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부
♀ ♂ ♀ ♂ ♀ ♂
처음 섹스를 한 뒤로 한달 가까이 지났다.
집에서 돌아와 남자로 변해보니, 혹시나 했던 예상대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숙취 비슷한 느낌이 전부 사라져있었다.
대체 이건 무슨 원리로 이렇게 되는걸까.
소설이나 만화의 설정을 짜는 기분으로 이 여자로 변하는 현상이 어떤 구조인지를 가정해보고 그 가정들을 하나하나 종이에 적어보며 생각을 계속했다.
그치만 뭐가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생각만 해볼 뿐, 그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 있다고 해도 실행할 생각도 없으니까.
내가 정말로 여자로 변하는건지 아닌지 알기위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임신을 해 보는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내가 임신이라니…끔찍하기도 하고 무서워지기만 한다.
말이 안되는 한국 양산평 판타지 같은 생각이지만 혹시 여자인 내 몸이 어떤 아공간 안에 있고, 내가 돌을 핥는 순간 아공간에서 몸과 몸의 좌표가 교체되며 내 정신만 정착하는게 아닐까?
만에 하나 정말로 그것과 비슷한 구조라면 내가 임신을 한다고 해도 남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여자로 변하는 구조가 이해되지가 않는다. 애초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별까지 변한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 같은 상황이지만….
한달동안 나는 흑인과 섹스를 했다는 충격도 머릿속에서 되도록 완화시킬 겸 내 몸에 대한 실험이나 해봤다.
첫째, 여자에서 남자로 돌아올 때 잠이 쏟아지게 되는 경우.
남자에서 여자로, 다시 남자로 돌아오는 간격이 2시간보다 적으면 참기 힘들 정도로 졸려진다. 그래도 잠을 참고 움직일 수는 있을 정도니 이정도가 한계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것에 무언가 에너지가 소모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한달동안 계속 변하고 변하는걸 반복하는데에도 살이 빠진다거나 목이 마르다거나 평소보다 배가 더 고파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대체 뭘 에너지원으로 삼아서 몸을 바꾸는 걸까.
둘째. 남자로써 금딸을 계속하면 할수록 여자가 되어도 섹스가 하고싶어서 근질거리게 된다.
대체 왜 이러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성욕은 그대로 이어진다. 여자로 자위하는게 더 기분좋다보니 몇일동안 여자로 변해서 자위만 하고 남자일때에는 참았다가 여자로서 기분 좋아진걸로 만족하며 지냈는데, 그게 한 1주일정도 계속되니 이상하다는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랫도리가 근질근질 거렸다.
자위를 해도 계속 만족스럽지가 않고 결국엔 데이빗이 주었던 연락처까지 찾아보고 싶을 정도가 되길래 참고 계속해서 자위를 하다가 손가락이 땡기는데도 멈추고 싶지가 않아서 남자로 변해가지고 자위를 계속했더니, 두세번 사정하고 나자 갑자기 괜찮아졌다.
이후로 여자가 되어서 자위를 하고 난 뒤에는 될수있으면 남자로 돌아와서도 한번 정액을 짜 내도록 하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꼭 발정이 난 것처럼 참기 힘들어지는 그건 조금 위험할 것 같았다.
셋째, 이상한 숙취 같은 게 여자에서 남자로 변하니 사라지기는 했지만,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자로 변했다가 남자로 돌아오는 걸로 남자인 몸의 어깨결림이 사라지지 않는다거나 하는걸로 여자인 몸도 이럴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남자일 때와 비슷한 치유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번 실수로 여자일 때에 손 끝을 조금 다쳐서 실험해볼 겸 몇일동안 여자로 변하지 않고 확인해보니 내가 여자로 변해있지 않은 시간에도 계속해서 상처가 낫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숙취 같은 거에만 효과가 있는게 아니라, 물리적인 상처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럼 결국 남자일 때 싸움을 해서 큰 상처를 입어도 여자인 채로 한동안 지내면 저절로 회복되는 걸까? 예를 들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바로 성별을 바꿔서 생활한다거나.
