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스톤-14화 (14/108)

14====================

1부

♀ ♂ ♀ ♂ ♀ ♂

쏴아아아아아-

"이 미친놈아아아…."

나는 거울을 보며 욕을 내뱉었다.

"미쳤어…아…미쳤다 진짜…미쳐…."

샤워실 안에서 따듯한 물을 맞으며 몸을 씻고 있는 나는 여전히 여자인 모습 그대로였다.

…어째서인지 얼굴에 윤기가 도는 듯 하다는게 더 슬프다. 거울에 비치는 아름답다고 해야할까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솔직히 조금 CG같아보이는 여자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예뻐진 것 처럼 보인다.

정기를 빨아먹으면 여자는 예뻐진다고 농담삼아 친구들하고 얘기했던 일이 떠오른다.

단백질을 받아들이니 분명 피부가 좋아질 거라고, 안면사정하면 얼굴 피부 좋아진다고 그렇게 농담을 했는데….

…직접 당해보니 정말 조금 팽팽한 듯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릿속에 떠오른 한 장면에 결국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벽에 박았다.

전날 밤, 새벽이 되도록 데이빗과 섹스를 하면서 결국 입에다가 빨게 하거나, 정액을 마시거나 하는걸 계속해서 거부하자 얼굴에다가 한번 싸게 해달라고 하는걸 그것까지 싫다고 했더니 온 몸의 쾌감때문에 움직이기가 힘들어 숨만 쉬고있는동안 그가 내 얼굴에 정액을 싸 버렸다.

안면사정을 당하기 전, 몇 시간동안 중간에 잠깐 쉬면서까지 온 몸을 손에 만져지며 애무당하고, 그의 물건이 다시 세워지자 뒤에서부터 철썩철썩 소리를 내며 다시 섹스를 하고. 바로 전에는 정액이 들어있는 콘돔을 풀러 내 항문에 바르고는 뭐 하냐고 물었더니 애널 섹스 안되냐고 물어서 필사적으로 안된다고 하기까지 했기에 너무 지쳐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얼굴에 좆을 내밀고 문질러대면서 정액을 싸는걸 거부하질 못하다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약효가 다 사라진건지, 잠들고 일어나니 머리속이 너무 개운해서 죽을 것 같다.

벌써 비누칠을 잔뜩 해 씻어버려서 냄새는 나지 않지만 머릿속에 남은 기억이 자꾸만 나를 괴롭힌다.

밤에 시작해 새벽이 되고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이 조금씩 밝아 보일 때까지 계속된 섹스에 정말 보지가 늘어나 버린 것 처럼 조금 이상한 느낌이다.

아직도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남자일 때에도 섹스를 하고 난 뒤에는 가끔 끝난 뒤에도 삽입중인 것 처럼 감각이 남아있기는 햇는데 지금도 딱 그런 기분이였다.

겨우겨우 입과 애널은 사수했지만 그런만큼 보지를 더 괴롭혀 진 기분이 든다….

뒷치기로 당하고, 날 위에 올려놓고는 밑에서부터 마구마구 쳐올리고, 침대에서 내려와서 서서 했다가 나더러 직접 움직여 보라길래 내가 움직였다가….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어어어어 으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으어어아아아아아아아아어아아아아아아."

생각해선 안돼!

이 일은 판도라의 상자 안에 넣어두자!

열어선 안되는 기억이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근데 이 흑인…집 되게 좋다.

결국 어제는 섹스하다가 잠들어버려서, 잠에서 깨니 바지만 입은 그가 커피를 타 와서 건네주길래 침대 위에 앉아서 마시긴 했는데….

아, 내 옷도 어제 땀에 너무 젖어서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니 그가 나에게 샤워하겠냐면서 물어보고는 처녀를 잃은걸 배려라도 하듯 그가 혼자 걸을수 있겠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하고 샤워실까지 안내받았다.

굉장히 친절하긴 한데….

…게다가 섹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꺼내지 말자

열어서는 안될 상자다.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팍 들어서 후회가 마구 밀려온다.

차라리 불친절하거나 좀 재수없는 인간이라던가 맘에 안드는 놈이라면 개에 물렸다고 생각하기라도 하지, 점심시간이 다 되서 잠에서 일어나보니 이불은 덮혀져있고, 내 옷은 세탁하고있고, 커피까지 타주고 괜찮냐면서 부축까지 해 주니….

