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15화 (15/108)

15====================

1부

음….

커피가 식을때까지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커피가 식는걸 기다리자니 조금 그런 것 같다.

나는 이참에 어깨나 주물러달라고 하자 싶어져서 데이빗에게 다가가 두 손을 잡고는 내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안마를 해달라는 말을 어떻게 하더라….

기억이 안나서 나는 그냥 허공에 안마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데이빗은 OK, Ok 하더니 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아…."

아…기분 좋다.

가슴이 커서 한편으로는 좋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괴롭다.

진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무슨 느낌인지 설명해보자면 가슴에 가방끈이라던가 그런것 없이 무거운 추 두개를 테이프나 본드로 붙혀 매달아 놓은 기분이다.

버틸수 없을 정도는 아닌데 시간이 지날수록 떼어놓고 쉴 방법이 없으니 힘들어지기만 한다.

어깨를 주물러주니 저절로 긴장이 풀리며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다. 나는 이 참에 차라리 좀더 편하게 받아야지 싶어서 잠시 데이빗에게 어깨를 주물러지는 그대로 걸음을 옮겨 상 앞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가슴을 두 손으로 잡아 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아아…."

천국이다.

진짜 너무 편하다.

'만약 내가 커서 대단한 발명가나 과학자가 되면 가슴만 무중력 상태로 만드는 무중력브래지어를 발명해야지…분명 거유 여성들에게 대히트일꺼야.'

체감하고있는 당사자로서 그런 물건이 있다면 정말 얼마나 비싸더라도 하나쯤 사고 싶을 것 같았다.

대박상품이 될게 분명해….

그런 생각을 하며 데이빗에게 안마를 받고있자 데이빗의 손이 멈추더니, 갑자기 그가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음…."

말려야 하는걸까…?

말려야 할지 이대로 내버려둬야할지 확신이 가지 않아 나는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데이빗의 행동을 말리기에는 어깨가 너무 기분 좋았다.

귀에 들리는건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내 숨소리 뿐. 그리고 옷이 스치며 스윽 스윽 하는 소리만 나고있으니 왠지 또 분위기가 야릇하게 가는 것 같아졌다.

'우웃.'

역시나….

왠지 이럴 것 같다고 짐작은 했지만 데이빗은 천천히 어깨를 주무르던 손을 내려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상 위에 올려진 가슴을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들어올렸다가,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고 한번씩 약하게 손을 쥐었다가 핀다.

어제 6번이나 싸고도 아직도 기운이 남은건가?

남자대 남자로 생각하면 부럽다.

그치만 여자대 남자로 생각하니…조금 곤란하다.

원나잇, 하루밤만의 관계로 이제 이런건 끝! 하고 생각하고 피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져오니….

대체 뭐라고 거절하면 되는걸까? 싫다고 비명을 지르거나 거칠게 뿌리치기에는 그가 너무 나한테 잘해준게 많아 내 양심이 그 행동을 거부한다.

"으, 으응…."

나는 하지 말라는 의사를 담아 몸을 살짝 틀었다. 그치만 데이빗은 내 행동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한건지 계속해서 손을 움직인다.

아, 이러면 안돼는데 또 숨이 막힌다. 턱 하고 막히며 숨이 가빠져온다.

역시 아까부터 달라붙고 한건 나랑 섹스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이였던건가?

낮이 되서 밝은 곳에서 보니 손이 굉장히 크다. 팔도 두껍고. 전날밤에는 워낙 안 보이기도 하고 자꾸만 시야가 흐려져서 흑표범에게 밤중에 덮쳐지는것처럼 윤곽도 잡기 힘들어 어떤 상대와 어떤식으로 잡혀서 했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나는건 아니였지만 도통 데이빗이 어떤 자세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생각이 안난다.

"흐읏…흐으으…."

안됀다는 의미로 두 손을 옷 위에서 데이빗의 손 위에 올려놓고 살짝 밀어냈는데도 도통 손을 꺼내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더 집요하게 유두를 손 끝으로 굴려대며 내 반응을 즐기는 것 같다.

아…진짜 모르겠다.

대체 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거지.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하다. 혹시 여기서 거절하면 내 이미지 속의 흑인처럼 갑자기 강제로 하려 하진 않을까?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니 더더욱 저항하기 힘들어진다.

별로 이런저런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가슴은 계속해서 만져지자 점점 기어를 올리는 것 처럼 야한 기분을 내 뇌에 보내오기 시작했다.

아…정말 이 상황에서 상대를 크게 마음 상하지 않게 거부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모르겠다. 남자면 그냥 게이새끼야! 하고 욕하면서 도망치고 말지. 커다란 가슴을 만져질 때마다 지금 내가 여자라는걸 자꾸만 자각하게 되니 도통 어찌 대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히잇!"