여자일 때에 임신을 한다거나 하면 어떻게 되나 싶기도 하다.
우선 여자일 때의 내 몸이 임신을 할 수 있는 몸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알아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빗과 섹스를 했던 일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마음속으로 정리를 할 수가 있었다.
몇번이고 생각해봤지만 솔직히 기분좋았던건 사실이다. 데이빗이 정말 괜찮은 남자였던 것도 맞고. 남자인 내가 생각해봐도 좋은 남자라고 생각될 정도였으니 딱히 그의 잘못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나에게 있는 것 같은데, 차분히 되짚어보니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될만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성 정체성에서부터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가는건 제쳐두고 생각해보니 권성민에게 당하는것보단 훨씬 나았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여자가 되었다가 남자로 돌아와서 데이빗을 떠올려 보면 별다른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걸 알게되자 조금 마음속이 정리가 되었다.
여자일 때에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부끄러워지고, 약간 머릿속이 띵해지는 것 같아지면서 얼굴이 뜨거워지는데 남자로 돌아와 보면 심해야 내가 왜 그랬지 하는 후회로 끝나고, 부끄러워진다거나 하는 일은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하나하나 실험을 해 보니, 남자일 때의 내가 싸둔 정액의 냄새를 맡으면 약간 몸이 반응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위하고나서 휴지에 뭉쳐둔 정액을 버렸던 쓰레기통을 치우다가 그 사실을 알았다.
이후 시험해본 결과 자위하면서 등에서 배어나온 땀냄새를 맡아도 야한 기분이 든건 마찬가지.
실제로 그런 구조는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분이나 느끼는 것 자체는 여자일 때와 남자일 때의 나는 완전히 별개의 인물로 서로 기억을 공유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뭐, 남자로서 생각해보면 여자의 본능은 강한 남자의 씨앗을 원하는 것이고, 남자는 더 많은 여자에게 씨앗을 뿌리고 싶어하는 거니까. 데이빗이 보여주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여자인 나는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 뿐이 아닐까 싶어진다.
…다른 것 보다 약! 약에 취해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깨끗하게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아직도 여러 의문이 남아있다. 정말 그렇다면 나는 지금 남자인 걸까 여자인 걸까?
내가 여자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만 했지, 성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이건 괜찮은 걸까? 이대로 여자로 계속 변해도 나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치만 이미 지금 딱 하고 멈춰버리기에는 늦어버린 것 같았다.
내 성 정체성이 불안하거나 하는건 제쳐두고, 여자로 변하는 것에 의해 생기는 이득은 확실하게 봐 버렸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특별한 일이 있다고 한다면. 권성민이 퇴학당하게 된 것이였다.
데이빗과의 일이 있은 뒤 몇주동안은 학교 내에서 보이지도 않았지만 큰 소식도 들려오는게 없이 잠잠하길래 아무 일도 안 생겼나 하고있었는데 바로 얼마전, 학교 게시판에 퇴학공고가 붙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물어 소문을 들어보니, 지혁이라는 다른 학교 학생이 여러 장소의 CCTV를 가지고 현지 경찰 및 대학교에 알리면서 고소를 한 모양. 외교부에까지 일이 알려져서 현지에서 처벌이 안 될 시 한국에까지 가서 처벌하게끔 처리가 된 모양이였다.
성현이랑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다 말고 그 말을 하길래 물어봤더니 유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소식통 같은것을 보여줘서 한번 보게 되었는데, 지금 이 주변에 거주중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문제시되고있다는 것 같았다.
CCTV 영상도 올라와 있었는데, 누군가가 여러명에게 둘러쌓여 밀쳐지고 머리를 한두대씩 맞는 영상이 찍혀있었다.
동영상에 권성민의 얼굴은 뚜렷이 나와 버려 신상이 밝혀진 것 같았다.