뭐야 이거.

진짜로 내가 마음에 들어서 섹스한 것 같아서 더 괴로워!

아냐!

난 절대 게이가 아니야!!! 약 때문이야!!

"하아…."

끼익, 끼익.

따듯한 물이 나와 온 몸을 씻겨주던 샤워기의 물을 잠그고 바로 옆에 놓여진 샴푸통을 잡아서 손에 짰다.

여자가 되면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머리 감기가 조금 힘들다.

사실 여자인 채로 머리감는건 이게 처음이였다. 남자일때 감고 변하면 긴 머리가 전부다 감겨져 있었으니까 씻는건 되도록 남자일 때 했다.

가슴 씻는것도 생각보다 좀 힘들고…뭣보다 가슴이 크다보니까 무거워서 너무 오래 서있으면 어깨가 조금 뻐근하다.

지금도 어깨가 조금 무겁다.

분명 이건 어제 잔뜩 뒤에서부터 당하면서 아플 정도로 마구 흔들려가지고 그 반동으로….

"후우우우우우우…."

진정하자.

섹스에 대한 생각은 되도록 하지 말자….

미칠 것 같으니까.

남자일 때 처럼 머리에 샴푸를 벅벅 한 나는 린스도 보였지만 린스는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한번 씻어내리고 온 몸을 손으로 비볐다.

그러고 보면 지금처럼 오랫동안 여자가 되어 있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혹시 여자인 채로 잠들면 남자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었는데, 그 생각은 틀렸던 것 같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그렇다면 대체 여자로 변하면 언제 남자로 돌아오는걸까.

TS스톤이 없으면 평생 이대로인 걸까?

좀더 그 돌에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아졌다. 이것저것 실험해 봐야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돌을 쪼개도 그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는가 실험해본다던가….

이건 관둘까, 만에 하나 쪼개서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괜히 아까운걸…다시는 얻을수도 없는걸 버리는 셈이 될테니까.

여자가 되서 가슴을 지금처럼 직접 씻어보는것도 처음이다. 두 손으로 잡아 문지르고 있으니 어젯밤 데이빗이 가슴을 만져댔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엉덩이를 만지니 뒤에서부터 범해 올 때 손바닥으로 찰싹 하고 몇번이고 때렸던 일이 떠오르고, 보지 둔덕을 씻으니 섹스를 하며 느꼈던 기분이….

"…."

그만하자.

더이상 하면 내가 어떻게 되 버릴것 같았다.

나는 비누칠을 멈추고 물로 한번 씻어낸 뒤 샤워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문 앞에 커다란 수건과 반바지, 티셔츠가 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데이빗의 옷인 것 같다.

내 옷은 세탁하고 있다 했으니 그 때문이겠지, 나는 그 자리에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긴 머리를 모아 수건을 대충 틀어올린 뒤 옷을 입었다.

'노팬티에 노브라….'

여자 옷을 사기 전에 내 방 안에서 생활하던 때가 떠오른다.

입다보니 수건으로 머리를 틀어올려 놓은 바람에 머리가 잘 안들어가서 수건을 푸른다음 입고 다시 틀어올려야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데이빗은 어젯 밤 그가 사용한 콘돔들을 손에 들고 거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 샤워 다 했어요?"

데이빗의 방 안에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았으니 어째서인지 샤워실 앞에 있는 이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거겠지….

데이빗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지만 나는 콘돔을 보자마자 저게 나와 이 놈이 섹스를 한 흔적인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하아아…."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왜 그래요?"

"저기…음…그러니까…."

데이빗의 손에 들린 콘돔은 6개다.

…많아!

"…아흐으으으흐…진짜 뭐 한거야…."

"what?"

제발 누가 내 뺨좀 때려줬으면 좋겠다.

아니, 뺨은 아프니까 머리좀 한대 쳐줬음 좋겠다.

지금 상황이 도통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남자랑 섹스를 했다니….

아무리 술을 마셨다지만…그래도 시간이 꽤 지나있는 상태였는데.

게다가 취한 상태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아니아니, 약에 취해있었지! 약에!

그치만…아무리 그래도….

"아흐으으…."

결국 벽에 머리를 기대고 이마를 잡았다.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그러가 곧바로 데이빗이 손에 든 콘돔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넣고는 나를 부축해줬다.

