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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 ♀ ♂ ♀ ♂
"야 씨발 성현이, 이제 나이도 한살 더 먹었는데 동정 떼야되지 않겠냐."
진짜 별로 맛도 없는 식당에서, 진짜 별로 재미도 없게 밥을 먹고, 진짜 별로 가고싶지도 않은 룸싸롱을 가자고 하며 민우형이 성현이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했다.
정말로 별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고깃집의 고기는 그냥저냥 먹을만 할 뿐 크게 맛있지는 않았다.
그냥 배만 채우고 온 기분이다…게다가 식사중에 이상할 정도로 대화도 안하고, 나더러 장기자랑좀 해보라고 하기만 하고.
대체 이럴꺼면 왜 부른건지.
게다가 내가 장기자랑을 하자 안웃기다면서 하지 말라고 한다.
왜 하라고 한건데.
돈을 빌려주고 안 받아서 그런지 자꾸만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식사를 끝내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이번에는 성현이에게 룸싸롱을 가자며 저러고 있다.
자기가 낸다, 자기가 낸다고 하는데 방금 전 식당에서도 요즘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E대 다니는 형이 돈을 계산하는게 보였다.
분명 자기가 내긴 내지만 빌린돈으로 낸다는 생각이겠지.
"아 형, 됬다니까요. 룸싸롱을 왜, 왜가요."
"씨발, 야, 남자가 됬으면 이 좆을 박아봐야 되지 않겠냐? 개새끼도 하고 소새끼도 하는 섹스를 인간이 못해서 쓰겠냐고. 안그러냐 태수야?"
또 긴장해서 말 더듬는다. 게다가 저 양반은 또 왜 나한테 화살을 돌리는 건지….
"아 뭐 그거 하고싶을때 하면 되지 않겠어요? 돈도 없는데…."
"아 그러니까 형이 다 낸다니까. 성현아, 저기 저거 보이지. 저게 룸싸롱이여, 저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형이 다 해줄께, 너는 그냥 이것만 세우고, 허리만 흔들면 돼!"
"아, 됐어요…생일에 룸싸롱 가서 뭐해요."
"하아…이것들은 진짜 배짱이 없어요 배짱이."
그렇지, 개미와 배짱이로 치면 저놈은 배짱이가 맞다. 우리가 힘들게 돈 모아두면 돈 뺏어가 놓고 불쌍한 척 하고는 나중엔 또 바이올린 키면서 놀고먹으며 비웃는 배짱이.
저러면서 자기는 또 우리들을 위해준다고 생각하는 점이 참…바보인건지 자기 좋은 생각만 하는건지.
"아 그리고 동정을 뗄거면 태수 먼저 떼줘요, 저는 됬으니까."
"나 동정 아니라니까…왜 안믿는데!"
성현이는 왜 그런지 꼭 동정 얘기만 나오면 나까지 동정으로 몰아가려고 한다.
내가 그렇게 동정으로 보이나.
대체 어디가.
"증거있어? 증거있냐고, 시방 증거가 있으면 내놔 봐."
"아 섹스하는데 증거가 어디있어…내 증거라고는 머릿속에 있는 여자들에 대한 기억밖에 없어!"
"물증이 없으면 끝난거여!"
제길…핸드폰 안에 내가 여자일때 내 몸을 찍은 사진이 있기는 하지만…자위하는 동영상까지 있기는 하지만….
내방에서 찍은거라서 우기면 어찌 될 듯 하기도 한데, 정작 섹스를 하는 영상은 없다.
그런거 찍을리가 없잖아.
"너네 또 그지랄이냐, 성현아. 형이 태수랑 얘기해봐서 아는데…쟤는 동정 아니야. 꽤 많이 해본 놈이야."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증거도 없는데."
"형이 해봐서 알아…말을 하면 딱 밑천이 보이는 법이야."
민우형이 그래도 저럴때는 도움이 조금 된다. 그것 말고도 권성민의 약점을 이것저것 잡고있는데다가 협박전화도 가끔 해주니 지금까지 도움이 된 것도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꽤 많다.
뭐, 이젠 퇴학당했으니 그런쪽에서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성현아, 권성민 그새끼도 섹스를 하고 사는데 남자가 되서 네가 섹스를 못하면 되겠니. 야, 니가 그새끼보다 꿀리는게 뭐있어? 과대지, 성적 좋지, 응? 외모도 괜찮지."