지혁이 정말 제대로 작정한건지,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나돌고 있었다. 글에는 권성민이 마약을 하고있는 영상도 첨가되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그 날에 찍은 영상으로 보였다. 술에 취해서 떡이 되어있는 여자애들 얼굴에는 모자이크가 된 채 권성민이 얼굴이 다 드러난 채로 허리를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그 외 두명은 얼굴에 모자이크가 되어있었다. 정말로 권성민만 노리고 있는 모양이였다.
그보다 내가 간 뒤에, 정말로 그 여자애들은 강간당한 모양이였다. 사건이 커진건지 한국 사이트에서도 뉴스가 보이고 심지어 인터넷에 유학가서 마약파티.avi 라는 식으로 모자이크 투성이인 영상이 야동 사이트에 돌고 있기도 했다.
안그래도 점수가 개판이였던 권성민은 즉시 퇴학 결정.
인생이 망한 정도가 아니였다. 심지어 영상 안에서 마약을 찍으며 '권성민이 한 마약' 이라는 자막까지 붙어있었다.
심지어 권성민이 크게 떠드는 소리까지 들렸는데, 말하는 내용이 가관이였다.
"하~씨발! 저(삐-)새끼 존나 귀찮네 진짜! 지는 술마시고 뻗어버리고, 저새끼 여친은 튀고! 아~존나 따먹으려고 약에 절여놨는데 씨발, 눈치는 빨라가지고 몰래 도주시켜버리네 꼴에 남친이라고!"
영상을 다운받는 야동 사이트 덧글을 보면 진짜 너무 쓰레기라서 오히려 딸 못치겠다는 덧글까지 달려있었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권성민은 퇴학당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인생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덤덤하게 아, 그렇구나 하고있다가 집에 와서야 실감이 났다.
결국 이 일은 내가 개입함으로서 일어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게 아닐까?
어찌보면 그렇다. 내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지혁도 그냥 다같이 그 애들을 따먹기만 하고 이렇게는 하지 않았겠지. 사건이 꽤나 커져서 단체 마약, 강간 문제로 지혁 뿐만 아니라 다른 두명도 말려들어간건지, 학교에서 아예 보이지를 않았다.
꼴 좋기도 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다.
확실히 여자로 변할 수 있다는건 내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위험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 결과를 보면 내가 끼어드는 것으로 인해 권성민을 보내버리게 된 건 사실이였으니까.
이번일은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할 수가 없다.
다음에도 이렇게 결과가 좋을거라는 확신도 없고, 뭣보다 여자인 나는 신분증이 없으니 법의 보호같은건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찾기 전에는 이번처럼 위험한 일은 아예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건 어디까지나 그놈이 한 병신짓 때문이였지만. 설마 마약까지 할 줄은….
결국 이 일 하나로 나는 여자로서 처음으로 섹스까지 해 버리고, 강간당할뻔하기까지 한데다가 지금 생각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으니…심지어 인생 첫 마약까지 경험했다.
예쁘다는게 얼마나 위험한건지 알 것 같다. 나만 피해를 본 건 아니였지만…확실히 세상에는 미친놈들이 많다.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아잉…성은씨, 나 오늘 너무 기분좋아…같이 밥 먹으러가자앙."
"씨발 징그럽게 왜이래!"
나는 학교 내에서 권성민이 퇴학당했다는 말을 들은 뒤 무척이나 하이텐션이였다.
요 한달동안 그럭저럭 마음의 정리도 되어서 데이빗과의 일에 대한 충격도 잊을 수 있었다.
여자일 때 있었던 일이다보니 남자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왠지 거리감이 느껴저 신기하게도 빨리 잊을 수 있었다.
권성민이 퇴학당한 이후 성현이 아마도 퇴학 문제가 거론되던 당시라고 예상되던 때에 과 대표로 회의에 불려나가서 권성민이 교내에서 어떤식이였는지 얘기좀 해줬으면 했다고 해서 온갖 욕을 다 하고 왔다고 했는데 그 후로 나는 성현이만 보면 이렇게 장난을 쳐대고 있었다.
그 발언이 아예 조서같은걸로 작성까지 되서 증거로 올라 간 모양이였다.
"너의 공로가 크다. 지금까지 내가 밥을 사준게 아깝지가 않구나!"