가슴 한켠이 찌릿하다. 그보다 가슴에 팔이 닿는다.

진짜 가슴이 너무 크다. 부축해주려도 어깨를 잡아도 닿는다니.

그보다 친절하게 대해줘서 더 마음이 복잡하다.

"하아아아…."

또다시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괜찮아요? 밥 먹을 수 있겠어요?"

"밥?"

"brunch."

브런치…분명 지금은 점심을 조금 넘은 시간이긴 하다.

그런데 밥까지 한건가.

'뭐냐고 진짜…내가 봐도 진짜 좋은 놈이잖아.'

아무리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봐도 너무 좋은 사람이다보니 자꾸만 내가 섹스를 하고싶어서 받아들여 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진짜로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다.

게다가 그에게 부축받아 식탁까지 가 숟가락을 들어보니…밥도 맛있다.

나름 미식가라 자부하는 나인데 조미료 맛도 하나도 안나고 진짜로 맛있다.

집에서 혼자 요리하는게 취미였던 한 때가 있어서 그런지 눈 앞의 요리가 얼마나 하기 귀찮은…그러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인지도 짐작이 간다.

결국 이건 내가 일어나기도 훨씬 전에 일어나서 요리를 준비하고 커피까지 타고 나를 깨웠다는 말이 되는데….

'분해!'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분하다!

너무해! 이렇게까지 사람이 좋다니!

진짜로 두근두근 거리는 내가 싫어!

괴롭다….

"어때요?"

"…아, 맛있어요."

"…yes!"

나도 모르게 남자일 때 몸에 배어버린 버릇 그대로 미소를 지으며 말해버렸다.

그러자 데이빗도 내 대답이 기분좋은지 파이팅 포즈를 하며 웃는다….

'제길…진짜 맛있어서 차마 거짓말을 못하겠어…. 뭐냐고 이자식. 다른것보다 대체 왜 밥상에 쌀밥이랑 된장국이 있는건데. 자기 앞에는 빵하고 수프면서. 게다라 마트에서 가끔 파는 레토르트 된장국이 아니야…아침에 일어나서 찾아서 한거냐.'

일본식 된장국이지만 정말로 밥상 자체에서 날 신경써주는 티가 나서 묘한 기분이 든다.

'뭐야 이게! 흑인이면 흑인답게 사냥이나 하란말야! 갱스터나 하라고! 인간 손가락 파이나 해오란 말이야!!'

정말 인종차별적인 생각이였지만 너무 친절하고 욕을 하려 해도 욕을 할 수가 없다보니 자꾸만 속이 꼬이는 것 같았다.

밥은 진짜 맛있는데 체할 것 같다.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무의식적으로 무거운 가슴을 양 손으로 들어올려 상 위에 올려놓았다.

진짜 편하다….

가슴만 무중력 상태가 됬음 좋겠다.

그대로 두 손으로 밥그릇을 들어올려 가슴 위에 떨어지지 않게 밑에 그릇을 받친 채 밥을 먹고있으니 데이빗이 말을 걸어왔다.

"대학생이에요?"

이제 와서 자기소개를 묻는거냐!

늦어!

"아, 으음…네."

"어디?"

"…."

B대지만 순순히 내가 다니는 대학을 가르쳐주기 곤란하다….

실제로 내가 그 대학에 다니지는 않으니까. 아니, 다니고는 있지만 여자로서 다니고 있지는 않다.

"저기…그쪽은?"

"아, 저는 여기 앞의 그 B대 알죠? 거기 3학년이에요."

젓가락으로 밥을 입에 물은 채 움직임이 멈췄다.

나랑 같은 대학이야!

뭐야 이게 진짜!!

더더욱 내가 다니는 대학을 말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것보다 삼류 로맨스냐!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 남주인공이 그걸 구해주고 그날밤 두사람은 서로에게 운명을 느껴 사랑을 나눈다…그리고 다음날 아침 여주인공은 남자의 옷을 입고 같이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게다가 두 사람은 사실 같은 학교의 학생!

어딘가에서 많이 본 스토리잖아!

머리가 아파진다.

"저, 그게…그러니까…그런 거 말하기 좀 그렇달까…아, 아니 그…그쪽이 싫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할까 힘들다고 해야하나…그러니까…."