우와앗, 목 핥았어! 목 핥았다고!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틀어올려둬서그런지 목이 훤히 드러나 있는 점을 노렸나, 이럴줄 알았으면 머리 올리지 말걸 그랬다.

전에 말했듯 예전에 사귀었던 여친중에 조금 변태같았던 여친이 있어서 목 정도야 잔뜩 핥아져 봤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목의 어딘가가 무척이나 예민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있다.

다행히 그 예민한 부분을 핥은건 아니지만 이건 꽤나 오싹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그냥 섹스하고싶다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 아…뭐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다리에 힘을 주려고 하면 저절로 힘이 풀린다. 나는 100km가 되도록 밟았는데 달리기는 30km 밖에 안 나가는 고장난 차를 몰고있는 기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게 된다. 약효가 아직 남기라도 했나? 그건 아닌 것 같았는데.

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민감한걸까? 아니면 나만 이런걸까?

일어나려면 못 일어날것도 아니지만 일어나서 대체 뭘 어떻게 하지? 그냥 어떻게든 그만두게 하려고 일어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해보니 의문이 든다.

아랫도리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젖은건가.

젖은게 분명하다.

"하아아…응, 하아…."

우선은 일어나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데이빗은 나를 놔주기는 커녕 오히려 의자 위로 몸을 일으킨 나를 뒤에서 끌어안듯 하며 가슴을 주무른다. 한쪽 팔을 가슴 밑으로 둘러 안고는 다른 한쪽 손으로 가슴을 만져대고 있다.

'거절해야되는데…대체 뭐라고 해야되는거지….'

그것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고의적으로 내 엉덩이에 밀착시켜오는 저 뜨거운 물건이 신경쓰인다. 위치를 생각해보면 누가봐도 그게 분명하다.

'역시 섹스하고 싶어하는 거였어. '

아까부터 섹스, 섹스, 섹스. 자꾸 섹스에 대한 생각만 하니 정말로 내가 먼저 원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냉정하게 생각하고자 하며 지금 상황을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할수록 그런 생각은 강해진다. 필요 이상으로 섹스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데, 데이빗…노오…스, 스톱…."

"non-stop?"

논스톱이 아니야…멈춰 달라는 말이라고!

아, 진짜 싫다. 왜 저항을 하질 못하는걸까?

벌써 한번 섹스를 해 버렸으니 또 하던 말던 상관없다는 식인가? 아니면 저항을 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장 좋은 거절 방법을 생각하느라 다른 방법을 실행하질 못하는 걸까?

내 생각을 내가 모르겠다. 분명 하면 안됀다는 사실은 알고있고, 하고싶지도 않은 것 같은데 몸은 달아오르고 저항은 하지 못한다.

점점 엉덩이에 비벼댈 때마다 헐렁한 반바지를 그것만으로도 벗겨버리는 그의 자지가 목 뒤를 오싹하게 만든다.

"그만…하지 마요, 나 그럴 생각 없어요…."

"…하기 싫어?"

"으, 으응…."

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멈춰달라고 말하자 데이빗은 가슴에서 손을 떼고 내 허리를 껴안은 채 하기 싫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나는 그만해주길 원하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고, 이제 멈춰주는건가 하고 생각했다.

"um…ok, only rub. can i do that?"

굉장히 내가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그러니까, 럽? love인가?

무슨 뜻일까 생각하고 있으니 야겜을 하다가 봤던 rub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분명 문지르다 라는 뜻이였다.

'그러니까 내가 하기 싫으면 그냥 문지르기만 하겠다는 말인가…?'

음…하고는 싶은데 여자가 싫어하니 나름 참아보겠다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섹스하고 싶어 죽겠는데 여자가 싫다고 하니 이대로 멈추긴 싫어서 떼 쓰듯 하는 말이다.

그치만 딱히 거부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섹스를 할 뻔하다가 문지르기만 하겠다고 하니 그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걸까.

전혀 괜찮은 일이 아닌데, 점점 머릿속이 이상해 지는 것 같다. 구조 자체가 변한다고 해야할까.

"노, 노오…아, 아이 낫 원트…돈 원트…."

정말 더는 참기 힘들어서 애원하듯 말하니 데이빗은 입맛을 다시고는 OK, OK 하며 물러났다.

살았다….

데이빗이 순순히 물러나주니 갑자기 그에게 고마워진다.

나도 지금 이 상황에서 물러나는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조금만 손을 움직이면 넣을 수 있는 상황에다가 여자도 크게 저항하지도 않고 있는데 싫어한다는 말을 확실히 하자 곧바로 물러나준 데이빗의 배려에 조금 감동까지 해 버린다.

"하아…하아…."