"권성민 그새끼 퇴학당한게 그렇게 기분좋냐?"
"아…좋아서 죽을 것 같아…지금이라면 내 마누라가 바람을 펴도 용서해 줄 수 있어…."
"킥킥…씨발새끼…."
반정도는 진심이다.
앞으로 그놈들을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와 같은학년에서 권성민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별 지랄발광을 다했던 놈들도 그 일이 있은 뒤로 교내에서 왕따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당시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애들도 권성민하고 친했다는 이유만으로 굉장히 안 좋은 입장이 되었다.
계속해서 자기도 권성민이 그럴 줄은 몰랐다, 그런놈인줄 알면 같이 다니지도 않았다, 하며 욕을 해대고 있지만…뒤에서 들리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다들 놈들을 전부 다 싸잡아서 욕하고 있다.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역시 개운하다.
"아…나는 권성민 그 새끼때문에 과대 회의 나가면 자꾸 그 얘기 나와서 과 체면 상해가지고 기분나쁜데…."
"헉, 죄송합니다 두목, 제가 두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너무 들떳나 봅니다."
"닥쳐 씨발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 성현이도 웃고 있다.
뭐, 과대면서 한학년 낮다는 이유로 별 짓을 다 당했으니…MT라던가 이것저것 뭐하면 간다고 해놓고 돈 안낸다음 지금 돈 없다며 나중에 주겠다고 성현이 돈으로 내달라고 한다던가.
학교 생활이 지금처럼 기분 좋을수가 없다.
"킥킥, 군대간 수영이 형이 들으면 엄청 좋아하겠다."
"혜림이는 요즘 어떠냐?"
"아 그년은 그냥 울면서 너무하다 뭐다 하더니 여자애들이 걔 앞에서 권성민 얘기 꺼내지 말라면서 불쌍한 애 취급이더라. 냅둬."
역시 그렇게 되는건가?
혜림이는 내가 좀 얘기를 나눠보고 감이 딱 와서 아는데, 꽤나 여우같은 애다.
자기 도움에 되는 남자면 딱 끌어당겼다가, 안된다 싶으면 놔버리고.
밀당을 잘한다고 해야할까, 권성민과 사귀고 있던 혜림이는 그래도 외모는 꽤 귀엽고 이쁘게 생겨서 나랑 성현이가 돈을 빌려준 다른 형, 그러니까 민우라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조금 성격이 지랄맞아서…여자는 다 자기한테 넘어온다는 생각을 하고있는건지 아니면 착각이 심한건지 맨날 유부녀 따먹었다, 예전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결혼했는데 따먹고 왔다, 이런 소리만 하더니 남친이 떡하니 있는 혜림이한테 대시하면서 권성민의 약점을 별에 별걸 다 잡아 협박하더니 결국 혜림이한테 이용만 당해서 몇십만원이 넘게 뜯기고 지금은 포기했다.
바보다.
옆에서 몇번이고 내가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다 넘어왔어, 다 넘어왔어 하더니 돈 잔뜩 털리고는 그래도 혜림이가 뽀뽀 한번 안해주자 어느새인가 포기해 버렸다.
참고로 이 형이 집안에 돈은 참 많다. 그래놓고 나랑 성현이한테서 돈을 빌려놓고 안돌려준다는게 참 미스테리다.
아, 방금 성현이가 얘기한 군대간 수영이 형도 돈을 빌려줬었다.
결국 못 받고 군대로 갔다. 불쌍한 수영이 형.
"아 근데 민우형은 또 왜 같이 밥먹재냐…."
"너 생일이잖아."
"생일이면 돈이나 갚지 왜 밥먹재. 저래놓고 또 더치페이 하자고 하는거 아냐?"
"야 설마 그러겠냐…요즘 민우형따라다니는 E대 다니는 형 있잖아. 그형한테서 돈 빌려서 내겠지."
"결국 지 돈은 안내는거아냐. 진짜 개 어이없다."
나도 참 궁금하다.