원 나잇, 책임 없고 깔끔하게 끝내자 라는 말을 하고싶은데 도통 어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말하려고 하니 내가 남자인데 이런 상황에서 여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싫겠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나서 계속 말을 더듬게 되어 버렸다.

"그, 그러니까…싫은건 아닌데…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그게…."

아.

울 것 같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괜히 내가 피해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전날 밤 권성민한테 강간을 당할뻔 했던 일도 그렇고, 집까지 따라와서 이 흑인이랑 갈데까지 가버린 것도 그렇고 전부 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거기에 이어서 혹시 이 흑인이 권성민하고 짜고 그런 상황에 가게 해서 날 범한건 아닐까? 하고 괴랄한 생각까지 해버리는 내가 싫어진다. 지혁에게 했던 태도를 보이면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피해망상증처럼 자꾸만 생각은 불어나고 불어나 대체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 버렸다.

되려 내가 말을 꺼낸것까지 잘못된건 아닌가 불안해졌다.

'대체 내가 뭘 생각하는 거지…빨리 남자로 돌아가고 싶다….'

장시간 여자로 있다보니 머릿속까지 이상해지는 기분이였다.

집에서 혼자 여자가 되어있을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섹스를 하고 나니 자꾸만 잡생각이 들었다.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해야하나.

자꾸 전날밤 완전히 여자가 되어버려서는 좋아서 신음하고 울부짖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하아…."

결국 밥을 먹다 말고 얼굴을 감싼 채 한숨을 쉬었다.

진짜 대체 어쩌다 내가 섹스를 하게 되 버린걸까.

그것도 남자하고.

이건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걸까? 자위를 할 때야 그냥 망상이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정말로 기분좋았던데다가 상대 남자까지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점이 더 괴롭다.

"um…sorry."

왜 사과하는건데.

내가 한숨쉬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사과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머릿속에서 자문자답하며 남자인 나라면 이럴때 왜 사과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신상정보를 물어봤다는건 앞으로도 알고 지내고 싶다는 뜻이겠지?

그럼 결국 처녀를 가져놓고 나와 계속 만나며 섹스하고 싶어한다는 건가? 그래서 처녀를 가졌는데 곧바로 나에게 그런 의도를 드러낸게 미안하다고 하는건가?

그리고 지금은 잠깐 사과해서 다시 호감을 올린다음 내가 스스로 다가오게 하려고?

"으…."

생각하지 말자.

이젠 확실히 피해망상으로 가고있다.

왜 그런지 나는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것에 약하다. 정말로 싫어서 몇 번이고 저놈을 골려주고 싶다,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한 상대가 아니면 자꾸만 피해를 주는걸 고민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참을성과 배려심이 많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냥 찌질한놈이다.

하지만 그래도 피해망상은 안좋다, 어릴적에는 모두가 나를 해치고 피해를 주려하고 어떻게든 날 이용하려 든다고 생각하고 다닌 적도 있기에 잘 안다.

어째서인지 그 생각의 방향이 나에게는 이용당할 가치도 없다, 되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인간인데 내가 피해를 주고있지 않을까 상대도 나같이 자기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구조로 변해 피해망상이 사라지게 됬지만….

'그만, 그만…그만 생각하자…오렌지는 노란색, 노란색 귤, 귤은 시고 단맛, 달콤한 맛, 오렌지맛 캔디, 포도맛 캔디, 포도쥬스, 쥬스, 쥬스, 사과쥬스….'

더 이상 생각하면 갑갑해져서 비명이라도 지르게 될 것 같았기에 나는 평소 화가 나는 일이나 참기 힘든 일이 있으면 하던 버릇대로 지금 상황과는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생각을 하며 생각의 방향을 돌렸다.

"이거 되게 맛있네요!"

내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웃으며 말했지만 데이빗은 그냥 한번 웃어줄 뿐 말을 하지 않았다.

누가 그랬더라…섹스하는것보다 중요한건 섹스를 한 후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확실히 이건…순식간에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아 버렸다.

어떡하지, 대체 뭔 말을 해야하지….

내가 남자일 때 데이빗과 친구가 되었다면 무슨 대화를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저절로 남자인 내가 게이가 되서 데이빗에게 범해지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으…."

역겨워….

하던 생각을 날려버리고 나는 평소 내가 친구와 대화를 한다면 할 만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어…저기, 흑인은 역시 동양인보다는 그게 크죠?"