"아 그새끼 얘기는 왜나와요, 차라리 개랑 비유해요."
"그래…그건 내가 미안하다."
결국은 얘기 끝에 당구장에 가는게 되어버렸다.
이럴거면 룸싸롱 가자는 얘기는 왜 꺼낸거야.
참고로 난 당구도 잘 못쳐서, 똑같이 당구를 못치는 E대 형하고 쳤더니 30분을 넘는 대혈투가 벌어졌다.
우리 둘과 달리 당구에 조금 자신이 있는 두사람이 보기에는 그게 웃겼는지 하는 내내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세기의 명승부라면서.
♀ ♂ ♀ ♂ ♀ ♂
"야 태수야."
"뭐야 갑자기? 혹시 돈 받았냐?"
새벽이 되도록 당구를 치고, E대 형과 먼저 돌아가라길래 택시를 타고 돌아가보니 그 다음날 성현이가 전화를 해왔다.
나는 두사람만 남는걸 보고 돈 받으려고 하나 하고 눈치를 챘기에 처음부터 내가 짐작한 문제를 물어봤다.
"후우우…."
그러자 성현이가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어왔다.
…역시 못 받은건가?
"야, 신경쓰지 마. 원래 그 형 그런거 알잖아. 룸싸롱 가자가자 하면서 결국 그돈도 다른 형한테 빌린 돈으로 가자고 한거야. 그냥 똥씹었다고 생각하고 마음 풀고 나중에 받아."
"으히히히히."
이번엔 갑자기 웃는다.
너무 짜증나서 미쳤나 이게…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성현이가 한마디를 더 한다.
"돈 받았다 씨발."
"…진짜?"
"내가 장장 4시간의 사투끝에 결국 은행까지 가서 돈 뽑고왔다."
4시간동안이나 한쪽은 돈 달라고, 다른 한쪽은 돈 없다고 둘이 얘기하다 온거냐!
진짜 지독하다.
"오오, 결국 돈이 있긴 있었나보네."
"없다없다 하더니 결국 자기가 비상금으로 주겠다면서 주더라."
"비상금은 개뿔…."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그 형은 돈이 있어도 써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남한테 돈 빌리면서 생활하는 삶이 멋있다고 생활하는 걸까.
황당하다.
"생일선물로 좋은거 받았네 결국."
"야 내 생일때 알지?"
"네에잉, 고기 먹으러 갑시다. 잘 얻어먹겠습니다."
"오케이, 알았다. 쉬어라."
전화가 끊겼다.
부럽다…나도 돈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못 받고있다.
나도 성현이처럼 절교당할 각오로 돈을 달라고 달라붙어야 하는건가?
어찌됬던간에,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혼자서 고민해 본 결과 둘이서 따로 고기먹으러 갈 일이 없으면 그냥 넘어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여자가 되서 만날지 말지…결정해 둬야 할 것 같다.
뭐, 조금 기대되기도 한다. 여자로 변하는 시점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자각은 약간 게임을 하는 것같은 기분을 나에게 안겨준다.
몰입도가 너무 높아서 문제지만.
나도 확신이 잘 서질 않는다. 갈팡질팡하면서 내가 여자로 변한 나를 나 자신으로 생각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또다른 나를 조종한다는 기분으로 생각하고 있는건지….
데이빗과의 일이 있은 뒤 어떻게든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인 나와 여자인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려고 해 본 영향일까, 아니면 조금 실험해 본 결과 정말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했기 때문일까.
조금 내 안이 변한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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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희연. 나이는 꽃다운 21살. 그냥 내 나이 그대로 갔다. 권성민한테 말한거야 그때 지어낸 거였으니…거울을 보며 몇 살일까 하고 고민해 본 결과 21살로 가기로 했다. 몸매는 좀 더 성숙해보이지만 피부라던가 얼굴은 21살이라고 우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내가 헷갈리지도 않고.
이것저것 여자인 내 정보를 크게 짤 일은 없었다. 되려 세세하게 짜 버리면 구멍이 생겨서 혹시 나를 찾아다니거나 하면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대학은 어디 다닌다던가, 뭘 좋아한다던가 하는건 비밀로 하기로 했다.