돈은 그렇게 많다많다 하고 말하고 다니면서 왜 막상 빌린돈은 안갚고 돈을 빌리고 다닐까?
한번 물어봤더니 자기 말로는 이후에 내가 자립하기 위해서 되도록 집안의돈은 쓰고싶지 않다고 하던데, 그러면 남의 돈은 써도 되는걸까?
머리를 한번 뜯어서 어떤 구조인지 살펴보고 주먹으로 진탕을 만든뒤 죽여버리고 싶다.
제발 돈좀 갚았으면.
"그리고 씨발 사실 생일도 아니잖아, 그냥 지 시간날때 내 생일 핑계로 밥먹자는거아냐, 맛도 지지리도 없는 고깃집에서."
"아…그건 그래, 맛 되게 없지. 그냥 소금맛으로 먹을만 하긴 한데."
"전에 우리 둘이 갔던 그 고깃집 1/4도 못 따라가."
"거기 진짜 맛있더라, 아 군침돈다…."
성현이와 나는 대화를 하며 한 고깃집을 떠올렸다.
민우형은 대체 돈이 어디로 날아간건지, 맨날 룸싸롱 갔다왔다, 여자 따먹고 왔다, 안마방 갔다왔다 소리를 하면서도 꼭 밥을 사준다고 하면 싼곳으로 간다.
더치페이라고 하면 비싼곳으로 가고….
어이없다.
아무튼 그런 곳으로 가서 자기는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는데, 성현이랑 나는 어째 입맛이 무진장 까다로워서 둘이서 가끔씩 휴일이나 시간 날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고는 한다.
그중에서도 고기가 가장 맛있던 곳은 한 정육식당.
진짜 맛있었다. 그날은 내가 한동안 성현이가 돈이 없어서 밥을 사줬더니 자기가 한턱 쏘겠다면서 데려가가지고 먹고왔는데 진짜 감동할 정도로 맛있었다.
고기가 달달할 정도였다.
"야, 말 나온김에 너 생일때 거기 갈래?"
"돈이 없잖아."
"나 생일때 절교할 각오로 돈 내놓으라고 할꺼야. 안주기만 해봐 진짜 연 끊는다."
"야, 조심해. 욱이형 몰라? 우리 1학년때 맨날 같이다니다가 너처럼 돈 달라고 하다가 쪼잔하게 군다고 싸우고는 진짜로 돈 한푼도 안주고 개새끼라며 연락 끊어버렸잖아."
"아 씨발…진짜 남의 돈을 개똥으로 아나, 나한텐 그게 얼마나 큰돈인데."
"부잣집 도련님이셔서 그러나보지. 미개한 우리들이 참아주어야 하지 않겠니."
"씨발…."
성현이는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보니까 얼마 안있으면 얘 생일이다.
나도 돈이 없는데 뭘 해줘야 하는걸까.
사실 돈이 조금 여유가 있긴 있었는데 검은 긴팔티가 늘어나버렸으니 이참에 그냥 새 옷을 하나 더 샀다.
여자일 때에는 몸매가 몸매여서 그런지 옷을 입는게 너무 즐겁다. 꼭 옷갈아입히기 놀이하는 기분이랄까.
조심하지 않으면 중독돼 버릴 것 같다.
"성은씨…."
"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태영아."
"끄아아아악 내 흑역사를 들추지 마!"
MT 여장대회 최정상을 차지한 성현이가 내가 여장을 당했을 때의 출전명을 입에서 꺼냈다.
이 악마같은 놈.
"어둠의 다크의 운명의 데스티니로 이루어진 끝의 파이날을 맛보니 이제 좀 정신이라는 멘탈이 드니?"
"너 그거 되게 좋아한다."
전에 나랑 한번 중2병 놀이를 한 뒤 저 말을 계속해서 하는 것 같다.
마음에 들은건가.
"아무튼 성은씨…이번 생일선물은 나를 줄께염…좋져?"
"꺼져 씨발."
에잇, 내가 여자일 때 이런말 하면 좋아 죽는것도 모자라 당황해서 말 더듬을 놈이…!