입 밖으로 꺼내고 보니 이거 아무리 봐도 변태의 대사다.

변태인 내가 이렇게 원망스러울줄이야!

과연, 데이빗도 이 분위기에서 이건 예상하지 못한건지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했다.

"um…m, maybe?"

대답하지 않기를 바랬는데!

속으로는 내심 그냥 패스해 줬으면 싶었는데 데이빗이 대답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이대로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잖아….

"처음이여가지고 잘은 모르지만 확실히 큰것 같긴 하던데요? 그러니까…."

그만둬! 제발 그 이상 말하지 말아줘!

머릿속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말을 멈출수가 없다. 이것이 변태의 본성인가.

잘 생각해보면 지금 난 여자니까 이건 그냥 야한여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 계속해서 나온다.

"여, 여섯번이면 많이 한거죠…?"

아…안돼겠다.

한계다.

"하아아…."

혼자서 야한 말을 잔뜩 하며 어제 섹스를 했던 것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결국 백기를 들고 한숨을 쉬며 얼굴을 감쌌다.

도저히 못하겠다…분위기를 풀려고 해보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 그냥 야한 여자다.

"지금 말한건 기억에서 지워주세요."

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데이빗은 갑자기 푸흐흣 하는 웃음소리를 냈다.

서양 드라마에서나 가끔 듣던 소리다.

서양인하고 동양인은 웃는 소리도 다른건가?

"oh no, you really cute."

으아아, 진짜 제발 귀엽다는 말좀 하지 마.

나는 무시한 채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먹다보니 안쪽에 두부까지 있다.

그러고보니까 일본식 된장국을 만들면 미소라고 하는 일본된장이 있어야 할텐데 이게 평범한 흑인 집에 있을까?

혹시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사러 갔다온건가?

"제가 할께요."

밥을 다 먹고나서 내 앞의 식기들을 치우려 하니 그가 내 손에 들린걸 뺏어서 가져가려 하길래 그래도 얻어먹고 빨래도 해주고 샤워실까지 빌리고 집에서 자기까지 하고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그건 좀 아닌것 같아서 설겆이는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coffee?"

사실 난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데이빗은 아까부터 보니 밥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또 마시고 있다.

아침에 날 깨울때 한잔, 밥 먹으며 한잔, 지금 와서 또 한잔인가….

커피를 많이 마셔서 피부가 저렇게 까매진건 아닐텐데.

혹시 졸려서 마시는 건가?

졸린건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빨래하고 요리 재료 사오고 밥 준비하고 커피 타고 나 깨우느라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망상 자제, 망상 자제….'

생각이 많아 진실 여부도 알 수 없는 예상을 계속 이어서 하는건 내 버릇이다.

고쳐야 하는데 몇년째 노력하고있는데도 고쳐지질 않는다.

설겆이는 그래도 아르바이트도 한 적 있고 집안에서 당번이였기에 자신있다. 나는 물을 틀고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다.

끼익,

그렇게 잠시 그릇을 닦고있자 갑자기 데이빗이 뒤에서부터 날 껴안더니 수도꼭지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차가웠던 물이 따듯해졌다. 뜨거운 물을 나오게 한 모양이다.

자꾸 이런 사소한 일에 조금씩 두근거리는 내가 이상한 걸까.

생각해보면 볼수록 진짜 괜찮은 남자인 것 같다. 원래는 남자인 내가 봐도 두근거릴 정도다. 마음속의 소녀감성이 요동치는게 진짜 무슨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

'연기하는거야! 지금 난 진짜 섹시한 여자니까 나한테 점수 따려고 지금만 저러는거야!'

설겆이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난 게이가 아니다, 난 게이가 아니다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어째 데이빗이 등 뒤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가 뭐라고 한 마디도 안하고 설겆이를 계속하고 있었더니 등 뒤에서 껴안고 움직이질 않는다.

'으아아아…뭐야 진짜'

무슨 신혼부부 흉내내냐! 저리 가!

섹스 한번 한걸로 사이가 엄청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는게 남자다!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착각하지 마! 라고 말했던 전 여친이 생각난다.

네, 누님. 누님 말이 맞네요!

확실히 얘는 지금 나한테 애정표현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여서 도무지 떼어내지를 못하겠다.