그치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자꾸 만져지고 비벼져서 그런지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뒤에서는 데이빗이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있는게 느껴진다. 분명 머릿속으로 되게 야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지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분명 이젠 약효같은것도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렇게 느끼는걸까? 그것도 여자도 아닌 남자한테.

심각하다. 엉덩이에 자지가 닿았는데 기분나빠하기는 커녕 저절로 몸이 반응하면서 두근두근 거리다니.

역시 몸이 여자라서 그런걸까? 여자로 변하니 머릿속도 여성호르몬이 나온다거나, 남자에게 반응한다거나 그렇게 변한걸까?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면 장 내의 내용물은 변하지 않지만 복통 등은 사라지는걸로 봐서 내장 자체는 변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 적도 있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이 반응은 생리적으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머릿속이 맑아졌다.

정말 내 몸이 완전히 여자로 변하는 것이 맞다면 이건 그냥 여자로서 당연한 반응일 뿐, 내가 게이라던가 하는 일은 아닐게 분명하다.

그러고보니까 이 몸은 생리를 하긴 하는걸까?

하고싶은건 아니지만 만에 하나 생리를 한다면 그건 정말로 내 몸이 완전히 여자로 변해버린다는 가설의 증명이 된다. 외견 뿐만이 아닌 구조 자체가 완전히 변하는 것이니 이런 쾌감이나 쾌락도 전부 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 버린다.

그치만…정말 만에 하나 생리를 한다면, 그건 조금 위험할지도.

생리를 한다는건 즉 임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임신을 했는데 남자로 돌아가면 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뱃속에서 애가 그대로 죽어서 종양같이 되어버리는 걸까…아니면 아예 남자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걸까.

"하아아…."

어찌되었던간에, 진정은 됬다.

뒤를 돌아보니 데이빗이 소파에 몸을 기대고는 내 몸을 감상하듯 보고있다. 처음인 여자를 이렇게까지 느끼게 했으니 남자로써 자신감이 잔뜩 붙었겠지.

그러고 보니까 나는 데이빗에게 있어 하루만에 처음 만난 남자한테 첫 경험을 준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였고, 분위기를 탔다고 하지만 머릿속에는 korean easy girl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나도 남자다 보니 한번 들어본 적이 있어 검색하게 됬던 단어다. 서양인들은 한국 여자랑 잠자리까지 가는게 정말로 쉽다고 생각한다나, 그래서 쉬운 한국 여자. 잠자리까지 가는게 쉽다는 말이다.

분명 데이빗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뭐 하루만에 허락해주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데이빗, 유 노우 코리안 이지 걸?"

"…what?"

아, 당황했다. 당황했다.

조금 민감한 문제였나. 데이빗도 나를 한국여자라고 알고있으니 내 말에 조금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what is…a…korean what? easy girl?"

나도 나름 진정했으니 대화나 좀 해볼까 해서 의자에 앉았다.

"이쪽 말로 대화해요, 나 영어 잘 못하니까…생각해보면 만난지 하룻밤만에 그, 섹스까지 해 버린거잖아요?

"오, 그러니까 그 쉬운 여자 라는 말은 그런 뜻? 난 전혀 그런 생각 안했어요."

"으음…."

역시 주제가 조금 민감했던 것 같다. 나도 뭐라 말을 이어야 할지 조금 망설여졌다.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말이에요,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음…나는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선 당신은…so sexy, cute, and lovely …"

"으아아아…그만! 그런 말 하지 마요 부탁이니까…."

오글거린다고 할까, 닭살이 돋을 것 같다. 서양인은 원래 저런 말을 자주 하는건가? 진짜 들을 때마다 죽을만큼 부끄럽다.

내가 귀를 막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건지 데이빗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무척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거에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건 당신이 결코 쉬운 여자가 아니라는 증명이 된다고 생각하고, 당신이 나와 섹스를 한건 어디까지나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음, 난 지금 어제 그 개새끼에게 사실 조금 고마워하고 있기도 해요."

…기분이 묘하다.

매력적인 여성이라니…게다가 지금껏 처녀였던 이유는 그야 내가 여자가 된지 한 달도 안 되었기 때문인데….

되려 그리 생각하면 한달도 안되서 처녀를 다른 남자한테 내준 음탕한 여자가 되어버린다.

그치만 데이빗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잘 알것 같았다.

삐- 삐- 삐-

"oh, it's over."

건조가 끝난것인지 기계음이 나자 데이빗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약간 습기가 찬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따끈따끈해 기분이 좋아지는 옷들을 그가 양 손에 들고 가져왔다.

속옷도 손에 잡고 있는데, 그의 피부색 때문인지 왠지 내 속옷이 더욱 하얘 보인다.

"아, 땡큐…."

옷을 벗으려다가 주춤한 나는 어차피 볼거 다 봤을텐데 하는 생각과 지금은 여자의 몸이지 내 몸이 아니니까 싶은 마음에 그냥 데이빗의 눈 앞에서 옷을 벗었다.