낮 시간에 여자가 되어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노출되는것도 처음인 것 같다. 고깃집 앞에서 만나가지고 성현이와 같이 밥을 먹기로 한 나는 오늘은 하얀 긴팔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
새로 산 스웨터는 목이 조금 간지럽기는 하지만 따듯해서 좋았다. 머리는 집에서 혼자 여자가 되어서 노는동안 연습해본 그대로 위로 틀어 올려 묶어서 나왔다.
버스에 타서 창문에 몸을 비춰보니 꽤 만족스럽다. 음, 예쁘다 예뻐. 남자인 내가 이런 섹시한걸 넘어서 그냥 평범하게 옷을 입어도 야하게 보이는 여자랑 섹스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다.
나르시즘인가?
어찌됬던간에 오늘은 성현이와 밥을 먹기로 했다. 당사자는 나 본인…그러니까 신태수가 아니라 처음 보는 김희연이라는 미녀가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왠지 두근거린다, 재미있다고 해야할까 골려줄 걸 생각하니 기대된다.
손에는 오는길에 산 케잌을 들고있다. 놀라겠지…갑자기 여자가, 그것도 CG인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쁜 미녀가 고깃집 앞에서 생일 축하한다면서 케잌을 내밀면 얼마나 놀랄까.
버스 안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음, 스웨터는 역시 조금 가슴이 강조되어 보이는 건가?
두꺼운 옷이라서 안 그럴것 같지만 몸에 조금 달라붙어서 그런지 가슴이 평소보다 더 커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뭐 어때.'
여자인 채 돌아다니는것도 조금 무감각해졌다. 처음에는 누가 보지 않을까 해서 괜히 부끄럽고 움츠러들었지만 지금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기분에 오히려 당당해지는 것 같기까지 하다.
전날 밤 성현이에게 '내일 즐겁게 보내렴.' 하고 문자를 보냈더니 '갑자기 뭔 소리여.' 하는 답장이 왔었다.
으히히, 설마 이건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겠지. 생일 선물로 모델같이, 아니 모델보다도 예쁜 여자와 하룻동안 데이트나 하세요!
얼마나 놀랄까?
장난기가 생긴다. 오늘따라 가슴도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엉덩이도, 가슴도 커져서 그런지 의자 위에 앉아있으면 묘한 기분이다. 확실히 내 몸이 아니라는게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자꾸만 손으로 만져서 몸을 확인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고깃집 근처에 버스가 도착하자 나는 버스에서 내리고 케잌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걸어갔다.
이미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여자로 변하니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점점 여성화 되는 기분이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을 봐도 여자보다 남자를 먼저 보게되고, 평소같으면 예쁜 여자가 지나간 순간 힐끔힐끔 쳐다보고 지나갈텐데 꽤 몸매가 좋은 여자가 지나갔는데도 쳐다보게 되기는 커녕 오히려 내 몸을 살펴보고 즐거워지기만 한다.
되려 다른 남자들이나 여자들이 내 몸을 한번씩 쳐다보고 지나간다.
확실히 이건 좀 이상할 정도로 예쁘긴 하다. 뭐, 내 상상속의 이상형이 구현되었다고 내가 가정해두고 있으니…화장을 하나도 안했는데도 화장한 것 처럼 얼굴이 하얗고, 윤기가 돌고 입술도 살짝 분홍빛이고, 속눈썹도 길고…노 메이크업으로 이 정도라는게 나 자신도 신기하다.
여자들은 화장빨! 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어라…내 상태 조금 이상하지 않나…?'
너무 오랫만에 여자가 되어서 밖에 나와서 그런걸까? 갑갑했던게 풀리는 것 처럼 해방감까지 든다.
왜 이럴까.
그런것보다 지금 중요한건 성현이랑 밥을 먹는 일이다. 뭐, 동정이 얼마나 당황하는지 즐기면서 맛있는 밥이나 얻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고깃집 앞까지 갔다.
"음…."
그런데 성현이가 안보인다.
어딨지 이 자식.
먼저 와있을 텐데…분명 나오기 전에 휴대전화로 어디냐고 물었더니 너야말로 어디냐며 빨리 튀어오라고 했으니 먼저 와있는건 분명하다.
나는 주변을 돌아다니며 근처 카페 안에 한번 들어갔다가 없길래 혹시 고깃집 안에 먼저 들어가 있는건가 해서 안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