나같아도 지금 나같은 여자랑 섹스했으면 진짜 좋아서 못 참을 것 같다. 게다가 첫경험이면 더더욱….

첫경험인데 그렇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느껴댄데다가,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섹스에 대한 얘기까지 꺼냈으니 내가 남자였으면 지금쯤 뭔가 스킨십을 하고싶어서 두근두근 거리고 있겠지.

그러다가 살짝 터치해보고 안 피하면 슬쩍 안아보고, 그것도 안 피하면 안은 채로 있고….

근데 또 이게 막상 여자가 되서 당해보니 떼어놔야지 생각하면서도 떼어놓아지질 않는다.

귀에 힘이 들어가며 머리 뒤쪽이 긴장된다  몸을 밀착시키고 있으니 전날밤 섹스했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다.

나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아아…."

설마 지금 여기에서 섹스하고싶다고 이러는건 아니겠지?

그러고보면 지금 난 노브라 노팬티다. 옷까지도 커서 헐렁거리니 살짝 내려주기만 해도 엉덩이가 훤히 드러난다.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며 저절로 숨이 막혀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는 언제 다 될까, 내 빨래는 언제 끝나지…하는 생각만 들며 알아서 떨어져 주기만을 바라고 있게 되었다.

끼익.

설겆이가 끝나 물을 잠궜는데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등에 멍이 들은 부분을 체온으로 따듯하게 뎁혀주니 통증이 둔해져서 기분은 좋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진짜로 섹스하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자꾸만 섹스하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만 하고있으니 저절로 신경이 아래쪽으로 집중되며 그가 나를 껴안은 채 살짝 무게중심을 바꾸는 순간 엉덩이에 스치는 것이 자지는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든다.

이래선 되려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을 돌릴 필요를 느낀 나는 설겆이를 끝내도 떨어지지 않는 그의 모습에 가만히 손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은 채 상체를 기대고 그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그가 내 어깨위에 손을 올려놓더니 주무르기 시작한다.

"앗…으음…."

…기분 좋다.

가슴 때문인지 안그래도 어깨가 조금 아파지고 있었다. 집에 있을때는 가슴때문에 어디가 아프거나 무겁게 느껴지면 그냥 남자로 변해버리니까 이런 어깨결림은 느낄 사이도 없었다.

역시 어제 뒤에서 당하면서 잔뜩 흔들려진게 원인이….

…그런건 둘째치고 진짜 기분 좋다. 그러고보면 안마를 받은지도 꽤 오래되었다.

흑인의 완력은 역시 우수해서 굉장히 기분좋게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삐-

그때 커피 기계가 소리를 내며 커피를 그 동그란 원형의 주전자 안에 쪼로록 하고 내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데이빗은 내 어깨에서 손을 떼더니 커피 기계 앞으로 가 컵을 꺼냈다.

좀더 주물러주면 좋겠는데…안그래도 어깨가 좀 아프다 싶었는데….

삐익- 삐익- 삐익-

이번에는 타이밍 좋게 또 다른 소리가 울린다.

짐작하기로는 세탁기 소리인 것 같았다. 데이빗은 곧바로 소리가 들린쪽을 향해 걸어가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우…."

이젠 옷 입고 집에 갈 수 있겠지….

옷을 가지고 나오면 입고나서 커피 마시고 집에 가자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 내려진 듯 더이상 커피가 내려오지 않는 주전자를 꺼내 데이빗 대신에 컵에 따랐다.

그러고 나자 데이빗이 향한쪽에서부터 다시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건조 시키고 있어요. 아, 속옷은 미리 빨아서 말려놨는데 가져다 줄까요?"

설마 색깔에 맞춰 빤건가. 내가 입고 있었던 옷은 하얀 속옷에 회색 나시와 검은 긴팔, 그리고 청바지…. 속옷만 미리 빨아놨다고 하면 확실히 색을 맞춰서 세탁하고있는셈이 된다.

나도 안하는 짓을…주부냐!

그것보다…건조가 끝날때까지는 결국 또 나갈 수 없게 되버렸다.

괜히 지금 속옷을 입고 다시 지금 입고있는 옷을 입고나서 건조가 끝나면 또 다시 갈아입을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던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커피를 내밀었다.

"뜨거우니까 조금 식고 나서 마시죠."

…그건 그래.

뜨거울때는 못 마시지.

나는 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고 의자 위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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