까."
"야, 니 방 더러운게 하루이틀이냐."
심심한건지 내 방으로 오고싶어 하는 것 같지만, 오늘은 정말 안된다.
여자 옷이랑 브래지어를 세탁해서 방 안에 널어놔가지고 절대로 들여보내 줄 수가 없다.
"뭐, 알았다. 오지 말라는데 가기도 좀 그렇지."
민우새끼라면 억지로 문 열어젖히고 들어왔을텐데.
그놈이 좀 그렇다. 내방 더럽다고 오지 말라고 하면 억지로 문 앞에 버티고 서있다가 문 두들기고 직원 불러서 열어달라고 한다고 협박하고, 문 열어주면 방 안에 들어와서 더럽다 더럽다, 태수야 나도 옛날엔 이랬다? 근데 이렇게 살면 안돼거든. 방좀 치우고 살아라…왜 왔냐고 물어보면 그냥 너 보러 왔다. 보러오면 안돼냐.
용건이 그게 끝이다.
솔직히 말해서 진짜 짜증난다. 들어오지 말라는데 왜 들어오는걸까? 저돌적인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나?
좋게 봐줘도 배려심 없고 눈치없고 무식하게밖에는 안 보인다.
민우놈에 대한 생각은 그만하고 과 건물까지 거리도 얼마 안 남았을 때 성현이가 말했던게 생각났다.
분명 부탁할 게 있어서 밥을 사준다고 했는데. 아직 말을 안해줬다.
"근데 아까 부탁이라는게 뭐냐?"
"아…너 혹시 희연이 전화번호 아냐?"
희연이…그러니까 여자인 내 전화번호인가.
그런거 있을리가 없잖아.
전화기를 두개씩 사서 돈을 낭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그치만 친구라고 해놓고 연락처도 모르는건 조금 말이 안된다.
그러고 보면 여자로서 사용하고있는 메신저가 있었지. 그걸 가르쳐 줄까….
"전화기 잃어버린 뒤로 안 산다고 들었는데."
"그럼 넌 연락 어떻게 해?"
"메신저로. 근데 그것도 자주 답장오진 않아. 보내두면 답장하기는 하는데 몇일뒤에 올때도 있고. 나중에 뭔지 가르쳐줄께. 아이디도."
"그래, 땡큐."
"근데 그건 왜?"
"어…음…그런게 있어."
그런게 뭔데.
심히 궁금하다.
우선 과 건물에 도착하면 가르쳐줘야겠다. 메신저로 오는 연락이면 무시하는것도 내 마음대로 될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스쿠터를 몰고있는데…과 건물 앞에 도착하니 저 앞쪽에서 민우새끼가 오는게 보였다.
켁.
도망가자.
"어, 어, 어! 야! 신태수!"
모른척 하고 도망가려고 했더니 들켰다.
제기랄. 민우새끼가 나한테 다가오고 있다….
나는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어? 민우형, 여긴 왠일이에요?"
"뭐긴 이 새끼야. 성현이한테 연락 안되길래 한번 찾아왔다."
성현이는 분명 전화번호를 바꿨다.
연락이 안 되는게 당연하지….
그 당사자인 성현이는 내 뒤에 서 있더니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민우새끼를 보고있다.
하아…왠지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민우새끼가 성현이를 발견하자마자 성현이에게 다가가더니 성현이의 어깨를 때렸다.
"새끼! 야, 왜 요즘 연락 안하냐?"
성현이는 비틀거렸지만 민우새끼는 계속해서 손바닥으로 때리고, 친다.
저게 지 나름대로는 좋아서 하는 애정표현이랜다.
놀고 있네.
"아, 때리지 마요 좀."
"왜, 아프냐?"
"아프건 말건 왜 사람을 때려요?"
"킥킥, 아프냐? 아프냐?"
아프냐? 하고 물어보면서 계속 때린다.
후우….
수영이형이 군대가기전에 저짓을 하도 당해서 살이 다 빠진적이 있다. 반년동안 룸메이트였던 형이니까. 아마 매일같이 맞고 살았을 거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돈이 없다는 핑계로 기숙사를 나오자마자 살이 막 찌고, 군대를 갈때는 심지어 군대가서 행복하다며, 성현이와 나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고 갔을까.
완전히 똥 씹은 표정이 된 성현이를 계속해서 치던 민우새끼는 갑자기 성현이에게 억지로 어깨동무를 걸더니 웃으며 말했다.
"야, 성현이 너, 요즘, 바쁘냐?"
완전히 깡패 말투다.
저렇게 끊어 말하는게 폼난다고 생각하는 걸까?
죽.여.주.마. 하고 말하는 것 처럼?
진짜 오글거린다.
"요즘, 왜, 형이, 연락해도, 안받냐?"
성현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
"태수 넌 뭐하고 왔냐?"
"성현이랑 밥 먹고 왔죠."
"요즘 너네 형 빼고 되게 잘 노나보다? 형하고 노는게 싫으냐?"
응.
존나 싫어.
싫다고.
"에이…그냥 성현이랑 저랑 같은 디자인과잖아요. 그냥 자주 만나니까 그렇죠."
세부적으로 나누면 다른 과지만, 우선 디자인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반도 다르지만 건물은 같으니까 당연히 자주 만난다. 같이 듣는 수업도 좀 있고.
"그러냐? 태수야, 근데 형이, 성현이랑, 좀, 할, 얘기가, 있거든?"
알았으니까 가라는 얘기다.
분위기를 보니…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우선은 자리를 피해야겠다. 괜히 내가 있어서 좋을 일은 아닌 것 같고. 계속 있어봤자 자꾸 가라는 말만 반복할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