아침에 커피 타줬을때도 봤을테고, 만지기도 엄청 만졌고….

그런데 막상 옷을 벗으니 데이빗이 휘바람을 분다. 보기 좋다는 듯이.

으윽…방금 전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oh, oh, oh."

그러다 내 몸을 본 데이빗은 뭔가 생각이 난 것인지 저 멀리 가더니 내가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는 동안 뭔가를 들고 다시 다가왔다.

손에는 지폐를 들고있었다. 뭔가 돈을 보자마자 기분이 불쾌해졌다. 난 내가 원해서 한건데, 마치 창녀 취급 당하는 기분…이 아니라, 아니. 내가 원해서 한 건 아니다. 그치만 창녀는 아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런 생각 그대로 불쾌한 표정을 하며 데이빗을 노려보자, 데이빗은 오해라는 듯 손을 저었다.

"아, 아니에요 이거 택시비. OK? 걱정되서."

"아, 노 프로블럼…아임 오케이."

그렇게 말했더니 다짜고짜 아직 입지 않은 내 청바지를 잡아들고는 주머니 안에 넣어버렸다.

…확실히, 택시를 타고 빨리 집에 가고 싶긴 했다.

나는 머리를 감싸두었던 수건도 푸르고, 옷을 입었다.

"dry?"

데이빗은 어느새인가 헤어 드라이기를 들고 왔다

말려주겠다는걸까, 직접 내가 머리를 말리기도 귀찮을 것 같으니 부탁해봤다.

"집이 되게 큰데 혼자 살아요?"

"아뇨, 친구랑 같이 살아요. 브라질 사람. 지금은 잠깐 집에 일이 있다고 해서 혼자 살고."

드라이를 받으며 잡담을 나눴다…손이 커서 그런지 머리를 슥슥 쓰다듬을 때마다 조금 기분좋다.

머리를 완전히 말리고 나자 그가 옷을 입는다.

"어디 나가요?"

"집까지 바래다 줄께요."

안돼!

나는 거절했다. 그는 조금 아쉬워 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었던 외투를 벗었다.

현관까지 따라나오는 모습이 상당히 친절하다. 아니, 다정하다고 해야하나…왠지 나를 향하는 애정이 보이는 것 같아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신발을 신고 나니 그가 문턱 양쪽을 잡은 채 나를 내려다본다. 이거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오타쿠 지식 속에서 벽쿵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그것도 양손 버젼.

"바, 바이바이, 데이빗."

조금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니 갑자기 그가 문고리를 손으로 잡더니 내 손을 멈춘다.

뭐지.

"음…키스해도 돼요?"

설마 그말 한마디 하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안돼!

남자하고 키스라니! 게다가 흑인하고! 싫어!

내가 고개를 좌우로 젓자 데이빗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bye."

하아…문이 열리니 갑자기 긴장이 풀린다.

문 밖으로 나가니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내가 모르는 풍경….

…그러고 보니까 여기 어디지?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데이빗이 이걸 생각해서 돈을 준건가.

나는 엉덩이 쪽의 주머니에 데이빗이 준 돈을 넣어둔 것이 떠올라 그곳에 손을 넣어 꺼냈다.

"oh, 휘연, 그거 내 전화번호에요."

무슨 소리지.

데이빗이 여전히 문을 열어둔 채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나를 보며 말하길래 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지폐를 펴 보았다.

그러자 지폐 안에서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네모난 포스트 잇이 나왔다.

용의주도하다.

이런식으로 연락처를 넘기다니….

"때, 땡큐…."

엘리베이터가 와서 인사를 하고 타고 내려갈 때까지 데이빗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1층까지 내려가 문이 열리자 나는 머리가 또다시 무거워져왔다.

"아…으아아아아아…으어아아아아아아…."

섹스를 해 버린데다가 연락처까지 받아 나오다니!

그것도 남자랑!

흑인이랑!

"하아아…."

당분간 큰 고민거리가 될 것 같다.

우선은 집에 가서 자자…택시타고 기숙사 앞까지 도착하면 라운지에서는 아무 방이나 대고 친구랑 숙제 일로 만나러 왔다고 한 다음 TS스톤을 가지고 나와서 남자로 변한다음 돌아가면 될 것 같다.

따로 하나만 꺼내둔 방 열쇠도 주머니에 확실히 있는걸 확인한 나는 아파트 단지를 나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평소와 같이 조금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것 같기도 하지만…그런 것 까지 신경쓸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였기에 무시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수정) 미묘미묘 수정이기 때문에 수정이라고는 안씁니다.

아 그리고, 명문대생인데 왜 영어를 못하냐는 질문이 있으셨는데.

이게 유학생의 현실입니다. 진짜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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