내가 생일선물이 없다는 말을 돌려서 말하자 성현이는 나에게 욕을 하면서 내 팔에 주먹을 날리고는 말했다.
"너 돈 없는거 다 알아, 내가 저번달에 돈 없어가지고 니가 몇일동안 밥사준 은혜를 잊을만큼 난 배은망덕한 놈이 아니다."
"헉…성은씨! 나 완전 감동이야!"
"아 씨발 징그러워, 너 내 생일때 선물로 노트북 사와."
"죄송합니다 형님."
내가 생각해봐도 조금 징그럽긴 했다.
"이 형님은 저 배은망덕한 민우새끼와는 다르단다."
"오오, 태양신이시여…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둘만 있을때는 민우형을 민우새끼라고 부른다.
돈만 갚아줬어도 이런 말은 안할텐데.
성현이와 나는 둘이서 하도 시달리다보니 처음에는 그냥 조용히 지냈지만 최근에 와서는 매일같이 민우형을 욕하고 있었다.
"야 그럼 나 회의있어서 먼저 간다."
"또 뭔 회의야."
"회의라고 하기보다는 권성민때문에 애들이 얘기좀 하자더라."
"아, 수고해."
"오케이."
성현이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더니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학기는 수강신청을 완전 실패해서 오전 수업밖에 없으니 나는 한가했다.
뭘 하면 될까. 권성민이 퇴학당한 이런 기분좋은 계절에 나는 왜이리 한가하고 나태롭게 보내고 있는가….
그것보단 성현이 선물을 뭘 줘야할까? 괜찮다고는 했지만 역시 성현이한테는 선물을 주고싶다.
돈은 없고, 으음….
…여자가 되서 데이트나 한번 해줄까?
저놈 저래보여도 여자랑 대화하면 이상할 정도로 말을 더듬는 동정이니까 의외로 좋은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어라, 이거 좀 괜찮은 생각 같기도 한데.'
TS같은걸 하는 만화에서는 가끔 있었던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할까…진짜 해 버릴까?
머릿속에서 성현이와 여자인 내가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 여러 방법들이 떠올랐다.
안그래도 뭔가 발표하거나 회의중에도 당황하면 말을 더듬어 버리는 버릇이 있으니 정말로 좋은 선물이 될지도…자신감만 좀 있으면 정말 인기있을법한 놈이니까 잘하면 이번 기회에 여자친구를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이미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것으로 내 생활에도 변화를, 내 행동에 따라서는 이득을 가져오도록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그 점에서 이미 내가 계속해서 여자로 변할 필요성을 느낀다. 좀더 나에게 처해진 이 상황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만 같다.
이 성별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이용하는것을 제쳐두고서라도 이건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다. 현대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거니까.
평소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같은것을 즐겨 보며 현실감이 없다는 소리를 듣던 나는 솔직히 말해서 판타지적인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정확하게, 간결하게 말하자면 특별해지고 싶다고 해야 할까.
나 자신에게 가치를 느끼지를 못해서, 어떻게든 나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일은 그냥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결국은 평범하게 생활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비슷한 생활 패턴을 취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가 특별하게 되고싶어한다는 사실은 자각해도 특별하게 되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는데…막상 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났으니.
솔직히 즐겁다.
생활에 활기가 도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하나도 없는건 아니다. 우선은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그치만 이 한달간은 권성민이 퇴학당한 일도 있고, 데이빗과 섹스를 해 버린 일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조금 피곤하다고 할까, 지친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싶어진다….
"흐음…."
나는 자리에 앉아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숨 돌릴 겸 한번 성현이 좋은 일이나 시켜줘 볼까…?
============================ 작품 후기 ============================
아, 정말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주인공 모델은 제가 맞다고 하긴 했지만, 제가 실제로 완전히 저런 성격인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기초 기반이 저지, 주인공은 저랑 다른 사람입니다.
뭣보다 저는 여자로 변하거나 하지 못해요.
나도 변하고는 싶은데!
여자가 되서 자위하고 싶어!
수정)
그리고 저렇게 댕청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